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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몸을 관찰해 온 80대 노인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8-07 02:01 게재일 2015-08-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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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 소설 `몸의 일기`
프랑스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71)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2012년 출간 당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특수한 어린 시절 덕에 식물 채집하듯 자기 몸을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평생을 살아온 80대 노인이다.

노년의 거장 다니엘 페나크는 주인공을 통해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죽음이 멀지 않은 시점에, 몸을 대하는 여유로운 관조의 자세를 보여준다.

`나`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산송장이 돼 돌아온 아버지와 자식을 낳음으로써 그런 남편을 회생시켜보겠다는 희망을 품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뒤에도 원하던 효과를 보지 못한 어머니는 그를 “아무짝에도 써먹을 게 없는 존재”로 여기고 아버지에게 떠맡겨버린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 흉내를 내게 되고,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환자처럼 살려고 했으니, 그에게는 `몸`이라는 게 없어진 셈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에게 살아갈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수준 높은 교양 교육을 시켰고, 그 결과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지만 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불균형한 존재가 된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이는 몸이 없는 그림자처럼 집 안을 떠돈다.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그런 아이는 열두 살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 중 숲에 혼자 버려져 극한의 공포를 체험한 다음 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첫 일기의 첫 문장은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나`가 몸의 일기를 쓰기로 한 건 바로 겁먹은 자기 자신에게 `몸`을 돌려주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86세 2개월 28일)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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