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비리 의원이 탈당·출당하면, 정당은 책임 없나

등록일 2026-03-22 16:31 게재일 2026-03-23 4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김진국 고문. 

국회의원을 칼럼으로 다루다 보면 소속 정당 때문에 당황할 때가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특정 정당 소속이었는데, 갑자기 무소속이 돼있는 경우가 있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의원일 때가 많아, 칼럼 원고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현재 국회에는 무소속 의원이 6명이다. 이들은 모두 특정 정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국민이 투표로 뽑을 때는 그 정당을 보고 표를 던졌다. 그런데 정당을 버렸거나 쫓겨났다. 물론 우원식 국회의장은 중립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관례에 따라 탈당했다. 김종민 의원(세종시 갑)도 이낙연 전 총리의 ‘새로운 미래’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돼, 정치적 소신 차이로 4개월 만에 탈당했다. 

 

최혁진 의원(비례대표)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6번을 받아 낙선했지만 지난해 6월 승계했다. 기본소득당 몫으로 할당받은 자리라 민주당이 약속대로 제명했다. 무소속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고, 제명하면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 의원은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남았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세 명은 비리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제명됐다.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 갑)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명의의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하다 언론에 포착됐다. 국회 사무총장 시절부터 주식을 차명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이 제명했다.

 

강선우 의원(서울 강서구 갑)은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를 받아 제명될 위기에 처하자 자진 탈당했다. 구속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구 갑)도 공천 대가를 받은 의혹과 가족 특혜 의혹으로 당 윤리심판원이 제명 처분을 하자, 의원총회 의결 전 자진 탈당했다.

 

비리가 드러나 한창 비난받을 때는 무소속으로 행세했다가, 슬그머니 당적을 회복하는 일이 반복된다.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남국 의원(비례대표)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입당해 당선된 뒤 민주당으로 합당하면서 복귀했다. 송영길 전 의원, 김홍걸 전 의원도 비리 혐의를 무죄 확정받은뒤 복당했다. 형사적 무죄가 정치적 책임까지 덜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억울한 척한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면하고, 보궐선거에 출마시켰다. 임병헌 전 의원(대구 중·남구)은 곽상도 전 의원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라 ‘책임 정치’ 차원에서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선언했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당선되자 당규를 무시하고 복당시켰다.

 

지난 20일에는 장경태 의원(서울 동대문을)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경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준강제추행 혐의로 장 의원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낸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당 윤리심판원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후 약방문이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에 누가 되지 않고자 탈당하겠다”라고 밝혔다. 고발장을 접수한 지 4개월 만이다. 당에서는 탈당계를 즉시 수리했다. 강준현 수석 대변인은 최고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에서 비상 징계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탈당으로 비상 징계는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비리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 탈당하고, 잊을만하면 조용히 복당한다. 민주당은 징계 절차 중 탈당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5년 이내에 복당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당무위원회의가 의결하면 그 전이라도 가능하다. 또 탈당하면 공천 때 감점한다. 이것도 ‘당의 요구로 복당’했거나, ‘특별한 공로’가 인정되면 면제해 준다. 제명은 복당이 까다롭지만, 이것도 ‘정치적 판단’ 앞에서는 무색하다. 깨끗한 척하기 위한 구색일 뿐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사면으로 복당했다. 

당이 앞장서 징계하는 일이 없다. 혐의가 드러나고, 세간의 비난이 집중하면 소나기만 피한다. 장경태 의원의 표현처럼 ‘당에 누가 되지 않게’, 비난받을 때 당명을 감추고, 잊을만하면 복귀한다. 당이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깨끗한 당으로 행세하는 행태가 참으로 못마땅하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김진국의 ‘정치 풍향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