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생활이라는 생각` 이현승 문학과지성사 펴냄, 110쪽
생동하는 우리의 몸을 소재로 해서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미지의 시 세계를 펼쳐온 이현승 시인의 세번째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창비)이 출간됐다.
`친애하는 사물들`(2012)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이번 시집은 “몸을 위한, 몸에 의한, 몸의 것일 수밖에 없을 나날의 삶의 육체성이 어떻게 조직되고 통제되는가를 바닥까지 들여다보려는 몸의 헌정서”(이찬, 해설)이다.
사물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날카롭고 지적인 통찰과 예민한 감성이 어우러진 가운데 논리정연하면서도 단정한 시편들이 신선한 공감을 일으키며, 새로운 각도로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양면적 속성과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위트와 유머 속에 슬픔이 깃든 삶의 아이러니가 돋보인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고독이 수면유도제밖에 안되는 이 삶에서/정말 필요한 건 잠이겠지만/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국이 필요한 아침처럼 다들/그래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방에서 의자에서 자고 있지만/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다”(`생활이라는 생각” 부분)
구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현승의 시에는 말 그대로 생활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시인에게 삶이란 “언제나 선택의 편에서 포기를 합리화하는 일”(`허수아비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구할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영혼들이 “서로 권하고 축이고/또 이렇게 밥 한끼 얻어먹고 다음을 기약하는 일”(`다단계`)이다. “불행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삶”(`씽크홀`)의 비애 속에서 시인은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늘 각성과 졸음이 동시에 육박해 오는 “절박한 삶”(`봉급생활자`)을 살아가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생활인의 애환에 연민의 눈길과 “차가움에서 시작해 뜨거움으로 가는 악수”(`저글링`)를 건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