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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는 국민에게 겸허하게 소명하는 자리다

정철화 기자
등록일 2025-06-22 18:57 게재일 2025-06-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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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인사청문회의 뒷맛은 대부분 참담하다. 근엄하고, 고결한 척하던 고위 인사들이 한 꺼풀만 벗기면 왜 모두 그 모양인지…. 물론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때도 있다. 야당이 억지로 문제 삼는 일이 다반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싸고도 말이 많다. 국민의힘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보면 버는 돈보다 지출이 터무니없이 많다. 지난 5년간 최소 5억 원을 수입보다 더 많이 썼다고 한다. 부정한 돈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중국 칭화대 학위를 취득이나 아들의 특수학교 전·입학, 유학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2억 원이 넘는 유학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의 교육 철학을 거슬러, 도덕적 문제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공직 후보자가 안고 있는 의문일 수 있다. 그 대응 과정이 더 문제다.

 

무엇보다 본인의 태도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차분하게 설명하는 게 정도다. 그런데 정작 의혹에 대한 해명이 본질을 피하고, 구차하다. 사실을 밝히기보다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 동정심을 구하려 한다. ‘표적 사정’은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굳이 비리를 들춰낸다는 뜻이다. 혐의를 사실이라고 믿게 한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도 부인했다. 세금 추징과 과징금 부과를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세무 당국이 봐주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탈세해도 눈감아주는 게 정상인가. 불평하기에 앞서 세금을 추징당했다면 국민에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 도리다.

 

그는 ‘노부부 투서 사건’을 “정치 검찰, 쓰레기 지라시 협잡 카르텔에 의한 허위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노부부가 그런 내용을 유서에 남겨도, 검찰과 언론이 모른 체 했어야 하나. 기자가 불편한 질문을 하자 “누가 질문했느냐?”, “어디 채널이냐?”라고 추궁했다. 정치적 공격이라는 다른 틀(프레임)로 의혹을 덮어버렸다.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참고인을 모두 거부했다. 민주당은 처음에 ‘윤석열·한덕수·김문수’를 증인으로 요구했다. 그래 놓고 김 후보자를 검증할 증인은 모두 거부했다. 김 후보자의 가족과 전처까지 부르는 건 지나치다고 해도, 이들을 모두 제외했는데도, 다른 증인들을 모두 거부했다. 자신이 있다면 해명할 수 있는 자리인데, 굳이 피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민주당이 아직도 특검을 밀어붙이는 김건희 여사 전례를 봐도,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는 말은 통용되기 어렵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인사청문회법을 바꾸겠다고 한다.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개인 비리와 도덕성에 대한 청문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능력 위주로 공개 검증하자는 대안도 나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총리와 장관들 청문회를 앞둔 이 시점에 “빠르게 개정하겠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속 보이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허위 사실 공표로 선거법 위
반 유죄 판결이 나오자, 관련 조항을 아예 삭제하겠다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가 정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하겠나.

 

김 후보자는 자신을 가장 아프게 공격하고 있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장관으로 추천한다는 윤재관 조국혁신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했다. “검증받을 좋은 기회 얻기를 덕담한다”라는 댓글도 달았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주 의원에게 “70억 원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해 보라”라고 공격했다. 정당하게 모아도 자산이 많으면 죄악이고, 가난하면 부정을 저질러도 된다는 억지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청문회는 국민을 향한 검증이다. 의혹 해명은 국민을 향해 하는 것이다. 때 묻은 정치인끼리 짜고, 같이 해 먹는걸 ‘관행’이라고 덮을 일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벌써 총리 행보다. 부처 보고를 받고, 재난상황실과 현장을 다닌다.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임명 동의안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선가 의혹 해소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망신 한번 당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나. 아무리 관행이라도 잘못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사과는 사실 확인이 먼저다. 청문회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의 의심을 풀어주는 자리다. 아무리 총리 후보자라도 국민 앞에서는 좀 더 겸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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