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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 마지막 글은 `손녀 사랑`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4-09-19 02:01 게재일 2014-09-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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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여백 펴냄, 336쪽
“우리 집 현관은 내 신발과 아내의 신발만이 놓여 있던 비좁은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다혜의 꼬까신이 놓이고 어느 날 도단이의 운동화가 그 곁에 놓였다. 아이들의 신발 문수가 점점 더 커지더니 어느 날엔가 우리 집에 새로운 신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위 민석이의 것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엔가 나의 딸이 낳은 정원이가 가족의 뉴 페이스로 등장했다. 정원이의 신발은 그야말로 `꽃신`이었다.”(326쪽)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소설가 고(故) 최인호(1945~2013)가 마지막까지 기쁨으로 써내려간 글은 손녀 사랑에 관한 글이었다.

그는 작고하기 4년 전에 책 제목까지 지어놓았다. 책 제목은 `나의 딸의 딸`.

손녀와 가족에 대한 작가의 애틋했던 사랑을 담은 유고집 `나의 딸의 딸`이 작가의 1주기를 앞두고 나왔다.

책을 펴낸 여백출판사는 “이 책에 담긴 사랑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보다 뜻깊게 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작은 믿음”에서 이 책을 작가의 1주기에 맞춰 출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딸 다혜와 외손녀이자 다혜의 딸인 정원이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애틋함이 책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픈 딸을 들쳐 업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신혼여행을 떠난 딸의 빈방에 앉아 눈물짓는 `아버지 최인호`와 손녀 앞에서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는 `할아버지 최인호`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잠든 아이의 배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나는 내 손이 약손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내 손이야말로 더럽고 타락한 손이지 어찌 약손이겠는가. 그러나 나는 수십 번 딸아이의 배를 쓸어내렸다. 내 손은 약손. 내 손은 약손……”(36쪽)

작가는 “우리들의 가족이야말로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최고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고백한다.

작가가 손녀를 위해 손수 만든 보물쪽지, 그림, 편지도 책에 실었다. 특히 악필로 유명한 작가가 어린 손녀를 위해 또박또박한 글씨로 정성껏 쓴 편지가 눈길을 끈다. 화가인 딸 다혜 씨는 작가가 생전에 좋아했던 자신의 그림들로 책을 꾸몄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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