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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APEC 앞둔 도로공사, 차선 없는 ‘검은 도로’ 시민 생명은 뒷전

황성호 기자
등록일 2025-08-03 14:33 게재일 2025-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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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관광객 담보로 한 무책임 ‘졸속 행정’
경주의 관문인 경주IC 인근 서라벌대로가 공사는 끝났지만 차선 없는  ‘검은 도로’로 변해 흉물처럼 방치되면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황성호 기자

경주시가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이는 도로 정비공사<본지 7월7일·22일·29일자 보도>가 시민과 관광객의 ‘생명’을 담보로 한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현재 경주의 관문인 경주IC 인근 서라벌대로를 비롯한 시내 주요 간선도로에서 아스팔트 절삭 후 재포장(덧씌우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경주시가 도로포장 공사 17건 중 주요 도로 5곳의 차선 도색을 각각 분리 발주해 말썽이 되고 있다.  그 결과 공사 중인 도로 곳곳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차선 없는‘검은 도로’로 변해 있다.

이때문에 도로가 예고 없는 사고 장소로 변하면서 시민과 경주를 방문하는 운전자들의 안전을 무방비 상태로 내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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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야간 운전자들이 차선을 식별할 수 없는 도로구간이 수두룩하다. 이는 관광객 유입이 많은 여름 휴가철 길이 낯선 외지 차량 운전자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행정의 무능이 만든 ‘함정 도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도로포장과 차선도색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경주시가 발주 방식을 따로 나눈 것 자체가 예산 분리와 계약 절차 간소화에만 집착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의구심 마저 제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위험 구간에 대한 안내 조치 조차 없다는 점이다.  공사 안내판도, 야간 시야 확보용 임시 조명 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낯선 도로를 처음 주행하는 운전자는 여기가 공사 중인 곳인지, 관리 부실로 방치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시민 김모씨(42·동천동)는  “경주는 지금 APEC을 앞둔 국제행사를 명분으로 외형 정비에만 몰두하며,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경주시장은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올바른 행정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차선 도색은 APEC 정상회의를 위한 신공법으로 후속 공정으로 예정돼 있다”면서 “전체 발주는 공법 선정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5곳만 분리 발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스콘 안정화 전차선 도색 시공시 중장비 운영에 따른 노면부분 처짐으로 시공 품질 저하가 우려돼 횡단보도 및 정지선과 차선도색은 현재 밑그림 작업 중이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주시 공무원은 “지금껏 도로포장 공사를 하면서 분리 발주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APEC을 앞두고 공사 기간도 짧은데 도로포장 공사와 도색작업을 분리한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아스콘 안정화 전차선 도색 시공시 노면 부분 처짐으로 시공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라면 무더운 날씨로 아스콘 포장은 녹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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