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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년간 베스트셀러 시집은 류시화의 `사랑하라…`

최근 10년간 국내 독자들이 가장 좋아한 시집은 류시화 시인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2004-2014년 시집 판매 순위 톱 20` 자료에 따르면 류시화 시인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 1위에 올랐다.이번 조사에서 류시화 시인의 시집 3권이 순위 안에 들며 국내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평가됐다.류시화 시인이 2005년에 출간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치유를 주제로, 동서양 시인들의 시 77편을 엮은 잠언시 모음집이다.2위 역시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 모음집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차지했다. 류시화 시인이 2012년에 펴낸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도 5위에 올라 총 3권의 시집이 20위 안에 들었다.2008년 타계한 고(故) 박경리 작가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3위에 올랐다.이어 하상욱 시인의 `서울 시`와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이 각각 4, 5위에 들었다.신현림 시인의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6위),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7위), 민예원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8위) 등이 뒤를 이었다.외국 시인 중에서는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가 9위로 유일하게 20위 안에 들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8-29

한국 만화비평 역사 한눈에 본다

안동 출신의 만화비평가가 최근 한국 만화비평의 역사를 다룬 책을 출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성훈씨의 `한국 만화비평이 쟁점`(대원씨아이, 308쪽).저자는 “이 책은 한국 만화비평에 관한 최초의 통시적 고찰서`라고 책의 특징을 요약해 설명한다.이 책은 192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화비평 역사에 있어 굵직한 이슈들을 연대기로 정리했다. 특히, 1930년대 만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최영수의 비평들과 김현, 오규원, 위기철 등 문학계의 거장들이 남긴 만화비평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고 있다.무엇보다 그동안 산재해있던 만화비평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동시에 개별 비평들을 일정한 흐름으로 파악, 만화비평의 역사를 문화사 전체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이러한 저술의 의미는 2013년도 서울문화재단 예술연구서적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을 통해 공인받은 바 있다.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의 만화비평은 최근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현과 오규원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만화비평의 역사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은 대중문화잡지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1970년대 한국 만화비평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와 같은 공적으로 인해 두 사람은 간혹 우리 만화비평사의 1세대로 명명되고는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출발선`에 위치했던 것은 아니다. 명백한 것은 이들 이전에도 숱한 만화비평이 존재했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만화비평가들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만화는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제9의 예술`이라 불리며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대단히 제한적인 위치에 놓인 표현장르다. 높은 매체 전달력과 예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장르에 비해 홀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만화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이쯤이니 `만화비평`에 대한 관심과 그 가치를 돌아봄은 더욱 척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1920, 30년대까지 올라가보면 이미 당시에도 만화와 관련된 다양한 글이 발표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저자 김성훈씨는 “장르를 막론하고 비평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당 장르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한국 만화의 발전 또한 비평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니 만화비평의 자리 찾기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No 저자 소개김성훈은 안동에서 태어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안동에서 성장했다.대학 졸업 후 만화잡지 기자, 만화편집자, 만화사이트 운영자, 만화웹진 편집위원, 만화평론가, 만화기획자 등 만화를 접두어로 둔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저서로 `만화 속 백수 이야기`(살림출판사, 2005), `한국 만화비평의 선구자들`(2007,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이 있다.현재 만화규장각, 네이버 캐스트 등에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만화비평집단 `엇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월간중앙, 네이버캐스트 등에 만화비평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14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또 다른 책을 준비 중에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8-22

현직 변호사 `간도 반환소송` 소설로 펴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을 상대로 간도 영유권 소송을 벌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직 변호사가 간도 영유권 소송을 소재로 한 소설을 펴내 화제다.강정민(41·사진) 변호사가 쓴 `간도반환 청구소송`(바다출판사)은 간도 영유권을 찾기 위한 가상의 재판 과정을 그린 재판소설이다.소설의 배경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치른 미래 한국. 고토회복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야당 후보가 당선되고 한국 정부는 간도를 되찾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다.지난해 소설 `독도반환 청구소송`을 펴낸 강 변호사는 “`독도반환 청구소송`을 쓰던 중 간도에 관심을 가지면서 간도 또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조선과 청은 1712년 백두산정계비를 세워 `압록강과 토문강을 경계로 삼는다`(西爲鴨綠 東爲土門)고 합의했으나, 이후 토문강이 어디인가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측은 토문강이 두만강의 다른 이름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조선은 송화강 지류라고 맞서왔다.강 변호사는 “수많은 걸림돌이 있었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백두산정계비의 `토문`이었다”면서 “`조선왕조실록`은 정계비 설립 당시 조선 조정이 토문을 두만강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결국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가상의 재판을 통해 간도를 찾을 수 없다면 그러한 이유라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그는 “재판소설의 재판관은 독자”라면서 “독자들이 대한민국과 중국의 주장과 증거를 비교 검토해 간도 영유권이 과연 어느 나라에 귀속되는 것이 타당한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2014-08-22

어린이신간 소개

△꼬마 파도의 외출서상만 지음, 조아연 그림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한 서상만 시인이 오랜만에 동시집을 냈다.`넓은 바다 나라/ 왕노릇하는// 고/ 힘센고래를 보면 주먹에 불끈불끈/ 고래심줄 같은/힘이 솟는다`고래 작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미학을 이룰 때 더 좋은 동시가 생산된다”며 “이 시집을 꼭 엄마, 아빠와 함께 읽어서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별을 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바람의 맛장승련 지음, 안소희 그림아동문예작가상, 한정동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장승련 시인의 신작 동시집.제주도 애월에서 태어난 시인이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들꽃과 나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은 현재 서귀포시 수산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봄비는 발자국이 동글동글/봄비가 내린 곳마다/꽃들이 동글동글`발자국 작가는 “스마트폰, 게임과 친해질 시간에 이 시를 읽을 어린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일 것”이라고 말했다.△김구 통일 조국을 소원하다박지숙 지음, 원유미 그림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5주년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지 65주년 되는 해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백범의 이 말은 일제의 사슬에서 해방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나라를 염원하고 기다리는 오늘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백범의 생애를 조명했다.

2014-08-22

“꿈같은 제2의 인생 보내고 싶으세요”

전국의 주요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 인터뷰해 각 실버타운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바로잡고, 입주자 입장에서 30개 주요 실버타운을 분석해 순위를 매긴 실버타운 종합정보서가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대표 이한세·사진)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과 40·50세대 노후준비를 위해 전국의 30여개 주요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입주보증금과 월생활비, 주거환경, 복지수준 등을 상세히 분석한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를 출간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국내 실버타운 실용전문서적이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책은 저자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가 리서치 전문가들과 함께 100여명 이상의 입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전국의 실버타운 30곳을 직접 방문 조사,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엮었다.각 실버타운의 홍보성 내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실제 거주할 어르신 눈높이와 부모님을 보내야 하는 40·50 중년여성 입장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집대성한 게 특징이다.직접 촬영한 전국 30개 실버타운들의 외관사진과 주요시설물, 주변환경 사진, 입주보증금과 월생활비, 지리적 위치와 주변환경, 식사, 생활서비스, 의료 건강 서비스 등 12개 항목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직접 입주하기 전에는 쉽게 파악하기 힘든 입주자 성향과 분위기, 탐방후기 등에 대한 내용도 담아 실버타운 입주를 검토 중인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유용한 정보도 가득하다. 특히 독자들에게 실제 시설전경과 분위기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사진을 별도의 포토샵처리없이 원판 그대로 게재했다.무엇보다 30개 실버타운을 입주희망자의 입장에서 16개의 조건과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비교한 비교분석표도 실었다. 각 실버타운의 특징과 주거조건, 입주민 서비스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랭킹에 반영, 단순 순위와 수치만 비교할 경우 발생하기 쉬운 오해를 최소화시킨 점도 돋보인다.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측은 “조사결과 실버타운 입주보증금은 지역이나 시설에 따라 보통 1~3억 정도로 평당 330만원에서 1천700만원 정도이며, 매월 내는 관리비도 100만원에서 200만원 내외로 편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책의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자신의 경제형편에 맞는 실버타운에 입주해 꿈같은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저자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는 “시어머니는 돈 많이 드는 실버타운에 보내드리면서, 사랑하는 친정엄마는 저렴한 양로원에 보내낼 수밖에 없는 한국의 40·50 중년여성의 애잔한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출판하게 됐다”면서 “이 책이 실버타운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어르신 여생은 물론 중년여성 본인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든든한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는 골드북스 홈페이지(www.goldbooks.co.kr)와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Yes24 등에서 21일부터 구입할 수 있다.궁금한 사항은 골드북스(031-908-7604)로 문의하면 된다. 가격은 3만3천원.□ 저자 소개이 책의 저자 이한세는 고려대학교에서 수학 후 서부호주대학교에서 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상무관을 지냈다.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출강하다 2003년부터 국제 마켓리서치 회사인 ㈜스파이어 리서치컨설팅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그동안 가정주부들이 관심 갖는 노인케어 서비스 분석,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일상생활 서비스 도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맏아들/맏며느리의 고충 분석 등의 노인문제와 관련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전국 15개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 조사를 통해 노인들을 위한 이동보조 및 감성로봇 서비스 가능성 보고서를 내 놓았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8-22

클래식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

요즘 방송채널을 돌일 때마다 자주 보게되는 낯익은 얼굴이 있다. 바로 시인·문화평론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갑수씨이다. 적잖은 나이에 여자처럼 머리를 길게 기른 모습이 범상찮아 보인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수료하고 웅진출판 창립기에 편집부에 입사, 편집부장을 끝으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떠났다. 이후 라디오 진행자로 전업했고 최근 종편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사, 연예, 건강,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걸출한 입담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갑수씨가 문학평론가로 소개되지만 실제 전공은 클래식이다. 김씨는 작업실을 따로 마련, 3만여 장의 음반과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을 구비해놓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생활할 정도로 클래식 광이다.그가 클래식을 소재로 한 5년만의 신작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를 펴냈다. 오픈하우스. 408쪽. 1만8천원 이 책은 고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의 삶을 채워온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 연주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저자는 일평생 클래식이라는 한 분야에 매진해 온 경험과 경력을 토대로 클래식이 얼마나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음악인지 알려준다.대부분의 클래식 서적들이 `클래식 가이드북`을 자처하고 있다. 바흐·모차르트·베토벤부터 시작해 브람스·말러·차이코프스키 등으로 나아가는 순서다. 한마디로 교과서적인 접근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데 왜 우선순위가 필요한 걸까. 저자는 이런 선입견을 깨고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목메어 외치는 바이지만 교과서상의 중요도 순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은 일평생 그쪽(클래식) 숲 속에 빠져 헤매고 있는 자가 느낀 강렬함의 서열로 이해해주면 좋겠다`▲작가 김갑수클래식 음악이 주제이지만 저자가 그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결국 세상과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클래식에 대한 테크닉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작곡했든, 누가 연주했든 청자에게 일말의 감동이라도 안겨 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최상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고전음악뿐만 아니라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하게 다루면서 자신의 귀에 꼭 맞는 음악,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날 것을 권한다. 그는 추억의 음악으로 고교 시절 즐겨 찾은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르네쌍스`에서 마주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떠올리고, 지독하게 아프다가 진통제가 효과를 발휘할 무렵 들을만한 음악으로 올리비에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를 꼽는다.`우리 모두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떠올리며 모차르트부터 스트라빈스키에 이르는 여러 거장의 레퀴엠을 떠올린다.시끄러운 장터에서 음악적 질서를 찾아낸 말러나 독설로 유명한 지휘자 첼리비다케의 일화, 앙드레 프레빈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호흡을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8-08

`성웅 이순신` 내면세계 오롯이 조명

영화 `명량`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영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영화관을 찾아 관람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영화 `명량`이 순식간에 관객 600만명을 모으는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이순신을 조명한 책이 등장했다.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 상·하(김종대·김정산 지음. 이우일 그림)40여 년간 오롯이 이순신 장군만을 연구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의 책 `이순신,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에 역사 소설가 김정산 작가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다듬고, 재치와 위트가 번뜩이는 이우일 만화가가 솜씨를 보태 알차고 재미있는 책이 완성됐다.상권은 이순신 장군의 탄생에서 한산대첩까지, 하권은 명량대첩에서 순국한 노량해전까지를 서술하고 있다. 당시 역사적 사실과 정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려운 직책과 지명 해설까지 꼼꼼하게 곁들여 초등고학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누구라도 이 책 한 권이면 이순신을 주제로 두 시간 정도 대화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또한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해놓은 것이 아닌 이순신 내면의 세계를 오롯이 탐구함으로써 인간 이순신의 인간성과 인품을 한 편의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준다.특히 이 책은 두려움에 떠는 백성의 보호자로, 군사들의 지휘관으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의 이순신 장군을 그림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이, 선생과 제자 또는 친구들끼리 진정한 리더의 모습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추천사에서 “명량바다를 뒤덮은 400여 척의 거대한 적 함대 앞에 단 12척으로 맞서야 했던 조선 수군의 두려움과 공포가 어땠을까. 이 책엔 이순신 장군의 내면세계가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8-08

최인호가 선별한 `읽고 싶은 이어령` 에세이 출간

지난해 9월 타계한 소설가 최인호가 직접 선별해 모은 이어령의 에세이집 `읽고 싶은 이어령`(여백)이 지난 4일 출간됐다.이날 출판사 여백 측에 따르면 에세이 모음집 출간의 계기는 애초 고인이 6~7년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찾아 책 한 권을 펴내자는 의뢰를 하면서다. 당시 이 전 장관은 기존 출간된 글들을 재출간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이어서 성사되지 못하는듯했다.그러나 고인은 지난해 타계 서너달 전 다시 이어령 전 장관의 집을 직접 찾아 모음집의 원고를 제시하면서 출간을 권했고, 결국 이 전 장관이 이를 수락하면서 출간이 성사됐다.이어령 전 장관은 에세이집의 머리글에서 “내 가슴에 그렇게 큰 구멍 하나 뚫어놓고 가버렸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인호가 없었다면, 그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아마도 이 세상에 영영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 부재의 아쉬움을 달랬다.`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다수의 저술을 남긴 이어령 전 장관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힌다.출판사 측은 “이어령 선생의 옛글에는 시대의 한계에 매몰되지 않는 보편성이 있다”며 “창조적 지성의 깊고 너른 사유의 핵심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최고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14-08-08

“내가 아는 일본은 쉬워 보이지 않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데, 당신들의 일본은 그토록 만만한가?”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 (일본속담)`바보아재`로 최근 작품 출간활동을 재개한 원로소설가 유순하가 첨예화하고 있는 한일 갈등의 시대를 맞아 작심 에세이 `당신들의 일본: 한 몽상가의 체험적 한일 비교 문화론`을 펴냈다.저자는 “전문가가 아닌 평균적 독서인의 관점”임을 내세웠지만, 구체적 사례에 근거한 한일 문화 비교를 통해 되돌아봐야 할 우리의 민낯을 상기시키는 통찰력은 예사롭지 않다.저자의 집필 의도는 루스 베네딕트의 일본론 `국화와 칼` 구절에 녹아 있다. “적을 나쁘다고 철저하게 깎아내리는 일은 용이하지만, 적이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보는가를 적 자신의 눈을 통해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해야만 될 일이었다.” 그리고 말한다. “태산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칼을 갈아야 한다. (중략)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기는 길에 들어서야 한다. 문제는 문화다.” (18쪽)이는 우리에게 내재한 무지와 자격지심에 대한 질타와 자성에 다름 아니다. 두루뭉술한 비평과는 질을 달리 하겠다는 작심이 곳곳에 배었다.되살아난 황우석에 비해, 일본의 구석기 날조 사건의 당사자였던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는 이후 완전히 묻혔다는 것. 지난 2006년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당시 최연희 의원은 끝내 의원직 사퇴 등 요구를 묵살했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어느 재벌회사 사장으로 영입되는 등 건재하지만, 같은 혐의를 받은 오카다 게이스케 도쿄 지바현 의원은 곧바로 의원직을 포기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재선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서 처음으로 우리 정치에 대한 희망을 발견했다는 저자는 책 말미에 우경화하는 일본을 향한 직설도 덧붙였다. /연합뉴스

2014-08-08

부활한 안중근, 아베 쏜 15가지 이유

역사속에 한국과 일본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신라시대 동해안의 잦은 왜구 침탈에서부터 임진왜란과 한일합방의 역사를 거쳐 현재 아베정권에까지 계속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접하고 있는 경북동해안은 이런 역사의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장기읍성은 왜구의 침탈을 피해 관아와 주민들이 피신했던 곳이다. 구룡포 일본인 거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이주, 동해안의 각종 어자원을 침탈해 갔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일본인들은 독도에서 강치를 노략질 해갔고 현재 아베정권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위안부 인정 거부를 비롯해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영주가 고향으로 전직 경찰관출신의 작가 김정현씨가 일본 현직 아베 총리를 직접 겨냥해 비판한 소설을 내놔 주목을 받고 있다.소설 `아버지`의 작가로 유명해진 김정현은 역사와 판타지를 결합한 `안중근, 아베를 쏘다`(열림원)를 출간했다.역사적 고증과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안중근을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테러`가 아닌 `의거`임을 역사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시점에서 테러리스트라고 단정지은 아베 총리의 발언과 함께 아베 앞에 나타난 안중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소설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역사 이야기를 다룬 1·2부, 안중근이 아베 총리를 사살하는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3부로 구성된다. 역사적 인물 안중근이 회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쏠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저자는 소설을 쓰기 위해 지난 3년간 중국에 체류하면서 역사 연구에 천착해왔다. 안중근이 거사 후 뤼순 감옥에서 쓴 `안중근 자서전`, 수사와 재판 당시 신문과 공판 기록을 꼼꼼히 살펴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작가 김정현김 씨는 “애초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0월 26일에 즈음해 출간할 계획이었으나 출판사와 협의를 통해 광복절을 앞두고 출간하는 것으로 앞당기게 되었다”며 “짧은 시간 내에 책을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그간 중국 체류시 고증과 역사 연구를 충실히 해온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소설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었던 건 안중근이 영웅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영웅 이전에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식민지 하의 아픔 속에서 겪었던 그의 고뇌와 좌충우돌을 담아냈다.김 씨는 “평범한 사람이 그 같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며 “경고가 아닌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8-01

“바빠 죽겠다”는 말 달고 사는 당신, 행복하세요?

전날 밤 야근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겨우 귀가한 회사원 A씨. 아직 한밤중인가 싶은데 어느새 귓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알람 소리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눈을 비비며 혹시나 밤새 업무 문자나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뒤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친다.`지옥철`에 몸을 싣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지루한 회의가 이어지고,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상사의 요구 사항은 끝없이 밀려든다.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 하지만 A씨가 제시간에 퇴근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야근을 해야 하거나 `절대 빠질 수 없는` 회식이 있기 때문이다.잠든 가족의 얼굴을 보면 하루의 피곤이 풀리는 듯도 하다. 하지만 수년째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 되풀이되다 보니 이제는 “바빠 죽겠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살며 매사에 피곤하고 짜증만 날 뿐이다.영국 런던 대학 조직심리학과 연구원이며 비즈니스심리학자인 토니 크랩은 신간 `내 안의 침팬지 길들이기`에서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저자는 우리의 삶에 과부하를 거는 주범으로 `분주함`을 꼽는다.인간의 몸에서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는 휴식의 시간이 허용되지 않으면” `알로스타틱 부하`라는 육체와 뇌의 탈진 상태가 일어난다.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요구 사항 앞에서 통제력을 포기하거나, 일과 삶의 경계를 긋지 못하고,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보니 방어적이고 바삐 활동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삶을 사는 방식을 바꾸는 추진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흔히 직장에서 더 많은 일을 하면 성공을 이루고,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면 개인적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저자는 “과다의 세상에서 `모어`(more) 전략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일갈한다.저자는 대신 분주함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통제와 초점, 정성, 추진력 등 4가지를 제시한다.삶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고, 나 자신의 강점이 두드러지도록 차별화하고, 인간관계 등 소중한 가치를 아끼고, 더 자신감 있게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확보하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연합뉴스

2014-08-01

출판대국·지식강국 일본 지식문화사 조명

사전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모든 지식과 문화, 생활, 사상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집대성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구현된 문화 형식이다.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편집하지만, 이전에는 인류가 쌓아 정리한 지식을 후대에 물려주는 가장 훌륭한 매체가 사전이었다.일본 역사학자 오스미 가즈오(大隅和雄)가 쓴 `사전, 시대를 엮다`는 사전의 역사를 중심으로 일본의 지식문화사를 정리한 독특한 역사서다. 고대부터 근대적 백과사전이 성립한 20세기 초까지를 통사적으로 살피는 가운데 일본이 지금처럼 출판 대국이자 지식 강국이 되기까지 역사적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일본은 고대 이래 중국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에 자리잡은 유서(類書) 형식을 바탕으로 자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자라난 내용과 형식을 더해 일본 특유의 사전 형식을 세웠다. 근세 이후에는 서구에서 유입된 백과사전을 적극 수용, 마침내 자국어로 쓰인 근대적 형태의 백과사전을 완성하기에 이른다.책은 일본 사전의 기원을 찾고자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리들을 위해 정무의 선례를 모아 놓은 색인집 성격의 유취국사, 귀족들의 한자사전이었던 왜명유취초, 귀족문화 백과사전 고금저문집을 통해 공적 지식과 일상적 지식이 어떻게 체계화했는지 보여준다. /연합뉴스

2014-08-01

관심 못둔 가까운 곳에 눈 돌려라

환경 문제가 지구상의 공통 과제로 대두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환경 파괴라고 하면 녹아내리는 북극의 빙하, 메말라버린 아프리카의 강, 불타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어딘가를 연상한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생수, 식사대용으로 먹는 프렌치프라이, 색다른 간식을 만들기 위해 사는 참치 캔에서 지구와 환경 파괴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거대 자본이 한정된 수자원을 확보한 뒤 원래 모든 이들의 것이었던 물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 신선한 야채를 살 돈이 없는 미국의 빈민가 사람들은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운 뒤 당뇨와 고지혈증 같은 온갖 성인병으로 고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남획되는 참치는 개체수가 급감해 곧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못했던, 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에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폴 로빈스 미국 위스콘신대 넬슨환경연구소장 등이 낸 신간 `환경 퍼즐`은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어 관심을 두지 못했던(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에 눈을 돌리도록 한다.저자는 환경에 접근하는 색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그들은 우선 시장, 제도, 정치경제학 등 환경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입장들을 소개한 다음, 이들 각각의 시선을 통해 이산화탄소, 나무, 늑대와 같은 구체적인 환경 대상들에 다가간다.굵은 줄기에서 가느다란 가지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 같은 독특한 안내 방식은 독자가 넓은 시야를 가지고 개별적인 환경 주제들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과정에 익숙해진 독자는 책에서 소개되지 않는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태도와 접근법을 취할 수 있으며, 어쩌면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정철화기자

2014-08-01

일제 강점기 `오욕의 역사` 재조명

오는 8월 15일은 광복 69주년을 맞는다. 우리민족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이 고통의 역사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야욕과 위안부 인정 거부 등 과어 침략의 역사를 거부하며 한일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는 우리에게 잊고 싶은 과거지만 동시에 잊어서도 안 될 우리의 역사이다.당시 조선총독부의 식민통치 사실을 배경으로 한 묵사(墨史) 류주현(1921~1982)의 대하 역사소설 조선총독부(전 3권·나남출판)가 내달 15일 복간된다.일본의 우경화와 독도 영유권, 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첨예한 이슈로 대두한 상황. `망각된 역사적 과오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이 같은 현실은 소설 속 실제 역사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나남출판 고승철 대표는 지난 23일 조선총독부 출간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이만큼 좋은 역사 텍스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흔히 역사소설 읽을 때 추구하는 세 가지 가치라 할 흥미와 감동, 역사 공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 소설은 1909년 1월, 조선 병탄을 노리는 이토 히로부미가 구한말 고종 황제와 조정 각료들을 농락하며 일장 연설을 행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그의 번드르르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군중은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헌병대장은 흩어져 가는 군중을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다가 황급히 이토에게로 달려가서 한쪽 팔을 부축해 연단을 내려오게 했다`(1권 25쪽)다큐멘터리적 서술을 통해 조선총독부의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면서도 사서(史書)가 짚을 수 없는 이 같은 인물의 심리와 시대적 분위기를 묘사할 수 있는 건 소설의 힘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병풍 위에 가상의 남녀 독립투사인 박충권과 윤정덕을 올려놓았다. 이들은 최근 화제를 모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처럼, 역사적 인물들과 사실의 바탕 위에서 작가적 상상력과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이는 2천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인물과 동아시아를 종횡무진하는 공간적 배경, 반세기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야기의 긴장도를 유지하는 `끈`이기도 하다.소설은 애초 한일협정 개시로 인해 어수선했던 1964년 9월부터 역사학자 천관우가 주간으로 있던 월간 `신동아`를 통해 연재됐다. 연재가 끝난 직후인 1967년 신태양사에서 전 5권으로 출간됐으며, 고단샤를 통해 일본에서도 함께 출간돼 반향을 일으켰다.세 번쯤 소설을 통독했다는 저자의 장남 류호창 건국대 교수(실내디자인학과)는 “워낙 방대한 작품이어서 처음엔 소설의 맥을 잡기 혼란스럽기도 했다”며 “그러나 반복해 읽는 동안 사료의 수준을 넘는 문학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세 수입은 모두 류주현 추모사업에 쓸 방침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7-25

美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반란과 그 이후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와인 시음회 현장. 와인 상표를 가린 채 맛을 음미하는 `블라인딩 테스트` 결과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모든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1976년 6월 7일 자 `타임`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정오가 되기도 전에 뉴욕의 와인상점들에선 모든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동이 나버렸고, 1위 와인인 1973년산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를 찾는 문의 전화로 상점들의 영업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쓴 계기로 받아들여졌다.당시 현장을 단독 취재했던 조지 태버는 이후 5년간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누빈 뒤 이 사건이 와인 역사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역사서를 펴냈다. 그리고 국내엔 10년 전 소개됐던 이 책이 와인 전문가 유영훈의 새로운 완역(알에이치코리아)으로 재출간됐다.소외받아온 소수자의 반란(?)이라는 매력적 소재를 중심으로, 방대한 현장 답사와 철저한 문헌 고증이 곁들여져 2005년 처음 출간된 이 논픽션은 곧바로 와인 애호가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책에는 미국 및 프랑스 와인의 역사, 전 세계 와이너리(와인 주조장)의 분포, 포도 품종, 양조 기술, 와인 장인들의 다채로운 인생 역정까지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겼다.1부는 파리의 시음회가 기획되고 열리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행사를 기획한 파리 한 와인 가게 주인인 스티븐 스퍼리어는 그저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썩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와인을 소개해보자는 생각에 시음회를 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저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2부는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크로아티아의 가난한 마을에서 천신만고 끝에 태평양을 건너온 와인 양조자 마이크 그르기치를 비롯해 와인의 새 역사에 발을 내디딘 이들의 모험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3부는 시음회 현장에서 취재한 얘기들. 4부는 파리 시음회가 이후 세계 와인 산업에 미친 영향,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와인 업계의 현주소를 다룬다./연합뉴스

2014-07-25

`올재 클래식스` 11번째 시리즈 `수호지` 발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발간되는 `올재 클래식스 ` 11번째 시리즈로 중국 고전 수호지(水滸誌)가 나왔다. 2천102쪽 분량의 4권짜리 완역본으로, `올재 클래식스` 42~45권에 해당한다.2006년 교수신문이 뽑은 `최고의 고전 번역`에 포함된 중국 옌볜대학(延邊大學) 공동번역팀의 번역본이다. 성실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은 번역으로, 중국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역자들이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문체를 선보인다.원작의 시(詩)와 사(詞)를 생략하지 않고 감칠맛 나게 옮겼다. 특히 기존의 한국어 번역본들은 108호걸의 양산박 집결로 끝나는 `70회본`을 원전으로 삼았으나 옌볜대학 번역본은 의형제들의 의리와 조정에 대한 충성이 충돌하는 이야기까지 다룬 `120회본`을 토대로 했다.`올재 클래식스`는 2011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가 `지혜 나눔`을 표방하며 펴내는 고전 시리즈다. 분기마다 4권씩 발간되며, 동서양 고전을 권당 2천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감상할 수 있다.시리즈당 5천권이 발행된다. 4천권은 6개월간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서 한정 판매되고 1천권은 시골 공공도서관, 벽지 학교, 군부대, 공부방, 교정기관 등에 기증된다. 11번째 시리즈는 삼성에서 제작비용을 후원했다./연합뉴스

2014-07-25

조선시대 가족·국가 지탱 이념은?

삼국사기에는 `도미(都彌) 부인`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2세기 백제 때 인물인 도미 부인은 왕의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일편단심 남편 도미만을 사랑한 `열녀`(列女)의 전범으로 그려진다.이 이야기는 조선 세종대에 편찬된 서민용 `도덕 교과서` 삼강행실도에 모범 사례로 실렸다. 이후 조선 여성들은 남편을 물어 가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거나 남편이 죽으면 함께 이승을 하직하는 등의 모습을 본받기를 요구받았다.말하자면 조선시대에는 부부 사이의 개인적 도덕인 정절을 국가가 관리했다는 뜻이다. 이 시기 정절을 지킨 아내에게는 국가 차원의 보상이 이뤄졌고, 반대로 개가한 과부 등 `정절을 해친` 아내는 국가가 나서서 분노하고 응징하기까지 했다.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이같은 정절 개념에서 조선시대 역사의 내밀한 원리를 읽어낸다. 신간 `정절의 역사`(푸른역사)에서 이 교수는 당시 몸과 마음의 순결과 신의를 강조한 유교 이념이 신하의 충절과 아내의 정절을 한데 묶어 정절을 가족과 국가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로 세웠음을 드러낸다.책은 정치, 제도, 문화, 지식, 담론 등을 통해 조선시대를 전방위적으로 살피면서 정절 개념의 연원과 전개 과정을 찾아나선다. 조선경국전, 경제육전, 경국대전으로 이어지는 법전의 계보에서 정절이 명문화된 법으로 존재했고, 민간 사회에서도 향약을 중심으로 정절이 `도덕법` 기능을 했음을 확인한다.이런 관점에서는 당시 국가 차원에서 정절 여성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음란행위`를 감시했다는 사실도 충분히 추론 가능한 일이다. 정절을 어긴 이른바 실행녀(失行女)의 남성 가족은 관직에서 물러나거나 관직 진입 자체가 봉쇄됐는데, 자손을 볼모로 여성의 행실을 감시한 것은 조선 사회 정절 문화의 특징이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7-25

`아시아의 美` 시리즈 20권 펴낸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늘날 아름다움의 기준은 서구와 근대 중심으로 재단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사람의 생김새뿐 아니라 미술, 건축 등의 예술 분야에서도 이런 경향은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이런 서구·근대 중심적 미(美) 개념을 탈피해 아시아적 아름다움의 연원과 특성을 분야별로 두루 살피는 총서 성격의 기획서가 출간된다. 서해문집이 향후 5년간 20권으로 완간할 예정인 `아시아의 미` 시리즈다.아모레퍼시픽재단이 책 기획과 출간을 위임한 미지(美知)위원회가 2012년부터 매년 아시아의 미와 관련한 연구 과제를 공모,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들 과제 가운데 1년에 3~5종씩을 출간할 계획이다.미지위원장을 맡은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아름다움을 사회적 맥락, 일상적 체험과 연관시킴으로써 서구적 미와 다른, 지역적 특성을 지닌 미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시리즈는 미학적 관점보다는 역사학·예술사·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 어렵지 않은 대중 인문교양서를 추구하지만, 책에 따라 전공자들을 위한 학술서적 성격이 될 수도 있다.1권은 이옥순 인도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이 쓴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다. 서구적 표준이 대두하기 이전 인도 미인의 표준, 그 표준이 오늘에 이르는 변화 과정을 역사·문화적으로 추적한 책이다.박선희 전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가 쓴 2권 `동아시아 전통 인테리어 장식과 미`는 한·중·일 3국의 전통 인테리어를 비교한 최초의 연구 결과물이다. 나라별 대표 주택인 중국의 사합원, 일본의 서원조, 한국의 반가한옥에 표현된 각종 인테리어 장식과 주거 원리 등에서 동아시아 3국의 미 의식을 찾아내려 했다./연합뉴스

2014-07-18

한반도 주변국 바로알기, 빠져 보실래요?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등 한반도 주변국간 외교 격량에 휩쓸려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며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하는 등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해묵은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한일관계는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의 한국 방문 등 중국과 선린외교는 미국간 동맹관계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주변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을 이해할 수 있는 신간들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왜곡된 한·일 관계설화 통해 역사적 사실 추적▲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 김화경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392쪽◆ 재미있는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영남대 명예교수로 설화 연구에 오랫동안 매진해 온 저자가 일본 학계에서 왜곡한 고대 한일관계의 양상을 신화와 설화 자료를 통해 바로잡았다.이 책은 한국이나 일본에 남아 있는 설화 자료들을 이용하여 일본 안에 한국에서 건너간 다양한 세력집단, 이를테면 신라나 가락국, 백제, 고구려 등의 이주민들이 일본에서 문화를 전파하였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목적이 있다. 설화가 단순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허구가 아니라 당시 역사의 단면을 담은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근원을 추적, 역사적 사실을 찾아내려 시도했다.저자는 1980년대 일본 쓰쿠바대학(筑波大學) 유학 당시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한 북한 학자 김석형(1915~1996)의 `삼한 삼국의 일본열도 분국설`을 접하고 이번 저서에 이를 인용했다.한일 양국 설화를 비교·분석, 고사기(古事記)나 일본서기(日本書紀) 등 일본 역사서가 다른 지명을 마치 같은 것처럼 연결하거나 일본 내 지역을 한반도 지역인 진구 황후의 신라정벌 설화`나 `니니기노미코토 강탄 신화` 등을 분석해 논리적 모순을 지적했다.日 지식인 위기의식을서양문물 수용 원동력 해석▲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 박훈 지음 민음사 펴냄, 248쪽◆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일본은 19세기 산업혁명과 헌정을 함께 이뤄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였다.사람들은 이를 가능하게 한 메이지 유신을 운운하며 조선의 근대화 실패 원인을 조선의 열등함에서 찾는다.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는 조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특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헌법, 의회, 국민국가, 자본주의 등 서유럽이 발명해낸 낯선 제도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근대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책은 당시 일본인들의 대외인식, 막부 세력과의 영향 관계, 개항을 둘러싼 정치세력의 입장 등을 살펴보며 정치사적 관점에서 메이지 유신을 접근한다.일본의 지식인들이 메이지 유신 이전부터 해외로의 팽창을 주장했고, 서양 열강이 일본을 노리고 있다는 과장된 위기의식이 일찍부터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시각이 흥미롭다.日 최근 100년 역사 풀이군국주의 뿌리 탐색도▲ `근대 일본` 이안 부루마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29쪽◆ 근대 일본현 일본의 정치·경제·문화를 결정지은 근대 100년의 역사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낸 책이다.일본 문화 권위자인 저자는 근대 일본의 시기를 미국 페리 제독이 군함 4척을 이끌고 에도 만에 나타났던 1853년부터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까지로 규정하고, 일본의 침략과 약탈, 패배와 재건의 역사를 생생하게 조명한다.책은 일본이 고립된 섬에서 군사국가로, 또 민주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일본이 왜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질서를 발전시키지 못했는가를 분석한다. 또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독일, 중국과 비교하며 설명해준다.지난 1일 일본 아베 내각이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한 가운데 일본 군국주의의 뿌리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저자는 과신, 광신, 치 떨리는 열등감, 그리고 국가 위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 근대 일본의 역사를 만들어냈지만 패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품도 일본의 모습 중 하나라고 말한다.한국인이 모르는 `진짜 중국`대륙 움직이는 5가지 힘 소개▲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류재윤 지음 센추리원 펴냄, 316쪽◆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한국인들은 가까운 이웃이자 같은 동양문화권 아래 있는 중국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와 확연히 다른 사회구조, 문화, 사유체계가 지배하는 곳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중국과 중국인 속에 감춰진 본모습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를 종종 범한다.삼성의 중국전문가 출신이자 대중국 협상가인 저자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고전과 이론, 현장을 넘나들며 중국을 관통하는 규칙과 중국인을 설득하는 전략을 소개한다.그가 말하는 대륙을 움직이는 5가지 힘은 바로 `역설`, `우리`, `지갑`, `시야`, `시간`이다. 공이 사이고, 사도 공이 되는 중국의 양면성, 철저히 우리와 그들을 나눠 선을 긋는 관시(關系), 흔히 `만만디`로 불리는 중국인의 시간관념 등이 다뤄진다.중국에서만 20년을 근무한 저자는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곁들여 `진짜`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4-07-18

산과 사람 관계 첫 인문학적 접근 발로 뛰며 모은 방대한 자료 눈길

신간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은 스스로를 산가(山家)라 부르는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풍수와 지리학 연구방법론을 통해 한민족과 산의 관계를 밝혀낸 책이다.우리나라는 산이 국토의 70%를 차지하고, 등산 인구가 1천5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산을 찾고, 이용하고, 산의 품에서 일생을 보낸다.그러나 산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하는 인문학 서적은 전무한 것이 사실. 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저자의 오랜 산 연구를 집대성한다.한국의 산은 사람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의 산`이다. 수천년 동안 산과 사람의 융화와 교섭이 이뤄지면서 한국의 산은 인간화됐다. 또 한국만의 산 역사와 문화가 독특하게 빚어졌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산은 자연과 생태의 산이라기보다 역사와 문화의 산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또 한국의 산은 `어머니의 산`이다. 어머니인 산은 모든 생명을 품고,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다.저자는 한국의 산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산 의식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천산`(天山), `용산`(龍山), 인간화 등으로 설명하고, `진산`(鎭山), `조산`(造山) 등 산과 관련한 개념들을 다룬다.또 유교지식인들이 산과 관련해 남긴 저서나 문학작품들도 살펴본다. `산림경제`, `임원경제지`는 물론 명산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두류전지`, `청량산지`, `유산기` 등의 작품이 등장한다.책에는 산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드러날 만큼 방대한 자료가 실렸다. 책 속에 실린 사진 대부분이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한 것이다. 특히 어머니의 산을 대표하는 지리산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돋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속한 명산을 살펴보며 지리산의 세계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연합뉴스

2014-07-18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54개국 11억 인구가 사는 지구 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또 역사가 시작된 인류의 요람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다.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프리카 독립의 시대가 열리자 전 세계는 미지의 대륙의 미래에 환호와 격려를 보낸다. 1960년 영국 수상 해럴드 맥밀런이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세대 지도자들의 독재가 시작되면서 아프리카는 경제 호황은커녕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는다. 이런 까닭에 맥밀런으로부터 40년 뒤 영국 총리 자리에 오른 토니 블레어는 아프리카를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라고 표현한다.신간 `아프리카의 운명`은 아프리카 독립의 시대가 시작된 시기부터 반세기의 역사를 살펴보며 풍부한 자원과 풍요로운 역사·문화를 가진 대륙이 어떻게 절망과 궁핍의 나락으로 추락했는지 추적한다.책은 특히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의 성격과 행적이 각국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전기작가이자 역사가인 저자 마틴 메러디스는 아프리카 특파원으로 15년간 재직한 경험을 살려 전쟁, 독재, 부패, 빈곤 등 현재에도 아프리카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그도 그럴 것이 건국의 주역이 된 1세대 지도자들은 대부분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개인숭배의 길을 걷는다. 또 불법적인 개인재산의 축적은 정부와 공무원의 부패로 이어져 민중을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이는 다른 쿠데타로 이어지고 혼란은 지속된다.일례로 아프리카 사회주의 혁명 지원을 위해 콩고로 파견됐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는 자신이 지원한 카빌라의 게릴라 군대를 두고 “기생충 같았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기니의 첫 대통령인 세쿠 투레는 자신을 `아프리카의 위대한 아들`, `혁명학 박사`로 부르며 농업, 철학, 축구 등 모든 분야의 달인으로 묘사한다. 또 자신의 연설과 사상을 기록한 책을 필독도서로 만든다.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 배경도 흥미롭다. 아프리카 영장류인 침팬지와 긴 꼬리 원숭이로부터 유래한 에이즈 바이러스는 그 존재가 알려지기 전부터 아프리카에 퍼져 있었다. 에이즈가 아프리카 가정을 빈곤으로 몰아놓고, 생산성을 급격히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지도자 대부분은 문제를 부인하거나 무시했다. 아프리카 정치인들은 에이즈를 서구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치부하거나 아프리카인의 성적인 열정과 재생산 능력을 감퇴시키려고 서구 인종주의자들이 꾸며낸 선전 활동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탄자니아에서 에이즈는 `죽일 테면 죽여보라지. 그래도 나는 절대로 젊은 여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의 스와힐리어로 번역됐고, 자이르 대학생들은 에이즈를 `애정을 감퇴시키는 가상의 증후군`이라고 불렀다.저자는 과거를 알지 못하면 현대를 절대 알 수 없다며 정글과도 같은 아프리카 정치판과 사회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어 아프리카 저개발의 책임을 무조건 서구 국가들에 떠넘기기보다 아프리카가 직접 나서야만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35장에 걸쳐 아프리카 현대사를 속도감 있게 기술했다./연합뉴스

2014-07-11

아마존 원시부족으로 본 인간본성의 진실

신간 `고결한 야만인`(원제: Noble Savages)은 미국의 인류학자 나폴리언 섀그넌이 아마존 원주민 야노마뫼 족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기록이다.야노마뫼 족은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 양편에 사는 아마존 원시부족이다. 섀그넌은 1964년 야노마뫼 족을 처음 접하고 이들이 인류학계에서 통념적으로 이해되던 원시부족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야노마뫼 족을 지구 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야생의 원시민족이라 보고 연구를 시작한다.야노마뫼 족은 1964년 당시 수렵·채취에서 농업·가축으로 넘어가는 석기시대에 살고 있었다. 섀그넌은 35년 동안 25번 야노마뫼를 방문하며 이들이 원시적 과정에서 탈피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부족사회에서 전개된 정치적·사회적·군사적인 투쟁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책은 우리가 원시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해 지닌 몽상을 차례차례 깨뜨린다.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자연 상태의 인간은 비폭력적이고, 이타적이며, 경쟁하지 않았다고 묘사한다. 우리도 원시사회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처럼 평화로웠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이는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섀그넌은 예측하지 못할 때 갑자기 공격하는 이웃이 가장 위험한 적이라며, 야노마뫼 족은 이웃의 공격을 항상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야노마뫼 족은 늘 폭력과 전쟁의 위험에 노출됐고, 섀그넌이 야노마뫼에 처음 들어간 날도 비사아시테리의 야노마뫼 족은 이웃마을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로 유추해 볼 때 인류사회의 먼 과거는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묘사한 만성적인 전쟁상태에 더 가까웠다.여성을 얻기 위한 전쟁과 다툼은 현재보다 더 비일비재했다. 섀그넌의 조사 결과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는 야노마뫼 족 전사들을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부인이나 자식이 더 많았다. 전략적 물적 자원이 갖춰지기 전의 부족사회는 자식을 생산할 수 있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에 대한 성적 접근권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섀그넌은 야노마뫼 족 사회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더 크고 복잡하게 발전하게 됐는가를 알아내면 많은 부족이 국가 형성을 위한 첫걸음을 어떻게 내딛게 됐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와 문화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인류학에 진화론을 도입해 학계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시달린 그는 유전자 실험을 위해 원주민에서 고의로 홍역을 전염시켰다는 누명을 쓴다. 그래서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에 휘말린 인류학자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원시부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려 한 그의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연합뉴스

2014-07-11

“맛의 끝은 사랑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요리만화 시리즈 `식객`이 완간된 지 4년 만에 세 권짜리 컬러판이 새롭게 나왔다.김영사에서 출간된 `식객` 시리즈는 지난 2010년 27권 `팔도 냉면 여행기` 편으로 완간됐으며, 이번에는 도서출판 시루가 `식객2`라는 이름으로 세 권을 발간했다.흑백인 `식객`과 달리 `식객2`는 전면 컬러로 구성됐다. `식객`이 주인공 성찬과 진수가 전국을 누비며 우리 맛을 탐구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식객2`는 `그냥밥집`이라는 식당을 찾는 단골 이웃의 희로애락과 요리를 다뤘다.이 때문에 `식객 2`는 요리 이야기와 함께 그리움과 사랑 등 사람 간에 벌어지는 휴먼 드라마도 비중 있게 전하고 있다.1권 `그리움을 맛보다`는 대구내장젓, 김해뒷고기, 된장찌개, 아이들을 위한 채소 요리, 보리밥 한 그릇 등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3권은 총 14개의 에피소드와 후기로 이뤄졌다.`식객`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35개의 에피소드를 다루며 27권이 나왔고 총 350만권 이상이 팔렸다. 두 차례 영화화됐으며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시루는 “`식객2`는 1974년 `집을 찾아서`로 공식 데뷔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인생 40주년 기념작”이라며 “`식객2`가 발간되면서 `식객` 시리즈의 15년 대장정도 마무리하게 됐다”고 밝혔다.허영만 화백은 “맛의 끝은 사랑”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14-07-11

추락할 때 돋아나는 `천사 날개`

첨예한 여성적 감각으로 생명을 사유하는 소설가 전경린이 네번째 소설집 `천사는 여기 머문다`(문학동네)를 펴냈다.`물의 정거장`이후 11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단단히 써낸 9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이 소설집은 가히 전경린 문학의 정점이라고 할 만하다. 2007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와 천사라는 본성의 양면성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천사는 여기 머문다 2`와 2011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강변마을`, 2004년 대한민국소설상을 수상한 `여름 휴가` 등 평단과 독자 모두를 만족시켜온 그의 소설이 걸어가고 있는 길은 아직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다.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경이롭고 환희에 찬 인생,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하얀 “천사”의 날개를 펼쳐내며 살아감을 멈추지 않는다.`모든 자유를 가진 것 같지만,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우리 사회 여자들의 갇힌 삶이 전경린의 문학적 관심사였다. 일찍이 `정념(情念)`과 `귀기(鬼氣)`라는 강렬한 단어들로 설명돼온 그의 소설들은 우리의 내면에 잠재한 고통스러우면서도 찬란한 생명의 빛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유의 시정(詩情)적인 문체와 세밀한 묘사를 통해 표현되는 것은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이기도 하고 전락을 향해 달려가는 무거운 현실이기도 하다.전경린의 사랑은 통속과 관습의 굴레로는 잠재울 수 없는 `존재의 비명`이다. 온몸을 휘감는 열정의 시간이 또한 추락의 시간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들의 등에서 천사의 날개가 돋아난다. 광기와 열정의 벼랑 끝에서 마침내 찾아오는 평온과 고요. 이를 통해 전경린의 인물들은 점차 사랑의 외연(外延)을 넓혀나간다. 홀로이던 그녀들의 곁에 이제 딸과 엄마와 동생과 이웃 여자들이 있다. 그들은 짐승처럼 천진스러웠던 시절을 지나, 평화로운 식물성의 생활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맥도날드 멜랑콜리아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으나 누구도 오래 머물지 않는 도시의 인공섬, 맥도날드. 통유리창 너머 잿빛 거리를 바라보며 햄버거를 꾸역꾸역 씹던 어느 날, 나정은 아침마다 늘 맥도날드에서 마주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본다. 모두에게 잊힌 그녀처럼, 남자도 화려했던 한때를 지나 한심스러워 보이는 생활을 하고 있다.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고, 별다른 하는 일도 없이 카페를 전전하며 신문을 보는 삶. 두 사람은 곧 서로의 내밀한 감정들을 조금은 유치하게, 하지만 진솔하게 털어놓기 시작한다.△야상록(夜想錄)오랜만에 친정에 돌아온 금조는 어린 딸과 함께 엄마와 여동생과 한방에서 잠을 잔다. 좀처럼 오지 않는 잠에 감았던 눈을 뜬 그녀의 앞에 떠오르는 아버지 생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우제를 지내기 전날 밤, 금조에게 손님이 찾아왔었다. 장례식에 결코 들일 수 없었던 한 남자. 금조는 7월 말 한낮 검은 상복을 입고 온 남자와 바깥잠을 잔다. 다시금 떠오르는, 하얀 물질경이꽃이 덮여 있는 검은 연못의 풍경…. 돌을 토해내듯 억눌렸던 울음을 쏟아내는 그녀의 등을 엄마는 한없이 쓰다듬는다.△천사는 여기 머문다 1처음 온 사람이면 누구나 순간적으로 균형감각을 잃어버릴 법한 산밑 마을.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이곳에서 여자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있다. 한없이 자유롭지만, 또 그만큼 위태롭고 외로운 그곳. 여자는 알고 있었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 역을 무심히 지나치듯, 그가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결국 떠나리라는 것을.▲ 소설가 전경린△천사는 여기 머문다 2독일 서부의 한 작은 마을 S. 인희는 모경과의 실패한 결혼생활을 뒤로하고, 언니를 따라 비수기의 관광지처럼 한적한 그곳에 정착하려 한다. 그녀를 초대한 사람은 섹스가 없는 `백색 결혼`을 원하는 하인리히. 그를 만날 때 입고 갈 옷들을 살펴보던 인희는 지퍼 부분이 찢어진 블라우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꿰매기 위해 붉은색 실을 풀어낸다. 한 바늘, 두 바늘, 세 바늘……. 갑자기 하늘에서 쾅 하고 천둥이 치고 인희는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고 만다. 그 순간, 석상처럼 굳어버린 그녀의 양손 끝에 반딧불 같은 빛의 방울들이 점점이 모여든다.△밤의 서쪽 항구통영지방의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P와 정흔이 찾아온다. 정흔은 10년 전쯤 `나`와 친하게 지내던 인연. 함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떠올리는 것은 `나`가 정흔과 함께 친하게 지냈던 선후에 관한 기억이다.젊은 날 그들을 자연스레 멀어지게 했던 그 일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쓸쓸한 서쪽 항구에서 벌어진 꿈같은 여행의 기록./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4-07-04

시와 삶 아우르는 진지한 성찰세계 보여줘

서정적 감수성과 기발하고 활달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독특한 어법을 구사하며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안현미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창비)가 출간됐다. “새로운 감수성과 삶의 힘을 감싸안는 웅숭깊은 서정”과 “진솔함의 미덕과 상상력의 힘을 합체하는 타고난 언어감각”(박형준)으로 2010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이별의 재구성`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어둠속의 불우한 현실을 감싸안으며 시와 삶을 아우르는 진지한 성찰의 세계를 보여준다.감각적인 언어유희가 도드라지는 가운데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거름으로 하여 삶의 밀도 있는 체험이 눅진하게 녹아든 시편들이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위로한다.“그는 여행자 배롱나무의 동쪽을 다녀온 자 無에서 꺼내온 시간을 들고 방금 막 도착한 자 현 없이도 울음을 데리고 아름다움에 참여하고 있는 자 그는 여름 바람 앞의 미루나무, 사랑 옆에 서 있는 여자, 야생 두릅을 삶아서 먹는 저녁 밥상, 미지의 곳을 헤매다 돌아오는 여행가방, 분노로 빛나는 물항아리, 질문하는 구름 그는 무릅쓰는 자 불행과 고독 무의미와 어둠 중력과 천민자본주의 불가항력과 부조리를 끝끝내 무릅쓰는 자 삶은 고독 삶은 부조리 삶은 학살의 일부”(`시마할` 부분)진솔한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안현미의 시는 “미래의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는”(`이별수리센터`) 연서(戀書)이다. 그 자신이 가난하고 외롭고 꿈조차 사치였던 `고장난` 시절에 시로 위로받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험준한 세상에 시인은 “사랑의 부재 또한 사랑”(`그도 그렇겠다`)이고 “인생이란 원래 뭘 좀 몰라야 살맛 나는 법”(`카이로`)임을 깨달으며, 삶의 “강 옆에서 물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삐아졸라를 들으며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리는 애틋한 마음으로 “사소했지만 힘겨웠던”(`전갈`) 상처투성이의 시절을 달래고 위무한다.“결혼 후 한 계절이 지났습니다 입덧이 시작됐고 제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있습니다 너무 서둘러 시집왔나 생각해봅니다 입안이 얼얼하고 간혹 어린 엄마였던 언니가 너무 사무칩니다//삶의 비애를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닐 테지만 나를 보아 너무 서둘지 않아도 나쁘진 않았을 텐데 어리고 영민한 여자가 현모양처가 되기란 동서남북 이 천지간에서 얼마나 얼얼해야 하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너도 곧 엄마가 되겠구나 무구하게 당도할 누군가의 기원이 되겠구나 여러 계절이 흘렀으나 나는 오늘도 여러개의 얼음을 사용했고 아무도 몰래 여러개의 울음을 얼렸지만 그 안에 국화 꽃잎을 넣었더니 하루 종일 이마 위에 국화향이 가득하였다 그 향을 써 보낸다 그저 얼얼하다 삶이”(`내간체` 전문)2001년 등단한 이후 주목할 만한 젊은 시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시인도 어느덧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삶을 인용해서 살고 있는 것만 같은/불혹”(`불혹, 블랙홀`)의 나이를 넘겼다. “거울도 지도도 없었고 그저 눈물뿐이었”(`어떤 삶의 가능성`)던 시절, “살 수도 살지 않을 수도 없는(죽을 수조차 없는) 그런 날”(`화란`)들의 “신산한 삶이 남긴 상처를 녹여내”(`화면조정시간`)고 “지나가는 시간을 잠시 바라보”(`불혹, 블랙홀`)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유희하”고 “연희하”고 “환희하는 자”(`연희-하다`)로서 시인은 간절한 마음으로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다른 세상”(`다뉴세문경`)과 “다른 차원의 시간이 열리”는 “새로운 인생”(`어떤 삶의 가능성`)이 움트는 시의 텃밭을 일구어나간다./윤희정기자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