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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세계의 명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6-01-03 08:49 게재일 2026-0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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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수 3인방의 노래와 방랑, 코엔 형제식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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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영화 포스터. /EBS 제공

EBS ‘세계의 명화’가 1월 3일 밤 10시 45분, 코엔 형제의 재기와 유머가 빛나는 작품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를 소개한다.

1930년대 미 남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탈옥수들의 방랑을 통해 인종 문제와 정치 풍자, 대중문화의 힘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낸다.

영화는 쇠사슬에 묶인 채 시골 농장에서 노역(勞役)하던 죄수 율리시즈, 델마, 피트가 탈출에 성공하면서 시작된다.

리더 격인 율리시즈는 숨겨둔 보물이 있다며 동료들을 이끌지만, 사실 그의 진짜 목적은 이혼한 전처(前妻)의 재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포마드 기름 상표에 집착하는 허세 가득한 율리시즈, 세상 물정에 어두운 델마, 어딘가 엇나간 피트의 조합은 길 위에서 계속 소동을 일으킨다.

도망치는 길에서 이들은 영혼을 팔고 기타를 친다는 흑인 연주자 토미를 만나고, 단돈 10달러를 벌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에서 부른 노래가 뜻밖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며 각종 괴짜 강도들과 마주친다. 현상금을 노리는 여인의 유혹, 성경을 앞세운 폭력, 소를 증오하는 무장 강도의 등장은 영화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한층 강화한다. 

이 작품의 뼈대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The Odyssey)다. 주인공 이름부터 ‘율리시즈’인 점에서 알 수 있듯, 코엔 형제는 고대 서사를 미국 근대사의 풍경 속으로 옮겨왔다. 

세 명의 여인에게 홀려 동료가 두꺼비로 변하는 장면, 외눈박이 거구와의 대결은 고전을 재치 있게 변주(變奏)한 장면이다. 여기에 컨트리 음악을 중심으로 한 사운드트랙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이야기의 색다른 재미를 준다.

후반부 등장하는 KKK단은 웃음 뒤에 숨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얼굴을 드러내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코엔 형제는 방랑과 귀환이라는 고전적 결말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적 현실과 풍자를 덧입혀 자신들만의 색깔을 완성한다.

 가볍게 웃다가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는, 새해 첫 ‘세계의 명화’로 손색없는 선택이라고 볼수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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