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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고전 `심청전` 현대소설로 부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1-16 02:01 게재일 2015-01-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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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방민호 지음 다산책방 펴냄, 400쪽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50) 교수의 첫 장편소설`연인 심청`(다산책방)이 출간됐다.

“이 소설의 시작점은 지금부터 1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가는 `심청전` 경판본 24장본을 읽고 다른 판본들도 살펴봤다. “작고하신 성현경 선생의 글들도 읽었다. 채만식이 `심청전`을 `심봉사`로 세 번이나 다시 썼음도 알았죠.”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심청전`의 주인공은 `효녀 심청`이었다. 하지만 심청을 단순히 효의 상징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이 오랜 의문에서 작가의 소설은 시작됐다. 작가는 `심청전` 여러 판본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켜 저를 위하는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지만 이는 사랑의 시작이요 끝”이 아니며, “험한 세상을 그나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실은 사랑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166쪽)이라는 것을 읽어냈고, 그 속에 깃든 심청의 사랑을 마음에 담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연인이자 딸이며, 사랑과 삶과 운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인 심청`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작가란 단순히 “황무지에 자기만의 꽃을 심는 존재”가 아니라 “길고 깊은 문학의 전통 속에서 나타나 그것에 한 줌 흙을 더하고 사라지는 존재”임을 작가는 “뒤늦게나마 깨달았고, 그것이 이 긴 여행의 출발점”이 됐다.(작가의 말)

소설 초고는 스마트폰으로 쓰였다. 작가는 2013년 6월부터 3개월여간 설악산 무산 스님에게 스마트폰 장문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소설을 보내며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문자메시지를 받아줄 사람이 꼭 필요한데, 그분이 바로 설악 무산 큰스님이었습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 소설을 구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우리 현대인의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 또한 “그럴 법한 일들로 소설을 써야 한다고 믿었던 소설론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바꼈다. “상상적인 것, 환상적인 것, 마음속에만 작용하는 것, 이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들의 선인들의 이야기책 속에 그득히 담겨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에 우리들 현대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지혜로워질 수 있습니다.”

작가는 그러한 이야기의 하나인 “`심청전`을 오랜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흐려지고 잊힌 본뜻을 살리고 채만식이 `심봉사`에서 삭제하고 싶어 했던 초월적인 힘의 작용까지 아울러 그림으로써 독자들을 상대해보고자 했다.”(작가의 말)

그 이야기들에 잠시라도 다시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옛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연인 심청`은 널리 알려진 `심청전`에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혀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

원전에서 읽을 수 없었던 인물들과 이야기는 현대인들의 감정들을 기존 인물들과 함께 대변하며 `심청전`이 갖고 있는 현대적 의의를 되살리고 있다. `연인 심청`에서 `심청` 만큼 중요한 인물은 `심봉사`다. 작가는 `연인 심청`에 “채만식의 소설 `심봉사`에서 착상을 얻은 만큼 이야기 속에 그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해놓기도 할 정도로 `심봉사`라는 인물에 공을 들였다.

“인간은 자기가 처한 상황보다 항상 더 큰 것을 욕망하며, 현대는 그 극심한 욕망이 충돌하는 아비규환의 쟁투장이다.”

`연인 심청`에 나오는 `심봉사`는 눈 뜨길 소망하며 백팔 배를 올리는 자리에서도 “건성건성 절은 올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게 다 무슨 짓이냐”며 “고역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하고 온갖 궁리”(196쪽)를 하는 인물이다. 딸이 보기에도 “밥상을 앞에 두고도 품격”조차 잃어버린(38쪽) 심봉사는 “바로 우리 현대인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방민호 서울대 교수
▲ 방민호 서울대 교수

작가는 누군가 “`연인 심청`은 어떤 소설이냐?” 묻는다면 이렇게 되묻겠다고 한다. “사람은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왔나. 왜 이렇게 춥고 배고프고 외롭게 살아야 하나. 이 고통과 슬픔의 수렁에서 어떻게 해야 헤어날 수 있나.” “`심청전`에는 사랑에 더하여 인간과 인생을 둘러싼 근원적 물음이 있다”는 작가는 “이 여인을 만인의 연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의 죄를 씻어내고도 홀로 구원받음에 기뻐하지 않는 여인. 사랑의 힘으로 모든 절망을 초극할 수 있는 여인.” “인간의 원죄와 고통과 구원”의 과정이 담긴 “심청은 과거가 아니라 차라리 미래의 여인”이며 “우리가 그리워하여 마지않는 우리의 인간상”이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이타적 사랑밖에 없다.” “지극히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심청이 욕망에 눈이 먼 심봉사를 구원하고, 심청을 사랑하는 청년 `윤상`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심청`을 지켜내는 `연인 심청`은 “이타적 사랑의 이야기”이며 “심청이 자기 운명을 바꾸어가며, 그것을 실현해가는 운명 개척의 이야기다.”(작가의 말)

방민호 교수는 경북매일신문에 지난 2010년부터 방민호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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