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일어선 대구 엄덕수 씨<br/>감동의 버스킹 ‘희망의 무대’ 선사
지난달 23일 대구 월광수변공원. 기타 선율과 함께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따스한 봄바람을 가르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노래의 주인공은 대구 ‘원조 통기타 가수’ 엄덕수 씨(60)다. 생후 4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를 얻었지만 그는 36년간 음악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1995년 KBS 전국 장애인 가요제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수성구 들안길 축제 금상 등 수많은 무대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의 이력을 보면 마치 한 편의 드라마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소년원, 장애인 단체, 복지원, 범죄 피해자 등을 위로하는 공연도 많이 했다. 그들을 위로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김범룡, 권인하, 송대관, 태진아, 이선희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과도 함께 위문공연을 많이 했다. 위문공연과 거리공연을 통한 재능기부를 인정받아 표창과 상장도 많이 받았다.
또 TBC, KBS, MBC, 라디오 휴먼 다큐에도 출연해 그의 봉사인생이 소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예에도 조예가 깊어 영남서예대전 대상(대구시장상), 낙동미술대전 종합대상, 대한민국 서예대전 4회 입선을 하기도 했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를 얻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36년간 갈고 닦은 그의 노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손으로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수성못, 월광수변공원 등 곳곳을 찾아 버스킹 공연을 하지만 때로는 까다로운 공연 조건 등으로 애로도 겪는다고 귀뜸 했다. 특히 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제도는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법원 앞에서 덕인당 간판을 걸고 인장업을 하고 있다. 전국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인장부 대상을 수상한 경력을 바탕으로 시작한 인장업에 대해서도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버스킹 현장에는 한창실업(주)의 한대곤 회장도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내어 그와 함께 드럼연주를 해주어 봉사의 기쁨을 같이 했다. 또 문인협회 부회장인 방종현 씨와 시인 김윤숙 씨도 참석, 하모니카 연주로 관중에게 기쁨을 주었다.
공연장을 찾은 한 시민은 “엄씨의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얻었다”며 “장애를 극복하고 이렇게 멋진 공연을 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엄 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감동이다. 월광수변공원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연주되는 엄씨의 음악이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문성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