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무겁다` 최부식 지음 문학의 전당 펴냄
1989년 `포항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그가살고 있는 포항 여러 곳의 소재를 담은 시가 수록돼 특히 눈길을 끈다. 포항문화방송에서 PD로 근무하며 만나온 포항철강공단 근로자와 포항역 주변 환경미화원, 청진리 주민 등을 삶의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어들로 채워져 있다.
또 어부, 재래시장의 사람들, 노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에 가닿는 시인의 간절한 시선은 쓸쓸하고 깊다. 시인이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용히 필사하는 것은 그 따뜻한 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를 통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 부박한 시대를 건너가기 위함이다.
수사적 기교를 자제하며 세계의 비극까지 있는 그대로 끌어안음으로써 우리를 돌아보고, 시를 통한 연대를 꿈꾸고 있다. 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반영하려는 의지와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은 시인의 시는 그래서 아프다. 하지만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덧입혀져 정겹기 그지없다. 동시대를 사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봄비가 무겁다`는 삶을 긍정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
김명인 시인은 추천글에서 “`봄비가 무겁다`에는 장소에 관한 심상들이 유난하다. 그곳은 죽천 바다, 울릉도, 법성포구, 청진항 등 우리나라의 어디이기도 하지만, (중략)시대를 건너온 삶의 응어리가 그대로 곰삭아가는 그 땅의 스산한 삶을 지금껏 붙들고 사는 까닭이다.”고 평가했다.
김만수 시인도 “호미곶 푸른 물 자락과 거친 해연풍이 몰려오는 보리언덕에서 최부식의 간절한 시선은 욜량욜량 밀리는 까치놀에 쏟아지기도 하고, (중략)부박한 시대에 무겁고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히는 그의 시 쓰기는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더해져 있어 정겹기 짝이 없다.”고 추천했다.
최부식 시인은 “지난 세월 절망, 분노, 욕망, 허망, 기쁨, 간절함과 서글픔 등으로 뒤엉긴 숲속의 나날을 헤매다 낡은 시 묶음 들고 나오니 환한 달 서늘한 시선에 나의 영혼이 더 아프다”면서 “우리네 사랑과 삶은 짧지만 더 오래 살 나무에 기대고 더 멀리 흐를 강물 보며 시를 써 가겠다”고 밝혔다.
경주 출신인 최 시인은 포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현재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과 포항MBC 편성제작센터 PD(국장)로 재직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26일 저녁 7시 포항티파니웨딩(옛 청솔밭뷔페) 3층에서 열린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