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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 시각으로 쓴 사할린 韓人의 삶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5-02-13 02:01 게재일 2015-02-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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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할린 한인사`  아나톨리 쿠진 지음  한국외대출판부 펴냄, 376쪽
강제징용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사할린 한인의 삶을 러시아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밝힌 책이 나왔다.

러시아의 대표적 한인 연구가로 알려진 아나톨리 쿠진(75) 박사는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사할린 한인 이주과정에 대한 연구를 담은 `사할린 한인사`(한국외대출판부)를 한국말로 번역해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구소련 시절 대외비였던 기밀문서를 비롯해 러시아 고문서 기록 등 사할린 한인 이주에 대한 총체적 학술 연구 기록을 담고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유즈노사할린스크 분교 사학과 학과장이기도 한 쿠진 교수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 3권으로 발간한 `사할린 한인의 역사적 운명`을 한국어판으로 내려고 1권으로 압축했다”며 “19세기 후반의 자발적 이주,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의 강제동원, 1937년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 2차대전 후 귀국하지 못한 채 무국적자로 사할린에 버려진, 북한에서 노동 고용으로 건너와 남은, 그리고 오늘날 사할린에 남겨진 사람과 한국으로의 영주귀국자까지 험한 세월을 벙어리 냉가슴 앓으면서도 꿋꿋이 살아온 사할린 한인의 역사를 기술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 서두에 “두 조국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으며 모두가 그것을 자랑스러워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할린 한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거주국과 조화롭게 사는 한인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1939년 사할린에서 출생한 쿠진 교수는 구소련 시절 사할린주위원회 서기, 유즈노사할린스크시위원회 제2서기 등 공산당 고위 공직자를 거쳐 사할린주 국립문서보관서 학술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1년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한인 이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사할린 한인 연구에 매달려 오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극동의 한인들`(1993) 등이 있다.

한국외대 강사로 이 책의 한국어 번역에 참여한 문준일 박사는 “지금까지 사할린 한인에 대한 국내 연구물에는 대부분 이데올로기와 정치·외교적 대립으로 생겨난 안타까운 피해자라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현지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한 첫 도서라는 점에서 학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박사는 “학계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쿠진 교수가 사할린 한인사 관련 러시아 내 각종 기록물과 일본 식민지 시절 문서 등을 집대성한 사료집 `사할린의 한인들`(부제 1880~2005년의 기록)의 한국어판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며 “워낙 방대한 사료라 번역 등을 개인이 하기 어려워 관계기관 등의 후원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책은 구한말 자발적으로 사할린으로 건너가 한인 사회의 시초가 된 기록에서부터 일본 식민지 시기, 소련 시절의 정치적 탄압과 강제이주, 2차대전 후 한인의 소련 사회로의 통합, 20~21세기 경계에 선 사할린 한인 등으로 구분해 시대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상황을 사료 등에 근거해 고증하고 있다.

책의 출판과 배포 등에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않은 서진길 사할린 한인 이중징용가족회 회장은 “사할린 내 대학, 한인회, 도서관. 학자 등 관계기관과 개인에게 배포하기 위해 사할린으로 500권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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