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마크 터섹 지음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자연과 자본, 그리고 환경 운동의 새로운 연대(사이언스북스)`는 환경보호와 경제 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에 투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룬다는 새로운 생태 패러다임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 주는 책이다. 저자인 마크 터섹은 전 세계 35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제자연보호협회 회장으로, 코카콜라, 다우 케미컬, 골드만 삭스 등의 다국적 대기업들과 연대해 자연의 가치를 수량화하고 자연에 대한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국제 리더 중 한 사람이다. 20년 이상 과학 저술가이자 환경 운동가로 활약한 조너선 애덤스가 공저자로 참여해 마크 터섹의 경험과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다듬었다.
물론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한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녹색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국제 환경회담을 여러번 유치하고 세계적인 환경보호 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의 위상 제고와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다보니 일회성행사 수준을 넘어 인간 문명과 환경, 야생동식물 간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폭넓은 논의를 이끌지 못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철지난 토건 공사로 민생을 살리겠다는 고루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면도 있다. 그러나 자연을 경제 성장의 방해물 또는 산업 원료로만 보는 협소한 시각으로는 사방에서 위협적으로 발생하는 기후 변화의 위험과 지구 환경의 복수를 감당할 수 없다.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는 자본주의와 생태주의의 경계를 넘어서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미래 사회를 어떻게 현실에서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나는 자연에 투자한다`는 남태평양에서 캘리포니아 해안, 안데스 사막과 멕시코 만을 지나 미국 뉴욕까지 저자인 마크 터섹이 종횡무진하며 직접 겪은 자연 투자의 생태적·경제적 성과를 총 9장에 걸쳐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자연 자본을 발굴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의 핵심적 요소로 포함시키고, 거기에 투자함으로써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환경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공존과 번영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