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회 이상 사용해야 비닐봉지 대체 효과 나타나
21세기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에코백. 요즘 길거리에서 이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아마도 친환경적인 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에코백은 세계적인 연예인들이 ‘나는 비닐백이 아니다 (l’m not a plastic bag)’라고 적힌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유명해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움직임 속에서 친환경을 내세우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게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에코백’은 ecology(생태학)에서 유래한 말로 친환경 가방을 말한다. 플라스틱 봉투 대신 사용하는 천연소재의 에코백이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볍고 예쁜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친환경 소비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구매를 유도했다. 특히 친환경임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에코백을 선택하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에코백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면서 필요에 의한 구입이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을 소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유명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무료 에코백까지 더해져 어느새 집집마다 사용하지 않는 에코백이 쌓여가고 있다.
포항시민 A(47)씨는 “여러 행사에 참여해서 받은 에코백이 많다. 지난해에도 아이들이 받은 것과 합쳐 여러 개가 생겼다. 에코백을 받으면 처음에는 예쁘다 싶어도 집에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친환경이라는 관심도 덜 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에코백을 만드는 데도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는 사실이다. 친환경이 아닌 합성 원단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본래의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부분이다. 생산과 폐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오히려 비닐봉지 한 장이 더 친환경적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천연소재가 아닌 합성 원단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은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은 모양새만 그럴듯하고 판매가 목적인 듯, 물건을 담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구입 시에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에코백이 원래의 취지대로 친환경적이 되려면 이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닐봉지를 대체한 에코백을 131회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완전한 효과가 있으려면 7100번까지도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에코백도 오랫동안 사용해야 그 가치가 드러난다. 반면 비닐봉지는 37회만 재사용하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상쇄한다고 한다. 이는 에코백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게 되면 비닐봉지보다 더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에코백이 친환경이 되려면 중요한 건 재사용을 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를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인데 이미 가지고 있는 에코백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불필요한 구매나 수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함께 나눠 쓰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기존 제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다.
에코백을 오래 사용하기 위한 세탁 방법도 잘 알 필요가 있다. 천 소재이기 때문에 쉽게 더러워질 수 있어서 세탁기보다 손빨래를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모양이 뒤틀리지 않고 구김이 없고 프린팅도 손상이 덜 하다.
이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에코백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정말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명화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