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불산 목본류·야생화 군락지 <br/> 오뉴월까지 부지런히 꽃 향내 피워
올봄에는 폭설이 내리다가도 금세 고온이 되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이러한 건조한 부주의로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을 거쳐 해안가의 영덕까지 번졌다. 결국 이 화재는 많은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는 물론 농어민들의 마음까지 상하게 하여, 보는 이도 무척 가슴 아팠다.
꽃피는 계절에 봄꽃이라도 보면서 마음을 추스르자. 꽃은 향기도 향기지만 색깔과 모양을 달리한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평온하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 없이 금수강산 아닌 산이 어디 있으랴마는 특히 대구 성불산(앞산)은 도심에 자리한 산치고는 보기 드문 목본류와 초본류(야생화)가 자생하고 군락을 이룬 식물도 많아 생태계가 뛰어나다.
식물마다 꽃 피우는 시기는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3월부터 오뉴월까지 부지런히 꽃을 피우면서 봉접들을 불러 모으려 향기를 날린다.
게다가 자생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악착같이 발뿌리 뻗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생의 애착에 대한 수범을 보이는 증표 같기도 하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산성산 항공무선표지소 가는 도로를 따르다가 수직절리를 만나게 되는 동쪽 산비탈에는 분꽃나무와 이스라지를 만날 수 있다.
분꽃나무는 길게 뻗은 나팔 모양에 분홍 꽃을, 이스라지는 벚꽃을 닮은 작은 분홍색 꽃을 피워 산천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앞산 최고봉에 경찰 통신탑이 자리한 북쪽 산비탈에는 군락으로 자생하는 산앵두나무를 볼 수 있다. 또 정상에서 동쪽 능선과 서쪽 능선에는 가침박달나무가 일렬로 줄을 이으면서 군락으로 자생한다.
남부도서관 뒤편 앞산 자락길에서는 ‘별목련’ 개화 모습을 볼 수 있고, 소능선에 자리한 체육공원에 계단과 철탑 주변으로는 하얀 꽃피우는 태백제비꽃과 자색 꽃을 피운 고깔제비꽃도 자생한다.
안일사에서 왕굴로 가다보면 올괴불나무가 분홍 꽃을 피워 아름답다. 꽃잎 끝부분은 어쩌면 여성들이 바르는 입술에 빨간 화장품을 연상케 한다. 거기서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다가 상수리나무 숲속을 눈여겨 살펴보면 노루귀꽃이 목을 빼 올리듯 꽃을 피우고 있다. 꽃대에 송송한 하얀 솜털이 앙증맞다.
앞산 정상에서 능선부 양지바른 곳에는 이파리 꼬부라진 멱쇠채가 노랑꽃을 피운다. 꽃잎 하나하나가 어쩌면 조화 같기도 하여 다시금 보게 된다. 산자고도 하얀 꽃을 피우는데 옆으로 누운 듯 길게 뻗은 끝자리에 꽃을 피운다.
안일사를 내려와 앞산 자락길로 들어서면 산비탈에 온통 생강나무다. 개화기에는 산비탈 전체가 노랗게 물든 듯하며 꽃향기를 물씬 풍긴다.
진달래꽃 피우는 4월 파동에서 만난 나리꽃은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계곡부의 거대한 자연석에 올라타고 일렬로 정을 박는 듯 그런 모습이 경이롭기 그지없다.
/권영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