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젊은 시인의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10-02 02:01 게재일 2015-10-02 13면
스크랩버튼
 `희지의 세계` 황인찬 민음사 펴냄, 148쪽
`구관조 씻기기`로 제31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황인찬(27) 시인의 두 번째 시집`희지의 세계`(민음사)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 `희지의 세계`를 통해 시인은 한국문학사와의 대결에 돌입한다.

그것은 `매뉴얼화`된 전통과의 다툼이며, 전통에 편입하려는 본인과의 사투이기도 하다. 주체가 퇴조한 동시대 젊은 시인의 움직임 중에서 황인찬의 시는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을 보여준다.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막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종로사가`에서

대결은 종로에서 시작된다. 제목을 제외하면 장소를 변별할 수 없는 시를 두고서 시인은 여기가 종로이며, 그리하여 종로는 모든 곳이자 아무 곳도 아님을 역설한다.

일상의 소음, 일상의 회화, 사소한 사건이 종로의 질료이다.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선생님`, `의사`, `오래된 거리` 같은 것이다. 일

상의 특징은 그것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다는 점인데, 시인은 어디보다도 전통적인 평범함으로 가득 찬 종로 복판에 예민한 시선을 던진다.

그의 시선에서 평범함의 이면이 벗겨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일상의 매뉴얼을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관찰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