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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7월에 두번째 소설 출간

`앵무새 죽이기`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하퍼 리(88)의 두 번째 소설이 7월 출간된다.하퍼 출판사는 3일(현지시간) “하퍼 리가 1950년대 쓴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을 7월 14일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책 제목인 `고 셋 어 워치맨`은 구약성서 이사야서 21장에 나오는 구절로 `가서파수꾼을 세워라`라는 의미다. 하지만, 하퍼가 이사야서에 나오는 이 구절에 착안해책 제목을 정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지난해 가을에 발견된 이 소설은 `앵무새 죽이기` 보다 먼저 쓰였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편이 된다.두 소설의 공간 배경은 앨라배마 주에 있는 가상의 도시여서 같다.시대적 배경은 `앵무새 죽이기`가 1930년대 대공황 시절, `고 셋 어 워치맨`은 1950년대여서 20여 년의 차이가 있다.`앵무새 죽이기` 이후 55년 만에 나오는 후속 소설은 성인 여성인 스카우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앵무새 죽이기`의 화자였던 어린 소녀 스카우트가 성장해 아버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소녀 스카우트의 아버지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흑인을 변호하면서 인종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고, 스카우트는 이런 과정을 어린아이의눈으로 바라봤다.하퍼 출판사는 새로운 소설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다만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관한, 그리고 1950년대 인종갈등 속 작은 타운에 관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묘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출판사는 우선 200만 부를 출간할 예정이며 전자판으로도 내 놓을 계획이다.하퍼 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1950년대 중반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면서 “이 책을 낼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사람에게서 조언을 받은 끝에 출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그는 “60여 년 전에 쓴 이 책을 찾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친구이자 변호사인 톤자 카터가 찾아냈을 때 너무 기뻤다”고 덧붙였다.한편 `앵무새 죽이기`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소설 중 하나이다.1960년 7월 11일 출간 이후 4천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1962년에는 같은 이름의 영화로 제작됐다.출판사는 하퍼 리가 두 번째 소설 출간과 관련해 공개적인 행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1960년대 이후 언론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2015-02-06

인간관계 지배하는 법칙은 뭘까?

`작가 김재광의 북콘서트`가 오는 2월 4일 저녁 7시 30분 포항 효자아트홀에서는 열린다. 이번 북콘서트는 미스코리아 출신 김다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연주가 함께 한다.이번 행사는 총 3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 `배움과 우리를 바꾸는 아름다운 시간`에서는 `교육, 그 혁신적 미래`라는 주제로 교육의 미래에 대한 강의와 `보다 나은 삶,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한 미래 가치 창조`라는 주제로 포항지역 발전 정책을 논한다. 강의 중간에 포항아트챔버오케스타트라가 `뽀우나까베자`, `가브리엘 오보에` 연주를 들여준다.2부 `인간관계와 나를 바꾸는 아름다운 시간`에서는 `평범한 99%에서 위대한 1%로의 자기혁명`이라는 주제로 인간관계와 인생을 지배하는 5가지 절대 법칙에 대한 특강이 마련된다.이어 지속가능한 인생 성공 설계도에 대한 강의도 준비된다. 강의 중간에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의 `흐르는 강물처럼`, `윈터게임즈` 연주가 이어진다.마지막 3부에서는 사회자인 김다정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청중과의 진솔한 소통의 시간이 마련되고 경품 추첨을 통해 선물도 준다.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인기리에 판매 중인 작가의 최근 베스터셀러 작품인 `The Law(더 로):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5가지 절대법칙`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인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법칙들에 대해 이야기한다.이 법칙은 우주 법칙에 정확히 일대일 대응하는 인간관계 법칙으로, 실생활에 누구나 적용 가능한 △열정보존의 법칙 △힘의 법칙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 △습관의 법칙 △위대함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특히 이번 강연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대목으로 작가는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5가지 절대법칙을 바탕으로 개개인을 99%의 평범한 삶에서 1%의 위대한 삶으로 이끄는 지속가능한 인생 성공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이번 행사는 교육, 지역 발전 정책, 자기계발 및 성공 등에 관심 있는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재광 작가는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및 멜버른 대학교 MBA를 졸업하고 휴넷 MBA, 스탠퍼드 대학교 Professional Certificate 과정을 수료했다. 인적자원관리HRM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인시아드INSEAD 폴 에반스Paul Evans 교수의 `Managing People/Managing Yourself` 과정을 이수했으며, 현재 `영국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러셀그룹 소속 대학인 리버풀 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또 포스코 ICT 사내벤처 1호를 경영했으며 LG CNS 기술연구소 연구원,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 과장을 지냈다. `2014·2015 대한민국을 이끄는 혁신 리더 대상`, `2014 대한민국 인물 대상`, `2014 대한민국 미래경영 대상`, `2014 대한민국 신지식 혁신인`, `2014 대한민국 고객감동 일류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세상과 역사를 바꾸고 이끄는 1% 지속성공 전략`, `온라인 교육, 세상을 바꾸다`, `ILovePohang, 지역을 바꾸다` 등이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1-30

SNS로 6차산업 길 여는 농부들 이야기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을 하는 영농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소셜영농, SNS로 6차산업의 길을 열다`(이하 소셜영농)가 출간됐다. 소셜영농은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체험농장 및 농산물 가공 분야에 종사하는 59명이 참가해 농사와 농산물, SNS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이야기, SNS를 교육 받고 농사에 활용한 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담아냈다.이 책은 SNS를 하는 농부들답게 출판 과정도 SNS를 통해 이루어졌다. 자신들의 원고를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고, 교정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구글 문서 도구를 활용했고 모든 연락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활용해서 진행했다.책속에는 농부와 그들이 운영하는 농장, 농산물 가공 판매를 하는 영농기업,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농가를 비롯하여 농촌 SNS교육을 담당하는 강사, 청년, 소셜팜을 통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이들까지 영농에 SNS를 결합해 6차산업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지역적으로도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 지역에서 고르게 참여했고 농작물도 감귤, 포도, 딸기, 감, 사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과일에서부터 아로니아, 블루베리, 천마, 여주, 오미자, 둥굴레 등 기능성 작물까지 다양하다. 농부들이 농사이야기는 물론 귀농을 통해 농촌에 정착한 과정 등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은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은 물론 농사에 SNS를 활용, 직거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 책을 출판한 인힐링포럼의 박종철 이사장은 “이 책은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와 SNS로 6차산업을 준비하는 이 땅의 농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며, “책을 통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청년과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우리 농업, 농촌, 먹거리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1-30

인간과 풍경에서 발견한 북한역사 100년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북한에 다녀온 경험을 밝힌 책이 최근 문제가 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서 취소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책에 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고, 이번 일은 한국에서 북한의 실상을 말한다는 행위에 여전히 위험부담이 따름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신씨와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동아시아 연구 권위자인 영국 태생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도 2010년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남다른 균형감과 신중한 관점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그는 당시 경험을 토대로 `금강산까지`(To the Diamond Mountains)라는 여행기를 펴냈다.`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분명 북한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북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저자는 자신보다 꼭 한 세기 전인 1910년 영국 화가이자 여행가 에밀리 조이아나 켐프가 택한 여행길을 가급적 그대로 따랐다.옛 만주지역에서 중국-북한 국경을 거쳐 평양, 서울, 부산, 원산, 금강산에 이르는 그의 여정은 일제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의 기억까지 넘나들면서 100년 전 북한과 한반도,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지금 상황과 병치한다.북한이 외국인 여행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통념상 북 체제 선전 목적으로 여겨지기 쉽다. 저자의 주변에도 그런 우려를 내놓는 이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북한 같은 통제국가에서조차 숨길 수 없는 것들, 즉 눈앞의 풍경과 우연한 만남이 북한에 대한 `빠진 그림`을 채워넣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것들이다.“말쑥한 치마와 블라우스 차림으로 커다란 유리판을 뒤에 싣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인, 고속도로에서 차를 멈춰 세우고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코흘리개 어린 병사에게 험악한 욕설을 퍼붓는 운전사, 두 중년 여성이 열어젖힌 두 개의 커다란 옥수수 자루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길가 여병사…”(172쪽)/연합뉴스

2015-01-30

역사·지리학자가 들여다본 성호사설

역사와 지리를 각각 전공한 두 학자가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대표 저술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다룬 연구서를 함께 집필했다.역사 전공자는 강병수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수석연구원, 지리 전공은 손용택 한중연 문화예술학부 교수다. 대학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그간 성호사설을 연구한 자신들의 논문을 모아 `성호사설의 세계`(푸른길)를 출간했다.이익은 40세 전후를 시작으로 이후 40여년간 자신이 독서와 학문적 교류, 사회적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수시로 기록하면서 성호학을 집대성한 명저 성호사설을 남긴다. 그의 지식과 세계관의 총합이랄 수 있는 백과전서류 저작이다.성호사설은 3천여 항목으로 이뤄진 내용이 `천지문` `만물문` `인사문` `경사문` `시문문`이라는 5개의 `문`으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저자들은 여기에 나타나는 이익의 사유와 역사관, 세계관, 우주관을 중심으로 18세기 조선 사상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시도했다.아울러 시대를 앞서 나간 이익의 지리관을 중심으로 그의 지리적 사고와 관심 등을 살펴보면서 지리학적 내용과 사실을 찾아 해석하고 정리했다.저자들은 서문에서 “성호사설 전반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가 거의 없었고, 성호사설을 전공이 다른 두 필자의 시선이 융합된 총합적 성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2015-01-30

포항과 친숙한 해병대 이야기

포항을 흔히 철강산업도시와 함께 해병도시로도 불린다. 해병대1사단이 주둔지로 해병대 입소자들의 훈련장이 이곳에서 있다. 우리나라 해병대를 전역한 사람들은 모두 포항을 거쳐가야만 한다. 그래서 포항은 해병의 고향으로 불리며 자연스럽게 해병도시로 통한다.포항과 친숙한 해병대 이야기를 수록한 소설이 출간됐다.정건경, 천금성, 정태륭, 손영목, 김창동, 김웅기, 이신현, 강인석 등 8명의 해병대 출신 현역 소설가들이 작품을 모아 `전선 소야곡`을 펴냈다.문학과 예술과 사진 등 다능다재의 해병대 출신 CEO도 베트남전 전적지 기행문을 실었다.엠아이지/ 신국판 252쪽/ 1만300천원 해병대는 `무적해병`, `귀신 잡는 해병`,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으로 요약되는 독특한 해병대문화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해병대 문화는 우리사회에서 특이한 성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것은 군사조직 체계상의 특수성에 비롯된 것으로 용감성과 조직단결력, 국가관이 투철한 진짜 사니이, 일사불란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반면 인성의 부드러움과 온화함이 정서적으로 승화한 결정이라하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먼 사람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선입견에서 보면 해병대 출신 문학가는 선뜻 연상이 되지 않는다.하지만 이들 작가들은 한국문단에서 현역 소설가로 왕성하게 활동중이고 이번에 소설을 출간했다. 이번 소설은 해병대 출신 소설가 각자의 개성적 예술취향과 작품세계를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소설 8편과 기록산문 1편이 수록됐다.요즘 유행모방성 작품들에 식상해버린 문학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불만을 삭여줄 색다른 읽을 거리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이 소설집의 또 다른 특징은 6·25전쟁 이후 가장 큰 국제전이었던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아직도 `정전`상태의 안보불안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국가현실을 재인식하고 긍정적인 자극이 될 만한 내용을 문학적담론으로 형상화했다는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무일 씨는 전선 소야곡에 베트남 회상록, 전쟁터의 묵시록, 소대장의 비망록 등 3편을 올려 40여년 만에 되돌아본 전적지의 풍경과 감상을 기록했다.김씨는 해병학교 35기로 베트남전 참전 후 대위로 전역한 후 현대·기아차 임원, CEO 등을 역임했다.이상로 해병대 전우회 총재((예)해병대중장)는 출간사에서 “한국소설문단에서 중진급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노병들이 해병대정신에 입각한 작품집을 출간한 것은 일반사회에서 우리 해병대를 새롭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모군(母軍) 후배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해병대소설가회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용산역앞 `용사의 집`회관에서 `전선 소야곡`출판 기념회를 가졌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1-23

주제별로 넘는 한국 근현대사 `아리랑 고개`

분단과 6·25 동족상잔의 비극은 60년이 넘게 떨어진 과거의 일이지만 이로 인해 비롯된 우리 사회 내 이념 대립의 골은 여전히 깊기만 하다.스스로 `진보적 가치` 옹호 입장을 밝힌 고등학교 역사교사 이태영 씨가 펴낸 `20세기 아리랑: 주제가 있는 한국 근현대사`(한울)는 일방의 주장을 넘어 역사적 쟁점에 대한 대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읽힌다.저자는 “일제강점기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진보진영이 인정하고,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수진영이 인정해보자”고 말한다. 이는 식민지 시대와 분단 시대라는 거대담론 그릇에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일상`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저자는 “마흔을 넘으면서 현재의 삶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게 됐다”며 “역사는 고단한 삶의 집합체이며 아픔과 슬픔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본질이 사라지고 가공된 이미지가 난무하는 세태에 대해 “삶이 묻어 있는 역사인식”을 내세웠다.저자는 1부에서 한국 근대사 개관, 강화도조약에서부터 지난해 한국사 교과서 파동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주요 이슈와 흥미로운 논점 39개를 제시하며 중립적 이해를 시도했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에서 사실과 가치의 구분이 필요함을 앞세웠다.저자는 좌우 양 진영 논리에서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의 폐해를 느낀다. 2부에서는 아리랑에서부터 한국 민족주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전통이라고 생각해온 문화적현상들의 연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규명했다.지금까지의 한국 근현대사 서술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이념적이었다는 문제의식이 그 안에 담겼다. 320쪽. 2만9천원./연합뉴스

2015-01-23

“이제 슬픔 딛고 일어설 기력 얻어…”

시간은 흘러가다가도 다시 그날로 붙들려간다.지난해 4월 16일. 근현대 한국사의 최대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날이다. 사건이 난지 9개월여가 지났지만 당시의 아픈 기억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인천을 출발했던 세월호가 침몰했던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났던 25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을 담은 신간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출간됐다. 창비, 348쪽, 1만2천원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대표 김순천, 이하 작가기록단)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중 부모 열세명을 인터뷰해 이 책을 펴냈다.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사진 특히 인터뷰를 하고 글을 정리한 작가기록단과 더불어 윤태호·유승하·최호철·손문상·조남준·홍승우·마영신·김보통 등 8명의 만화가가 총 13편의 삽화와 표지화를 그리는 일에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텍스트뿐만 아니라 한컷의 삽화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하나의 그림이 가져다주는 깨우침의 힘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2014년 4월 16일, 사고 소식을 듣고 안산 단원고 부근에서 초조하게 진도행 버스를 기다리던 부모들 곁에는 우연히 한 사람의 작가(김순천)가 그 안타까운 광경을 지켜보며 서 있었다. 그 시간 남해의 진도 앞바다에서는 승객 450여명을 태운 한척의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었다. 첫 장면부터 동행하게 된 그는 이후 다른 작가들과 더불어 진도체육관, 팽목항, 안산분향소, 국회, 광화문, 유가족의 집을 오가며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은 희생자들을 추억하는 가족들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공황장애 때문에 집안에서 주로 생활해온 김건우 학생 어머니, 인터뷰 내내 속내를 내비치지 않다가 결국에 듣는 이 모두를 울려버린 유미지 학생 아버지 편은 오래전 딸이 맹세한 약속이 죽은 뒤에나 지켜졌다며 한탄하는 부정(父情)을 담았다. 신승희 학생의 언니가 수능을 앞두고도 매일같이 동생을 추억하며 2학년 동생들을 모두 살려내고자 밤마다 꾸는 꿈 이야기는 그 간절함만큼 비애감도 크다. 단 하나의 혈육을 잃고 혈혈단신이 된, 김소연 학생 아버지 편은 한부모 가정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상황이 그의 사투리에 실려 애잔하게 전달된다.이 책은 실제 사건의 특정한 순간을 매우 세세하게, 또한 용기를 내어 해석해낸 가족들의 힘이 곳곳에 배어 있다. 참여 작가들은 이제 슬픔을 딛고 일어설 기력을 얻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 같은 기록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함께 기억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출판사는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공익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1-23

항일민족운동 펼친 평양 남산현교회 사람들

1928년 가을 기독교계 언론인 `기독신보`의 기자는 평양의 풍경을 이렇게 소개한다.“어떤 사람이든지 평양을 처음 와 본 사람에게 평양의 유명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이구동성으로 예배당의 종소리라고 한다.(중략) 사면 팔방에서 울려오는 종소리는 서로 교향이 되어 과연 황혼의 평양성을 흔들어 빼는 감이 없지 않았다.” 당시 평양에는 인근 대동군까지 포함하면 50여 개 교회가 있었고 교회 종소리가 명물이 될 정도로 기독교가 성행하면서 평양은 `조선의 예루살렘`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했다.`남산재 사람들`(그물)은 해방 전 평양의 대표적 교회 중 한 곳인 남산현교회의 역사와 이 교회를 통해 활동했던 교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남산현교회는 평양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했던 교회로, 지금은 이 자리에 북한 인민문화궁전이 들어서 있다.작은 초당에서 출발한 교회는 헌금과 노동을 통해 10여 년의 시간을 거쳐기와집 예배당으로 커졌다. 선교사도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힘으로 마련된 교회는1903년 새 예배당 봉헌식이 열릴 때는 2천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교세를 확장했다.그러나 남산현교회가 유명해진 것은 1919년 3.1운동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남산현교회의 신흥식 담임목사는 민족대표 33명 중 한 명으로 서울에서 열린 독립선언식에참석했다가 옥고를 치렀다. 부담임이었던 박석훈 목사 역시 평양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평양 형무소에 수감중 순국했다.이런 활동 등을 통해 남산현교회는 `항일 민족운동`의 성지로 인식됐고 3·1운동 이후 청년과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2015-01-23

번영의 빛… 북방으로 가는 `대륙철도`

동북아 물류거점도시 도약이란 비전을 내건 포항영일만항이 자본 잠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8월 개항한 이후 지금까지 수송 물동량 부족으로 매년 평균 70억원의 영업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일만항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 연해주 등 북방항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화물을 북한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러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기 위한 복합 물류·운송 사업이다.바닷길로는 한반도와 일본, 러시아를 에워싼 `환동해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동해東海는 20세기 냉전의 역사와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닫힌 바다`이자 `변방의 바다`로 존재해왔으나, 탈냉전의 조류를 타고 새로이 조명받고 있다.영일만항은 물론 한반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성장 동력이자 번영의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이런 시점에서 길은 희망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연해주를 관통하는 `북방 루트`란 책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태호 외 지음. 돌베개. 416쪽. 2만2천원 이 책은 특히 두만강 지역의 북-중-러 협력 관계와 몽골과 한국, 일본을 포함한 환동해 협력 네트워크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변방을 넘어 새로운 동북아 협력의 무대로 부상하는 동해, 중국과 시베리아횡단철도, 그 사이 남북으로 이어진 몽골종단철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 몽골 사이의 협력과 경쟁관계, 한반도 철도와 대륙철도를 이어줄 동북3성의 운송로 구축 움직임 등 현황을 현지 취재에 기반해 보여준다.강태호 기자를 중심으로 한 `한겨레` 취재진들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전문가, 강재홍 한국교통연구원 전 원장이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변경 도시들과 일본의 서쪽이자 동해에 면한 항구들을 탐사한 뒤 그곳에서 벌어지는 경제협력과 국제 질서 변화의 움직임을 기록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1-16

최고 고전 `심청전` 현대소설로 부활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50) 교수의 첫 장편소설`연인 심청`(다산책방)이 출간됐다. “이 소설의 시작점은 지금부터 1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작가는 `심청전` 경판본 24장본을 읽고 다른 판본들도 살펴봤다. “작고하신 성현경 선생의 글들도 읽었다. 채만식이 `심청전`을 `심봉사`로 세 번이나 다시 썼음도 알았죠.”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심청전`의 주인공은 `효녀 심청`이었다. 하지만 심청을 단순히 효의 상징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이 오랜 의문에서 작가의 소설은 시작됐다. 작가는 `심청전` 여러 판본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켜 저를 위하는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지만 이는 사랑의 시작이요 끝”이 아니며, “험한 세상을 그나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실은 사랑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166쪽)이라는 것을 읽어냈고, 그 속에 깃든 심청의 사랑을 마음에 담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연인이자 딸이며, 사랑과 삶과 운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인 심청`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작가란 단순히 “황무지에 자기만의 꽃을 심는 존재”가 아니라 “길고 깊은 문학의 전통 속에서 나타나 그것에 한 줌 흙을 더하고 사라지는 존재”임을 작가는 “뒤늦게나마 깨달았고, 그것이 이 긴 여행의 출발점”이 됐다.(작가의 말)소설 초고는 스마트폰으로 쓰였다. 작가는 2013년 6월부터 3개월여간 설악산 무산 스님에게 스마트폰 장문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소설을 보내며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혼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문자메시지를 받아줄 사람이 꼭 필요한데, 그분이 바로 설악 무산 큰스님이었습니다.”작가는 오랜 시간 소설을 구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우리 현대인의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 또한 “그럴 법한 일들로 소설을 써야 한다고 믿었던 소설론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바꼈다. “상상적인 것, 환상적인 것, 마음속에만 작용하는 것, 이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우리들의 선인들의 이야기책 속에 그득히 담겨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에 우리들 현대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지혜로워질 수 있습니다.”작가는 그러한 이야기의 하나인 “`심청전`을 오랜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흐려지고 잊힌 본뜻을 살리고 채만식이 `심봉사`에서 삭제하고 싶어 했던 초월적인 힘의 작용까지 아울러 그림으로써 독자들을 상대해보고자 했다.”(작가의 말)그 이야기들에 잠시라도 다시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옛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로워질지도 모른다고.`연인 심청`은 널리 알려진 `심청전`에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혀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원전에서 읽을 수 없었던 인물들과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감정들을 기존 인물들과 함께 대변하며 `심청전`이 갖고 있는 현대적 의의를 되살리고 있다. `연인 심청`에서 `심청` 만큼 중요한 인물은 `심봉사`다. 작가는 `연인 심청`에 “채만식의 소설 `심봉사`에서 착상을 얻은 만큼 이야기 속에 그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해놓기도 할 정도로 `심봉사`라는 인물에 공을 들였다.“인간은 자기가 처한 상황보다 항상 더 큰 것을 욕망하며, 현대는 그 극심한 욕망이 충돌하는 아비규환의 쟁투장이다.”`연인 심청`에 나오는 `심봉사`는 눈 뜨길 소망하며 백팔 배를 올리는 자리에서도 “건성건성 절은 올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게 다 무슨 짓이냐”며 “고역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하고 온갖 궁리”(196쪽)를 하는 인물이다. 딸이 보기에도 “밥상을 앞에 두고도 품격”조차 잃어버린(38쪽) 심봉사는 “바로 우리 현대인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작가는 누군가 “`연인 심청`은 어떤 소설이냐?” 묻는다면 이렇게 되묻겠다고 한다. “사람은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왔나. 왜 이렇게 춥고 배고프고 외롭게 살아야 하나. 이 고통과 슬픔의 수렁에서 어떻게 해야 헤어날 수 있나.” “`심청전`에는 사랑에 더하여 인간과 인생을 둘러싼 근원적 물음이 있다”는 작가는 “이 여인을 만인의 연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의 죄를 씻어내고도 홀로 구원받음에 기뻐하지 않는 여인. 사랑의 힘으로 모든 절망을 초극할 수 있는 여인.” “인간의 원죄와 고통과 구원”의 과정이 담긴 “심청은 과거가 아니라 차라리 미래의 여인”이며 “우리가 그리워하여 마지않는 우리의 인간상”이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다.“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이타적 사랑밖에 없다.” “지극히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심청이 욕망에 눈이 먼 심봉사를 구원하고, 심청을 사랑하는 청년 `윤상`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심청`을 지켜내는 `연인 심청`은 “이타적 사랑의 이야기”이며 “심청이 자기 운명을 바꾸어가며, 그것을 실현해가는 운명 개척의 이야기다.”(작가의 말)방민호 교수는 경북매일신문에 지난 2010년부터 방민호칼럼을 연재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1-16

여고생들 눈에 비친 우리 사회모습은?

현직 교사가 시 창작수업을 한 학생들과 함께 시집을 펴냈다. 시인인 배창환 포항장성고 교사가 경주여고에서 시 창작수업을 한 학생들과 함께 엮은 `지금은 O교시`(한티재, 168쪽, 9천원)를 출간했다.이 시집은 나 자신과 가족, 학교뿐 아니라 마을과 세상,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쓴 77편의 시들이 주제별로 나눠 5부로 구성되어 있다.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훌륭하지만 청소년들의 실생활과 거리가 먼 주제들이 많아 청소년들이 가까이 하기 어려운 문학 장르였다. 시의 구조와 표현상의 특징을 배우고 문제를 풀며 시험에 출제될 만한 작품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보통의 시 접근법이다.배 교사와 학생들은 다른 방식으로 시를 공부했다. 직접 시인이 돼 시를 써보며 자기 발견과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삶의 진실과 자아의 탐구`라는 주제로 진솔한 표현을 구하되, 엉뚱한 말장난이나 관념적인 유희에 빠지지 않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문장을 가다듬고 제목을 정하기까지,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시가 주는 내적 기쁨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 쓰는 밤이 행복하고, 외롭고 고독한 날에도 시로 위안을 삼게 되었다고 고백한다.이 시집에 실린 학생들의 시는 난해한 문장이나 화려한 수식어가 없다. 주제도 평범하리만치 일상 속에서 찾은 것들이다.시집 제목의 0교시는 1교시 정규수업 전에 하는 보충수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수업방식으로, 현실은 많은 아이들이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다.아이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그대`를 하나씩 가지고 앉아 있다. 그것이 스마트폰이든, 학원이든, 독서실이든, 아침 일찍 불려 나와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세 줄로 표현되어 있다.현재의 입시제도 속에서 내일의 `집`이나 오늘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해볼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이렇게 시를 통해 우리는 청소년의 눈에 비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그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시에 나타난 그들의 삶과 세계를 엿보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 것이다.배창환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고, 시를 가르쳐야 한다”며 “이 시집은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시를 손에 쥐고 힘껏, 혹은 우아하게 벽을 넘는 지 우리는 살며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배창환 교사는 195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등과 시선집 `소례리 길`과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등이 있다. 대구작가회의 회장과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냈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1-09

`청년 하용조` 신앙 고백록 드디어 나왔다

지난 2011년 8월 세상을 떠난 하용조사진 온누리교회 담임목사는 1968~1969년 폐결핵 치료를 위해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당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던 하 목사는 병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일기를 써내려갔다.하용조 목사가 당시 썼던 일기를 모은 책 `나의 하루`(두란노)는 본격적으로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기 전 청년 하용조의 신앙고백서다.입원 전 대학생선교회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병을 얻었고 병상에서도 같은 병실의 환자들을 전도하느라 `하 목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던 그는 개인의 은밀한 기록인 일기에서도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나는 먼저 주님께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살지 아니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주님이 나에게 주신 명령이고 사명이다. 필요하려면 죽음도 불사한다.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나의 전부. 사랑으로 영원을 뚫고 양을 질로 화(化)하여 악마의 영역을 벗어난다. 이것이 나의 갈 길이다”하 목사와 함께 대학생선교회에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던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이 책에 대해 “신앙인들의 마음자리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고백들”이라며 “젊은 날에 하나님께 드렸던 하 목사님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마음들은 건축의 설계도면처럼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232쪽. 1만3천500원./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1-09

자전거 타고 2천㎞ 누빈 기행문 영천사람도 모르는 `영천 이야기`

▲ 영천 코스모스길 새 책 `영천 자전거여행`은 영천시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한 저자의 기행문이다. 이 책은 자전거 두 바퀴로 1년 동안 영천 땅 1천906km를 달린 기록으로 시작해서 사람의 이야기로 끝나면서 묘한 감동을 준다. 특별할 것 없는 영천에 무슨 볼거리가 많아서 책이 이리 두툼할까 싶어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다양한 컬러사진 및 지도와 함께 영천 사람들도 모르는 영천과 영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때론 유쾌하게 때론 불편하게 긴 여운을 남긴다.친절한 가이드북도 아니고 잔잔한 에세이도 아닌 어중간한 이 책에서 느껴지는 영천은 적어도 저자에게만큼은 고향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고향과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정, 낙후된 고향에 대한 연민, 젊은이들이 먹고 살 거리가 없어 영천을 떠나야하는 현실에 대한 애틋함과 회한을 포장되지 않은 민낯의 모습으로 책 여기저기에 툭툭 던져져 있다.누구나 마지막에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은 가족일수도 있고 홀로 있고 싶은 시간일수도 있을 텐데, 영천 자전거여행의 저자인 김경원에게 그곳은 `영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는 1년을 하루 같이 짝사랑에 들뜬 사람처럼 영천 땅을 밟을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고향 영천에 대한 까칠한 시선과 애뜻한 그리움, 가슴 먹먹해지는 책임감으로 한 줄 한 줄 새겨 놓은 `영천 자전거여행`은 영천 사람을 물론이고,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1953년 영천시 금호읍 삼호2리에서 태어난 저자 김경원은 경북대 사범대학교부설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디슨 위스콘신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거쳐 서울 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행시 18회 출신으로 재무부 세제조사과장과 국세청 공보담당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명인세무그룹 회장으로 있다./안재휘기자

2015-01-09

정주영 탄생 100주년 전기 출간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 `국제시장`에는 고(故) 정주영 회장과 앙드레 김, 가수 남진의 젊은 시절이 나와 웃음을 준다.정 회장은 영화 속에서 구두를 닦는 주인공 아역들에게 “외국에서 돈을 빌려와 이 땅에 조선소를 지을 것”이라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명대사를 남기고 사라진다.아역들은 “미친 거 아냐, 어떻게 배를 만들어? 왜, 아예 국산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지”라고 응수한다.그만큼 그 시절 조선소를 짓고 국산차를 만든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영화를 통해 정주영 회장의 도전 정신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가운데 2015년 정 회장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 전기 `이봐 해봤어?: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이 발간됐다.저자인 박정웅씨는 1974년부터 1988년까지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를 역임하며 정주영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실제 경험했던 일화들을 풀어놓았다.1915년 강원도 통천군에서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정 회장이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가족과 회사 임직원은 물론이고 고위 경제관료, 세계은행 관계자들 모두 반대하거나 비웃었지만 정 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한마디와 함께 도전에 옮겼다.

2015-01-09

“봉화 청량산이 중국에 있었다면 이백·두보도 詩歌로 읊었을 것”

현직 일간지 기자가 청량산의 인문학적 의미를 탐색한 책을 펴냈다.현직 중앙일보 송의호(대구 총국장) 기자가 청량산의 역사와 현재의 발자취를 더듬은 `청량산엔 인문이 흐른다`를 발간했다. 부글북스, 296쪽, 1만4000원“아! 이 산이 중국에 있었다면 반드시 이백과 두보가 시를 지어 읊었을 것이다”조선 중기 지식인이자 산 매니어인 풍기군수 주세붕이 경북 봉화의 청량산에 오른 뒤 남긴 찬사다. 그가 주목한 것은 빼어난 풍광 때문만은 아니다. 청량산에 흐르는 인문적 가치를 발견하고서다.봉화 청량산은 소금강이라 불리는 자연경관은 물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산이다.청량산은 `해동의 서성(書聖)`인 통일신라 김생이 10년간 공부했고 최치원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지금은 청량사 하나만 남았지만 불교가 흥성했을 때는 절과 암자만 작은 산에 33곳이 있었다. 또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의 산성을 증축하고 군사를 훈련했다. 산꼭대기에는 공민왕당이 남아 있고 골골이 노국공주 등 왕의 가족을 모시는 당이 있다. 유학자 주세붕은 산을 오른 뒤 열두 봉우리의 불교식 이름을 모두 유교식으로 새로 붙인다.퇴계 이황은 열네 살에 청량산을 처음 오른 이후 49년 동안 틈만 나면 찾았다. 책을 읽고 시를 지으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퇴계는 청량산을 아예 `우리집 산(吾家山)`이라 부르고 `청량산인`으로 자처했다. 그가 간 길은 `예던 길`이 되었고 낙동강 물길 구곡을 거슬러 올라가 닿는 청량산은 주자를 이은 퇴계의 학문적 시원이 됐다. 퇴계 사후 선비들은 청량산을 찾아 퇴계의 자취를 더듬고 글을 남기는 게 유행이 되었다. 그런 글만 100여 편이 전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땐 의병이 근거지로 삼았고, `광야`의 민족시인 이육사는 이곳에서 노래의 씨를 뿌리고 북경의 차디찬 감옥에서 쓸쓸히 숨져갔다.지금도 인문과 예술 정신은 이어져 청량산을 소재로 한 노래와 뮤지컬, 그림이 만들어지고 산사음악회도 열린다.송 작가는 올해만 수십 차례 청량산을 오른 뒤 청량산의 이런 인문 흔적을 길어올렸다. 그는 “퇴계 선생이 왜 그토록 청량산을 자주 찾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발걸음을 뗐다”며 “청량산은 그 답을 생각하게 하고 힐링까지 덤으로 주는 인문의 산”이라고 말했다./정철화기자

2014-12-26

한국과 닮아 보이는 일본의 어두운 현실

일본과 한국의 유사점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를 추구했고 분단국도 아니었지만, 2차대전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경제성장과 이어 찾아온 불황,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 등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참고할 만한 구석이 많다.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가 쓴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민음사)은 한일 양국에 큰 `골칫거리`인 젊은 세대 문제를 다룬 책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많은 현실은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제목만으로는 마치 일본의 젊은이들이 절망적 상황에서도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계발서`류의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이 말하는 바는 그와 정반대다. 일본에서 책을 낼 당시 26세(1985년생)였던 저자는 자신 또래의 일본 젊은이들이 `행복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소박하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134~137쪽)이같은 저자의 주장이 막연한 관념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20대의 비율은 남성이 65.9%, 여성은 75.2%에 달했다.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일본 경제가 악화일로에 접어든 상황에서 20대의 70%가 `행복하다`라고 말했다는 얘기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4-12-26

문예계간지 ASIA 겨울호 나왔다

한영 대역으로 발행되는 문예 계간지 `ASIA` 겨울호(통권 제35호·사진)가 최근 발간됐다. 아시아 35호는 50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에 관한 소식과 함께 홍콩의 지리적 특수성과 문학의 관계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특집을 다뤘다.이른바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민주화 시위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의결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초반에는 10만 명 이상이 거리를 메우며 경찰의 최루탄 공격으로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고, 최근에도 시위대가 입법회 난입을 시도하고 단식투쟁을 하는 등 다시금 장기화될 조짐이 보였으나 마지막 시위캠프까지 철거되면서 79일 만에 종결됐다.현지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온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홍콩 사태를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이란 제목으로 이번 시위가 발발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에 대해 중국, 홍콩, 서구, 우리(한국)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또 홍콩의 탈식민 이론가이자 미국 듀크대학 교수인 레이 초우는 `식민지배자들 사이에서`에서 반환 이후의 홍콩의 정체성을 영국 식민문화도 아닌, 중국 본토의 뿌리찾기도 아닌, 또한 지배와 피지배를 무차별하게 섞는 포스트식민의 혼종성도 아닌, 홍콩만의 로컬리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진융(김용)의 무협소설이 담고 있는 중국 대륙의 서사가 어떻게 홍콩의 개방성을 통해 꽃피웠는지를 이야기하는 임춘성 교수의 `진융론`과 찬란한 홍콩영화 전성기에 관한 씨네21 기자 주성철의 글 또한 이번 특집의 재미를 더한다.계간 `ASIA` 35호가 처음으로 2004년에 중국문학 부문에서 홍콩격년상을 받은 작가 한리주의 `파이프의 숲`을 한국어로 소개한다. 발표와 동시에 화제를 불렀던 `파이프의 숲`은 빌딩들 사이로 구불구불 얽혀있는 파이프를 통해 병으로 죽어가는 외할머니를 둔 주인공의 혼란한 심경을 그린다. 홍콩의 빽빽한 빌딩숲이 눈앞에 떠오르는 수작이다.아시아 35호는 이밖에 2014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수상한 양동혁의 `무적여포`와 함께 작가의 수상소감을 비롯해 영어로 읽는 한국 최근 단편 K-픽션(이장욱의 `올드 맨 리버)`, 김사인·김태수 시인의 신작시, 터키와 이라크 문학계 뉴스 등을 실었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4-12-26

올해 교양·지식 높인 과학도서는

포스텍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가 `2014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강영 물리학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 21명이 올 한해 발간한 과학도서 가운데 학생과 일반 대중의 과학 지식과 교양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선정했다.아태 이론물리센터(APCTP)는 아태지역 이론물리분야 발전을 위한 공동연구와 학술교류 증진을 위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기초과학분야 국제연구소로 포스텍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1.4킬로그램의 우주(정재승·정용·김대수, 사이언스북스)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용(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김대수(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참여해 뇌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책이다. 한국 뇌 과학계를 선도하며 융합 과학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이들 교수들이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무대인 뇌 과학의 현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과학의 민중사(클리퍼드 코너, 사이언스 북스) 과학이 교육받은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는 기존의 과학 영웅 설화에 반기를 들고 과학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 수많은 이름 없는 창조자들 및 조력자들의 업적과 이야기를 복원했다.바다와 별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마젤란을 비롯한 유럽의 항해자들에게 항해술과 토착 천문학을 전수해 주었던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로부터, 20세기 후반 대학 연구실이 아닌 차고와 다락방에서 과학적 혁신을 이루어 낸 비제도권 젊은 혁신가들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과학 지식의 생산과 전파에 당당히 한몫을 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다윈의 서재(장대익, 바다출판사)현대 과학 이론의 최첨단을 소개하는 장대익 교수의 다윈 삼부작 중 첫 번째 책으로, 저자만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현대 과학을 이해하는 데 없어선 안 될 56권의 과학책을 과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설한 책이다. 찰스 다윈부터 에르빈 슈뢰딩거, 에드워드 윌슨, 말콤 글래드웰 등 46명의 저자가 쓴 56권의 책을 만나 볼 수 있다.◇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장회익, 한울아카데미)저자 장회익은 한국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중진 학자로서 자신의 전공 학문인 물리학에서 더 나아가 오랫동안 학문의 통합과 소통에 깊은 관심을 두며 과학철학 연구에 주력했다. 특히 오랜 성찰의 결과로 탄생한 그의 `온생명` 이론은 생명 본질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주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온생명 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집적물이자, 우리에게 생명 이해의 길을 이끄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센스 엔 넌센스(케빈 랠런드·길리언 브라운, 동아시아)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오용의 역사, 현대 진화론의 여러 갈래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와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들이 진화론이 인류의 20세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얼마나 다양한 진화이론이 퍼져나갔는지를 다루면서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대중을 현혹했던 허무맹랑한 진화이론을 낱낱이 파헤쳤다.◇양자혁명(만지트 쿠마르, 까치)대학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사회와 과학의 진보에 대한 계몽적 인식을 옹호하는 다양한 분야의 저술 활동을 해왔던 만지트 쿠마르의 이 책은 양자물리학에 대한 혁명적인 과학 교양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포함해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진 20세기를 관통하는 양자혁명 100년의 전개과정의 핵심을 놀라운 수준의 절제된 언어와 내용으로 명쾌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우리 혜성 이야기(안상현, 사이언스북스)혜성으로 보는 천문학의 역사. 역사 속의 혜성과 혜성의 역사 모두를 아우르며 혜성이 간직한 비밀에 한 발 다가서는 책이다. 저자는 2001년 사자자리 별똥소나기를 계기로 `고려사`에 기록되어 있는 별똥과 별똥소나기 기록을 분석하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기록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역사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옛사람들의 기록 속에서 혜성과 천문학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옛 문헌 속에 잠자고 있던 혜성에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내 2000년 전부터 오늘까지의 하늘을 펼쳐 보인다.◇우주의 끝을 찾아서(이강환, 현암사)우주의 끝을 찾는 여행은 우주의 시작과 미래를 동시에 만나는 가슴 뛰는 여정이다. 과거에서 온 `빛`에만 의지하여 끈질기게 거리를 측정해서 우주의 나이(무려 138억 년!)를 알아내고, 어떤 우주에서 살고 있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과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과학자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탐구에 대한 열정을 안겨준다. 우주의 미래뿐 아니라 천문학자들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먹고사는` 데 관계없는 이 탐구 과정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이현명의 별헤는 밤(이명현, 동아시아)이 책에는 별을 바라보며 느낀 그리움과 외로움과 그리고 환호와 감격의 순간들이 함께 깃들어 있다. 동감과 배려와 감성이 깃든 우주 산책 같은 이명현의 이야기는 두터운 과학지식 없이도 쉽게 읽힌다. 시집과 과학책은 어려워하는 사람도 별자리와 우주비행사의 이야기에는 자연스레 귀 기울인다. 밤하늘과 별을 사랑하는 소년들과 길을 잃은 듯 방황하는 청춘과 사랑의 아픔을 겪고 별빛같은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이 책에서 이명현이라는 우주 감성의 목소리로 꿈과 희망과 위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통찰의 시대(에릭 캔델, 알에이치코리아)천재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이 인류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과학, 예술, 인문학을 넘나들며 파헤치는 책이다. 에릭 캔델은 우리에게 친숙한 당대의 세 화가(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가 그린 초상화를 중심으로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간의 무의식을 파헤치기 시작했는지 살펴본다. 각 개인의 창의성이야말로 보편적인 정서를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열쇠이며 저자는 관람자가 미술을 지각하는 데에 인지심리학과 뇌생물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비롯해 지각, 정서, 감정이입, 창의성 등을 현재 인류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살핀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4-12-19

야~ 방학이다… 아이들 기다렸던 책들

방학이 다가오면 신간도서를 기다리는 아동·청소년들의 기대는 부풀기 마련이다.이는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기대작들을 속속 출간하며 학생들을 향해 손짓한다.고대영 작가의 스테디셀러인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가 출판사 `길벗어린이`를 통해 출간됐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손톱 깨물기` `집안 치우기` 등 아홉 권으로 묶인 세트다.`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지난 2006년 처음 출간된 이래 80만 부가 넘게 팔린 책이다. 고대영 작가가 아이들을 키우며 쓴 메모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들이다.지원이와 병관이가 여러 갈등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성인까지 아우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도 국내 출간 15주년을 맞아 개정판을 선보인다.지난 1997년 출간된 이 시리즈는 77개국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4억 5천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베스트셀러다.국내에서는 지난 1999년 1, 2권이 잇달아 출시된 바 있다.개정판 하드커버(전 11권)에는 영문로고를, 페이퍼백(전 23권)에는 한글로고를 입혔다.문학수첩 측은 “그간 지적됐던 번역 오류 등을 검토해 수정했으며 원서의 다양한 서체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출판사 측은 개정판 출간에 맞춰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홈페이지(www.moonhak.co.kr)에서 진행한다.애드거 앨런 포 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 수상한 로알드 달의 신작 `백만장자의 눈`도 출간됐다. 영화로도 옮겨진 `그렘린`, `찰리와 초콜릿공장` 등을 쓴 동화작가다.`백만장자의 눈`은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소년`, `히치하이커` 등 기이한 7가지이야기를 묶은 단편 소설집이다.이 중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소년`은 자메이카 휴양지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호텔 앞 해변에서 거대 거북이가 포획되자 투숙객 중 한 소년은 거북이를 풀어달라고 극렬히 항의하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향해 조소를 보낸다.달은 허세를 부리는 어른들을 조롱하고, 아이들의 진실하고 용기있는 모습을 부각한다.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과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은 최양선 씨의 청소년소설 `너의 세계`도 출간됐다.철저한 계급사회로 이뤄진 엘리시온 행성과 자연이 파괴된 지구의 알래스카를 주무대로 한 공상과학소설이다.서로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다.브로드웨이 뮤지컬 고전 `애니`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청소년용 소설도 출간됐다. 토니상을 세 차례 받은 토머스 미핸이 직접 쓴 작품.`애니`는 1977년 초연되고 나서 그해 토니상 7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700~900회의 공연이 이뤄지는 뮤지컬이다.저자는 뮤지컬에서 잘라낼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을 서술형태로 보완했다고 밝혔다./정철화기자

2014-12-19

바람·물·불에 빗댄 韓·中·日 비교론

한국과 중국, 일본은 아시아의 중심이다. 한중FTA, 일본의 우경화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삼국간에 새로운 외교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해방 70년을 맞아 한·중·일 신삼국(新三國)의 민족적 원형을 분석하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문명사적 거대담론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수학자이면서 동북아 문화와 관련한 저술을 출간해온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가 한중일 삼국의 역사와 문화 등의 관계학을 집대성한 문명·문화 비평서 `풍수화: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를 펴냈다. (맥스미디어, 572쪽, 2만5천원)이 책은 격변하는 신동북아시대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맞부딪히는 한반도에서, 한국이 지정학적 운명을 극복하고 동북아의 중심축으로서 미ㆍ일ㆍ러ㆍ중 열강을 아우르면서 어떻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한다.특히 이 책은 고대 삼국의 원형사관을 분석하여 21세기 신삼국시대인 한ㆍ중ㆍ일을 분석해낸 최초의 문화ㆍ문명 비평서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김 교수는 한중일 각 민족의 개성, 즉 원형의 발원체를 한국은 바람, 중국은 물, 일본은 불에 비유한다. 한국은 스스로 하늘이 돼(人乃天) 신바람을 일으키고 중국은 모든 외침을 `중화`(中華)의 그릇 안에 용해해버린다. 일본은 팔굉일우(八紘一宇: 일본이 모든 민족을 지배한다는 천황 중심의 개념)의 정신으로 모든 침략과 정복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 교수는 또 3국 관계의 원형질이 성립한 일대 사건을 백제 부흥운동의 완전한 평정으로 이어진 663년 백강전투로 규정했다. 백제의 완전한 멸망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근거지로 했던 세력이 현재의 일본에서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중국의 이이제이 전략, 한반도 세력 사이의 사대관계 또한 고착화되는 하나의 전기가 됐다고 분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김 교수는 백강 전투가 동북아에 미친 영향, 각각의 풍토와 언어에 따른 의식구조와 정신분석과 인류 문명의 기원에 대한 나름의 비평적 분석을 가한다.이어 한중일의 근대화 과정을 비교한 뒤 동북아 질서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한다.오늘날 일본의 문화 DNA는 70% 이상 우리와 같고, 언어 또한 비슷한 어순인데 우리는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민족의 한`으로 되풀이되는 감정만을 앞세우고 일본과 지난 70년을 마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킨 중국에 대해서는 분단 70년을 만든 원인 제공자로 보지 않고, 지나치게 우호적이다. 신동북아시대의 강자로 부상한 경제 대국 중국에 대해서는 생존이 아닌 공존을 위해서 냉철한 지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김 교수는 한민족의 자기실현을 위해 물리적, 정신적 지정학을 탈피해야 함을 역설한다. 남북분단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게릴라식 공산주의가 또 하나의 원형이 되어버린 북한이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추천사를 통해 “고대 삼국의 원형사관을 분석해 신삼국시대인 한중일을 분석해낸 문화 및 문명 비평서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그 열정과 탁월한 혜안에 감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