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나비` 서상만 지음 서정시학 펴냄
젖은 마음/모처럼 봄볕에 말리고/집에 들어서니/아내의 장롱에 살던 백동나비 한 마리// 마지막 아내의 손 무게로/사풋이 내 어깨에 날아 앉았다// 차마 눈짓이라도 되고픈/알 수 없는 파문을 그으며(詩 `백동나비1` 전문)
1982년 등단해 30년 넘게 시단에서 활동해온 서상만(73·사진) 시인이 새 시집 백동나비(서정시학刊)와 동시집 `꼬마 파도의 외출`(청개구리刊)을 동시에 출간했다.
서 시인은 포항 호미곶에서 출생해 학창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지난 2010년 출간한 시집 `그림자를 태우다`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 `분월포`를 연작으로 실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76편의 시를 찬찬히 읽다 보면 한 시인의 순애보가 가슴 절절하게 전해옴을 느낄 수 있다.
나 없는 이 세간/홀로 병들어, 사는게 재미없이/고생할까 해서/나 당신을 천국에 먼저 보냈네/어느 해거름/함께 갈까도 마음먹었지만/하늘이 가당찮다 하였네/곧 따라갈 테니/그동안 도원(桃園)에서 기다리게/혹, 너무 늙어서 가면/나를 알아나 볼까`(詩 `배웅` 전문)
서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꼬마 파도의 외출`은 조금은 아니들의 눈으로, 조금은 어른의 눈으로 동심의 세계에 들어가 쓴, 동시로 전하는 어른의 마음이 시 구절마다 담겨있다.
서상만 시인은 그동안 주로 어른이 읽는 시작품을 서왔다. 하지만 동시는 어린이가 좋아하고 즐겨 쓰는 언어를 표현했다.
제1부 `꼬마 파도의 외출`, 제2부 `풀무치는 장사예요`, 제3부 `울타리 없는 집`, 제4부 `마음을 비우면`으로 나눠 56편의 시를 실은 이번 동시집은 어린이를 좋아하는 시인의 마음과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열 살 은이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다섯 살 빈이는 `하바지, 하베`/ 한 살배기 인이는 눈웃음만 주네// 날이면 날마다 눈에 삼삼삼/할아버지 눈에 들락날락/사알짝 깨물어 주고 싶은/요요요! 참깨 세 알` (동시 `요요요! 참깨 세 알`)
이 시집에는 동시에 쓰인 호드기, 다듬이 소리, 밤참, 배꼽시계, 정구지 꽃, 몰개월, 물수제비 등과 같은 시어들이 많다. 물미나리, 나울, 모래톱, 샛바람, 바람세, 풀무치, 너와집, 문풍지 등 지금 사람들이 잘 안쓰는,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의 집합소 같다.
`실바람 부는 /잔파도 소리에/ 눈썹달 하나/솔가지에 앉아/꾸벅꾸벅꾸벅…// 외로운 등대 불빛 //저도 졸린 듯 // 껌뻑 껌뻑 껌뻑…(동시 `눈섶달 하나` 전문)
파도와 달과 등대가 하나로 조응하는 이러한 광경이야 말로 서상만시인이 어린이에게 들려줄 자연의 아름다움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진정으로 챙겨야 할 마음의 세계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사는 어린이가 지녀야할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를 구체적인 동심의 형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서상만 시인의 주요시집으로는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모래알로 울다` `적소 ` 동시집 `꼬마파도의 외출`, `너 까불래` 등이 있다.
제1회 월간문학상 , 제13회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했다.
/정철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