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5월 11일까지 프랑스·포항 지역작가 전시회 개최 ‘오를랑 하이브리드:아티스틱 인텔리전스’_박수철의 ‘오래된 꿈’ 展
고정된 관념을 허물고 틀을 깨는 것? 예술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이다. 지금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작년 광주비엔날레 전시 작품인 ‘오를랑 하이브리드: 아티스틱 인텔리전스’ 와 2025 지역원로 작가전 박수철의 ‘오래된 꿈’이 5월 11일까지 전시중이다.
엄마 손을 잡고 전시관을 들어서던 아이가 흠칫 놀라며 엄마를 잡아당긴다. 무서워서 안 들어가겠단다. 전시된 작품들이 얼핏 어른이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작가 오를랑(ORLAN, 1947~). 그녀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 예술로 오랫동안 관습화된 기존의 전통에 도전한다. 미(美)에 대한 개념에 저항하기 위해 아홉 차례의 성형수술 과정을 TV로 생중계한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외모를 거부하고 괴기스럽게 성형한 작가는 “나는 나의 몸을 예술에게 바쳤다”라고 처절히 외친다.
‘오를랑’이라는 이름 역시 기존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여성형, 남성형이 아닌 작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위해 새롭게 명명한 것이다. 그녀는 출산 또한 거부한다. 더 많은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오염을 말하며 지구를 과잉으로 채우고 과잉으로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참기 어려운 것 중 하나라며 이제 ‘죽음을 죽일 때’라고 역설한다. 신체 훼손 퍼포먼스를 멈춘 것 또한 더 이상의 성형은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의사 경고 때문이었다. 새 생명은 거부하고 죽음은 맞서야 한다는 그녀의 예술세계가 얼른 공감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신체 훼손 퍼포먼스를 멈춘 이후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신체와 신기술이 융합하면서 다변화 된 주제로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허물고 동서양 문화를 해체시키며 미(美)에 대한 개념, 사회적인 기준·규범 등을 작품을 통해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킨다. 남성 전용물인 중국의 경극에 여성인 자신이 분장하여 경극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식이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이면서도 파괴적이고 강압적인 작품들 앞에서 그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돼지와의 104시간’이라는 김미루의 행위예술만큼이나 쇼킹하다.
가시지 않는 강렬한 여운을 안고 박수철 화가전으로 향한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정기적으로 무명의 지역 예술가를 발굴하여 그 작가의 세계와 발자취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지역원로 작가전인 박수철의 ‘오래된 꿈’이 전시중이다. 작가는 정규 미술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미술이 좋아 화업(畵業)을 그만두지 못한다. 인상주의 기법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근현대 미술가 오지호 작가의 작품에 감명 받아 따뜻한 색채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담는다. 이 번 전시는 두 개의 주제 전으로, 포항과 고향 풍경을 담은 ‘내 젊은 날의 기억’과 신앙, 정물, 가족을 담은 ‘내 삶의 빛과 그림자’가 전시중이다. 작가는 “나는 한평생 그림의 덫에 빠져 있었다”고 읊조린다. 가난은 화가의 숙명인가? 어려운 형편 탓에 생화를 대신해 아내에게 선물한 단아한 꽃그림 속에는 애틋한 사랑이 배어있다. 그래선지 온화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애잔함이 묻어난다.
미술관을 나서며 ‘예술은 정답도 한계도 없다’는 말을 떠올린다. 작가와 그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미술관 도슨트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 4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3시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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