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계간지 `아시아` 가을호 도서출판 아시아 펴냄, 332쪽
한·영대역 문예지 계간 `아시아`(발행인 이대환) 2015 가을호가 출간됐다.
이번 호에는 심훈 문학상을 수상한 고은<사진> 시인의 인상적인 수상소감문이 실렸다.
고은은 모든 보편성이 실제 모든 시공간에서 보편타당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유, 정의, 미 같은 것에 대한 오늘날의 보편적 인식은 서구근대의 보편성에 대한 맹목이기 쉽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보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새로운 보편성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보편성은 어디선가의 특수성의 심화확대”임을 잊지 않는 것이라는 당부와 함께.
특히 이번 호에는 단단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실렸다. 박영희의 `하얼빈`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에는 하얼빈 곳곳에 깃든 사연과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부한 표정이 담겨 있다.
`아시아의 작가`에서 최윤은 글쓰기에 관한 내밀한 고백을 통해 글쓰기가 소음과 싸워야 하는 고통이기도 하지만, 다시 어떤 일을 체험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축복의 과정일 수 있다는,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번 호 `K-픽션`에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신작 `알바생 자르기`가 선정됐다.
기자 경력이 돋보이는, 작가의 한국 사회현실에 대한 쉽고 친절한 설명은 작품 이해뿐 아니라 동시대 한국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이경림, 황인찬 시인과 더불어 인도의 시인 돔 모라에스의 시편을 소개한다. 영국에서 인정받았고 인도인이라기보다는 영국인에 가까운 정신세계를 지닌 돔 모라에스의 현대적 정서와 운명의 아이러니는 탈식민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소설`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은 `그들의 특수성`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보편성을 지닌 작품들이다.
몽골작가 울찌툭스의 `새를 한 번도 못 본사람`의 시적문체와 우화적 분위기, 파키스탄 작가 카밀라 샴지의 `사막의 흉상`의 불상이 전해주는 따뜻한 온기 등은 찬찬히 읽어야 하는 경전처럼 신비롭다.
베트남 작가 응웬옥뜨의 `뜻대로의 삶`은 뛰어난 번역을 통해 원작의 감동이 그대로 전달된, 보기 드문 수작이다. 톨스토이적 인류애와 솜씨로 빚어내는 작가의 맹인 가족의 이야기는 분명 독자에게 깊은 페이소스로, 가슴에 박힐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실감 나게, 해박하게 풀어낸 김응교의 `백 개의 일본`의 이번 주제는 일본 요괴이다. `사연`있는 짐을 얻어, 요괴와 동거한 작가의 엑소시스트 일화는 소설보다 더 무섭고 재미있다.
상하이의 걸출한 작가 왕안이의 소설 `푸핑`에 대한 박혜지의 서평과 황정은의`양의 미래`에 대한 티모시 홈의 서평도 실었다. 작가의 눈으로 포착해낸 작가 왕안이의 도통한 도량과 이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청년의 초상화가 자못 신선하다.
이번호 `아시아 통신`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문학의 역사에 대한 소개와 베트남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아시아 편집위원 이경재가 지난 7월 다녀온 베트남의 모습을 꼼꼼히, 흥미진진하게 기록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부터 남부 수상가옥의 자유로운 영혼의 형님들, 베트남 처녀, 반 레와 응웬옥뜨, 구찌 터널만큼 위대한 베트남인들의 자부심과 품행 등등 베트남 남부의 매혹과 현실을 실감나게 펼쳐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