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빌라이 칸` 모리스 로사비 지음 사회평론 펴냄, 480쪽
아시아와 유럽을 최초로 동시정복해 동서문명 교류의 다리를 놨던 칭기즈 칸(1162-1227). 그는 흩어진 몽골 부족을 통합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대제국을 건설한 군사적·정치적 영웅이었다. 그가 고작 15만명의 기병을 휘몰아 세계를 제패한 사실은 현대에 들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역사에 나오는 몽골제국의 실제 건설자는 칭기즈 칸의 손자 쿠빌라이였다.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모리스 로사비의 저서`수성의 전략가 쿠빌라이 칸`(사회평론)은 몽골제국이 그토록 장기간 존속하며 전세계를 호령했던 비결을 그 대표적 주역인 쿠빌라이 칸을 통해 살펴본다.
몽골제국이 중국 전체를 100년 가까이 통치하고 북중국을 130여년 동안 다스렸던 데는 수성의 제왕이자 뛰어난 리더십의 보유자였던 쿠빌라이 칸이 있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크게 보면 할아버지인 칭기즈 칸과 손자인 쿠빌라이 칸은 절묘하게 역사적 역할 분담을 했다. 칭기즈 칸이 세계를 정복했다면 쿠빌라이 칸은 제국을 통치했다.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쿠빌라이는 거대한 몽골 제국을 지켜나갈 시스템을 설계한 뛰어난 전략가였다. 세계를 정복한 것은 칭기즈 칸이었지만, 제국을 통치한 것은 쿠빌라이 칸이었다. 1260년 몽골제국의 다섯번째 대칸의 자리에 오른 그의 영토는 태평양에서부터 우랄산맥, 시베리아부터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지역까지, 전 세계의 5분의 1에 이르렀다. 1271년에는 국호를 원으로 고치고 대도(大都), 현재의 베이징을 도읍으로 정했다. 1297년에는 남송을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했다.
저자는 쿠빌라이 칸이 상하, 좌우, 안팎이 소통하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할아버지가 세운 제국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뻗어나가던 몽골제국이 그가 죽은 1294년을 계기로 균열과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