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김갑수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 408쪽
요즘 방송채널을 돌일 때마다 자주 보게되는 낯익은 얼굴이 있다. 바로 시인·문화평론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갑수씨이다. 적잖은 나이에 여자처럼 머리를 길게 기른 모습이 범상찮아 보인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수료하고 웅진출판 창립기에 편집부에 입사, 편집부장을 끝으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떠났다. 이후 라디오 진행자로 전업했고 최근 종편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사, 연예, 건강,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걸출한 입담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갑수씨가 문학평론가로 소개되지만 실제 전공은 클래식이다. 김씨는 작업실을 따로 마련, 3만여 장의 음반과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을 구비해놓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생활할 정도로 클래식 광이다.
그가 클래식을 소재로 한 5년만의 신작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를 펴냈다. <오픈하우스. 408쪽. 1만8천원> 이 책은 고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의 삶을 채워온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 연주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일평생 클래식이라는 한 분야에 매진해 온 경험과 경력을 토대로 클래식이 얼마나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음악인지 알려준다.
대부분의 클래식 서적들이 `클래식 가이드북`을 자처하고 있다. 바흐·모차르트·베토벤부터 시작해 브람스·말러·차이코프스키 등으로 나아가는 순서다. 한마디로 교과서적인 접근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데 왜 우선순위가 필요한 걸까. 저자는 이런 선입견을 깨고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목메어 외치는 바이지만 교과서상의 중요도 순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은 일평생 그쪽(클래식) 숲 속에 빠져 헤매고 있는 자가 느낀 강렬함의 서열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는 추억의 음악으로 고교 시절 즐겨 찾은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르네쌍스`에서 마주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떠올리고, 지독하게 아프다가 진통제가 효과를 발휘할 무렵 들을만한 음악으로 올리비에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를 꼽는다.
`우리 모두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제목의 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떠올리며 모차르트부터 스트라빈스키에 이르는 여러 거장의 레퀴엠을 떠올린다.
시끄러운 장터에서 음악적 질서를 찾아낸 말러나 독설로 유명한 지휘자 첼리비다케의 일화, 앙드레 프레빈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호흡을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