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요절한 천재 이상의 문학세계 재조명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7-07 02:01 게재일 2015-07-07 12면
스크랩버튼
방민호 서울대교수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 출간<BR>소설·산문 등 새롭게 분석… 1천800매 논문으로 엮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 의 유명한 단편소설 `날개`의 첫 구절이다.

시와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작품 활동을 한 일제 식민지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였던 이상은 천재와 광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주인공으로 흔히 재조명된다.

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그의 문제적 삶과 해독불가능하고 파괴적인 형식의 작품들로 인해 한편으로 그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특별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간혹 제국주의적인 담론의 그물망에 얽힌 존재로 치부돼 현해탄 콤플렉스라 명명된, 주인에 대한 노예의 의식을 체현하고 있는 작가로 주장하는 이도 있다.

미발표작을 남기고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작가의 비운이 애달파서일까. 한국 문학계에서는 이처럼 여전히 그의 삶과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재조명이 계속되고 있다.

방민호(50·사진)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새 저서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예옥출판사)는 이 난감한 상대와의 싸움을 회피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정면 대결로 뚫고 나가고자 한 연구자의 열정과 도전의식을 보여준다.

9개 장으로 구성된 1천800매 분량의 논문들은 한국현대문학의 20세기적 보편성을 확보하려 고투한 이상 문학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방 교수는 연구를 넘어, 문학으로서의 본격적 텍스트 읽기로서 이상 문학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는 이상 문학의 주된 창작방법인 알레고리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이상 문학에 있어서의 웃음과 히스테리, 크로포트킨 사상과 이상 문학의 관련성, 도스토옙스키와 이상 문학의 관련성, 경성모더니즘과 이상 문학의 관련성 등 새로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상 문학, 특히 그의 소설과 산문들을 새롭게 분석했다.

방 교수는 소설 `날개`의 끝말인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에 아내에 기생해 사육당하는 자신의 처지에서 겨드랑이에서 돋아나는 날개로 한 번 날아보자고 새로운 열망을 꿈꾸는, 건강한 삶을 향한 소망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한 듯 본격적 텍스트 읽기로서, 작가 이상의 치열한 의식세계를 탐구한다.

가령 이상이 죽기 한 달 전 일본에서 쓴`종생기`에서 지식인으로서 식민지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고뇌를 토로하는 주인공 이상의 몸부림은 “사소설적 차원에서 읽으면 이상의 일본행의 의미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상의 일본행은 단순한 모더니즘 찾기가 아니라 진정한 창작 방법을 위한 모험의 도정, 현해탄 건너뛰기를 의미한다”고 그는 해석한다.

마찬가지로 이상의 마지막 자전적 소설인 `실화` 역시 흔히 현해탄 콤플렉스에 깊이 침닉되었던 문학인으로 치부되곤 하는 이상의 평가에 대해 “검정外套에 造花를 단, 땐서-한사람. 나는 異國種강아지올시다.” 문장은, 캄캄한 한밤 도쿄의 거리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자기를 되돌아보면서 그 자신이 식민지 지식인이라는 뼈아픈 자각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이항대립적 관계항에서 벗어나 약동하고자 하는 그의 새로운 다짐을 볼 수 있으며 자기 이야기라는 개체적 진실성에 머무르지 않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방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논증하고자 한 것은 이상 문학이 20세기 초엽 `식민지` 조선이라는 특수하면서도 고유한 시공간의 산물이자 동시에 일제라는 오리엔탈 임페리얼리즘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성, 공통성을 추구한 문학이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상 문학을 둘러싼 선입견, 즉 일본 모더니즘에 경사된, 현해탄 콤플렉스의 소유자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국현대문학의 20세기적 보편성을 확보하려 고투한 이상 문학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는 추천글을 통해 “한국문학 연구는 지금 주석적 해석 단계를 넘어 창조적 논의로 나아가야 할 때다. 단순한 체계화를 넘어서는, 학문으로서의 이상 연구를 생각할 때 방민호 교수의 이 책은 중요하다. 방 교수의 이번 저술은 새로운 단계의 이상론, 이른바 포스트 이상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역작”이라고 적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