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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보다 남 먼저 생각하는 마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답니다”

칠곡 매원초등학교장인 조영미 시인이 동시집을 발간해 학교에 기증했다. 조영미 시인은 지난달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시를 모아 두 번째 동시집 `식구가 늘었어요`청개구리출판사, 129쪽, 9천500원를 출간, 지난 5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조 시인은 겨울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밝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바란다며 본교에 자신의 동시집 100부를 기증했다.조 시인은 “본교 학생들이 이 동시집을 읽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며 특히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조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1995년 첫 동시집 `숲속의 음악여행`을 발간한 이후 20여년 만에 발간한 두 번째 동시집이다.이 시집은 모두 4부(우리 학교인사법, 식구가 늘어었어요, 숲속에 가면, 용감한 풀씨)로 구성돼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들은 물론이고,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쉬우면서도 조곤조곤 말을 하듯 풀어내고 있다.조 시인의 시는 쉽고 따뜻하다. 누가 읽어도 가슴에 남을 시 한 편을 건져 올릴 수 있게 한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시가 갖는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동시집은 국어 동시 교수·학습지도에 좋은 자료가 돼 학생들의 시 지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갖게 해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의 인성지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노원호 시인은 추천사에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들은 물론이고 시인이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로 건져 올렸다. 그것도 어렵게 나타낸 것이 아니라 쉬우면서도 조곤조곤한 말을 하듯 풀어내고 있어 시를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 진다. 나보다 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동시집의 시들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하고 고운 빛을 안겨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조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나 한국교원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아동문예` 신인상, 199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2년 `문예운동` 시 부분 신인상을 수상했다. 35년여 동안 초등학교 교사와 장학사, 교육연구사, 교감을 거쳐 현재 매원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며 한국문인협회구미지회장을 역임했다./정철화기자

2014-12-12

렌즈로 담아낸 포항 어촌의 일상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 인간의 삶이란 것을 몸소 느꼈다. 삶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크나큰 영광이었다”포항의 중견 사진작가인 석경 김재동70·사진 선생이 38년 사진작가로서의 작품집을 연달아 발간해 화제다.첫번째 사진집은 1977년부터 2000년까지 포항 곳곳에서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A LIFE BEYOND THE SEA`란 첫번째의 사진집에는 포항의 해변가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담은 사진 223점이 수록돼 있다.동빈내항, 송도해수욕장, 환여동, 구룡포, 영덕 강구항 등 지역별 포항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담았으며, 농촌의 삶과 일제시대 철도유적 등 역사성 있는 당시의 모습을 촬영했다.그는 80년대 구룡포를 떠올리며 “해녀들은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해서 갈등이 심했다. 숨어서 찍다가 돌멩이가 날아오곤 했다. 카메라 파인드 뚜껑을 떼고 사진을 안찍는 것처럼 해서 찍었다. 이래저래 찍다보니 해녀들과 친해졌다”고 당시를 술회했다.석경은 이어 최근에는 `THE TRACE OF LIFE`란 제목의 두번째 사진집을 냈다.주제별 테마로 엮어서 이야기 형식으로 편집된 2집에는 송도해수욕장, 형산강 하류, 동빈내항, 해조류와 미역, 고등어, 명태, 갈매기와 어선들, 농촌, 독, 옹기, 기와공장, 불교, 시골아이들, 가족 등을 테마로 잡고 있다.석경 선생은 “세월은 백년, 천년 끝없이 흘러 사라지지만 사진이 담고 있는 그 시대 인간의 진실된 삶의 희로애락은 영원이 남아 있다”며 “흔적은 위대한 창조의 그림자이며 인간의 거울이다”고 소감을 밝혔다.석경 선생은 포항시 중앙동에서 태어나 경북도 및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 전국사진공모전 심사위원, 경북도 사진대전 운영위원, 한국사진작가협회 포항지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2014-12-05

유럽연합 최강국 만든 독일 교육, 비결 뭘까

유럽연합의 최강자로 성장하고 있는 독일의 교육을 집중 분석하는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한국성인교육학회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이사인 박성희 박사는 최근 펴낸 `독일 교육, 왜 강한가?`(살림터)란 책에서 의무교육 제도와 학교 교육, 기숙형 학교, 직업교육,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을 독일 교육의 강점으로 꼽는다.독일 교육은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적 특성에 맞게 발전하도록 지원하면서도 국가적 정체성을 지닌 시민 양성을 위해 사회통합을 중시한다. 교육복지 개념을 정립해 모든 어린이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대학은 취업이 아니라 인재 양성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국가는 시민 모두에게 평생 동안 직업교육과 정치 교육, 각종 연수를 제공함으로써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한 교육 기회 보장에 주력한다.천연자원이 적어 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를 구축한 독일은 다양한 전문가 양성에 힘쓰면서 산업과 학교, 연방정부의 상호 협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워간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회민주주의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더불어 살기`를 배운다.목학수 부산대 교수도 `공학자의 눈으로 본 독일 대학과 문화`에서 독일 교육을 들여다본다. 유학과 연구년, 출장 등을 통해 오랫동안 관찰한 독일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핀다. 독일의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예술과 자동차 문화에 이르기까지 독일 사회를 구석구석 소개했다.600년 역사를 지닌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항구와 더불어 무역으로 발전한 함부르크 대학교,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베를린 공과대학교, 바그너로 유명한 바이로이트 대학교,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등을 돌아본다.저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사회 요구에 충실히 답하며 아무리 작은 것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원인과 결과를 모두 중시하는 독일 대학의 모습이 지금의 독일을 만든 진정한 힘”이라고 결론짓는다. /연합뉴스

2014-12-05

G2반열 오른 중국 역사·현실 조망

한반도는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넓은 국토와 세계 인구 1위를 엄청난 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어느새 G2반열에 오르며 미국과 대등한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강국이 됐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다녀오는 해외관광지이자 한류열풍을 타고 중국인들이 대거 한국에 몰려드는 등 국민들간 왕래도 활발하다. 더욱 한중FTA가 타결되면서 양국은 더욱 가까워졌다.거대 국가 중국의 역사와 현실을 조명하는 책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대만 타이베이와 중국 베이징에서 언론사 특파원을 역임한 유광종씨가 펴낸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책밭, 462쪽, 2만원).중국은 55개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이다. 아주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현재의 국가를 구성하고 있다. 중국의 초기 구성에서부터 역사과정을 거쳐 G2반열에 올라선 현대의 중국을 담았다. 다양성과 함께 강력한 통일적 틀을 함께 갖추고 있는 중국에 대해 `두려움의 시선`으로 봐야한다는게 이 책의 결론이다.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18개 성(省)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2개 직할시의 각각 다른 기질과 문화를 살핀다.중국은 민족 구성이 다양하고 여러 이질적인 요소가 한 데 뭉쳐 있는 만큼 어느 한 지역만 가지고는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살필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각 지역이 배출한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역사, 인문, 지리적 이야기를 풀어낸다.중국은 장강(長江)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책은 중국 남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북부 중국과는 아주 달랐던 장강 이남의 민족적 구성과 문화적 토대를 차분하게 살핀다. 쓰찬은 덩사요핑과 시인 이백, 장시에서는 전원파 문인의 태두 도연명을 통해 그곳의 지리와 인문을 설명한다.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은 예로부터 `상관을 모시며 책략을 꾸미고 자금줄을 관리하며 대외교섭을 주도하는` 책사(策士)의 고향으로 불린다. 마오쩌둥(毛澤東)을 보필하며 문화혁명기 혼란 상황을 관리하고 미국과의 교섭에서 큰 능력을 발휘하는 등 막후 전략가로 평가받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는 사오싱의 책사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인물이다.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廣東)성은 황제나 중앙정부의 권력이 미치기에는 매우 먼 `산고황제원`(山高皇帝遠: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지역으로, 역사적으로 중앙 정부의 정책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으며 반란이 일어난 지역이었다.태평천국의 난을 이끌었던 홍수전(洪秀全)과 양수청(楊秀淸) 모두 광둥 출신이며, 신해혁명으로 왕조를 뒤엎고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孫文) 역시 광둥성 출신이다.중국 북부지역을 보는 눈도 기존의 시각, 적어도 중국인이 주장했던 황하문명 일색의 논리와는 다르다. 만리장성 이북의 오랑캐 유목민족이 중원에 정착하는 과정, 청나라를 세워 중국의 판도만들기에 이바지한 만주족의 실체 등을 다룬다./정철화기자

2014-12-05

`사재기 파동`에 절판된 `여울물 소리` 재출간

지난해 `사재기` 파동과 절판 소동을 빚었던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황석영 소설가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가 다시 출간됐다. 작가는 초판본(2012)의 오류를 바로잡고, 1년여에 걸친 치열한 퇴고를 통해 한결 정갈한 작품으로 `여울물 소리`를 재탄생시켰다.황석영은 2012년 등단 50년을 기념해 발표한 `여울물 소리`가 출판사의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자 지난해 이 소설을 절판시켰다.`여울물 소리`는 임오군란, 동학혁명, 청일전쟁, 갑오개혁 등이 이어지는 격동의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이야기꾼이자 혁명가인 주인공의 삶을 작가 특유의 입담과 힘있는 필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이 소설은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현장으로 기록될 동학혁명과 천도교(소설 속 `천지도`)를 주소재로 한 작품이 동학혁명 120주년에 맞춰 재출간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1894년 사회적으로 고착된 부패와 외세의 내정간섭에 맞서 들불같이 타오른 혁명의 현장을 배경으로 작가는 피폐해진 민중의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황석영 작가 특유의 이야기 솜씨는 두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 혁명의 좌절과 희망, 당시 질박한 민중들의 삶을 아우르며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은 물론 답답한 오늘의 현실을 견디고 헤쳐나갈 지혜를 얻게 한다. 특별히 이 `여울물 소리`는 6개월간 오디오북을 무료 서비스하는 `더책 특별판`으로 출간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작가는 책머리에서 “일정에 쫓기며 연재한 당시의 원고들을 그대로 냈던지라 초판에서 잡아내지 못했던 오자도 찾아내고 문맥이 흐트러진 부분도 바로잡으면서, 군더더기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들어내고 나니 한결 깔끔하고 가뿐해 보인다”고 썼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28

`침팬지 대모` 제인 구달이 쓴 식물이야기 “식물 없으면 인간도 없다”

“식물이 없으면 침팬지도 없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이 별의 불모지,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의 울창한 숲에 관한 이야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면 침팬지는 결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신간 `희망의 씨앗`은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영국 출신 제인 구달사진 박사가 쓴 식물 이야기다.세계적인 침팬지 전문가인 그가 식물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하자 “제인 구달이 식물에 대한 책을 썼다고? 설마 아니겠지”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침팬지 사랑의 출발점은 식물이었다. 전쟁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어린 시절 그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줬던 것은 정원에 활짝 핀 꽃과 나무였다.“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아버지는 히틀러와 나치라는 재앙에 맞서 조국을 위해 참전했다. (중략) 우리는 돈이 거의 없었다. 전시 식량 배급이 실시되었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잘 자란 나무 여러 그루와 이끼로 뒤덮인 잔디가 깔린 커다란 정원이 있었다.”구달 박사는 이 책에서 식물 사이의 의사소통이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또 식물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이로운 식물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네팔에서 직접 본 보리수나무와 벵갈고무나무의 `나무 결혼식`, 식물 사냥꾼 이야기, 식물의 씨앗, 밀, 감자, 옥수수 등 식량 작물,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숲을 구하는 환경 운동에 이르기까지 `침팬지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는 다채롭고 폭넓다.“우리가 식물에게 지고 있는 막대한 빚을 인정하고 그들 세계의 아름다움과 신비, 복잡성을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그는 식물을 `동반자`로 존중해달라고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홍승효·장현주 옮김.

2014-11-28

굴곡 많은 정약용 한평생 조망

다산의 현손(玄孫) 정규영(丁奎英)이 다산 사후 85년이 지난 1921년에 편찬한 다산의 일대기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가 `다산의 한평생 : 사암선생연보`라는 제목으로 완역 출간됐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귀양에서 돌아온 뒤 회갑을 맞은 1822년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라는 책을 썼다. 그간 자신의 삶을 돌아본 일종의 연보였다. 그동안 다산의 `자찬묘지명`이 `연보`를 대신해왔으나 이는 그가 환갑 때 작성한 것이어서 서거할 때까지 15년간의 행적은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이 공백은 1921년에 이르러서야 채워진다. 다산의 고손자 정규영이 다산의 가계와 행적을 연월 순으로 기록하고 대표 저술의 주제와 서문을 수록한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를 편찬하면서 정약용의 `공식 연보`가 비로소 완성됐다.다산이 환갑 때 작성한 `자찬묘지명`에는 실려 있지 않은 환갑 이후 15년간의 행적까지 담은 다산 가문의 공식 연보인 셈이다.정규영은 다산이 남긴 저술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다산의 생애를 두고 “육경사서(六經史書)의 학에 있어서 `주역`은 다섯 번 원고를 바꾸었고 그 나머지 구경(九經)도 두세 번씩 원고를 바꿨다”고 썼을 만큼 저술에 전념한 측면을 강조했다.다산이 남긴 대표 저술의 서문이 거의 수록돼 있어 연보만으로도 다산의 학문 전반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출생부터 서거할 때까지 다산의 가계와 행적도 충실히 기록됐다. 18세기 말~19세기 초 정치적 상황, 다산의 관직생활과 인간관계, 유배 전후 상황, 인간적 면모, 만년의 집필활동 등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역사적 사실들을 제공한다.이 책은 사상가이자 시인인 다산 정약용의 굴곡 많은 한평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또한 방대한 다산 저술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산사상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초상화특히 이 책은 다산 저술과 사상의 흐름을 꿰뚫는 사료적 가치가 풍성한 연보로, 지극한 도(道)를 추구하는 다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다산 입문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사암선생연보`는 과거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간행한 `국역 목민심서`, 한문학자이자 다산 전문가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다산시 연구`에 부록으로 실려 소개된 바 있다.송 교수는 자신의 `다산시 연구`본을 토대로 오역을 바로잡고 역주를 보완해 `다산의 한평생: 사암선생연보`라는 별도 책으로 다시 펴냈다. 과거 연보가 실린 `다산시 연구`도 개정증보판으로 함께 출간됐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28

세상 밖으로 나온 돌문어

포항지역에서 다년간 동인 활동을 펼쳐온 아마추어 작가들이 첫 동화집을 출간해 화제다.포항지역 주부와 교사로 구성된 `햇살동화동인회`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7년전부터 매달 모임을 가지면서 동화 창작에 대해 공부를 해오고 있다.햇살동화동인회는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작품들을 엄선해 최근 서울의 유명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호미곶 돌문어`라는 단편집을 처음으로 출간했다.이 동화집은 지도선생인 김일광(62) 동화작가와 함께 8명의 회원들이 쓴 단편동화 12편이 수록됐다.`두근두근 자전거 소동`, `초파리와 싹싹이`, `민지와 메롱이`, `나만 모르는 비밀`, `상추를 지켜라` 등 생활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작은 일들을 동화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쉽고 재미있게 표현했다.회원 중에는 이미 2~3명이 동화문단에 등단을 했고 회원들의 글 솜씨 수준 또한 대부분 개인 작품집을 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평했다.회원들은 “독서는 어릴 적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지속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와 독서습관을 갖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창작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햇살동화동인회 박선옥(46) 회장은 “김일광 선생님과 회원들의 열정,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호미곶 돌문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주는 모임이 되겠다”고 출판소감을 밝혔다.햇살동화동인회는 오는 25일 오후 6시 포항 대도동의 티파니웨딩에서 회원과 가족, 지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호미곶 돌문어` 출판 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21

이승우·박민규, 프랑스 독자 사로잡을까

▲ 이승우 `한낮의 시선`국내 소설가들이 유럽 문학시장의 문을 잇따라 두드리고 있다.프랑스의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인 드 크레센조 출판사는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승우의 장편소설 `한낮의 시선`과 박민규의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최근 잇따라 펴냈다.특히 감각적이고 재치 넘치는 문체로 국내에 열혈팬을 확보한 박민규의 소설이 프랑스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산문화재단이 18일 전했다.대산문화재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지상주의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독창적이면서 감각적인 문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이승우의 작품이 프랑스에 번역 출판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 2000년 `생의 이면`으로 프랑스 독자들과 처음 만난 그는 특유의 깊은 사유와 진중한 문체로 프랑스에서 안정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대산문화재단은 “`한낮의 시선`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진정 어떤 존재인가라는 간단하지 않지만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질문을 담고 있어 프랑스 독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내다봤다.드 크레센조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의 장 클로드 드 크레센조(62)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2012년 설립한 한국 문학 전문 출판사로, 프랑스어 웹진 `글마당`을 통해 한국 문학과 문인을 소개하고, 매달 한 권꼴로 소설 등 번역본을 펴내는 등 한국 문학을 유럽에 알리고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21

`위안부` 해결없이 한일관계 돌파구도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을 넘어 국제 사회의 화두가 된 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1991년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67세의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처음으로 증언하며 역사의 저편에 묻혀 있던 아픔의 기억을 현재의 역사로 불러들였다. 그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1993년 8월 당시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모집, 이송, 관리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음을 명백히 밝힌 담화(고노 담화)를 발표하며 일본군 `위안부` 논의는 한 걸음 진전을 보인 듯했다.그러나 일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동향과는 반대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우익세력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일본 총리를 포함한 정치가들의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위안부는 공창이다” 같은 망언을 비롯해 일본내 우익세력들의 우익적인 사회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책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일본 시민단체 `전쟁과 여성 대상 폭력에 반대하는 연구행동센터`가 펴낸 `그들은 왜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가`(김경원 등 옮김, 휴머니스트, 344쪽. 2만원). 한국과 일본의 학자와 시민운동가 16명이 집필에 참여했다.이 책은 한국인도 잘 알지 못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하고 현주소를 날카롭게 분석·비판함으로써 진정한 사죄와 배상, 정의의 실현이란 무엇인지 통찰케 한다.최근 한일 관계를 뜨겁게 달구고있는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과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공격에 반론을 펼칠 뿐 아니라, `위안부`가 공창이라는 공격에 대해 일본의 공창제도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비교·분석하며 그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제1부 `고노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본질`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인 연행의 강제성과 공창제도의 관련성을 분석해 공창제도와는 관계없이 모든 `위안부`의 연행이 납치와 유괴 같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일어났음을 밝히고 있다.제2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국민기금`에서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하 국민기금)의 의미는 물론 그에 근거한 `화해론`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돌아본다.제3부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 대한 분석과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는 식민지 책임에 관한 글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인식의 지평을 열어준다.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혼란을 가져온 국민기금의 실체를 밝히며, 국민기금에 기반하고 있는 `화해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일본 `넷 우익`의 출현 원인도 짚었다. 개인의 관심사를 자유롭게 드러낼 통로가 없고,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역사에 무관심해진 젊은이들이 쉽게 우익화한다고 진단했다.특히 남녀에 대한 고정된 성 역할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일상적 성폭력조차 자각하기 어려워 젊은이들이 군 위안부 문제를 인간 존엄성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젊은이들이 자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일탈적 역사관을 온라인 공간에서 분출하면서 해방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21

“바람 통해 세계를 느끼고 인식하고…”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정선호(46·사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세온도를 그리다`(푸른사상)를 펴냈다. 정 시인은 등단 7년만인 2007년에 첫 시집을 발간한데 이어 또다시 7년이 지난 올해 두 번째 시집을 냈다.첫 번째 시집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 장소가 한국이 아닌 적도의 나라인 필리핀이다.정 시인은 7년 전부터 회사일로 유럽과 필리핀에 파견 근무를 했는데 필리핀에서 주로 지냈고 실제 시집의 많은 작품이 필리핀에서 창작된 것이다.그는 발간사에서 “추사(秋史)가 유배지 탐라에서 세한도(歲寒圖)를 그렸을 무렵, 나는 필리핀 루손섬에서 세온도(歲溫圖)를 그렸다. 세한도의 소나무 대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망고나무와 파파야나무를 그려넣고 초가 대신 바파이쿠보를 그려넣었다. 그가 세찬 바람과 눈 내리는 탐라에서 독한 술을 마실 때, 나는 바닷가 카페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추사가 그림의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기개를 바랐으나, 난 열매 맺어 가난한 나라의 사람에게 주는 나무들의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했다”고 썼다.이번 시집은 시인이 적도의 섬나라에서 여행이 아닌 장기간 타국민으로 살면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적은 작품들이 많다. 특히 근대 이후 한국과 유사한 역사를 가진 필리핀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 즉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생활, 독재정권의 장기집권, 민중항쟁을 통한 민주화 쟁취 등을 경험한 나라에서의 생활에서 많은 동질 의식의 느낌을 시어로 정화시켰다.시집 해설을 쓴 고명철 평론가는 “정선호는 `바람`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며 `바람`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정선호에게 `바람`은 세계이며, 세계는 `바람`이다”고 정리했다.그는 이에 대해 “유럽과 필리핀을 연결하는 것은 바람이며 그 바람은 지구촌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작품화했다. 또한 국내에서 창작한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로 고대와 20세기의 질곡의 역사와 21세기의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시 바람이며 통일의 염원을 담아 북녘으로 보내는 것도 바람이다”고 설명했다.세계는 20세기 이후 교통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각 나라의 관계가 가까워졌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민, 파견 근무로 해외 생활을 하고 있다. 때때로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종교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선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열대지방에서의 생활경험 속에서 피어올린 심상이 한국시의 경계를 심화 확장시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국경 너머 낯선 문화생태를 관광의 차원이 아니라 일상의 차원에서 부딪치는 가운데 래디컬한 시적 성찰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국제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생각을 전하고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07

日문화, 韓문화 바탕서 꽃피워

문화유산 이야기꾼인 유홍준(65)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제4권 `교토의 명소`(창비, 465쪽, 1만8천원)를 끝으로 완간했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 국토 전체가 박물관이요 문화유물의 보물고임을 깨우쳐 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의 저자이다.유홍준의 `나의 문화답사기`는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출간 후 불과 4년 만인 1997년 봄 학기부터 중학교 3학년 용 국어 교과서 1권의 서두인 `월출산과 남도`가 실린 것. 생존 작가의 작품이, 그것도 이처럼 빨리 교과서에 실린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유 교수의 `나의 문화답사기`는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2012년 제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 동안 3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됐다.국내편에 이어 일본편은 2013년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 2권 `아스카ㆍ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지난 5월 제3권 `교토의 역사―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에 이어 4권 `교토의 명소―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로 완결됐다.일본편 제4권은 국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관광지이자 일본 역사와 문화의 정수가 모여 있는 교토 구석구석에 남은 도래인의 발자취와 함께, 우리 문화의 영향을 통해 비로소 절정에 이른 일본미의 해답을 찾는다.`교토의 명소`는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는 부제처럼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저들의 문화를 꽃피운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특히 일본문화의 특색 중 하나로 간주되는 `정원`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놓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본의 지은원과 건인사, 대각사와 천룡사, 상국사와 금각사·은각사, 남선사, 대덕사, 가쓰라 이궁(離宮), 수학원 이궁을 차례로 밟는다.`답사기` 국내편이 우리 국토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우리 유산을 아끼는 마음을 고취하는 데 일조했다면, 이번에 제4권으로 완간된 일본편은 일본의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더불어 상호교류하고 섞이면서 발전해가는 문화의 진면목을 깨우쳐준다.▲ 유홍준 교수유 교수는 “일본답사기는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겁니다. 일본이 고대 문화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에서 받아들였다는 과거사의 콤플렉스 때문에 우리를 무시하고, 우리는 근세사의 비극 때문에 일본을 무시하는 실정입니다. 일본이 우리 문화를 받아들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모든 것을 죄다 우리가 주었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답사기 일본편에서 일본이 한국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 스스로 이룩한 문화도 있다며 한일간 상생 발전을 위해 서로의 독창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1-07

“독도는 국제법으로도 한국땅”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지난 2010년부터 개설한 `독도의 이해`라는 교양강좌에 매 학기 3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좋은 최홍배사진 한국해양대 국제통상학부교수가 `한국의 땅 독도` 책을 출간했다.1천20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의 영토 독도`는 독도의 해양법적 지위,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일본 에도막부)까지 한일 양국 간 논쟁, 19세기(메이지 정부)부터 20세기 대일강화조약까지 논쟁, 독도의 국제법적 진실, 독도분쟁 해결방법 등 5편으로 구성됐다.최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과 일본 내에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양국 정부 입장과 학자 등의 의견을 정리해 비교분석했고 일본 측 주장을 반박·재반박하며 독도가 국제법으로 한국 땅임을 증명하고 있다.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 영토를 정한 대일강화조약 체결을·비준할 때 독도가 빠졌다”며 “국제법에서 최우선으로 인정하는 명문화된 조약이 없지만,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독도 영유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또 “신라시대부터 역사적으로 독도가 한국 땅 이라는 사실이 증명됐지만 중요한 시기인 17세기(숙종시대), 20세기(러일전쟁·대일평화조약)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부재가 오늘날 독도 문제를 만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한국해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최 교수는 해양영토전략연구센터를 운영하면서 독도를 비롯한 한국의 영토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해양법과 국제법을 전공한 독도 전문가인 최 교수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면서 10년 넘게 연구한 독도 관련 자료를 총 정리한 `한국의 영토 독도`라는 책을 출간했다. 특히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울릉도·독도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다.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14-11-07

카멜레온 삼 남매 좌충우돌로 배우는 공공예절

최근 `노키즈 존`(No Kids Zone)이라는 단어가 종종 눈에 띈다. 공공장소에 어린이가 들어오면 시끄러워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니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다. 사실, 커피숍이나 식당 등에서 제 마음대로 떠들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부모에게 슬쩍 눈치를 줘봤자 소용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고 남의 어린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어린이는 오지 말라는 `노키즈 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어린 손님은 사양한다는 입장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이런 논란이 왠지 모를 찝찝함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어른의 책임이다. 어른이 어디에 가서는 어떻게 행동하라는 기준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어린이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부모의 잘못이다. 어린이가 떠들고, 뛰어다니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처음 만나는 공공장소는 공공시설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주인공 누리 두리 기리 카멜레온 삼 남매가 우체국, 은행, 도로, 목욕탕, 공항 등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다. 만화로 꾸며져 재미있게 읽으면서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다.처음 접하는 공공장소는 어린이에게 낯설고, 막연한 불안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움츠러들고, 다른 어른이 알아서 해 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정철화기자

2014-10-31

이혼후 하루살이로 전락한 남자 이야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60쪽) 계획한,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걸어온 길에 대한 되새김질은 답을 찾기 힘들다. 이리 비틀, 저리 주춤거리며 나이를 쌓는다.“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렇게 됐다.”(121쪽)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산다. `고귀하게` 태어났지만 처연하게 객사해 중음을 떠도는 죽은 자의 이야기(사자의 서), 섬에서 혹독한 삶을 감내해내야 하는 질투 많은 여자들(동백꽃),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지만 결국에는 파탄 난 가족(전원교향곡) 등처럼 말이다. 그렇게 처연하면서도 혹독한 삶을 견디면서도 가끔 웃는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아꼈던 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우이동의 봄)와 닮았다.“그래, 까짓것. 거칠게 한판 살다 가는 거다. 인생 뭐 있나?”(110쪽)`고래` `고령화 가족`에서 이야기꾼의 면모를 뽐낸 천명관(50·사진)이 `유쾌한 하녀 마리사` 이후 7년 만에 소설집을 펴냈다. `사자의 서` `우이동의 봄` `파충류의 밤` 등 여덟 편의 단편이 담긴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다.“그래! 진즉에 트럭을 몰았어야 했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경구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128쪽)표제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한때 잘나가던 트럭운전사였지만, 이혼 후 하루살이 막노동꾼으로 전락한 남자 이야기다. 어느 날 일당에 더해 손에 쥔 칠면조로 외상값을 독촉하는 남자를 후려치고는 트럭을 훔쳐 정처없는 길을 떠난다.“혹시 마누라를 만난다면 선물이라며 칠면조를 불쑥 내밀어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때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130쪽)천명관은 고통받고 방황하는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을 오가며 때로는 통쾌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담는다. 이는 소설 속 사회의 주류에 편입된 듯 보이는 사람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인기 작가는 내적으로 방황하고(왕들의 무덤), 출판사 편집장은 불면으로 외로운 시간을 견딘다(파충류의 밤)비극의 궁지에 몰린 인물들이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택한 해결책이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방법이거나 엇나가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천명관의 아이러니는 농담과 해학을 넘어선다. 그리고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아꼈던 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를 통해 말한다.“얘야, 잊지 마라. 사는 건 누구나 다 매한가지란다.”(182~183쪽)/연합뉴스

2014-10-31

`은는이가`에 세상이 담겼다

정끝별(50)의 시는 `발견`이다. 매번 시집을 낼 때마다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시의 어떤 부분을 새롭게 발견해낸다.“똑같이 되풀이해 쓰지는 못할 것 같아요. 너무 빤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나, 이런 것 새롭게 봤어` 하는 것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지금까지 시를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올해로 등단 26년째를 맞는 `중견 시인`이지만 시인의 상상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최근 펴낸 다섯 번째 시집 `은는이가`(문학동네 펴냄)도 제목부터 독특하다. `은는이가`는 주격조사. 시인은 시의 새로운 영토를 톡톡 튀는 언어로 빚어낸다.시인은 29일 연합뉴스에 “`은는이가`는 여러 가지를 아우르는 제목”이라고 설명했다.“시집 제목을 정할 때 `은는이가`를 제목으로 하면 위험성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해서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어요. 그런데 `이게 전부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거예요. 주격조사 `은는이가`가 없으면 문장이 전달이 안 되잖아요. 주격조사는 `은는이가` 네 개뿐이고 `그럼 다 한 거네` `더 이상 멀 말하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는이가`는 여러 가지를 아우르는 제목이에요. `은는이가` 앞에 모든 명사가 올 수 있고, `은는이가`가 없으면 의미는 통하지만, 문장으로 성립은 안 되고 구체적인 관계와 뉘앙스도 살릴 수 없지요. `은는이가`에는 시에 대한 제 생각,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어요”▲ 시인 정끝별 씨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인은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게 `은는이가`”라면서 “시의 근간은 모어(모국어)에 있는데 저에게는 `은는이가`가 모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당신은 내 `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나는 나`는`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중략) 당신은 사랑`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은는이가` 중)시인은 “저는 `이가`보다 `은는`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면서 “`은는`에는 제한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이 배어 있는 반면 `이가`에는 객관적이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시집에 실린 `기나긴 그믐` `불선여정` `한밤이라는 배후` `각을 세우다` `비어 있는 손` 등의 시는 스케일도 크고 이전 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소크라테스였던가 플라톤이었던가/비스듬히 머리 괴고 누워 포도알을 떼먹으며/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몇 날 며칠 디스커션하는 거/내 꿈은 그런 향연이었어(중략) 누군가처럼 목욕탕에서 침대에서/누군가처럼 길바닥에서 관 속에서”(`기나긴 그믐` 중)“이 시들은 쓰면서 시간도 오래 걸렸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전하고 다르게 쓸 수 있어서, 이제 나도 시인이라고 명함을 내밀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시인은 시집 첫머리에 “이렇다 할 도박력도 없이, 이렇다 할 판돈도 없이” “다섯 번째 패를 돌린다”고 했지만 그의 팬들은 또 다른 정끝별을 `발견`할 수 있다./정철화기자

2014-10-31

소설가와 시인이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

소설가 함정임(50)과 시인 김현아(47)가 나란히 여행 에세이를 냈다.`먹다, 사랑하다, 떠나다`(푸르메 펴냄)는 1년에 한 달은 일상이 아닌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온 함정임 작가가 20년 넘게 세상을 떠돌며 맛본 음식과 문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스무 살 무렵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잃어버린 포도주`에 사로잡혔다는 작가는 프랑스, 그리스, 체코, 멕시코, 쿠바,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미국, 헝가리, 터키, 페루, 네팔 등에서 맛본 음식과 문학 이야기를 한데 버무려 감칠맛 나게 들려준다.그리스에선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찬탄한 에게 해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 요리를 맛보며 인생을 돌아보고, 프라하에선 보헤미안 전통음식을 음미하며 프라하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를 떠올린다.“소설가에게 삶은 허구(창작소설)의 기반”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나에게 삶이란 매 순간 소설과 함께 떠나는 미지의 여행”이며 그 중심에는 음식이 있다며 음식 예찬론을 펼친다.“삶과 문학, 그 둘을 윤기 있게 작동시키는 힘, 그 요체는 음식에 있음을 소설가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터득했다.”일간지와 잡지에 연재한 글을 묶은 것이다.`나의 여행 이력서`(뜨인돌 펴냄)는 20여 년 전 막막함과 기대함을 함께 품고 중국 여행길에 올랐던 김현아 시인이 길 위에서 건져 올린 성찰의 결과물이다.중국, 체코, 프랑스, 인도, 네팔, 일본, 베트남, 탄자니아 등 시인의 발길이 닿은 곳의 역사와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성과 소녀들의 고단한 삶에는 함께 아파한다.`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그곳에 가면 여자가 있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등의 책을 펴냈고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청소년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 대표 교사로 활동 중이다./연합뉴스

2014-10-24

일본어서 유래한 한국어 어휘 집대성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쓰는 어휘 가운데 일본어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많이 순화됐다고 하지만, 애초 일본어였는지조차 모를 만큼 한국어에 뿌리박은 단어가 여전히 많다. 학계, 예술계, 법조계, 의학계, 언론계 등에서 쓰이는 용어 가운데 상당수도 일본어에서 왔다.예컨대 `단어`(單語)라는 낱말이 중국과 일본 중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어 어휘 유입 역사를 20여 년간 연구한 이한섭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단어`는 애초 일본에서 영어 `word`의 번역어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1895년 대한제국 관보에 처음 등장한다.최근 출간된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고려대학교출판부)은 한국어 속 일본어의 존재를 샅샅이 탐색해 온 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저작이다. 1880년대 이후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들어온 어휘 3천634단어를 조사·검증해 뜻을 풀이하고 소설, 신문, 잡지 등에서 예문을 찾아 어원과 함께 수록했다.저자가 택한 어휘 조사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어휘 형태나 단어 구성을 보고 일본어임을 판별하는 방법이다. `노가다`, `데모토` 등 내부 음절의 결합 방법이나 발음상 한눈에 일본어임을 알 수 있는 형태의 어휘나 `가(假)~`, `취(取)~`, `~적(的)` 등 일본어 요소가 있는 단어를 골라내는 방식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0-24

어린시절 추억·향수가 소록소록 떠오르고…

고령 출신의 김인숙사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소금을 꾸러 갔다`를 출간했다. 문학의 전당 시인선간, 136쪽, 8천원) 200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김인숙 시인의 이번 시집은 `소금`, `국화차` `숯불 푸른 불꽃` 등 모두 56편의 주옥같은 시를 수록했다.시집의 제목은 어린 시절 밤새 이불에 오줌을 싼 뒤 아침에 손에 바가지를 들고 키를 쓴 채 이웃집에 소금을 꾸러 갔던 어린 시절의 회상이다. 이 시집은 제목에서 처럼 추억과 향수를 쉽고 정감나는 시어로 다듬었다.문학평론가 박덕규 단국대 교수는 “김인숙의 시는 대개 짧지 않다. 대상에 내재되어 있는 시간의 층을 더듬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을 회상하는 어른, 떠나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철새, 꽃이 된 씨앗 등 눈에 보이는 현재 정황을 그것을 가능하게 한 오랜 경험 내용과 더불어 포착하고 서술한다. 그 지점으로부터 서둘지 않고 그렇다고 머뭇거리지도 않는, 여유 있으되 또한 단단한 이야기의 형상이 구축된다”고 평가했다.문학평론가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는 “시를 음미하다 보면 삶의 맛이란 게 있다. 김인숙의 시는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저작물 같은 시다. 시인은 `국화차`나 `푸른 불꽃`과 같이 서정시가 도달해야 할 진경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숙 시인은 197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200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꼬리`가 있다. `신라문학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구상문학관시동인 `언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