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축 붕괴·진입로 유실…긴급예산마저 미확보 추가 피해 우려 “반복되는 피해 막기 위한 예방·복구·보강 체계 마련해야” 촉구
국보 24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이 수년간 반복적으로 입고 있는 풍수해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석굴암은 최근 기록적 집중호우로 석축이 무너져 사면이 유실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긴급 보수 예산마저 확보되지 않아 추가 피해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3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석굴암 석축 일부가 붕괴되고 진입로 12m 구간 사면(비탈면)이 유실되며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경주시는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임시 통행로를 개설하고 안전 펜스를 설치했으나, 본격적인 복구는 예산 미확보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어 그는 “수년째 풍수해 피해를 입고 있는 석굴암 진입로 피해와 관련해 지난 5월부터 8월 말까지 (주)아이디어스(지질전문연구기관)에 석굴암 진입로 하부 비탈면 현황조사 및 지표 지질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장기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산사태 피해를 입었던 석굴암은 당시에도 예산 지원 지연으로 아직도 완전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2024년 5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기후변화로 인한 토함산 산사태 위험을 경고한 데 이어, 산림청은 올해 7월 토함산 일대서 대규모 땅밀림 현상(깊은 토층의 점진적 이동)을 3건 확인하며 추가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예방·복구·보강의 체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문화재 보호 전문가는 “과학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재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며 “국가유산청, 지자체, 학계가 협력해 통합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복구 단계에서는 긴급 예산 편성 제도를 정비하고, 유실된 진입로나 붕괴된 구조물에 임시 보호 시설을 설치해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며 “이를 장기적인 보강 작업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특히 “기후 위기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석굴암뿐 아니라 문화재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단기적 응급 조치에서 벗어나 선제적 예방 투자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토사학계 역시 “문화재 훼손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며 “응급 복구에 급급하기보다 천재지변에 대비한 구조적 보강 공사와 함께 석굴암을 풍수해 위험지역으로 지정해 종합적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석굴암 석굴은 신라 불교예술의 전성기에 이룩된 최고 걸작으로 국보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지난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