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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등록일 2015-12-11 02:01 게재일 2015-12-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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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한 비로봉에 만인의 소원들이 소복소복 쌓였네
▲ `국민등산시대`에 국민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팔공산은 `신라오악`중에서도 중악으로 불리었다. 통일신라의 중심지적 위치를 지켜낸 이후 명산으로서 위용을 지켜내고 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사실이나 사물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거나, 또는 부정확한 내용을 여러 번 들어 정답처럼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 산이 소재하는 행정구역도 포함되는데 이는 필자가 등산은 자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경북방면 8코스 대구방면 10코스 등산로 다양

신림 1,2,3봉 봉황의 알 품은 형상으로 알려져

갓바위·석조여래약사불 등 문화유산도 곳곳에

이러한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다. 대구, 경북지방 사람들이 팔공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 산의 정확한 위치를 말하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틀리게 말하는데, “대구가 아니냐?” 대게는 이런 정도로 말하곤 한다. 언젠가 비슬산 아래 자리한 유가사 주지스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산에 관해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대구의 산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 비슬산이라는 것이다. 비슬산 높이는 1천84m로 팔공산(1천193m)보다 9m나 낮다. 그럼에도 팔공산이 아니라는 말씀은 대구의 산이 아니라는 것인데, 말씀을 더 들어보니 통상적으로 그 산이 어디 산이냐? 따질 때에는 최고 높은 봉우리가 어느 지역에 속해 있는가를 판단해서 판가름한다는 내용이었다.

주지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중에 필자가 팔공산의 주소를 쳐보니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 산73`으로 나왔다. 비슬산을 알아보니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용리 산1`로 나와 있는데,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이 있는 곳이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라는 것이다.

엄격히 따지면 팔공산이 경북의 산이겠지만 대구 도심에서도 보이는 산이고, 대구 지역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또 `대구시민의 노래` 에서도 `능금꽃 피고 지는 내 고향 땅은 팔공산 바라보며 해 뜨는 거리…`라는 가사가 있으니 팔공산은 대구시민들에게는 친밀한 산인 것이다. 그런 만큼 팔공산은 대구, 경북 지역을 통 털어서 유명한 산이 돼 버렸다.

그것은 현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신라 때부터 있어왔고, 옛사람들도 그렇게 믿었다. 신라시대에 오악이 있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동쪽의 토함산(동악), 서쪽의 계룡산(서악), 남쪽의 지리산(남악), 북쪽의 태백산(북악)이 있고, 중앙지역에 있는 공산(팔공산의 약칭)은 중악이라 불리어져왔는데, 이를 보아서도 팔공산은 통일신라의 중심지적 위치임을 알 수가 있다. 팔공산은 경북, 대구의 자존심적인 명산이다. 필자는 지난해에도 팔공산을 등산한 후에 산행기를 올린 적이 있지만 언제나 내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팔공산을 다시한번 오르기로 했다.

우연한 기회에 산과의 좋은 인연을 맺어 주말마다 산행을 했지만 앞으로도 필자는 등산을 이어가겠지만 2년 10개월 동안 연재했던 산행기니만큼 산에 관해서는 애정이 더해진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먹고 팔공산을 등산하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우고 교훈을 배우고자한다. 팔공산이 워낙 유명한 산이고, 곳곳에서 등산할 수 있다 보니 등산로는 정말 코스가 많다. 경북방면 8코스. 대구방면 10코스로 나온다. 그렇지만 동절기에는 등산로가 폐쇄되기 때문에 사전에 대구시나 경북도에서 각각 운영하는 공원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등산하는 것이 좋다.

동화사 뒤편의 `동화사등산로`가 폐쇄돼 이번 등산은 탑골안내소에서 깔딱고개, 철탑삼거리를 해서 동봉을 거쳐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에 올랐다가 서봉을 거쳐 하산할 계획이다.

12월에 접어들었지만 주말이 되면 동화사 입구도로는 복잡하다. 이번에는 탑골등산로를 따라 산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이길은 팔공산 등산로 가운데 전망이 가장 좋아서다. 필자는 등산장비를 갖추고 매표소를 지나 깔딱고개로 향한다. 탑골 안내소를 지나 소나무 사이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 언덕길을 걷는다. 초겨울 산행을 즐기려는 산행객들이 생각보다는 많은 편이다.

천천히 좌우를 살피며 올라 700m쯤 거리에 깔닥고개가 나오는데, 한여름 같았으면 다소 힘이 들었겠지만 초겨울이라 그다지 힘은 들지 않는다. 깔닥고개를 쉽게 지나 케이블 정차장이 있는 곳을 옆을 빠져 나와서 전망대에 오른다. 여기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도 많다. 그 속에 묻혀 신림3봉과 함께 그 위쪽 팔공산을 조망해본다.

바로 위로 보이는 `신림삼봉`에 관한 안내판에서 소개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팔공산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봉황이 알을 품은 형상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신림봉의 세 봉우리는 봉황의 자궁부에 위치하여 세 개의 바위는 봉황을 알을 상징한다. 신기하게도 신림1봉은 멀리서 보면 코끼리 모습을 하고 있고, 신림2봉은 일명, 고인돌바위로 불리기도 한다.

▲ 동봉으로 오른 길가 쌍둥이바위.
▲ 동봉으로 오른 길가 쌍둥이바위.

또한 신림3봉은 달마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본래는 달마의 모습이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영화를 찍고 난 뒤에 바위가 점차 달마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인데 관심을 갖고 쳐다보고 마음속으로만 그려본다.

다시 길을 걸어 조금 전 안내판에서 보았던 신림봉을 가까이 지나면서 멀리 산들을 바라보다가 낙타봉을 거쳐 철탑삼거리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염불암이 보이고 그 능선위에서는 동봉과 멀리 갓바위쪽이 보이고, 도마재를 지나는 산행객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 철탑삼거리에 도착해 잠시 쉬면서 초겨울 등산의 묘미를 느낀다. 산길을 부지런히 걸어왔으니 오히려 시원한 감마저 든다. 보이는 산들은 비록 단풍이 져 절경은 아니라 하더라도 겨울로 향하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경건한 마음을 가져본다.

`저만치에 서서/ 그리움으로 손짓하는 산/ 아니, 산 밑 사람들에게/ 나침판이 되어주고/ 희망을 새기게 하는 산,/ 겨울이 오는 오늘은/ 그 팔공산으로 오른다.// 무성하던 한때를 지나/ 이젠 제철이 아니어/ 시공(時空)은 헐벗었지만/ 말없음 속에서도 말로써/ 찾는 이를 맞이하는 산,/ 팔공산을 오르면서/ 비움의 지혜를 배운다`(자작시 `팔공산만 같아라`전문)

팔공산은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고 비단 대구, 경북사람들뿐만 아니라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부터 호국불교의 본산지였고, 지금은 해마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팔공산 관봉(갓바위)를 찾는 수험생들의 부모들이 지극정성을 기울이는 곳이기도 하니 어쨌든 팔공산을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기대를 갖게 하고 희망을 주는 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산길을 이어가 동봉과 비로봉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향해 동봉을 맞으러 간다. 가는 길목에 다소 넓은 평지가 있고 그 뒤편 바위에 부처상이 조성돼 있는데 석조여래약사불이라고 한다. 그곳을 지나 동봉에 올랐다.

동봉의 이름은 미타봉이다.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동봉`이라 부르는데, 아직 오르지는 않았지만 비로봉 서쪽에 있는 삼성봉은 서봉으로 불리어진다. 동봉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다.

동봉에 올라 주변을 살펴본다. 뒤편으로 비로봉이 보이는데 산세보다는 주변의 시설물들이 설치돼 있어 경관을 크게 느껴볼 수 없지만 그 위에서 팔공산의 위엄과 경건함을 갖는 자체에서도 팔공산 등산의 의미를 지닐 수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다시 돌아서 나온다.

산행길을 이어가 드디어 팔공산 정상, 비로봉에 올랐다. 여기에는 시설물들이 많다. 우리나라 산을 가보면 산 정상에 시설물들이 많이 설치돼 있지만 팔공산 정상에 있는 시설물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 필자가 전국 산을 등산하면서 보아온 것 중에는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산 정상에는 아무런 시설물이 없이 자연상태로 놔두는 정상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설물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대개는 군사시설의 경우 민간인의 산행도 통제하지만 여기에서는 일부 개방하고 있어 다행인 것이다.

비로봉에 서서 동서로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을 본다. 곳곳에서 봉우리들이 솟아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팔공산맥은 가산, 팔공산, 환성산, 초례산으로 이어지는 `가팔산초`로 불리는 명산이다. 북서부에 있는 가산(902m), 팔공산(1천192.8m), 환성산(811m)과 남동쪽의 초례산(648m)을 일컬음이니 필자는 올 봄에 환성산과 초례산을 산행하고서 본지에 산행기를 올린 적이 있다.

비로봉에 서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팔공산맥과 산 아래 대구시가지를 보다가 하산을 시작한다. 이제 남은 일정은 오도재로 해서 서봉에 올랐다가 부인사등산로로 내려서면 된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하산을 시작해 오도재 등산로를 걷는다. 오도재에서 서봉은 400m거리니 가까운 거리여서 힘들지 않고 서봉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주변을 살피고 멀리 이어지는 산 능선을 본다. 여기서 산 능선 길을 곧장 가면 칼날능선을 지나 마당재, 파계봉이 나오고 가산산성으로 연결된다.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서봉에서 부인사까지는 3.6km거리인데 필자는 중간에 있는 이말재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서는 부인사로 내려와 팔공산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차고지로 걸어가면서 오늘하루 팔공산 산행을 떠올려본다. 초겨울이라는 시간과 팔공산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이 순간, 필자의 마음속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존경심은 환희의 물결이다.

산과 인연을 맺은 후 필자가 지금까지 다녀본 전국의 산들, 그 정상에서 맛본 온갖 희열들은 한편으로는 홀로 숙연한 울림이 됐으니 산에 대한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니체(1844~1900)의 명언에서도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니 그 말은 두고두고 나의 인생에서 교훈담으로 삼으리라.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니체)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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