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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위기의 농촌, 지속가능한 희망으로

정철화 기자
등록일 2025-06-19 20:00 게재일 2025-06-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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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종 전 포항시의회 의장

지금 대한민국의 농촌은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같은 문제들은 더 이상 도시만의 고민이 아니다. 농촌은 그 최전선에서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미비, 그리고 인구소멸이라는 다중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우선 농촌은 인구 구조 자체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8세, 70세 이상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농업의 미래를 이끌 청년층은 도시로 떠나고 있다. 그 이유는, 주거, 교육, 육아, 의료, 교통 등 일상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착을 꿈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겁다.

여기에 농업의 수익성 저하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시장 개방, 기후변화는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농업 도입은 대규모 농장에 유리하게 작동하면서 소규모 영세농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농업 내 양극화는 심화되고, 농촌 사회의 불균형은 커져간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동체의 해체와 문화의 소멸이다. 농촌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세대 간 삶의 방식과 전통이 이어지는 터전이었다. 그러나 마을 단위 공동체가 해체되며 세시풍속, 지역 축제, 전통 기술 등 고유한 문화자산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문화는 기억이고, 정체성이다. 그 상실은 곧 지역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경고다.

이제 농촌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농촌은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의 기반이자, 생태적 균형과 정서적 치유를 제공하는 미래 자산이다. 농촌을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첫째, 청년이 머무르고 싶고, 꿈을 꿀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귀농·귀촌 지원을 넘어 농업 창업 지원, 주거 안정, 교육과 육아 인프라 구축 등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착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농업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유기농업 확대,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 스마트팜 기술 보급 등을 통해 수익성과 환경보전을 함께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농업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 농촌에 맞는 복지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령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에서는 의료, 돌봄, 이동 등 일상 복지 서비스가 절실하다. 도시 중심의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

넷째, 지역 문화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 전통문화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교육 콘텐츠나 관광 자원으로 재창출 가능한 경제적 자산이다.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농촌의 미래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지금 우리가 농촌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촌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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