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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대변화, 예외 통해 만들어져”

`우리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겪었다. 막대한 피해와 상처를 안긴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시스템의 안전성, 정상성에 대한 믿음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정상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의 사건이었다. 역사적으로 규칙에서 벗어난 많은 예외가 있었고 이를 통해 역사의 대변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동일본 대지진, 공자, 예수, 돌연변이 등 역사적 사건과 현상, 인물들은 모두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이 사건들이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한다면 예외라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예외로 칠 수 있을까, 이러한 예외를 대비할 수는 없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들이 예외라는 현상과 그 본질에 대해 면밀히 탐구했다.9명의 전문가(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가 함께 쓰고 엮은 `예외-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가 출간됐다. 문학과 지성사, 324쪽, 1만5천원 그들이 펼치는 사유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전개한다. 각각의 글이 모여 지금 우리 시대를 읽고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의 윤곽을 그려내게 해준다. `예외`에 관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홉 편의 글은 독자에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사유를 새롭게 구성하고 지금 이 시대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사회 이슈를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성찰의 순간을 맛볼 수 있게 한다.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공자, 부처, 예수와 같은 위대한 성인들을 `예외`의 사례로 들었다.김기창 교수는 이 책에서 “공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였지만 흔히 생각하듯 시대에 순응한 전형적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전복적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이런 예외적 인물의 출현은 사회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지만 벌어져서는 안 되는 예외도 있다.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14살 소년이 남자아이의 머리를 잘라 학교 교문 앞에 던져놓은 일본 고베 살인사건을 통해 `예외로서의 악`을 이야기한다.지난해 4월 꽃다운 나이의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약 300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나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인 `동일본 대지진`도 마찬가지다.강 명예교수는 “이런 (예외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바라고 또한 기대어온 행복이나 한동안 당연시했던 사회의 모습, 그 존재 방식이 실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동일본 지진 모습임태연 한양대 공대 교수는 유전자(DNA) 염기서열 변화로 인한 `돌연변이`를 예외의 한 예로 든다. 돌연변이는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많은 염기서열을 복제하다 생기는 자연스러운 오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염기서열의 변이. 이렇게 어쩌다 생성된 변이는 생명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방향으로 선택되는 것이다.”(127쪽)그러나 체세포에서의 돌연변이는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돌연변이가 심할수록, 더 많은 염기서열에 변화가 올수록 종양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결국 예외에 대한 딱 떨어지는 정의는 없다.예외는 지양해야만 할 사악한 것일 수도,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기회일 수도, 훗날 또 하나의 규칙이 될 예비적 존재일 수도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22

한폭 수채화로 그린 소중한 추억

해병대 출신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해남 이희복사진씨가 살아오면서 간직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세상밖으로 끄집어 냈다. 해남은 최근 에세이집 `살며 생각하며`를 펴냈다. 도서출판 문학관, 240쪽, 1만2천원.수필은 개성적인 문학으로 인간의 심적 나상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그려내는 한폭의 수채화이다. 이희복 작가는 자신의 삶속에서 느꼈던 가슴뭉클한 감동과 사랑, 그리움 등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을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로 책속에 그려냈다.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느낀 부모 공경의 소중한 깨달음과 어머님을 저세상에 떠나 보낼 때의 아픔, 보낸 후의 후회와 아쉬움, 국가와 신앙에 대한 신념, 아름다운 추억과 인연, 늦둥이 아들과 함께했던 추억, 강아지와 함께한 삶과 해외 문학기행 등 일상의 소소하지만 소중했었던 순간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해남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영일만 친구`라고 소개한다. 이 책 `추억과 소망`편에서 고향이 동해와 영일만,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원써던 형산강이 바라보이는 포항시 남구 연일읍 택전2리 산골마을이라고 했다.초중고 포항에서 보냈고 해병대 장교로 입대해 대령으로 예편, 현재 고향마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으니 가히 `영일만 친구`란 이름이 잘 어울린다.해남은 책속에서 어린 시절의 아련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추억, 추억과 소망, 시와 마음의 고향 영일만, 추억의 비애, 오월의 여인 등의 주제로 글을 썼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해남은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나 있다. 군생활 때부터 노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왔던 그는 마을 노인들을 공경하며 농촌장수마을인 택전2리를 세계최고의 마을로 만들겠다는 제2의 인생목표로 정해 놓고 있다. 그는 매년 봄 경로여행, 칠월칠석날 연리지 행사, 10월 2일 노인의 날 경로잔치를 열어 노인공경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경로효친 사상이 몸에 베어있는 그는 항상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그의 수필과 시의 주된 소재는 거의가 어머니이다. 그의 작품속에는 늘 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회한이 묻어난다. 생명의 원천이며 살아가면서 그 생명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 고향집 우물 같은 어머니인 것이다. 요즘 세대에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거의 드물어지고 있다.그렇지만 그는 끝없이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에 대해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진솔한 언어로 형상화해내며 세속화된 현대인들에게 부모공경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해남의 이번 `살며 생각하며`수필집 역시 `어머니`로 시작한다. 더 늦기 전에 효도하라, 어머님과 여인, 아버님과 대화, 어머님 영전에, 어버이날, 어머님과 영덕대게, 불효자의 후회, 어머님 죄송합니다, 어머님의 기도 등의 제목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오롯이 담았다.그는 `어머님 영전에`란 시에서 `하늘만 쳐다보아도/어머님 빈자리만 둘러보아도/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데`라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서울문학 신인상과 수필문학신인상, 국방부 병영문학상 2회, 제14회 영랑문학상 본상, 제6회 한국기독시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한국문인협회와 포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발전위원, 한국기독시인협회 이사, 수필문학추천작가회원, 서울문학문인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집 `그리움과 사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보문호의 추억, `너`, `당신`등을 출간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15

미국 유학파 교수·학생들의 민낯

2012~2013년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7만627명. 중국 23만5천597명과 인도 9만6천754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절대적인 숫자로도 적지 않지만, 전체 인구당 비율로 환산하면 중국보다 7.8배, 인구보다 17.5배나 많다.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미국으로 가는 것일까.미국 내 우수한 대학이 많기 때문이지만, 국내 학계가 미국 어느 대학 출신인지를 따지는 `끼리끼리 문화`로 이뤄져 있다는 현실도 반영한다.국내 명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한국사회 지식인 엘리트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학위를 받은 김종영 씨는 지난 15년간 미국의 한국 유학생과 미국 유학파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연구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책은 국내 학계나 기업에서 선호하는 미국 유학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미국 유학파는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배자`이지만, 그들의 문화자본은 자생적이고 주체적이기보다는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자`이기도 하다.저자는 이런 미국 유학파 지식인의 처지를 세계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개념에서 따온 `지배받는 지배자`라고 부른다. 본래 부르디외가 말한 `지배받는 지배자`는 자본가 계층에 종속된 지식인을 의미한다.미국 유학생들은 대게 언어의 문제로 본토에서 `열등생` 취급을 받는다. 이는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유학생의 사례에서 확인된다.그러나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열등생`이자 주류에 끼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던 미국파 유학생은 한국에 오면서 엘리트로 거듭난다.저자는 이 괴리가 미국 대학을 한국 대학보다 우위에 놓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있다고 지적한다.여기에 학벌주의가 결합하면서 미국 대학의 학위는 하나의 `멤버십`으로 기능하게 된다.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유학파가 더 나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는 회의적 견해를 내놓는다.“한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모순적인 상태에서는 연구에 대한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 유학파 교수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야만 하는 학문의 트랜스내셔널 상황으로 인해 집중력을 상실한다.”(198쪽)미국 유학파인 저자가 15년간 집요한 연구를 바탕으로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는 미국 유학에 대한 선호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15

현대사회서 자기 PR 이렇게 하라

인간관계의 관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연구주제였다. 서점에서도`인간관계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류의 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인간관계를 파고들었다는 건 뒤집어 생각하면 그게 그만큼 어려운 화두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는 자기 PR시대`라는 유행어가 있을 만큼 현대사회에서 PR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PR은 공중관계(public relation)의 줄임말이다.최근 PR이 무엇이고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언론인 출신인 박진용씨가 쓴 `PR이론과 실무`. (한울아케데미, 510쪽, 2만8천원).저자는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뒤 대학에서 저널리즘, 홍보론 강의를 했다. 홍보론 강의의 결과물로 이 책을 출간했으며 그간 이와 관련한 4권의 책을 냈다.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PR에 대해 학문적 서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이처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PR 개론서를 내놨다. 책은 복잡하게 맞물리고 중첩된 PR을 단순화해 명료하게 보여줌으로써 초보자들도 쉽게 PR을 이해하고 각종 PR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얻을 수 있게 구성됐다. PR 개관을 시작으로 PR 이론, PR 관리는 물론 모든 PR 활동의 바탕이며 전략적 외연인 퍼블리시티도 다룬다.1장 PR의 개관에서는 PR의 역사, 개념, 체계, 분야, 윤리와 법제를 짚어본다. 2장과 3장에서는 이론을 담고 있는데 2장에서는 PR의 4 모델, 우수 이론 등 PR 이론을 정리하고, 3장에서는 PR의 본질적 속성인 설득을 따로 떼어 소개했다. 4~8장은 실무를 다루었다. 4장 PR 관리는 PR 실무 전반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5장 PR 기획에서는 문제 해결 또는 개선을 위한 PR 프로젝트를 상황 분석, 기획, 실행 및 관리로 나눠 기술했다.6장의 명성관리에서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 조직문화 관리, 이미지 및 정체성 관리, 마케팅 PR, 스포츠 PR, 유명인 PR 등을 정리했다. 7장 관계관리는 조직을 둘러싼 공중들과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우호적 관계 형성 문제를 다룬다. 8장 쟁점관리 및 위기관리에서는 예방 PR로서의 여론관리, 이해관계자 관리, 쟁점관리를 짚어본다. 9장 언론홍보에서는 PR 활동의 바탕이며 전략적 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 퍼블리시티를 다룬다. 10장 온라인 PR에서는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여타 분야에서의 온라인 PR과 퍼블리시티를 담았다.대구 출신인 박진용 저자는 매일신문 사회1부장과 경제부장, 중부본부장, 편집부국장을 역임했으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산학협력 파견교수)로 자리를 옮겨 저널리즘, 홍보론을 강의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5-05-08

외국인이 꼭 알아야할 한국문화

“한국의 시선으로 본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꼭 알아야 할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벤자맹 주아노 홍익대 불문학 교수는 20년 넘게 한국에 살며 우리 문화를 접해온 “한국인 아닌 한국인”이다. 주아노 교수의 주 전공은 문화인류학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병행해왔다.주아노 교수가 역시 10년 넘게 한국을 경험해온 화가 엘로디 도르낭 드 루빌과 함께 일러스트를 곁들인 한국문화에 관한 영문 가이드북 `Sketches of Korea: An Illustrated Guide to Korean Culture`를 펴냈다.210쪽의 압축된 분량이지만, 오랜 한국 생활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공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회와 문화, 예술, 전통, 정신 등 5개 영역에 걸쳐 각각의 문화적 요소들을 짧게 설명하고 그림을 덧붙였다.주아노 교수는 6일 종로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지하 서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의 한국 소개서들이 조선시대에 집중돼있어 고정된 자기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치우쳐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목욕탕이나 시장, 주거 문화 등 현대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책에선 `때밀이`와 `모텔`, `아파트`, `빌라`, `폭탄주` 등 한국인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문화 아이템들이 객관화한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소개된다.“문화는 상대적”이라는 저자의 소신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깃든 설명은 믿음이 가는 부분이다. 모텔 문화에 대한 소개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모텔=매매춘` 등의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았다.주아노 교수는 추후 이른바 `빨리빨리`와 청소년들의 늦은 학원 공부 등 한국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접근 대신 한국문화의 복잡성과 복합적인 면모를 알리는 저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2015-05-08

신달자 시인 “엄마! 다음 세상엔 내 딸로 태어나”

“딸들이 다 성장하여 가정을 구성하고 살아갈 때쯤, 대개 엄마는 죽는다. 딸들이 진정으로 엄마를 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참으로 서러운 모순이지, 살았을 때 서로 윽박지르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증오까지 했던 엄마가 숨을 탁 거두면 그때부터 엄마의 인생이 진심으로 보이면서 딸들은 후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시인 신달자는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를 싫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억척스럽게 자식을 교육시키는 고집, 출세하지 못한 엄마의 한을 자식들이 풀어줬으면 하는 야망을 안은 엄마가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금, 신달자는 말한다. “엄마! 이 다음 세상에서는 내 딸로 태어나, 엄마! 그래서 엄마에게 하는 것보다는 백 배, 내 딸들에게 하는 만큼의 사랑을 주고 싶어, 엄마.”새 책 `그리운 어머니 사랑합니다`(스타북스)는 신달자, 김남조, 유안진, 오세영, 이근배 등 시인을 비롯해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규형 전 주중대사, 김영환 의원 등 시를 써온 명사 등 모두 63명이 어머니에 관해 쓴 글을 엮은 에세이집이다.이들은 어머니의 인내와 헌신, 아낌없이 베푸는 마음과 배려, 삶의 지혜를 회상하며 추억이 담긴 글을 썼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직접 지은 시를 곁들였다.에세이집은 서울시인협회의 창립 기념으로 출판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에세이집에 특별 기고 형식으로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어머니는) 한번은 내가 밥 먹는 걸 보시고 말씀하셨다. `네 입에 밥 들어가니 참 좋다. 난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하지만, 남의 입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때는 동기간들을 생각하라는 말씀으로만 들었다. 지금은 이웃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새긴다.”책을 엮은 이만의 시인(전 환경부 장관)은 “이 책은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시인들의 개인적 신변담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절절하고 진실한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힘, 어머니의 가르침, 어머니의 향기를 알려드리는 글을 모은 책”이라고 소개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08

中, 도쿄재판 자료집 출간… 대일 역사공세 고삐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일본 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 관한 방대한 증거와 문건을 정리한 자료집을 출간했다.이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전 방위적인 `일제만행 알리기`의 일환으로서 대일 과거사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원동(극동) 국제군사법정 증거 문헌 집대성`이란 제목이 붙은 이 자료집은 일본어판으로 된 50권과 중국어판으로 된 3권짜리 `색인 ·부록`으로 구성됐다.상하이(上海) 교통대학 출판사와 도쿄재판 연구센터, 국가도서관 출판사가 공동으로 발간했다.이 자료집에는 도쿄재판 과정에서 군사법원이 채택한 문서 3천915건(3만여쪽)과 당시 적십자회 회원들의 보고서, 관련 인물 일기, 편지, 개인자료 등이 담겨 있다.이 가운데 미군이 확보했던 일본 정부의 기밀문서도 담겨 있다.도쿄재판은 1946년 5월부터 1948년 11월까지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소련(러시아), 인도 등 11개국이 유엔을 대표해 원고로 참여한 군사재판으로, 사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인 전범 25명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통신은 도쿄재판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법원 증거물이 정리돼 출판된 것이라면서 매우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통신은 “이 자료집의 출판은 만주사변, 노구교(溝橋) 사건, 난징(南京)대학살 등 일본이 저지른 수많은 죄행의 증거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일본 우익이 침략 범죄와 난징대학살 등 중국에 저지른 죄행을 부인하는 데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반박이 될 것”이라며 대일 역사공세의 취지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이 자료집은 이달 중 미국에서 열리는 도서전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다.중국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행보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 `과거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2015-05-08

방민호 서울대 교수 첫 소설집 발간

▲ 방민호 교수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방민호(50)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첫 소설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사진·작가세계)이 출간됐다.방 교수는 1994년 창비신인평론상, 2001년 `옥탑방` 등의 시로 월간문예지 현대시의 신인추천작품상을 각각 수상한 뒤 비평활동과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비평과 시 창작 외에도 소설을 많이 썼다. 지난 1월에는 첫 장편소설`연인 심청`을 펴내기도 했다.그런 전방위적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집은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중층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힘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우승열패의 경쟁 원리는 여전히 타당한가에 대한 고전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방 교수 작품의 특징은 우리 시대의 세태와 풍속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근원적인 물음을 묻는다는 것.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복합적인 삶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중후한 주제들로 가득차 있다.이 소설집에서 방 교수는 인간들에 대한 인식에 있어 때로는 짙은 비관으로, 혹은 가벼운 웃음기와 풍자로, 그리고 접사(接寫) 기법을 방불케 하는 예리한 기록으로 변주하고 있다.표제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은 한국사회와 문학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점유해 온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 방식을 재질문하고 있다.다른 단편 `번뇌무량`도 살아남기 위해 짓밟고 배신해야 하는 한국사회의 욕망의 메커니즘을 성찰하게 하는 소설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남염부주지`의 내용을 소설 속에 삽입했다.소설집의 여러 인물은 이야기의 흥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미스터리 기법으로 등장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신문 신춘문예 낙선자의 행방을 찾는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통해 생존경쟁, 우승열패의 현대적 운영 원리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윤혜영은 죽지 않았다`는 남북작가회담에 기자로 참석해 윤혜영이라는 북한 가수의 사연을 취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인권 현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이와 함께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유령`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교수 주인공의 사생활을 들추어내는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의 의미와 보이지 않는 정치적 억압이라는 문제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서쪽으로 더 서쪽으로`는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대생이 진도 팽목항을 찾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지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유체계의 가능성을 그린 것이다.이 밖에도 `짜장면이 맞다`는 2011년 8월 21일 국립 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개정으로 표준어 대열에 들어선 `짜장면`이라는 어휘를 중심으로 표준어와 사투리의 위계 문제를 매개로 삼아 권위주의에 대한 재질문과 재비판을 보여준다.한편, 방민호 교수는 2009년부터 본지 고정 칼럼진, 2012년부터 독자권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5-04

대지진, 나에게 닥칠 수 있다

발생 닷새째인 지난 29일 현재 최소 5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대지진. 땅을 뒤흔든 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네팔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지진의 역사와 이에 맞선 인간의 투쟁을 그린 책이 나왔다.영국 `타임스`의 편집자이자 기자 출신인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던 대지진의 역사를 통해 지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돌아본다.1923년 9월 1일 낮 일본 도쿄(東京)와 요코하마(橫濱)에서 4~5분가량의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지진이 발생했다. 곧이어 쓰나미가 도시를 덮쳤고 9월 3일 아침까지 14만여명이 사망했다.2010년 아이티의 수도 포트로프랭스에서는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도시 대부분이 사라졌고, 중국 탕산(唐山)에서도 규모 7.5의 지진으로 사망자 수조차 제대로 헤아릴 수 없는(25만~75만명 추정)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인간은 지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중세 유럽에서는 지진이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이후 종교재판이 열렸고 생존자를 이단으로 몰아 화형에 처했다. 일본에서는 지진을 육지 아래 진흙 속에 사는 거대한 메기가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봤다. 지금도 일본 기상청의 지진 초기 경보 로고 등에서 메기 그림이 쓰인다.이후 과학의 발전 속에서 지진을 예측하고 사전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저자는 “지진을 예측한다는 것은 유혹적인 신기루와 같다”고 말한다. 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언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건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그러면서 지구 어디든 지진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다고 경고한다.반니. 288쪽. 1만5천원./연합뉴스

2015-05-01

옛 선현들이 전하는 메시지

고전에서 길을 찾는다. 한 치 앞도 짐작하기 힘든 불확실의 시대에, 우리보다 몇백 년 앞서 살았던 옛 선현들의 지혜를 빌리면 세상을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박수밀 문학박사가 옛 지식인들의 지혜를 모은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을 펴냈다. 샘터, 234쪽, 1만3천원이 책은 정약용, 이순신 등 선현이나 이들을 키운 부모, 스승의 올곧은 삶과 이들의 삶을 지탱했던 `좌우명`을 묶었다. 저자가 월간 `샘터`에 3년간 연재한 44편의 좌우명이 담겼다.흔히 공부벌레란 공부밖에 모르고 세상물정에만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공부는 삶 그 자체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공부의 대상은 문자로 된 책이나 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아침저녁으로 눈과 귀로 접하는 해와 달, 바람과 구름, 새와 짐승의 변화하는 모습에서부터 손님과 하인이 주고받는 자질구레한 말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공부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위백규는 열 살 무렵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남을 보기보다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기보다 나 자신에게 들으리라`란 글을 벽에 써붙였다.왜구였다가 귀화해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속에서 살았던 김충선은 자식에게 `남이 해치려 해도 맞서지 말고 남이 비방해도 묵묵히 참아라`란 말을 남겼다.마음만 먹으면 쉽게 입신출세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반대의 길을 택한 허균은 `그대는 그대의 법을 따르라.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혼자 즐겁기보다는 더불어 즐거운 길을 지향했던 박지원은 `온 세상과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혼자 즐기면 부족하다`란 좌우명을 세웠다.`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의 명언부터 `높은 사람 되기는 쉬워도 좋은 사람 되기는 어렵다`는 조선 후기 문신 이재 어머니의 참된 자식 사랑이 느껴지는 말까지 우리 선조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지금도 큰 울림을 준다.저자는 “옛사람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좌우명을 붙들고 삶을 지켜나갔듯이, 독자들도 그 한마디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01

영조는 노쇠한 조선을 어떻게 재건했을까

조선의 제21대 국왕 영조가 즉위할 당시의 조선은 이미 330여 년이나 된 노쇠했고 당쟁으로 사분오열된 왕조였다. 그런 조선왕조의 국왕 자리에 오른 영조는 장장 52년 동안 재위하며 무수한 개혁을 성취해냈다. 영조는 왕비의 아들도 아니었고 제대로 후계 교육도 받지 못한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정치안정과 제도개혁을 성취하기 위해 무수한 난관을 극복해냈다.영조는 어떻게 그 난관들을 극복했고 또 어떻게 정치안정과 제도개혁을 성취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영조의 삶과 통치이념과 정치관을 보여주는 2권의 책을 발간했다.`영조의 통치이념과 개혁`(신명호 지음, 216쪽)과 `영조 대의 양역정책과 균역법`(정연식 지음, 204쪽).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각 1만2천원.`영조의 통치이념과 개혁`은 왕비의 아들도 아니고 제대로 된 후계 교육도 받지 못한 영조가 어떻게 장애를 극복하면서 정치안정과 제도개혁을 이뤘는지 살핀다.특히 영조가 개혁의 기초이론으로 삼았던 효, 경, 근, 검, 공, 서의 여섯 가지 원칙과 통치이념 3대 원칙 `계붕당`(戒朋黨·붕당을 경계한다), `계사치`(戒奢侈·사치를 경제한다), `계숭음`(戒崇飮·음주를 경계한다)이 그의 치세 52년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조명한다.영조의 개혁은 이러한 원칙과 통치이념이 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조의 개혁을 다룬 이 책은 영조의 현실인식과 통치이념, 왕실의례개혁, 통치제도개혁 세 가지로 크게 구성된다. 18세기 조선은 왕조 사회였기에 왕실 문제와 통치 문제가 당대 현실 문제의 핵심이었고, 그 현실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가 영조의 개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로서 영조의 삶과 학습 및 통치이념을 살펴봄으로써 영조 통치의 배경은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영조 대의 양역정책과 균역법`은 영조가 자신의 대표적 정책인 `균역법`을 신하들의 거센 반대를 뚫고 결국 시행하는 과정을 쫓는다.균역법은 영조 치세 전반기 백성을 가장 힘들게 했던 `양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세법이다.양역은 조선시대 국가가 요구하는 노동력을 징발하고자 16~60세 양인에게 부과하던 각종 신역(身役)을 말한다. 처음에는 징발 대상자가 직접 부역하도록 했으나 점차 베(布)나 곡식으로 대신하게 됐다.영조는 양역의 성격이 변질되고 심지어 농민경제를 파탄시킬 지경에 이르자 이를 개혁하기 위해 균역청을 설치하고 양인에게 부과되는 군액을 줄이는 균역법을 시행했다.이 두 권의 책은 최장기간 조선을 통치했던 영조의 삶과 통치이념, 대표적 정책을 통해 그가 어떻게 애민(愛民) 정신을 끈질기게 실현했는지 보여준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