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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폭력·억압에 둘러싸인 비참한 삶 직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8-28 02:01 게재일 2015-08-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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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시인 `폐허를 인양하다`
노동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 온 `노동자 시인` 백무산 시인이 아홉번째 시 `폐허를 인양하다`(창비)를 펴냈다.

노동자 문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의 근원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로 시세계를 확장해 새로운 시적 성취를 일궈낸 대산문학상 수상작 `그 모든 가장자리`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폐허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정곡을 꿰찌르는 치열한 인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의 시선으로 “당대의 삶이 직면한 한계와 가능성을 투시하는 하나의 독특한 시학”(조정환, 해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본의 폭력과 억압으로 둘러싸인 삶의 비참을 직시하는 냉철한 눈과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바다로 향할 때//타는 사막으로 가는 강이 있다//모두가 풍요의 땅으로 향할 때//마른 대지에 자신을 먹이고 증발하는 강이 있다//붉은 흙먼지에 목이 말라붙은 어린 생명들 먹이고//타는 사막을 건너온 어미들 모래 쌓인 젖가슴에 젖을 만들고//모두가 안식의 바다를 꿈꿀 때//갈라진 목구멍을 향해 달려가는 강이 있다//물은 알고 있다 타는 목을 적실 때 물의 생명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기진한 대지에 스며들 때 비로소 강의 생명이 완성된다는 것을//타는 대지에 자신을 소멸시키는 것 아니라//대지의 마른 생명을 얻어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다”(`완전연소의 꿈` 전문)

1955년 영천에서 태어난 백무산 시인은 1984년 `민중시`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이산문학상, 제12회 만해문학상,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제2회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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