시민기자 단상
“침묵은 금이고 말은 은이다”라는 속담은 동양에도 서양에도 있다. 대체로 침묵은 지혜와 안전과 신중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침묵이 동조하거나 방조를 의미하는 때도 있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혼돈 속에서 과연 침묵은 금일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는 영역,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침묵이라는 것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단순하게 말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 또한 언어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며 사회적, 예술적, 철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의 사전적 의미는 ‘말하지 않음’과 ‘환경의 고요함’을 뜻한다. 한국 대사전에서는‘말을 하지 않거나 소리를 내지 않음’으로 정의하는데 단순히 환경적으로 조용함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존재의 무언의 상태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종교적 행위에 있어서의 침묵, 묵언, 명상이나 수도원에서의 침묵은 그것을 통해 내면의 평화와 자기 수양 내지는 내공을 채우는 것은 매우 이로운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외교 관계에서 의사전달 도구로서의 말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때로는 침묵을 통한 매우 제한된 소통은 침묵을 유지하는 편이 갈등의 확산을 미리 막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문학과 영화, 연극 등의 과정에서 침묵은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유의미한 경우도 많다.
반면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경우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미투(Me Too)운동과 같은 사례라 할 것이고, 부정과 부패에 대한 내부고발자 등이 침묵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참 정의의 파수꾼이 되는 경우다.
공정하지 못한 억압에 항거하거나 범죄사실을 알고 있거나 직접 목도 하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행동이다.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매우 강한 메시지 예로는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적들의 말이 아니라 친구들의 침묵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침묵은 차별을 조장한다고 경고하면서 침묵을 깨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도 “침묵하면 폭력과 불의는 더욱 강해진다”면서 27년간의 수감 생활을 침묵하지 않고 남아공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다.
우리가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에 가장 앞선 이유는 침묵은 억압을 정당화하며 가해자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공익과 정의를 위해 부정을 방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고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침묵할 것인가 침묵을 깰 것인가의 결과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석종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