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가 난다// 일어서서 창 너머로/ 새를 찾았다// 손에 잡고 쓰다듬고 싶은/ 참한 새이다// 문을 열면 날아갈 것 같아/ 보고만 있었는데/ 훌쩍/ 새는 날아가버렸다// 날아갔기 때문에/ 따라갈 수 없고// 다시/ 의자에 돌아온다// 그런데 또 새/ 소리가 난다”(시 `오후의 새` 전문)
지극히 인간적인 목소리로 그리움과 외로움까지 속삭이듯 들려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관되게 하느님의 그지없는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삶과 일치를 이루려는 구도에의 여정이 깊숙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1부에는 앞에 인용한 표제시를 비롯해`봄의 풍경 앞에서`, `산타`, `울지 마 톤즈` 등 근작 열여덟 편을, 제2부에는 2009년 발간한 시집`아득한 여로`에서 뽑은 `자화상`, `햇빛`등 50편을, 제3부에는 1990년에 발간한 시집 `일기`에서 뽑은 `역에서`, `몽빠르나스`, `어머니 9` 등 31편을 실었다.
제4부에는 시집 `일기`의 해설 `시적 모혐, 그 정신적 순례`(시림환)와 `아득한 여로`의 해설 `그지없는 사랑의 시학`(이태수)을 담고, 맨 뒤에 서문을 대신한 이문희 대주교의 글 `선물인 나`를 수록했다.
`선물인 나`를 통해 이문희 대주교는 “이 글들은 스물세 살 때부터 여든이 다될 때까지 적어든 것이다, 나도 변하는 모양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서 나를 다 모은 것이다”라고 썼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