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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삶, 마지막에 빛나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9-18 02:01 게재일 2015-09-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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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마주하는 시간` 이원락  페이퍼로드 펴냄, 244쪽

최근 웰다잉이 웰빙 못지 않게 중요시 되고 있다. 죽음이야말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당연한 나의 문제`이기에 더욱 그런듯 하다.

어쨋든 죽음의 공포는 우리를 찾아오게 마련이다. 죽음학 전문가들은 요즘의 심각한 자살 문제 역시 죽으면 다 끝난다는 오해가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바르게 가르치고 이해하려는 사회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가?

최근 출간된 `죽음을 마주하는 시간(페이퍼로드)`은 후회 없는 죽음의 순간을 위한 인생 처방전 같은 책이다.

의학박사이자 수필가인 저자 이원락(71·사진)씨는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를 거쳐 10여년 간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가깝게 보면서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죽음들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담았다.

저자는 “평균적으로 주 1회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공포 대신 죽음을 마지막 남은 신비와 외경으로 여기고 죽음 이후의 문제를 내 정서 속에 담을 수 있도록 가치 있는 죽음관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죽음의 공포는 임종 시에 따르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자기가 사회와 맺었던 관계 및 의사소통이 궁극적으로 단절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또 늙어감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분야의 제반 문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올바른 죽음관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인생에서 보답이 온다고 말한다.

저자는 의료기술의 발달과 복지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 죽음에 대한 논의를 노인들의 삶으로 주제를 옮겨가고 있다.

저자 스스로도 70세의 완연한 노년기에 접어든 입장에서 노년층에 대한 방어적이고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법도 한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년층의 각성을 촉구한다.

저자가 노년층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자녀에게 의존하는 태도, 퇴직 후에 가족 중심적으로 변해 집안의 무료한 일상 뒤에 숨는 태도, 존경과 권위에 집착해 젊은 시절의 영광에만 사로잡힌 태도 등이다.

저자가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대구시수돗물수질평가위원회 회장 등을 맡아 10년이 넘도록 환경 운동에 매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올바른 죽음관을 가지고 하루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인생에서 보답이 온다는 것을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밝히고 있다.

“마라톤, 봉사활동 등으로 바쁜 나의 삶은 죽음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죽음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이 책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원락씨는 “지난 5년간 경북매일에 `마음산책`이라는 지면을 통해 소개됐던 칼럼들과 평소 노인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면서 “매일 매일 선을 향해 조급증을 내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면 혼자서도 빙긋이 웃음을 띠면서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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