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은 왜 안 물러나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거리로 나섰다. 지방선거 후 첫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장 대표가 잠실 투표소에 나타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함께 싸우겠다”라고 외쳤다. 종로에 있는 서울시 선관위,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에도 종횡무진했다.
내부의 갈등은 외적의 위협을 이용해 덮는다는 게 독재자들의 수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같은 의도로 드론을 날렸다고 의심받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게 뻔한 당내 회의는 피해 다니다, 거리 투쟁을 벌일 구실을 찾은 것이다. 장 대표는 “개표가 중단되게 반드시 선관위와 싸우겠다”라며 “개표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개표를 막은 투표함에서 오세훈 후보는 3376표, 정원오 후보는 728표를 얻었다.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투표도 국민의힘에 쏠려 민주당에서 한 석을 빼앗을 수 있었다. 개표를 막아서 어쩌겠다는 건가.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는 미뤄놓고, 대여 투쟁을 명분으로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현 당권파는 “나름 선방했다”라고 주장한다.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12곳을 내줬지만, 충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했고, 대구도 방어하지 않았느냐”라고 한다. 서울시장도 국민의힘이 차지했으니, 누가 이겼는지 아리송하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 대표가 숟가락을 얹는 것은 염치가 없다. 일부 이긴 곳은 장 대표와 관계없고, 장 대표가 지나간 곳은 오히려 줄줄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 대표와 거리를 둬서 이겼다. 오 후보는 장 대표에게 2선으로 물러나고, 혁신선대위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수용되지 않자, 독자적인 선대위를 꾸렸고, 공동 유세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8차례 일정을 소화했지만, 현장 유세를 벌인 강서·구로·마포·성동·종로·강남 가운데 강남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당선됐다.
장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51차례 현장 유세를 다녔다. 충청권이 21번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충남 보령·서천)가 있는 충남만 13번을 갔다. 그렇지만 충남·북과 대전·세종시장 모두 졌다.
장 대표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박민식 부산 북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던 박형준 후보는 그 이후 지지율이 하락했다. 오 시장과 달리 장 대표와 박민식 후보의 이미지까지 겹치면서 고전했다. 보수 후보 단일화도 반대한 박 후보는 3등 했다. 장 대표가 “배신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표로써 보여달라”라고 지원 유세한 울산시장 선거도 실패했다.
그에 반해 서울시장은 물론 장 대표가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경남지사 선거, 후보들의 거부로 찾아가지 못한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대구시장 선거도 공천 파동으로 어렵게 출발하게 만든 게 장 대표다. 대구시장, 대구 달성 국회의원 선거를 장 대표 덕분에 이겼나. 대구 시민은 선거 초반 인물론으로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공소 취소 등 이재명 정부가 밀어붙이는 무리한 폭주에 보수 붕괴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것을 장 대표의 성과로 돌리는 것은 터무니없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졌을 때 비대위를 꾸려 위기를 돌파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졌을 때, 박근혜 비대위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김종인·이준석 등을 영입해 2012년 총선에서 과반 승리를 이뤄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정치는 책임이 따른다. 권한을 행사하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법 전문가들이 민심을 법 논리로 재단한다. 민심과 상식을 법 이론으로 깔아뭉갠다. 한동훈 전 대표를 사퇴시키고, 축출하는 과정도 법 논리였다. 현 지도부 붕괴를 막는 방패도 민심이 아닌 법 규정이다. 그러나 그건 딱 당권까지다. 민심을 얻지 않고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