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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대사회서 자기 PR 이렇게 하라

인간관계의 관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연구주제였다. 서점에서도`인간관계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류의 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인간관계를 파고들었다는 건 뒤집어 생각하면 그게 그만큼 어려운 화두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는 자기 PR시대`라는 유행어가 있을 만큼 현대사회에서 PR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PR은 공중관계(public relation)의 줄임말이다.최근 PR이 무엇이고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언론인 출신인 박진용씨가 쓴 `PR이론과 실무`. (한울아케데미, 510쪽, 2만8천원).저자는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뒤 대학에서 저널리즘, 홍보론 강의를 했다. 홍보론 강의의 결과물로 이 책을 출간했으며 그간 이와 관련한 4권의 책을 냈다.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PR에 대해 학문적 서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이처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PR 개론서를 내놨다. 책은 복잡하게 맞물리고 중첩된 PR을 단순화해 명료하게 보여줌으로써 초보자들도 쉽게 PR을 이해하고 각종 PR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얻을 수 있게 구성됐다. PR 개관을 시작으로 PR 이론, PR 관리는 물론 모든 PR 활동의 바탕이며 전략적 외연인 퍼블리시티도 다룬다.1장 PR의 개관에서는 PR의 역사, 개념, 체계, 분야, 윤리와 법제를 짚어본다. 2장과 3장에서는 이론을 담고 있는데 2장에서는 PR의 4 모델, 우수 이론 등 PR 이론을 정리하고, 3장에서는 PR의 본질적 속성인 설득을 따로 떼어 소개했다. 4~8장은 실무를 다루었다. 4장 PR 관리는 PR 실무 전반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5장 PR 기획에서는 문제 해결 또는 개선을 위한 PR 프로젝트를 상황 분석, 기획, 실행 및 관리로 나눠 기술했다.6장의 명성관리에서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 조직문화 관리, 이미지 및 정체성 관리, 마케팅 PR, 스포츠 PR, 유명인 PR 등을 정리했다. 7장 관계관리는 조직을 둘러싼 공중들과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우호적 관계 형성 문제를 다룬다. 8장 쟁점관리 및 위기관리에서는 예방 PR로서의 여론관리, 이해관계자 관리, 쟁점관리를 짚어본다. 9장 언론홍보에서는 PR 활동의 바탕이며 전략적 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 퍼블리시티를 다룬다. 10장 온라인 PR에서는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여타 분야에서의 온라인 PR과 퍼블리시티를 담았다.대구 출신인 박진용 저자는 매일신문 사회1부장과 경제부장, 중부본부장, 편집부국장을 역임했으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산학협력 파견교수)로 자리를 옮겨 저널리즘, 홍보론을 강의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5-08

외국인이 꼭 알아야할 한국문화

“한국의 시선으로 본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꼭 알아야 할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벤자맹 주아노 홍익대 불문학 교수는 20년 넘게 한국에 살며 우리 문화를 접해온 “한국인 아닌 한국인”이다. 주아노 교수의 주 전공은 문화인류학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병행해왔다.주아노 교수가 역시 10년 넘게 한국을 경험해온 화가 엘로디 도르낭 드 루빌과 함께 일러스트를 곁들인 한국문화에 관한 영문 가이드북 `Sketches of Korea: An Illustrated Guide to Korean Culture`를 펴냈다.210쪽의 압축된 분량이지만, 오랜 한국 생활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공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회와 문화, 예술, 전통, 정신 등 5개 영역에 걸쳐 각각의 문화적 요소들을 짧게 설명하고 그림을 덧붙였다.주아노 교수는 6일 종로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지하 서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의 한국 소개서들이 조선시대에 집중돼있어 고정된 자기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치우쳐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목욕탕이나 시장, 주거 문화 등 현대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책에선 `때밀이`와 `모텔`, `아파트`, `빌라`, `폭탄주` 등 한국인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문화 아이템들이 객관화한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소개된다.“문화는 상대적”이라는 저자의 소신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깃든 설명은 믿음이 가는 부분이다. 모텔 문화에 대한 소개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모텔=매매춘` 등의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았다.주아노 교수는 추후 이른바 `빨리빨리`와 청소년들의 늦은 학원 공부 등 한국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접근 대신 한국문화의 복잡성과 복합적인 면모를 알리는 저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5-05-08

신달자 시인 “엄마! 다음 세상엔 내 딸로 태어나”

“딸들이 다 성장하여 가정을 구성하고 살아갈 때쯤, 대개 엄마는 죽는다. 딸들이 진정으로 엄마를 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참으로 서러운 모순이지, 살았을 때 서로 윽박지르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증오까지 했던 엄마가 숨을 탁 거두면 그때부터 엄마의 인생이 진심으로 보이면서 딸들은 후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시인 신달자는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를 싫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억척스럽게 자식을 교육시키는 고집, 출세하지 못한 엄마의 한을 자식들이 풀어줬으면 하는 야망을 안은 엄마가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금, 신달자는 말한다. “엄마! 이 다음 세상에서는 내 딸로 태어나, 엄마! 그래서 엄마에게 하는 것보다는 백 배, 내 딸들에게 하는 만큼의 사랑을 주고 싶어, 엄마.”새 책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스타북스)는 신달자, 김남조, 유안진, 오세영, 이근배 등 시인을 비롯해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규형 전 주중대사, 김영환 의원 등 시를 써온 명사 등 모두 63명이 어머니에 관해 쓴 글을 엮은 에세이집이다.이들은 어머니의 인내와 헌신, 아낌없이 베푸는 마음과 배려, 삶의 지혜를 회상하며 추억이 담긴 글을 썼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직접 지은 시를 곁들였다.에세이집은 서울시인협회의 창립 기념으로 출판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에세이집에 특별 기고 형식으로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어머니는) 한번은 내가 밥 먹는 걸 보시고 말씀하셨다. `네 입에 밥 들어가니 참 좋다. 난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하지만, 남의 입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때는 동기간들을 생각하라는 말씀으로만 들었다. 지금은 이웃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새긴다.”책을 엮은 이만의 시인(전 환경부 장관)은 “이 책은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시인들의 개인적 신변담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절절하고 진실한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힘, 어머니의 가르침, 어머니의 향기를 알려드리는 글을 모은 책”이라고 소개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08

中, 도쿄재판 자료집 출간… 대일 역사공세 고삐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일본 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 관한 방대한 증거와 문건을 정리한 자료집을 출간했다.이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전 방위적인 `일제만행 알리기`의 일환으로서 대일 과거사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원동(극동) 국제군사법정 증거 문헌 집대성`이란 제목이 붙은 이 자료집은 일본어판으로 된 50권과 중국어판으로 된 3권짜리 `색인 ·부록`으로 구성됐다.상하이(上海) 교통대학 출판사와 도쿄재판 연구센터, 국가도서관 출판사가 공동으로 발간했다.이 자료집에는 도쿄재판 과정에서 군사법원이 채택한 문서 3천915건(3만여쪽)과 당시 적십자회 회원들의 보고서, 관련 인물 일기, 편지, 개인자료 등이 담겨 있다.이 가운데 미군이 확보했던 일본 정부의 기밀문서도 담겨 있다.도쿄재판은 1946년 5월부터 1948년 11월까지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소련(러시아), 인도 등 11개국이 유엔을 대표해 원고로 참여한 군사재판으로, 사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인 전범 25명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통신은 도쿄재판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법원 증거물이 정리돼 출판된 것이라면서 매우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통신은 “이 자료집의 출판은 만주사변, 노구교(溝橋) 사건, 난징(南京)대학살 등 일본이 저지른 수많은 죄행의 증거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일본 우익이 침략 범죄와 난징대학살 등 중국에 저지른 죄행을 부인하는 데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반박이 될 것”이라며 대일 역사공세의 취지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이 자료집은 이달 중 미국에서 열리는 도서전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다.중국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행보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 `과거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2015-05-08

방민호 서울대 교수 첫 소설집 발간

▲ 방민호 교수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방민호(50)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첫 소설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사진·작가세계)이 출간됐다.방 교수는 1994년 창비신인평론상, 2001년 `옥탑방` 등의 시로 월간문예지 현대시의 신인추천작품상을 각각 수상한 뒤 비평활동과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비평과 시 창작 외에도 소설을 많이 썼다. 지난 1월에는 첫 장편소설`연인 심청`을 펴내기도 했다.그런 전방위적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집은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중층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힘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우승열패의 경쟁 원리는 여전히 타당한가에 대한 고전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방 교수 작품의 특징은 우리 시대의 세태와 풍속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근원적인 물음을 묻는다는 것.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복합적인 삶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중후한 주제들로 가득차 있다.이 소설집에서 방 교수는 인간들에 대한 인식에 있어 때로는 짙은 비관으로, 혹은 가벼운 웃음기와 풍자로, 그리고 접사(接寫) 기법을 방불케 하는 예리한 기록으로 변주하고 있다.표제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은 한국사회와 문학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점유해 온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 방식을 재질문하고 있다.다른 단편 `번뇌무량`도 살아남기 위해 짓밟고 배신해야 하는 한국사회의 욕망의 메커니즘을 성찰하게 하는 소설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남염부주지`의 내용을 소설 속에 삽입했다.소설집의 여러 인물은 이야기의 흥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미스터리 기법으로 등장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신문 신춘문예 낙선자의 행방을 찾는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통해 생존경쟁, 우승열패의 현대적 운영 원리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윤혜영은 죽지 않았다`는 남북작가회담에 기자로 참석해 윤혜영이라는 북한 가수의 사연을 취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인권 현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이와 함께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유령`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교수 주인공의 사생활을 들추어내는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의 의미와 보이지 않는 정치적 억압이라는 문제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서쪽으로 더 서쪽으로`는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대생이 진도 팽목항을 찾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지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유체계의 가능성을 그린 것이다.이 밖에도 `짜장면이 맞다`는 2011년 8월 21일 국립 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개정으로 표준어 대열에 들어선 `짜장면`이라는 어휘를 중심으로 표준어와 사투리의 위계 문제를 매개로 삼아 권위주의에 대한 재질문과 재비판을 보여준다.한편, 방민호 교수는 2009년부터 본지 고정 칼럼진, 2012년부터 독자권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5-04

대지진, 나에게 닥칠 수 있다

발생 닷새째인 지난 29일 현재 최소 5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대지진. 땅을 뒤흔든 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네팔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지진의 역사와 이에 맞선 인간의 투쟁을 그린 책이 나왔다.영국 `타임스`의 편집자이자 기자 출신인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던 대지진의 역사를 통해 지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돌아본다.1923년 9월 1일 낮 일본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橫濱)에서 4~5분가량의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지진이 발생했다. 곧이어 쓰나미가 도시를 덮쳤고 9월 3일 아침까지 14만여명이 사망했다.2010년 아이티의 수도 포트로프랭스에서는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도시 대부분이 사라졌고, 중국 탕산(唐山)에서도 규모 7.5의 지진으로 사망자 수조차 제대로 헤아릴 수 없는(25만~75만명 추정)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인간은 지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지진이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이후 종교재판이 열렸고 생존자를 이단으로 몰아 화형에 처했다. 일본에서는 지진을 육지 아래 진흙 속에 사는 거대한 메기가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봤다. 지금도 일본 기상청의 지진 초기 경보 로고 등에서 메기 그림이 쓰인다.이후 과학의 발전 속에서 지진을 예측하고 사전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저자는 “지진을 예측한다는 것은 유혹적인 신기루와 같다”고 말한다. 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언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건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그러면서 지구 어디든 지진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다고 경고한다.반니. 288쪽. 1만5천원./연합뉴스

2015-05-01

옛 선현들이 전하는 메시지

고전에서 길을 찾는다. 한 치 앞도 짐작하기 힘든 불확실의 시대에, 우리보다 몇백 년 앞서 살았던 옛 선현들의 지혜를 빌리면 세상을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박수밀 문학박사가 옛 지식인들의 지혜를 모은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을 펴냈다. 샘터, 234쪽, 1만3천원이 책은 정약용, 이순신 등 선현이나 이들을 키운 부모, 스승의 올곧은 삶과 이들의 삶을 지탱했던 `좌우명`을 묶었다. 저자가 월간 `샘터`에 3년간 연재한 44편의 좌우명이 담겼다.흔히 공부벌레란 공부밖에 모르고 세상물정에만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공부는 삶 그 자체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공부의 대상은 문자로 된 책이나 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아침저녁으로 눈과 귀로 접하는 해와 달, 바람과 구름, 새와 짐승의 변화하는 모습에서부터 손님과 하인이 주고받는 자질구레한 말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공부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위백규는 열 살 무렵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남을 보기보다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기보다 나 자신에게 들으리라`란 글을 벽에 써붙였다.왜구였다가 귀화해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속에서 살았던 김충선은 자식에게 `남이 해치려 해도 맞서지 말고 남이 비방해도 묵묵히 참아라`란 말을 남겼다.마음만 먹으면 쉽게 입신출세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반대의 길을 택한 허균은 `그대는 그대의 법을 따르라.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혼자 즐겁기보다는 더불어 즐거운 길을 지향했던 박지원은 `온 세상과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혼자 즐기면 부족하다`란 좌우명을 세웠다.`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의 명언부터 `높은 사람 되기는 쉬워도 좋은 사람 되기는 어렵다`는 조선 후기 문신 이재 어머니의 참된 자식 사랑이 느껴지는 말까지 우리 선조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지금도 큰 울림을 준다.저자는 “옛사람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좌우명을 붙들고 삶을 지켜나갔듯이, 독자들도 그 한마디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01

영조는 노쇠한 조선을 어떻게 재건했을까

조선의 제21대 국왕 영조가 즉위할 당시의 조선은 이미 330여 년이나 된 노쇠했고 당쟁으로 사분오열된 왕조였다. 그런 조선왕조의 국왕 자리에 오른 영조는 장장 52년 동안 재위하며 무수한 개혁을 성취해냈다. 영조는 왕비의 아들도 아니었고 제대로 후계 교육도 받지 못한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정치안정과 제도개혁을 성취하기 위해 무수한 난관을 극복해냈다.영조는 어떻게 그 난관들을 극복했고 또 어떻게 정치안정과 제도개혁을 성취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영조의 삶과 통치이념과 정치관을 보여주는 2권의 책을 발간했다.`영조의 통치이념과 개혁`(신명호 지음, 216쪽)과 `영조 대의 양역정책과 균역법`(정연식 지음, 204쪽).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각 1만2천원.`영조의 통치이념과 개혁`은 왕비의 아들도 아니고 제대로 된 후계 교육도 받지 못한 영조가 어떻게 장애를 극복하면서 정치안정과 제도개혁을 이뤘는지 살핀다.특히 영조가 개혁의 기초이론으로 삼았던 효, 경, 근, 검, 공, 서의 여섯 가지 원칙과 통치이념 3대 원칙 `계붕당`(戒朋黨·붕당을 경계한다), `계사치`(戒奢侈·사치를 경제한다), `계숭음`(戒崇飮·음주를 경계한다)이 그의 치세 52년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조명한다.영조의 개혁은 이러한 원칙과 통치이념이 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조의 개혁을 다룬 이 책은 영조의 현실인식과 통치이념, 왕실의례개혁, 통치제도개혁 세 가지로 크게 구성된다. 18세기 조선은 왕조 사회였기에 왕실 문제와 통치 문제가 당대 현실 문제의 핵심이었고, 그 현실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가 영조의 개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로서 영조의 삶과 학습 및 통치이념을 살펴봄으로써 영조 통치의 배경은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영조 대의 양역정책과 균역법`은 영조가 자신의 대표적 정책인 `균역법`을 신하들의 거센 반대를 뚫고 결국 시행하는 과정을 쫓는다.균역법은 영조 치세 전반기 백성을 가장 힘들게 했던 `양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세법이다.양역은 조선시대 국가가 요구하는 노동력을 징발하고자 16~60세 양인에게 부과하던 각종 신역(身役)을 말한다. 처음에는 징발 대상자가 직접 부역하도록 했으나 점차 베(布)나 곡식으로 대신하게 됐다.영조는 양역의 성격이 변질되고 심지어 농민경제를 파탄시킬 지경에 이르자 이를 개혁하기 위해 균역청을 설치하고 양인에게 부과되는 군액을 줄이는 균역법을 시행했다.이 두 권의 책은 최장기간 조선을 통치했던 영조의 삶과 통치이념, 대표적 정책을 통해 그가 어떻게 애민(愛民) 정신을 끈질기게 실현했는지 보여준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01

`45년 외길` 老기자의 삶 오롯

신문과 함께 언론 외길 45년을 걸어온 경북도민일보 김호수사진 편집국장이 칼럼집 `마지막 편집국장`을 펴냈다. 김국장은 24일 UA컨벤션 6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지역민들에게 책을 소개한다.이 책은 1~4부로 엮어졌다. 제1부는 `화사한 봄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 제2부는 `한국은 정의사회인가`, 제3부는 `포항, 포스코, 한국경제의 견인차`, 제4부는 `마지막 편집국장`이란 주제로 구성됐다.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마주한 현안들에 대한 통찰이 다양한 글 속에 오롯이 녹아 있다.1부에는 사람냄새 가득한 글들이 모여 있다. 특히 통영을 여행하며 느낀 점을 쓴 글인 `화사한 봄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는 큰 울림을 준다.“자연은 아름답다. 그리고 정직하다. 대부분 사람보다 그렇다. 그러나 그래도 사랑이 자연보다 아름답다. 자연을 닮은 사람만이 그렇다. 봄의 향취! 화사한 봄꽃보다 맛깔진 음식보다 사람이 아름다웠다”(45쪽)2부 `한국은 정의사회인가`에서는 시대적 현안들에 대한 그의 시각이 담긴 글들이 가득하다.3부 `포항, 포스코, 한국경제의 견인차`에서는 `한강의 기적` 또는 `영일만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포스코의 성장과 그 성장을 이끌었던 청암 박태준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4부 `마지막 편집국장`에는 향토애 넘치는 글이 가득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후배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는다.그는 칼럼집 후기에서 `발로 뛰고 두 눈으로 확인하고, 두 귀로 듣고 구겨진 원고지에 불편을 휘갈기며 독자들에게 현장을 전할 때`의 희열, 그 뜨거운 심장을 기억하라`고 섰다. 이병석 국회의원은 추천의 글에서 `저자에게는 아날로그의 체취가 남아 있다. 그의 글에는 저잣거리의 왁자지껄 소리가 가득하다`고 썼다.박명재 국회의원은 `그는 처음과 중간, 끝에 변함이 없다, 그의 시작이 `기자`였고, 과정도 `기자`고 지금도 그는 천상 `기자`이다`고 적었다.김호수. 한강출판사. 1만8000원./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4-24

“그날의 화는 하루 넘기지 마라”

근엄한 종교지도들의 수다가 책으로 나왔다. 신부님과 목사님, 스님이 출연하는 tvN의 토크쇼 `오마이갓`을 재구성한 `신들의 수다1`이 발간됐다.국커뮤니케이션, 인명진 홍창진 마가 고성국 지음, 392쪽, 1만8천원 이 프로그램은 목사, 신부, 스님이 함께 각종 사회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한 `수다`를 통해 풀어나간다. 40분의 방송을 위해서 10배 이상의 촬영을 한다. 주제와 관련해 더 나올만한 이야기가 없을 때까지 진 빠지게 종교인들은 수다를 떤다.이 프로그램을 재구성한 이 책은 방송에 나가지 못한 종교인들의 진땀과 적나라한 이야기들로 꽉 차있다.목사님과 신부님, 스님의 포장되지 않은 속내가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지극히 종교적인 책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책이다. 평생 성역 속에서 세상의 더러움이나 어려움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책임질 이유도 없어 보이는 종교인들이 권위와 체면 따위는 과감하게 벗어 버리고 세상 사람들을 위해 수다를 떤다.`그날의 화는 하루를 넘기지 말고 풀어라`는 조언에서 `부모가 자식에 대한 책임을 그만두어야 사회가 달라진다`는 책망 섞인 당부, 성(性)과 외모에 대한 신랄한 담화,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처하는 현실적이고도 지혜로는 자세, 세상을 밝게 하는데 부족했다는 종교인들의 자성과 다짐, 인생 2막을 맞이하는 중장년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격려, 애정이 담겨있다.이 책은 종교인들의 수다를 통해 본 우리 사회의 현재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이 책은 종교를 고리타분하고 지겨운 읊조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신앙을 무조건적인 순종과 기복으로만 아는 사람들에게 `사람을 위한 종교`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4-24

지도로 본 한반도 역사 이야기

역사 이래 국가간의 분쟁은 대부분 영유권 다툼으로 시작된다.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간 영유권 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치밀하게 지도를 제작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지도가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한일간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지도가 제시된다. 국가간 전쟁을 위해 미리 비밀리에 지도를 제작한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기 위해 지도를 제작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동안 한국의 육지와 바다 지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탈해 갔다. 일제때 만들어진 우리나라 연안 해도는 최근까지 연안을 항해하는 우리 선박들이 이용할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됐다. 이렇게 제작된 해도는 일본이 한일어업협정을 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했다.이처럼 지도는 중요한 역사 자료인 것이다. 지도를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이야기한 책이 나왔다.미국의 저명한 지리학자 중 한 명인 존 레니 쇼트가 `지도 밖으로 꺼낸 한국사`를 펴냈다. 서해문집, 272쪽, 1만3천900원 이 책은 지도라는 특별한 주제를 통해 한국 역사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과거 한국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지도에 반영되었는지를 다양한 도판을 활용해 보여 준다.책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되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지도를 통해 일관되게 풀이한다. 동시에 단순히 한국 역사 안에서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서양의 지도와 그 제작법의 역사를 대비시키고, 세계사의 흐름 가운데 한국의 위치가 어디쯤이었는지를 살핌으로써 한국 역사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저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1993년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 학자들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한국의 지도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한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4-24

역사왜곡 日정부에 `유쾌한 역공`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편치않다. 임진왜란에 이은 한일합방으로 이어진 일본의 침략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를 침략해 무고한 인명을 무자비하게 살상했던 간악하고 잔인한 민족으로 각인돼 있다. 그런 일본이 역사적 과오를 사과하고 서로 손을 잡고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길 기대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는 오히려 과거사를 왜곡하고 평화헌법을 개정,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엄연한 우리 땅인 독도를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등 한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이런 일본을 속시원하게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 외무부 관료 출신이며, 변호사인 정상익 홍익대 법대 교수가 출간한 `일본의 꼼수 올라서는 한국`(오래, 386쪽, 1만4천원)정 교수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며 역사 왜곡을 시도하는 일본 정부의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비판했다. 자유분방한 에세이 형식으로 쓴 이 책은 `얄미운 사람의 뺨을 한데 갈려 준 것같이 속이 시원하다.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역사속 한국인들의 창의적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은 학술적 논증이라기보다는 풍자적 조소에 가깝다.그는 책 속에서 지금까지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으로만 알고 평화조약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조약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일본식대로 평화조약을 해석하면 지금의 일본은 완전히 붕괴하고 만다고 지적했다.일본 측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주요 근거로 삼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내용에 대한 해석과 접근을 역으로 뒤집었다. 조문 내에 독도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독도는 일본령이라는 일본측의 논리 전개에 따를 경우 일본 영토에서 육지와 영해를 제외한 섬과 영공은 무주지가 된다는 주장이다. 평화조약의 제1조 b항에 언급한 연합국의 일본 주권 관련 조항이 섬과 영공은 언급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했다. 이는 일본 측이 조약 내에서 명시적인 독도 언급이 없다는 점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으려 한 논리를 활용한 `유쾌한` 역공이다.그는 이어 “일본은 그 많은 서양국가도 아니고 단 1개의 동양국가일 뿐이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배울 것도 없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하여 보았자 기껏해야 일본일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은 보편성을 가진 국가도 아니고 보편성을 가진 문화도 아니다. 비록 우리가 일본보다 영토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일본보다 더 우수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창의력이고 한국정신이다”고 강조했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4-17

가슴 열어 밝은 달을 띄우다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주지인 정념사진 스님이 내년 1월 주지 3만기(총 12년) 만료를 앞두고 첫 책을 출간했다.`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는 스님이 2004년 월정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법문한 내용을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책에는 정념 스님의 법문과 함께 오대산과 월정사의 풍광을 담은 사진 300여 장이 실렸다.정념 스님은 15일 사간동 화쟁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항상 밖으로만 지향하기 때문에 세상의 갈등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라며 “자신을 잘 반추해서 마음이 열려야 세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불교의 가르침은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가슴이 청량하게 열려야만 하는 것이지요. 가슴이 열리는 것을 `명월흉금`(明月胸襟)이라고 합니다. `가슴을 열어서 밝은 달을 띄운다`는 의미입니다”정념 스님은 조계종의 `히트상품 제조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월정사 주지 취임 첫해인 2004년 시작한 단기출가학교는 지금까지 3천 명의 수료자를 배출하면서 조계종의 대표적인 수행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단기출가학교는 한 달간 스님과 똑같이 생활하며 출가수행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이곳을 거쳐 실제 출가에 이른 이도 150명에 이른다.스님은 이와 함께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올라가는 옛길인 선재길을 복원하고 오대산 숲길 걷기 같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했으며, 지금은 월정사 입구 6만 평의 부지에 `명상마을`을 조성하고 있다.정념 스님은 “월정사 주지로 취임하면서 그동안 정태적 모습을 보여왔던 산중 불교가 지쳐 있는 도시인을 재충전시키고 치유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숲길 걷기 대회, 단기 출가 학교 등을 기획해왔다”며 명상 마을도 이런 취지에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명상마을은 6만 평 부지에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오는 9월께 착공에 들어가 2017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올림픽에 맞춰 이곳에서 세계명상포럼을 개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정념 스님은 “유럽 사례를 보더라도 성전 중심의 문화는 퇴락할 수밖에 없다”며 “좋은 숲과 환경을 보존한 불교가 도시인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 재충전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불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념 스님은 명상마을을 통해 “육체적 노동이 사라진 도시 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명상을 중심으로 하되 몸을 함께 움직이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발굴해 체계화하고, 불교뿐 아니라 요가와 같은 다른 종교의 수행법도 수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스님의 복안이다. /연합뉴스

2015-04-17

용비어천가 진면목 제대로 느끼세요

월인천강지곡과 함께 훈민정음으로 지어진 가장 오래된 시가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쉽게 풀이한 대역본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용비어천가 원문과 번역문을 한눈에 대조해 살필 수 있는 대역본 `역주 용비어천가`를 출간했다. 역주는 박창희 전 한국외대 한국사 전공 교수가 했다. 상·하 2권으로 분책한 이번 신국판 역주본 분량은 각각 780쪽과 924쪽.`용비어천가`는 조선 선조 6대의 업적을 중국 역대 제왕에 비교해 칭송하며 조선의 건국과 통치가 하늘의 뜻임을 역설하는 대서사시이다. 한글을 창제한 조선 세종의 명에 따라 정인지·권제·안지 등이 1445년에 125장의 한글 악장을 짓고 한시를 덧붙여 그 뜻을 해석했으며, 역사적인 내용을 담은 주해를 포함한 10권의 책이 1447년에 완성됐다.많은 사람들이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고…`라는 2절에 나오는 노래 정도만 알고 있다. 완역을 표방한 번역이 딱 한 번 있었지만 번역만 있고 설명은 없으며, 그나마 오역이 너무 많다는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렸다.이런 상황 속에서 나온 `역주 용비어천가`는 원문과 번역문을 한눈에 대조하며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됐고, 본문과 주석의 내용을 분리해 주석을 읽는 번거로움 때문에 본문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재편집했다.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번 대역본 발간을 통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지 않은 용비어천가의 진면목이 제대로 전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정철화기자

2015-04-17

세월호가 던진 뼈아픈 물음의 답은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은 참담하고 비참한 현장을 목격하며 큰 충격에 빠졌다. 승선객 476명 중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해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날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철학자 이충진 한성대 교양교육원 교수가 세월호 참사를 다시 성찰해보는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란 책을 냈다. 이학사, 165쪽, 9천원 이 교수는 세월호가 1980년 광주 이후 가장 중요한 시대적 사건이라고 단언하며, 세월호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철학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이 책은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뼈아픈 물음들에 답해보고자 하는 철학적 시도이다. 그는 세월호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삶의 불합리함과 비윤리성, 세월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 세월호 전후의 우리 사회의 단면, `세월호 이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라는 물음까지 우리가 반드시 숙고하고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할 문제들을 철학의 눈으로 성찰한다.이 책은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에게 중요하게 떠오른 몇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장에서는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2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신자유주의, 3장에서는 세월호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위를 중심으로 합리적 행위와 윤리, 4장에서는 세월호 이후에 두드러진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폭로한다. 그리고 5장에서는 칸트의 눈을 빌려 세월호를 둘러싼 문제를 돌아보고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그는 첫 마디부터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냐`고 외친다. 그는 책에서 304명의 목숨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해경을 보면서, 사람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업체를 방치하는 정부를 보면서, 죽음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을 외면하는 청와대와 국회를 보면서 이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는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국가임을 폭로했다. 세월호 `옆`의 국가는 무력했고 세월호 `앞`의 국가는 부자유와 불평등의 원천이었으며 세월호 `뒤`의 국가는 무심했다”고 지적했다.또 근대국가는 국민의 보호기관이라는 `홉스의 국가`도, 국민의 자연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루소의 국가`도 4월 16일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세월호 침몰 이후 수없이 직면해야 했다는 야만성의 한국사회에 정녕 희망은 없는가. 저자는 이름 없는 다수에게서 희망을 본다.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회, 자유·평등·연대라는 근대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 인간 친화적인 공동체, 그곳을 향한 그들의 노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특히 기록 만들기와 수집하기 등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한국사회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교수는 `외면`이 아닌 `대면`으로, `망각`이 아닌 `기억`으로 `세월호의 이후`를 만들자고 간곡히 호소한다. `지금 여기`의 철학에 대해 질문하는 게 과제 해결의 출발점이며 세월호 이후를 우리의 건강한 미래로 만들 때 비로소 세월호 슬픔을 진정성 있는 슬픔으로 보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