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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권력을 사사로이 쓸 수는 없다

등록일 2026-04-26 13:12 게재일 2026-04-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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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어린아이에게는 위험한 물건을 맡기지 않는다. 요즘은 모든 게 미쳐 돌아간다. 거대한 정치권력들이 기본이 안 된 어린애들에게 맡겨진 느낌이다. 민주주의의 모형이 된 아테네 정치도 몰락하고, 가장 민주적으로 설계됐다는 바이마르 체제도 나치의 등장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한 권력자의 결심으로 전쟁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란에서. 세계 무역 질서가 무너졌다. 수십 년간 쌓은 약속과 계약이 휴지가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손에 든 위험한 독재자다. 하지만 그는 세습했다. 문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의 폭주다. 하버드대 교수들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연작에서 그런 사례들을 보여줬다.

 

당장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악재만 쏟아냈다. 오늘의 민주당 폭주를 낳은 장본인이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고공행진 한다. 잘해서 얻은 박수인가. 윤석열 정부 실패의 반사이익,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는 국민의힘에 대한 거부감 덕분 아닌가. 그 수치만 믿고 스티븐 레비츠키가 설명한 길을 가고 있다. 정치적 경쟁자를 부정하고-사법부를 장악하고-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과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회를 장악했다. 이전에도 대부분의 국회는 과반 다수당이 차지했다. 그럼에도 권위주의 시절 집권당도 이처럼 철저히 야당을 무시하지 않았다. 사법 체제도 손아귀에 넣었다. 검찰을 아예 없애고, 대법관의 과반수를 자기 손으로 임명하려고 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그래도 선의의 개혁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중단된 재판 문제임을 확인해준다.

 

이 대통령은 24일 X에 지난 2023년 ‘대장동 그분’ 보도로 한국신문상을 수상한 동아일보에 대해, “이제라도 수상을 취소 반납하고, 사과 및 보도 정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라고 올렸다. 현직 대통령의 말이다. 엄청난 압박이다. 특검과 사법 체제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이 과잉 충성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인 셈이다. 검찰의 공소를 취소해 없었던 일로 만들려는 기초 작업이다.

 

동아일보의 2021년 10월 9일 보도는 뭔가. ‘정영학 녹취록’에 대장동 사건의 주역인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그(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김 씨가 뇌물로 쓸 150억 원을 요구하자, 정영학·남욱 씨가 천하동인 1호의 배당금 1208억 원에서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김 씨의 역할이 로비이고, 뇌물로 쓰려고 배당한 돈이란 의미다. 그러자 김 씨가 그 돈을 쓸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 며칠 뒤 이정수 당시 중앙지검장도 국회에서 “정치인 그분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녹취록에도 ‘그분’이라는 표현이 한 군데 있기는 있다”라고 인정했다. 김만배 씨는 “내 쪽으로 구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않게 하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이 발언을 인정했다가,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라고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 대통령은 “팩트 발굴이 아니라 엄청난 조작을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당시 동아일보가 보도한 것은 ‘그분 것’이라는 표현이다. 거기에 대장동 일당 중 가장 연장자인 김만배 씨가 ‘그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는 허가권자인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뿐이라고 분석을 더 했다. ‘그분=이재명’이라고 보도하지는 않았다. ‘그분 것’이란 표현이 없었다면, 당연히 동아일보는 물론 당시 이를 보도한 모든 신문이 정정해야 한다. 한국신문상도 취소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절차가 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중단된 대장동 사건 재판을 재개해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회에 관련자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것이다. 왜 그 이야기는 듣지 않는가. 권력을 쥐었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또 다른 왜곡이 된다. 그런다고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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