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중심 ‘투톱 인수위’ ⋯ ‘상왕 정치 우려’ 공약 실현 위해 과감한 ’홀로서기’ 필요 구태의 관성 끊어야 당선인 리더십 산다
6·3 지방선거의 치열한 전선을 넘은 박용선 포항시장 당선인이 지난 주말 인수위원장 인선을 시작으로 본격 닻을 올렸다.
박 당선인은 당선 직후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희망찬 미래를 열라는 시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소감을 밝혔던 터라 50만 포항시민들은 그가 내놓을 시책에 기대를 걸고 지켜보고 있다.
특히 포항 경기가 지금 장기 침체 국면 상태여서 젊고 패기 있는 박 당선인이 어떤 그림을 그려 제시할지 모두들 궁금해 한다.
그런 점에서 당섯 첫 행보로 충혼탑을 참배한 뒤 곧바로 장인화 포스코 회장을 만난 것은 다소 신선했다. 포항이 포스코 투자없이는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첫 방향은 잘 잡았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대외적 행보와는 달리 새 시정의 뼈대를 잡을 ‘인수위원회’ 구성 윤곽이 나오면서 지역 정가는 거센 폭풍우에 직면해 있다.
오는10일 송도 해양R&D센터에서 공식 출범을 할
인수위 인적 구성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시민사회와 정가가 기대보다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박용선 당선인은 시정의 첫 단추이자 거울이 될 이번 인수위 총괄위원장에 공원식 선대위원장, 부위원장에 이칠구 공동선대위원장을 선임했다.
이 인사와 관련, 당선인 측은 지역 행정과 정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권력 교체기의 초기 행정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포항시는 인수위원장이 결정됨에 따라 팀장급 이하 실무 공무원 18명을 파견할 방침이다.
문제는 구조의 정당성이 아니라, 이 명단이 지역 사회에 던지는 ‘정치적 신호’다. 선임된 총괄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과거 포항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었던 올드보이이자, 이번 선거를 막후에서 지휘한 핵심 공신들이다.
박용선 당선인은 선거 전부터 국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인에 휘둘리고 있다는 세간의 촌평이 있었다. 당시에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그래서 이해를 하는 쪽이었다.
지역정가도 당선되몃 달라질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정무특보, 산하기관장 자리를 두고 특정 인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리더니 인수위 인선이 발표되면서 시민들의 눈에는 일련의 흐름이 ‘대통합’이 아닌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서막’으로 비치고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법제화된 인수위는 새로운 시정의 비전을 다듬는 정책 준비 기구여야 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과거 시정을 진단하고 향후 4년을 어떻게 끌고 가야하는지 전략을 짜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선거 전리품을 배분하는 곳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박 당선인 주변에는 경선 종료 직후 지지 선언을 대가로 특정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설이나, 캠프 공신들이 벌써부터 시정 정무라인을 독점하려 한다는 이야기들이 파다하다. 그렇게 될지는 알수 없지만 소문만 놓고 보면 이는 ‘추악한 정치 뒷거래’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직사회를 얼어붙게 만든다는데 심각성을 더한다. 새 시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실세 공신들의 눈치를 보며 줄을 서는 조짐이 나타나면, 공무원 조직의 자발적이고 강력한 행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누가 시정을 움직이느냐”는 의구심이 퍼지는 순간,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시작부터 식물 상태에 빠지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용선 당선인은 기존의 기득권 토호 정치인들과 결이 다른 ‘젊음’과 ‘혁신성’을 무기로 선택받았다. 시민들이 바란 것은 구태의 관성을 깨트리는 패기였다.
하지만 당선 직후부터 지역 정서에 안주해 선거 공신들을 달래기 위한 ‘자리 나눠먹기’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자신을 선택해 준 민심에 대한 명백한 배반이다.
정치적 부채가 없는 당선인은 없다. 그러나 그 부채를 ‘자리’라는 사적 자산으로 갚으려 해서는 안 된다.
전문성이 결여된 측근이나 정치인을 산하기관장이나 정무특보에 내정하는 순간, 시정은 출범과 동시에 ‘거래’로 규정된다.
부채는 사람이 아니라, 50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화합’과 ‘일’로써 갚아야 한다. 박 당선인이 진짜 강력한 행정 동력을 확보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위 출범과 동시에 인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첫째, “누가 선거에 기여했는가”라는 보은 인사의 틀을 깨고, “누가 포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적임자인가”라는 능력 중심의 파격 인선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측근들의 전횡과 이해충돌을 차단할 수 있는 철저한 인사 검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선거 과정에서 갈라졌던 경쟁자 측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며, 나를 지지하지 않은 과반의 시민들에게까지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개방형 탕평책’을 펼쳐야 한다.
인수위 운영 예산 1억여 원과 18명의 정예 파견 공무원이 만들어낼 민선 9기 포항의 첫 밑그림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성과가 나면 공은 시장에게 돌아가지만, 실패의 책임은 그 어떤 선거 공신도 대신 져주지 않는다. 시정의 성패는 오롯이 박용선이라는 정치인 혼자의 몫이다.
주변의 선거 공신들 역시 당선인의 눈과 귀를 가리는 주요 자리 ‘설’의 생산을 멈추고, ‘진정한 통합과 시민연대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
구태의 상징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투명한 기준과 능력으로 시정을 채워 나가는 것이야 말로 박용선 포항시장이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의 미래를 당당하게 해야 할 일이다, 그것만 이 행정 동력을 얻는 유일한 길 임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한다. 시민들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