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문 일부·새로 쓴 산문 모아 엮어
`라면을 끓이며`는 작가의 절판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2002)와 `밥벌이의 지겨움`(2003), `바다의 기별`(2008)에 실린 글 일부와 그 후에 새로 쓴 원고지 400장 분량 산문을 합쳐 엮은 책이다.
말하자면 작가가 쓴 산문의 정수를 모은 것이다. 이 책을 엮는 과정에서 그는 많은 글들을 버리고, 새로이 문장을 벼렸다. 그가 축적해온 수많은 산문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일부만을 남기고, 소설보다 낮고 순한 말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픈 그의 바람이 담긴 최근의 글들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이 책엔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고압전류가 흐른다.
김훈 문장의 힘은 버리고 벼리는 데서 온다. 이 책은 김훈이 축적해온 삶 위에, 가차없이 버리고 벼린 그의 문장의 힘이 더해져 `김훈 산문의 정수`를 읽는 희열과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책은 작가의 지난날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주제인 `밥`, `돈`, `몸`, `길`, `글` 등 5부로 나뉘어 있다.
이전 산문집에서 내면의 생각과 가족 이야기, 한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 등을 진솔하게 적어 온 작가는 새 산문집에도 사람 사는 풍경을 생생하게 담았다.
문학동네. 412쪽. 1만5천원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