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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끝나지 않은 `문화유산답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9-18 02:01 게재일 2015-09-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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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452쪽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다시 돌아왔다.

7권 제주편 이후 일본편(전4권)으로 잠시 무대를 옮긴 지 3년 만에 다시 국내로 돌아와 8권 `남한강편`으로 끝나지 않은 여정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번 `남한강편`에 들어서는 느긋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글쓰기가 두드러져 독자로서는 반갑게 느껴질 법하다. 강의하듯 정색하는 설명이나 날카로운 비평은 줄어든 대신 독자에게 편안히 이야기를 건네는 느낌이 됐고, 그러면서도 특유의 입담은 여전한 채로 문화유산의 핵심을 절묘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이번 책이 남한강의 산수를 누워서 즐기는 `와유(臥遊)`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독자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깨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그간의 답사기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다.

소파에 편히 기대어 읽으면서도 마치 현장에 동행하는 느낌을 주는, 대가의 글쓰기가 돋보이는 `답사기`의 새로운 경지라 할 만하다.

신간 `남한강편`은 남한강을 따라가는 여정을 주제로 삼았다. 강원도 영월에서 경기도 양평에 이르는 남한강 주변 지역은 수도권 인근의 부담 없는 나들이 장소이자 근래에 들어서는 등산과 트레킹, 자전거 여행의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어 우리에게 익숙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그러나 남한강은 단순히 남쪽에서 흘러오는 한강이 아니라 태백산에서 발원해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의 본류로, 우리 국토의 핏줄이자 상징으로서 유유히 흐르면서 곳곳에 유서 깊은 역사의 흔적들을 담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 산과 강과 호수가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우리나라 산천의 특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으로서, 자연과 역사와 인문이 어우러지는 유홍준표 답사의 현장으로 더없이 적격인 곳이다.

답사기는 남한강 상류이자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에서 시작한다. 호젓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요선정과 구산선문 중 하나인 법흥사에 들른 뒤 단종의 비애가 깃든 청령포와 장릉으로 향한다.

특히 단종이 유배된 청령포에서는 “이렇게 세상과 격리돼 무섭도록 조용하고 을씨년스런 솔밭 속에서 귀양의 나날을 보냈던 것이다”라며 한탄한다.

이어 남한강 답사의 중심이자 단양팔경이 있는 제천, 단양, 충주로 이동한다. 이곳들은 예부터 많은 문인과 화가가 방문해 글과 그림을 남긴 명승지이다.

저자는 남한의 3대 정자로 꼽히는 한벽루(寒碧樓)를 설명하면서 한국 정자의 미학을 논하고, 단원 김홍도가 1796년 그린`옥순봉도`와 실제 옥순봉을 비교한다.

영춘향교와 온달산성에 대해서는 자연과 건축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곳으로,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답사처라고 말한다.

마지막에는 충주와 원주, 여주에 흩어져 있는 여러 절터를 둘러본다. 절터에서는 국보나 보물에 견줄 만한 탑, 승탑, 탑비를 통해 선조들의 뛰어난 석조 기술을 확인한다. 그리고 남한강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여주 신륵사에서 답사를 마무리한다.

답사의 깊이를 더해주는 옛 그림과 사진을 풍부하게 실었고, 신경림과 정호승의 시도 수록했다. 저자가 직접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다양한 일정표도 담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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