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더 나은 평등 체제 고민하라”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8-28 02:01 게재일 2015-08-28 13면
스크랩버튼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이대환  아시아 펴냄

장편소설 `슬로우 불릿` `붉은 고래` 등을 통해 전쟁에 의한 인간성 상실과 갈등과 질곡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해온 소설가 이대환(57)씨가 최근 산문집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아시아)를 펴냈다.

1980년 중앙대 문예창작과 4학년(22) 재학 중 처음 쓴 작품으로 제PEN 클럽한국본부가 주관한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된 뒤 작가 활동 36년 만의 첫 산문집이다.

그동안 고향인 포항에서 작품활동 외에도 지역운동에 앞장섰던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 대해 “지난 36년 동안 서울, 포항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많은 칼럼과 에세이를 발표했는데, 그들을 일일이 컴퓨터에 보관하는 취미도 없거니와 이번에 과감히 추려 버리고 여전히 내 눈길이 머문 글들만 골랐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는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아시시의 새들과 갈라진 형제들`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그의 말씀을 새기며 `자본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 사색과 남북분단의 비극적 파편들을 어루만지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탐구하고 있다. 현존 자본주의의 진로에 대해 작가는 “헌법이 보장한 기회균등은 평등의 기본조건에 불과해 세습과 경쟁이 야기하고 조장해온 불평등의 광포(狂暴)한 광폭(廣幅)을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황이 말한 `더 나은 평등의 체제`를 진실로 고민할 것”을 제안하고, 남북이 평화통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곧 한국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최고 전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 `내 안에 걸린 무지개`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로 독자의 가슴을 짜안하게 깊이 울려준다. `포항제철`이 들어선 마을에서 보낸 유년의 추억, 할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이 이끌어준 고교시절의 방황과 그 종착역에 기다려준 문학, 시인으로 살아간 대학시절, 소설을 쓰게 된 동기, 작가로 살아가는 고독, “더럽게 까칠한 인간”이라는 손가락질이 뒤통수에 꽂혀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작가정신의 나침반 등과 만날 수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 미사 집전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 미사 집전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3부 `소설의 특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대환 작가의 소설론이기도 하다. 이 산문집에서 가장 긴 에세이인 `한국소설의 현실 유기에 관한 한 작가의 생각`은 문학박사학위를 받을 때 쓴 논문이지만 흔한 학위논문들처럼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작가의 강한 신념과 작가정신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만의 소설론에 대한 에세이다. 4부 `천하위공-박태준의 궤적`은 2011년 12월 타계한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삶과 정신을 분석적으로 밝혀낸 에세이들이다. `박태준` 평전을 집필한 동기와 이유, 주인공과의 인연에 대한 추억,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박태준의 마지막 계절, 천하위공(天下爲公)의 길을 걸어간 박태준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두고 있다. 작가는 박태준의 인생에 대한 태도와 정신을 이렇게 규명하고 있다.“박태준의 삶은 통속을 거부했다. 통속적 계산을 경멸하는 작가만큼 자기 신념의 자계(磁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천하위공, 그 머나먼 길을 애국주의·일류주의의 두 발로 완주했다.”

▲ 저자 이대환 씨
▲ 저자 이대환 씨

5부 `지나온 길, 가야할 길`은 한국사회가 극복해온 `지나온 길`을 성찰하고 극복해야 하는 `가야할 길`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 박정희`를 역사로 보내주지 못한 채 비이성적이며 정략적인 시비를 일삼고 않지만, 작가는 한국사회에서 `대통령 박정희`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경제를 일으키느라 독재를 했다`라는 공칠과삼(功七過三)이 상식처럼 제일 두텁게 형성돼 있는데 이거야말로 기나긴 역사에서 어느 한 정거장을 어렵게 통과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통찰하면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권력쟁탈전을 좌우논쟁으로 대체시키고 권력형 부패구조도 좌우논쟁으로 감춰버린 한국사회에서 현실과 이상(理想)의 변증법적 대화를 부단히 시도하는 지식인, 영혼의 균형과 고뇌를 가진 정치인, 그들까지 자극해야 하는 진정한 작가,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용기와 기개를 떨치고 나서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