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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원천기술에 2351억 투자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2351억원을 투입한다. 차세대 반도체와 미래 배터리, 초격차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점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2026년도 주력원천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분야 27개 사업에 총 235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개 사업은 240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이다. 이번 시행계획은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분야의 중·장기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반도체 분야에는 전체 예산의 80%에 해당하는 1870억원이 투입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지능형 반도체, PIM 반도체, 화합물반도체, 첨단 패키징, 미세기판, 3차원(3D) D램 등 차세대 유망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시스템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분야 석·박사급 전문인력 양성도 지속 지원한다.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설계 전공 학생이 직접 칩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이 칩(My Chip)’ 서비스와 공공 나노팹·대학 팹을 연계하는 ‘모아팹(MoaFab)’ 참여기관을 14곳으로 확대한다. 미국 NY크리에이츠, 유럽 IMEC 등 글로벌 첨단 팹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는 광 기반 연산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 첨단 패키징·전력반도체용 세라믹 원천기술 확보, 차량용 반도체 핵심 설계자산(IP) 국산화 사업 등이 새롭게 추진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는 139억원이 투입된다. 초고해상도 온실리콘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유연 디스플레이 확산에 대응한 차세대 융복합 프리폼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이 신규로 추진된다. 이차전지 분야에는 총 341억원이 배정됐다. 수계아연전지, 나트륨이온전지, 리튬금속전지 등 차세대 이차전지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활용을 위한 재활용 알루미늄 공기전지 개발 사업도 새롭게 추진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시행계획에 따라 첨단산업 원천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신규 사업 공고와 과제 공모는 1월 말 한국연구재단 누리집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1-14

이재명 대통령 1박2일 방일 외교 성과내고 귀국

이재명 대통령이 1박 2일간의 방일 외교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4일 밤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로 원내대표로 선출된 한병도 대표가 정청래 당 대표와 함께 영접을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이때 옆에 있던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신임 원내대표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소개하는 모습이 주변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진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우상호 정무수석, 행정부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박윤주 외교부 1차관 등이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시나에 총리와의 회담 등 방일 성과에 한일 양국의 호평이 컸던 터라 밝은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일 기간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이뤘고, 조세이 탄광 유해 공동 발굴·감식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성향상 관계가 껄끄러울 것으로 예상됐던 다카이치 총리와 엄청난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이번 순방 외교가 한일 양국 국민에게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14

산업부, 탄소중립 지원사업 2500억 푼다

정부가 올해 총 2500억원 규모의 기업참여형 탄소중립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산업계의 그린 전환(GX)을 뒷받침해 글로벌 탄소 규제에 선제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탄소중립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한 만큼, 우리 기업들의 체계적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총 2500억원 규모의 공모형 탄소중립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산업부의 탄소중립 지원사업은 자금 조달, 설비 투자, 공급망 협력 등 기업들이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사업으로는 탄소중립 분야에 선제 투자하는 기업에 장기·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탄소중립 전환 선도 프로젝트 융자사업’이 있다. 총 1700억원 규모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해 연 1.3%(2025년 12월 기준)의 저금리 자금을 지원한다. 정부 예산 대비 탄소 감축 효과가 큰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경매 방식으로 발굴·지원하는 ‘탄소중립 설비투자 프로젝트 경매사업’도 올해 신규 도입된다. 예산은 250억원 규모다. 제품 공급망 단위로 탄소 감축에 나서는 ‘산업 공급망 탄소 파트너십’ 사업에는 105억원이 투입된다. 대·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이들 사업을 포함해 올해 추진하는 총 16개 탄소중립 지원사업에 대한 종합 안내서인 ‘2026년도 산업통상부 탄소중립 지원사업 설명자료’도 제작·배포했다. 지원 대상과 분야별로 사업 내용, 신청 절차, 담당자 연락처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지원 분야는 설비투자, 연구개발, 순환경제, 국제감축, 온실가스 인벤토리, 교육·컨설팅, 인프라 구축 등으로,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컨소시엄 참여 기업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산업부는 오는 21일 주요 4개 사업을 대상으로 ‘2026년도 산업부 탄소중립 지원사업 공동 설명회’를 열고 기업 대상 사업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수립되고 탄소중립이 산업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산업계의 선제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특히 지역 소재 중소·중견기업들이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1-14

전기차 보조금 동결···내연차 전환 땐 추가 지원

정부가 2026년도 전기차 보조금 단가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소비자에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한다. 1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확정하고 무공해차 통합누리집(ev.or.kr)을 통해 차종별 보조금과 세부 지침을 공개했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매년 인하되던 전기차 보조금 단가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기존 내연차를 폐차하거나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추가로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구매 혜택을 확대하고 전기차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국내 출시를 앞둔 소형급 전기승합차와 중·대형급 전기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기준을 새로 마련해 지원을 시작한다. 국비 기준 보조금은 소형 전기승합차 최대 1500만원(어린이 통학용은 최대 3000만원), 중형 전기화물차 최대 4000만원, 대형 전기화물차 최대 6000만원이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밀도, 충전속도 등 성능 기준도 강화된다. 차량 가격 인하와 연동되는 보조금 전액 지원 가격 기준 역시 향후 강화가 예고됐다. 아울러 간편결제·충전(PnC), 양방향 충·방전(V2G) 등 혁신기술을 적용한 차량에 대한 추가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전기차 생태계 기여도를 평가하는 사업수행자 평가 제도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전기차 화재안심보험 가입 요건 신설, 지자체 지방비 편성 물량 설정,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추가 지원 등도 반영됐다. 정부는 보조금 지침 시행일과 동시에 차종별 국비 보조금 지급액을 공개하고,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자금 배정과 공고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서영태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내연차의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국내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보조금 제도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1-14

불법어구 즉시 철거···어구관리 기록·유실 신고 의무화

불법·무허가 어구를 현장에서 즉시 철거하고, 어구 사용과 유실을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어구관리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해양수산부는 14일 어구관리제도 시행을 위한 ‘수산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월 23일까지 40일간 의견수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개정된 수산업법에 따라 도입되는 새로운 어구관리제도의 세부 운영기준을 담고 있다. 새 제도의 핵심은 △불법·무허가 어구를 발견 즉시 철거하는 ‘불법어구 즉시철거제’ △어구 과다 사용과 폐어구 발생을 막기 위한 ‘어구관리기록제’ △대규모 어구 유실 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유실어구신고제’다. 불법어구 즉시철거제는 행정대집행 절차 중 계고·통지 절차를 생략하고, 현장에서 불법 어구를 발견하면 즉시 철거할 수 있도록 한 특례제도다. 철거된 어구와 시설물은 보관·처리 절차를 거쳐 반환되거나 국고·지자체에 귀속되며, 위반자에게는 철거 비용이 징수되고 벌금과 행정처분이 부과된다. 어구관리기록제와 유실어구신고제는 우선 자망, 통발(장어통발 포함), 안강망 어구를 사용하는 근해어업부터 적용된다. 어업인은 어선에 어구관리기록부를 비치하고 어구 적재·설치·유실·폐기량을 기록해야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어구가 유실될 경우 즉시 또는 입항 후 24시간 이내에 관할 해양수산청이나 해경 등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대상 유실어구 기준은 자망 1000m 이상, 통발 100개 이상, 안강망 1통 이상이다. 제도 미이행 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수부는 어구 생산·판매업과 어구·부표 보증금제에 대해서도 해양경찰청과 합동 점검을 실시하는 등 이행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현호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새롭게 도입되는 어구관리제도는 해양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조치”라며 “어업인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2026-01-14

‘한동훈 제명’ 후폭풍···국힘 사생결단 충돌 안타깝다

지난 12일 가까스로 ‘6인 체제‘를 갖춘 국민의힘 윤리위가 14일 새벽 기습적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하면서 당이 내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또 다른 계엄”이라고 반발하며 “이번에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윤리위는 이날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게시판 사태’를 여론 조작으로 규정, 최고 수위인 제명 결정을 내렸다. 한 전 대표와 가족들이 지난 2024년 국민의힘 익명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대거 작성했다는 게 제명 사유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특검이 ‘사형 구형‘을 내린 날이어서 당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하다. 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이를두고 '한밤의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제명 확정은 15일 최고위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러나 최고위 인적 구성을 볼 때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비주류 양향자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뚜렷하게 반대 의견을 낼 분위기가 아니어서, 한 전 대표 징계안이 반려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한 전 대표 징계를 주도해온 장동혁 대표도 14일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며 제명 수순을 시사한 상태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 결정이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결과다. 재심을 신청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명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 선포“라면서 “국민, 당원과 함께 이번 계엄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이를 법적인 분쟁으로 끌고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회견에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형동, 배현진, 박정훈, 정성국, 고동진, 유용원 의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이 함께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비교적 ‘중수청’ 외연확장을 위한 메시지를 내온 ‘대안과 미래(소장파와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모임)'도 이날 긴급 회동을 하고 윤리위 결정을 재고하라는 입장을 냈다. 이 모임 주요 멤버인 김재섭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명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처벌을 했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일부 초·재선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 TK 중진 의원들은 공개 발언을 자제한 채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고,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아마 한 전 대표 제명은 국민의힘 내분을 더욱 심화시키고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당 일각에선 15일 오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당내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장동혁 대표의 그간 발언내용을 종합해 보면 윤리위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방선거 초반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설 연휴 민심를 감안해 보면, 국민의힘이 집안싸움의 격랑에 휩쓸려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2026-01-14

포항 도심 회복 해법은?···대경선 포항 연장·도시철도 도입

인구 감소와 원도심 공동화로 지역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포항의 도심 회복 핵심 해법으로 광역철도 노선인 대경선 포항 연장과 도시철도 도입 등 연계 철도망 구축이 제시됐다. 포항도시철도추진위원회(위원장 장두대)는 14일 포항 꿈트리센터에서 ‘1·14 시민대토론회’를 열고 원도심 공동화와 인구 감소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광역·도시철도망 구축 필요성을 시민들과 공개 검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포항 인구는 2015년 52만5000명에서 2025년 48만8000명으로 약 3만6000명 이상 주는 등 전국 중소도시 가운데 가장 크게 줄었다”며 “KTX 동해선 개통 이후 도심에 있던 포항역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도심부 유동 인구 단절, 생활권 외곽 이동, 원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됐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전국 중소도시 대부분이 고속철도 개통 이후 인구·관광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지역 수요가 인근 대도시로 유출되는 이른바 ‘빨대효과’가 심화했다”며 “도심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없는 고속철도는 오히려 원도심 고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속철도 인프라는 이동 편의성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지역별 관광 콘텐츠 등 지역의 강점을 앞세워 관광객과 다양한 수요를 유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동부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포항지역의 연계 철도망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손 부사장은 대경선(동대구~포항) 연장 노선의 포항 도심 경유, 광역철도와 연계한 순환형 도시철도 구축, 괴동선 전철화를 통한 단계별 확장 전략을 제안했다. 1단계로 죽도시장–영일대–포항역을 연결하는 도시철도 핵심 구간을 우선 구축하고, 2단계로 남부지역 연계 확장을 추진하는 단계별 구축 모델을 내놨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철도가 없어진 후 도심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며 “이번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만큼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두대 포항도시철도추진위원장은 “토론회는 포항 도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민 검증의 출발점”이라며 “대경선 연장과 도시철도 도입이 포항 도심을 다시 살리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1-14

정청래 대표 “수사는 경찰·기소는 검찰, 이건 점 하나 바꿀 수 없는 대원칙”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며 수정을 예고했다. 정청래 대표는 14일 충남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입법예고안에 대한 국민적 걱정이 많은 것을 잘 안다. 국민과 당원 목소리를 듣고 정부안을 수정·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이건 아주 유명한 말이다“라면서 ”‘기소는 검사에게, 수사는 경찰에게‘ 이것이 수사·기소의 분리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원칙은 훼손돼선 안 된다. 점 하나 바꿀 수 없는 대원칙“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어제 청와대의 공식 입장도 있었듯이 지금 정부의 입법 예고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라 수정·변경이 가능하다. 각종 토론회, 공청회 그리고 당에 주시는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며칠간이라도 (정부안과 관련해) 걱정을 끼쳐 드렸던 부분이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정 대표는 “전날 저는 대통령 일본 방문을 배웅하면서 여러 말씀을 주고받았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조율이 잘 됐다. 당정대는 항상 원팀, 원 보이스로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해낼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15일 본회의에 상정할 2차 종합특검도 ‘제가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씀드린만큼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1-14

[6·3지선] 경산시장선거 누가 뛰나

지난 제8대 경산시장 선거는 전임 최영조 시장의 3선 연임 제한으로 지역정서를 업은 국민의힘에서만 14명의 예비후보가 난립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마땅한 인물이 없어 후보를 내지 않았다. 오는 6•3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김기현(41) 경산시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국민의힘 조현일(60) 현시장과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여기에 유윤선(64) 대경대 학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현재는 시장선거가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9대 경산시장 선거의 관점은 조현일(60) 경산시장의 재선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기현(41) 경산시 지역위원장의 득표율, 유윤선(64) 대경대 학장의 국힘 공천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일부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가능성에 큰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제8대 경산시장 선거 예비후보였던 유윤선 교수가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공천을 희망하며 일찍부터 제9대 경산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어 국힘 공천경쟁도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의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된 경산시선거구에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조지연 국회의원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천기준을 ‘시민을 위한 일꾼’과 ‘시민의 평가 존중’ 등으로 압축하고 있으나 앞으로 확정될 국민의힘 공천기준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무난한 재선을 원하는 조현일 경산시장=시민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현장의 불편과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갈등이 있는 민원은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해법을 찾는 것이 장점이라는 조현일 시장은 제10대와 11대 경북도의원을 거쳐 제8대 경산시장에 당선됐다. 재선을 위해 관련 법령과 선거 일정에 따라 적합한 시점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라는 조 시장은 민선 8기가 변화와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경산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경산만의 가치를 찾고 결과를 창출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뿌린 씨앗들이 성공적으로 열매를 맺고 도약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중단없는 시정 연속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하면 △지역경제 활력 증진과 미래 성장 기반 다지기 △살기 좋은 도시환경 조성 △더욱 촘촘하고 두터운 시민 행복 등을 시정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 대구 도시철도 1•2호선 순환선과 3호선 연장 등 광역 교통망 확충, 경산~울산 고속도로 신설, 새로운 볼거리와 놀거리 창조, 시민의 일상 속 행복을 위한 공간 확충, 제외되는 시민이 없는 든든한 복지 안전망 구축, 어르신의 대중교통 무임 이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위기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한편 시민의 삶에 여유와 품격을 더하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와 그 가족들을 제대로 예우해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현일 시장은 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던 대형 투자 유치 과제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중앙정부와 국회, 경북도, 민간 투자자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 추진의 걸림돌을 하나씩 해소해 온 끝에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을 유치한 점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그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유치가 새로운 도시 성장 동력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경산이 대규모 민간 투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도시라는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여당 프리미엄의 김기현 더불어민주당 경산시 지역위원장=지난 8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경산시의원으로 도전했던 김기현 지역위원장은 말보다 결과로 증명하는 ‘경산의 직통 엔진’으로 통한다. 김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여당 지도부와의 실시간 소통으로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의 국가 균형 성장 전략을 지역의 현실로 바꾸기 위해 경산시장에 도전하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미 국토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설득해 경산의 숙원 사업인 경산~울산 고속도로 건설을 중앙 의제로 관철한 검증된 추진력으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지역 재도약의 골든타임을 약속하고 있다. 김기현 지역위원장은 오는 2월 20일쯤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경산시장이라면 △문화가 밥이 되는 도시-경산 K-컬쳐 융합 밸리 △유능한 AI 지방정부-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스마트 경산을 실현해 문화로 사람을 모으고, 기술로 밥을 만드는 경산으로 문화적 감성 위에 첨단 기술을 입혀 청년들이 즐기며 일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적 문화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임당유니콘파크와 K-뷰티 클러스터, K-푸드 스테이션을 3대 핵심 거점 전략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쫓는 도시’에서 ‘인재가 찾아오는 도시’로 전환하고, 인재 중심의 경제 구조와 산업 고도화를 추진한다. 특히 AI 기술을 접목한 뷰티·푸드 스타트업들이 임당유니콘파크를 발판 삼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문화가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밥’이 되는 도시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데이터로 움직이고 시민과 호흡하는 초정밀 지방정부를 구현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의 불편을 실시간으로 해결하는 AI 기반 도시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시민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탄소중립 선도도시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관성을 깨는 창발성과 멈춤 없는 추진력을 장점으로 꼽는 김기현 지역위원장은 대구시 출생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청년위원장과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경산시 지역위원장과 전국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는 유윤선 대경대 학장=유윤선 학장은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일 내, 지역 여건과 시민 여론 등 준비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예비후보 등록을 검토하고 있다. 유 학장은 지금 경산은 ‘선택의 시간’에 들어서 도시가 쇠퇴하느냐와 구조를 바꿔 다시 움직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경산은 ‘사는 곳’이지만 ‘머무는 곳’은 아니라는 현실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덮는 행정은 잠시 버틸 수는 있어도, 도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도시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행정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는 경산시장에 출마해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결단을 시민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말보다 결과로 평가받아온 경험과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내세운 유윤선 학장은 시장이 될 경우 경산의 도시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산업·주거가 단절되지 않는 생활권 통합형 도시 구조 구축 △청년과 중산층이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정주 환경 조성 △행정의 판단 구조 정상화 등을 단계적으로 실행해, 10년·20년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도시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산 출생으로 행정학 박사인 유윤선 학장은 영남대 ROTC 장교 출신으로 전 대경대학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 국민의힘 경북도당 부위원장과 경산시당 부위원장, 국민의힘 국책자문위원회 기획전략위원을 맡고 있다. 또 대경대 교수와 학장으로 교육 현장에서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경산시 재향군인회 회장, 경산시 테니스협회 협회장, 대구지방법원 심의조정위원 등으로 활동 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6-01-14

장판 밑에 숨겨둔 돈

한국과 외국을 가릴 것 없다. 고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파렴치한이나, 무시로 뇌물을 받아온 권력자의 집에서 수 억,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서민들은 아연실색한다. ‘대체 얼마나 돈이 많으면 저렇듯 엄청난 현금을 집에 두는 걸까?’라는 생각에서다. 고액권이나 달러 등 외화를 숨겨 놓은 곳도 기상천외하다. 방처럼 거대한 금고는 물론이고, 드물게는 천장 위나 김치냉장고 속에 5만원권 지폐나 100달러짜리 지폐가 고이 모셔져 있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이른바 부정한 ‘검은 돈’이 아닌 당당한 자기 재산이라면 숨길 이유가 있을까? 보통의 사람들처럼 은행에 예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일부가 “금융기관을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이 말은 19세기에나 통할 변명처럼 들린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현금을 집이나 자신 소유의 공장 등 생활공간에 숨겨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안방 장판 밑에 놓아둔 거액의 현금이 뜨거운 열에 손상돼 그걸 부랴부랴 은행에 가져가 교환했다는 소식, 신문지에 싸서 창고에 보관하던 지폐가 습기 탓에 원형을 잃어 낭패를 봤다는 뉴스가 최근 있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2025년 손상 화폐 폐기 규모’를 공개했다. 발표에 의하면 손상돼 폐기된 금액은 모두 2조8404억원. 지폐 3억6401만장의 엄청난 양이다. 이걸 한 장, 한 장 이어 붙이면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남는다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을 만들려면 돈이 든다. 해마다 소요되는 지폐와 동전 제작비가 만만찮다. 그러니, 돈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작은 애국이 아닐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1-14

더 좋은 미래

본가 아파트 단지 내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는데 때가 되면 여의도나 석촌호수 부럽지 않을 만큼 꽃잎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벚꽃 보러 멀리 안 가도 되겠다. 그냥 집 앞에 돗자리 깔고 벚꽃 구경하면 되지, 뭐. 우리 가족은 그런 말을 하며―실제로도 벚꽃 개화 시즌에 맞춰 피크닉을 한 적은 없다―바람에 흩날리는 분홍 꽃잎들을 지켜보곤 했다. 벚꽃이 마음에 든 건 우리 가족뿐만이 아닌 듯했다. 벚꽃 개화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면, 단지 곳곳에서 벚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노란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부모들은 아이를 나무 아래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댔다. 아이들이 그만 찍겠다며 투정을 부릴 때까지 계속. 그래서인지 그 집에 사는 동안 내게 봄은 아이들을 보는 계절로 인식되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 이런 내가 아이들을 주시하게 되는 때가 있으니, 바로 꽃잎이 사방에 뿌려진 봄에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갈 때이다. 다른 강아지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우리 집 강아지는 이따금 길가의 꽃잎을 주워 먹는다. 집안의 화분들엔 관심도 없으면서 밖에만 나가면 코를 들이밀고 입을 벌려 꼭꼭 씹다가 퉤 뱉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봄에는 마음이 들뜨는 걸까? 그래서 안 하던 짓도 하고 싶어지는 걸까. 여름, 가을, 겨울에도 꽃은 있지만 봄꽃이 아니면 뜯지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으니 희한한 일이다. 강아지가 봄바람에 코를 씰룩이는 것처럼, 아이들도 봄에는 유독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 대부분은 강아지를 보는 순간 스위치 켜진 장난감처럼 눈을 번뜩이며 다가온다. 강아지다! 외치는 것에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강아지를 만지려고 겁 없이 작은 손을 뻗을 때면 식은땀이 절로 난다. 그럴 때 보호자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강아지 귀엽지? 만지고 와도 돼, 하고 멋대로 지시하는 보호자와 강아지 귀엽지? 그래도 허락 없이 함부로 만지면 안 돼, 하고 제지하는 보호자. 반려인으로서는 당연히 후자의 경우를 선호하고 또 지지한다. 그런데 몇 해 전, 전혀 예상 못 한 세 번째 유형의 보호자를 만났다. 정확히 그를 만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의 엄마였다. 이른 점심을 먹고 강아지와 산책을 다녀온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건널목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서너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와 아이 엄마가 옆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강아지를 본 아이는 대번에 흥분해선 자기 엄마의 팔을 잡아당기며 강아지, 강아지,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휴대폰을 보고 있던 아이 엄마가 몹시도 엄격한 얼굴로 크리스, 엄마가 영어로 말해야 한댔지? 강아지가 아니라 퍼피라고 해야지, 말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다른 곳을 보는 척 두 사람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이도 엄마도 한국인임이 분명해 보였다. 스피크 잉글리시. 올웨이즈 스피크 잉글리시. 아이 엄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가 따라 할 때까지 퍼피, 퍼피, 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이가 말이 없자, 급기야 아이의 손을 낚아채더니 손바닥에 퍼피 스펠링을 하나하나 그리기까지 했다. Puppy, puppy. 결국 아이가 더듬더듬 퍼피, 하고 말하자 아이 엄마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멀어지는 두 사람 사이로 리멤버, 크리스. 스피크 잉글리시, 하고 단호히 되뇌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날 이후로도 엄마는 종종 그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애한테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가르친다더니 진짜인가 보다, 하며 신기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아이의 표정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웃음이 거두어진 자리에 남은, 딱딱하게 굳어가던 그 얼굴이. 강아지든 퍼피든 뭐가 중요할까. 애가 그렇게 웃는데, 그렇게 환하게 웃었는데.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엄마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후로 몇 번의 봄을 지날 때마다 나는 그날의 이야기를 잊었다가 떠올리기를 반복했다. 내가 그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은 이런 때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나를 무시하고 포기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날의 아이 엄마도 아이의 더 좋은 미래를 위해 그토록 단호했던 거겠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을 테니까. 옆에서 아이가 얼마나 환하게 웃고 있는지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집요하게 미래를 보고 있던 거겠지. 그렇지만 강아지든 퍼피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지금 얼마나 환하게 웃는가, 얼마나 기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일 테니까.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더 좋은 미래가 아닌 더 중요한 지금을 보고 싶다. /양수빈(소설가)

2026-01-14

영포티 말고 ‘굿포티’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단지 달력을 바꾸어 다는 것 말고 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내가 나이를 한 살 더 먹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 만 나이 보다는 우리식 세는 나이가 익숙하다. 그런 식으로 따져 보면 경북매일의 ‘2030, 우리가 만난 세상’의 독자님들께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이제 마흔 살이 되었다. 2020년,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서른 네 살이었기에 마흔 살이 되는 날이 온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볼 일도 없었고 그때까지 이 연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것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었기에 이런 제목의 연재를 맡게 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나는 금세 마흔 살이 되었다. 서른아홉이 마흔이 되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어쨌거나 그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 인생을 나보다 오래 살아온 선배들은 마흔도 충분히 젊고 심지어 어린 나이라 이야기 해주시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청춘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기에는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청년이라는 단어 역시 여러 법령과 지방자치단체 정책에서 다양하게 규정되지만 마흔은 거기 속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부분에 있어 약간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실 그런 것들보다 마흔 살에 접어든다는 사실이 반갑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요즘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사십대 남성에 대한 조롱 문화다. 영포티(Young Forty)는 사십대 남성에 대한 조롱을 마주할 때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단어다. 원래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관리나 패션, 취향 면에서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사십대를 일컫는 긍정적인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어 보이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고 20대 감각을 무리하게 흉내 내는 사십대 남성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어울리지 않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무장한 채 이십대-삼십대 초반 여성에게 추근대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많이 묘사되곤 한다. 밈으로 많이 돌고 있는 영포티 패션에 대한 조롱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이키, 스투시 같은 브랜드는 지금의 사십대가 이십대 때부터 선호하던 것들이다. 이제와 젊은 척 하려고 입는 게 아니라 원래 입던 것을 입는 것이고, 또 어떤 것은 젊을 때 돈이 없어서 못 입던 것을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에야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입는 것이다. 그다지 조롱받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흔히 이야기하는 영포티의 행동방식에 대해서는 딱히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직도 자기가 어린 줄 알고 이삼십대 노는 데 끼어들어서 젊은 척 하고 돈 자랑 하고 어린 이성의 환심을 사려 하는 사십대는 나도 종종 목격하고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조롱은 마냥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굳이 영포티 대열에 합류하지 말자는 것이다. 영-하지는 않아도 자기 인생을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 ‘굿포티’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굳이 어떤 것을 사십대 다운 것이라고 정의하고 꼭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이삼십대를 거치며 새롭게 알게 된 것, 그 시절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것들을 토대로 그때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나는 마흔 살을 맞아 굿포티가 되기 위해 몇 가지 새해 다짐을 해 보았다. 먼저 하루하루 좋은 루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의 생활을 무절제하게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컨트롤하는 노하우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다음으로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대하기. 이제는 종종 사회에서 나보다 어린 사람과 어떤 관계를 쌓아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곤 한다. 비록 우리의 인생 선배들은 간혹 우리에게 무례하곤 했을지라도 나는 지금부터라도 나보다 늦게 출발한 친구들에게 예의를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말을 절제하는 것도 필요해졌다. 지저분하거나 거친 말들로부터 이제는 멀어질 것이며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는 일도 자제할 생각이다. 그 외에도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 많지만 말을 절제해야 하므로 너무 장황하게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조롱받는 영포티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태까지 살아온 내 삶이 조롱받을 만큼 하찮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살아온 삶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삶도 잘 살아가야 한다. 영포티 말고, 굿포티로 살아갈 내 또래들을 응원한다. /강백수(시인)

2026-01-14

울릉군, 겨울방학 맞아 ‘대형 에어바운스 놀이터’ 개장

경북 울릉군이 겨울방학을 맞은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실내 특별 놀이공간을 선보인다. 울릉군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울릉군 청소년센터 다목적홀에서 겨울방학 프로그램인 ‘에메랄드 키즈카페, 에어바운스 팡! 팡!’을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에어바운스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올해는 전년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도입해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장에는 ‘레고 챌린지’, ‘스파이더맨 챌린지’, ‘우주선’, ‘과자집’, ‘서핑보드’ 등 주제별 에어바운스 놀이기구와 함께 ‘에어 바이킹’, ‘키즈라이더’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이 마련된다. 군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인 만큼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청소년 지도사와 동계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등 총 11명의 전문 안전요원을 현장에 상시 배치해 시설 상태를 실시간 점검하고 질서 유지를 돕는다. 울릉군 문화체육과 평생교육팀장은 “겨울철 활동량이 부족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즐거운 추억을 쌓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양질의 문화 체험 정책을 지속해 발굴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운영 기간 중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2026-01-14

신현국 문경시장, 재선 도전 출마 뜻 밝혀

신현국 문경시장이 14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문경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선 도전이다. 간담회에는 문경시 출입기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민선 8기 3년 6개월간의 시정 운영을 돌아본 신 시장은 “이제는 시작이 아니라 마무리의 시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형 핵심 사업들은 인허가와 토지 매입 등으로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대부분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지난 임기는 문경의 가능성을 준비한 시간이었고, 다음 임기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완성하는 시간”이라고 재선 출마 배경과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신 시장은 문경의 미래를 좌우할 3대 핵심 과제로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기 준공 △하초 관광지구 개발과 테르메(온천·휴양시설) 유치 △2031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확정을 제시했다. 문경은 인구 숫자 경쟁으로 평가받을 도시가 아니라, 잠재력을 극대화해 시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감홍사과, 오미자, 케이블카 같은 문경만의 강점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는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정 운영과 관련해서는 “지난 3년 6개월 동안 기채 발행 없이 부채 제로를 유지하며 모든 사업을 예산 범위 내에서 추진했다”며 “건전 재정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시정 운영이 자리잡게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축제 가수 초청 예산에 대해서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며 “문경을 알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향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기소돼 진행중인 재판과 관련해선 “2심 재판은 선거 이전에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고,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의 절차에 따라 공천을 신청해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일간에 나도는 무소속 출마설 등에 선을 그었다. 신 시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지난 시간은 문경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강조하고 “시민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준비해 온 토대 위에서 잘사는 문경·행복한 문경을 완성하겠다”고 출마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6-01-14

탄소의 시대에서 수소의 시대로-기후위기와 포항의 다음 10년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s)는 지구의 자전축 변화와 공전 궤도 변화로 인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복사량, 즉 일사량(日射量)이 달라지고, 그 결과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이론이다. 지구는 약 10만 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가며 기온 변동을 겪어왔고, 현재 인류는 약 1만2000년 전 시작된 홀로세(Holocene)라는 간빙기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비교적 안정적인 기후 속에서 인류는 농업을 시작했고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과학자들은 이번 간빙기가 끝나기까지 아직 약 1만 년가량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지금의 온난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며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지구 평균기온을 급격히 상승시켰다는 과학적 증거는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자연적 기후 변동과 인간이 초래한 급격한 온난화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일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석유산업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 역시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과대학을 다녀 본 이들은 2학년 공업수학 시간에 배웠던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를 잊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푸리에급수를 정립한 프랑스 과학자, 죠제프 푸리에(1768~1830)가 ‘대기가 열을 붙잡아 가둔다는 온실효과’를 처음 발표한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날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일부 과학자들만의 전문 용어가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행동이다. 1760년대 산업혁명 이후 약 250년 동안 인류는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눈부신 산업 발전을 이루어왔다. 방적기와 증기기관, 제철산업으로 시작된 탄소 문명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탄소산업이 이제는 인간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현재의 기후변화 속도가 지속된다면, 수백 년 후에는 케빈 코스트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워터 월드(Water World)’에서처럼 남극대륙의 빙하가 모두 녹아 인간이 육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바다에 살며, 육지를 찾아 떠돌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 역시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지금 당장 전 세계의 모든 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 하더라도,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기후재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운명이 결코 밝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뒤늦게나마 대응에 나섰다.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만들어졌고, 2015년에는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산업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배출권거래제와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그 실행 수단이 되었다. 결국 인류는 탄소 에너지에서 벗어나 수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1만년의 간빙기 동안, 탄소 문명이 아니라 수소 문명이 인류 사회를 떠받쳐야 한다는 뜻이다. 1970년대 후반, 필자의 중학생 시절 포항 송도동에는 외지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젊은 노동자들이 많았다. 형산강 건너편에는 포항제철이 우뚝 솟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해도동 자전거도로를 따라 출퇴근했다. 산업화의 열기와 함께, 산업재해로 이웃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도 그 무렵 들려왔다. 포항은 그렇게 한국 산업화의 현장이었다. 당시 포항에서 일하던 이들은 주로 1차 베이비붐 세대였다. 이들은 한국의 탄소산업을 이끌며 산업화를 완성한 세대이다. 그 뒤를 이은 세대는 지금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탄소에서 수소로 전환되는 산업의 한복판에 서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포항에는 석탄화력발전소 못지않은 이산화탄소 배출원인 포스코의 용광로가 있다. 이를 대체할 핵심 해법이 수소환원제철이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과정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포스코는 대기업이므로 당연히 잘 할 것이라 믿고 있을 것이고, 또 일반사람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이므로 잘 알 수도 없다. 필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반시민들이 우리가 어떤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어떻게 힘을 합쳐 개척해나가야 하는지 서로 논의들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K-스틸법이 통과되어 법률로 확정되었다. 이 법은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통해 철강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 경제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2026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포항은 이미 철강 집적지이자 연구·인력·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이다. K-스틸법에서 규정한 저탄소철강특구 포항지정과 수소환원제철의 성공 여부는 포항의 향후 10년, 그리고 그 10년 이후의 미래세대의 운명을 좌우할 전략적 과제이다. 탄소의 시대는 저물고 수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초입에 서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수소환원제철과 수소에너지 공급망, 신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가 포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이 변화는 지켜볼 일이 아니라, 포항시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다. 정의로운 전환과 지역 협력의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공적토론영역이 자유로운 사회문화적 환경도 대단히 중요하다. 앞으로 포항의 10년은 협력과 연대가 어젠다가 되길 희망한다.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

2026-01-14

경북도, K-탑티어 석박사 프로젝트 확대 논의

경북도가 도내 대학과 함께 ‘K-탑티어 석박사 프로젝트’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지역 주도 연구 인재 양성에 나섰다. 경북도는 14일 ‘2026년 K-탑티어 석박사 프로젝트 추진 간담회’를 열고 신규 대학 참여 확대와 장학생 선발·연계 방안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기존 참여 대학의 운영 사례를 공유하고, 역량 있는 대학의 추가 참여 가능성도 점검했다. K-탑티어 우수 석박사 프로젝트는 박사 과정 3년 또는 석박사 통합 과정 최대 5년 동안 매월 500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학위 취득 이후에는 지역 기업과 연구기관 취업, 창업 지원을 연계해 장기적인 지역 정주로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 1기 장학생을 선발한 국립경국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가 참석해 프로젝트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국립금오공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 동국대 WISE 캠퍼스, 영남대, 한동대 등도 참여해 장학생 선발 기준과 절차, 기업 연계 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 수행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한류 인재와 과학기술 인재 양성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대학의 프로젝트 참여 방식과 선발 절차를 구체화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장학생들이 학위 취득 이후 지역 기업과 연구소에 채용돼 정착할 수 있도록 채용 연계 방안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창업 지원 환경 조성 방안도 함께 다뤄졌다. 올해 1월 선발된 2기 전반기 장학생은 포항공과대학교 과학기술 인재 분야 10명으로, 박사 과정 3명과 석박사 통합 과정 7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은 수도권과 타 지역 출신으로,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과 과학기술원 졸업생들이 포함됐다. 경북도는 하반기 장학생을 추가로 선발해 우수 인재 유입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교육부의 이공계 인재 지원 사업과는 별도로, 지난해부터 K-탑티어 석박사 프로젝트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상수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지역 대학과 학생들이 연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며 “우수 인재들이 연구에 전념하며 지역 산업 현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1-14

대구경실련, “대구 공무원 골프대회 정보 비공개 불법⋯책임자 문책해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경실련)이 제기한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관련 정보공개 위자료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구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13일 대구지방법원 제1민사소액단독(판사 김미진)은 “2024년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지원예산 정산서와 집행내역, 증빙자료는 공개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이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비공개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알 권리와 참여권, 행복추구권, 인격권 등을 침해받은 대구경실련에 대구시가 위자료 100만 원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대구경실련은 작년 9월 공무원 골프대회 관련 정보를 대구시가 비공개하자 대구지방법원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경실련은 14일 성명을 통해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불법행위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고, 구상권 행사와 소송비용 환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부당한 비공개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정당한 공개에 대한 신분 보장 규정이 있는 만큼 담당 공무원의 불법행위는 면책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1-14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역사, 국민은 참담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내란죄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인데, 가장 무거운 사형이 구형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징후가 없었음에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범행 모의부터 실행 단계까지 주도한 내란 우두머리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 ‘사형’은 집행해 사형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한다”며 구형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이긴 하지만, 더 이상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1998년 이후 28년째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건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학살 주범인 전두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구형이 이뤄진 417호 형사 대법정은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곳이기도 하다.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겐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이 구형됐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도 위헌·위법 행위가 일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나라를 지키고 헌정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상 국가긴급권 행사가 내란이 될 순 없다“면서 비상계엄이 국민을 향한 호소형 계엄이자 ‘계몽령’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갑작스러운 계엄이 남긴 국가적 상처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하는 모습은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특검팀이 사형을 구형하자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재판은 이제 재판부 판결만 남게 됐다. 실제 사형을 선고할 것인지는 재판부의 판단이지만,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역사를 대해야 하는 국민 마음은 참담하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2026-01-14

주민건강 해치는 미세먼지, 저감대책 힘써야

겨울철과 봄철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미세먼지가 경북도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겨울철 난방수요 증가와 최근 잦은 산불 발생이 겨울철 미세먼지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국의 보다 강력한 저감 대책이 요망된다. 지름 10㎛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라 부르고 미세먼지 중 지름 2.5㎛ 이하는 초미세먼지라 부르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사람 머리카락의 25분의 1수준으로, 코 점막에도 걸리지 않고 사람 몸속 깊숙이 들어와 폐 질환 등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최근 대기정보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포항·구미 등 경북도내 주요 산업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는 20-25㎍/㎥로 환경기준치(15㎍/㎥)를 웃도는 날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포항 제철동과 3공단지역은 25㎍/㎥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PM10) 역시 평균 40㎍/㎥안팎으로 나쁨 수준을 유지한 날이 많았다고 한다. 작년 통계서도 경북의 겨울철 초미세먼지 수준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등 나쁨 상태가 많았다. 경북도내 주민은 한달 중 절반 가까이를 나쁜 공기속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초미세먼지 농도 10㎍/㎥ 증가 때마다 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 환자는 5~10% 증가한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미세먼지는 관광객 지역 방문의 장애가 되고 야외 활동 감소로 인한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등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북도는 2029년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를 13㎍/㎥까지 낮춘다는 계획 아래 올해부터 미세먼지 경보제 권역을 기존 3개에서 5개로 세분화하는 등 정밀한 미세먼지 대책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당국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활동에서 비롯된 문제로 에너지 절약, 대중교툥 이용, 일회용품 사용 절감과 같은 주민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3월까지는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시기다. 우리 모두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2026-01-14

AI를 어찌하나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인류는 새로운 편리함과 함께 오래된 불안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가, 아니면 잠식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술낙관론자들은 AI를 세탁기나 청소기에 비유한다. 손빨래와 손청소에서 해방되었듯, 인간은 이제 번거로운 사고노동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럴듯하게도 들리지만, 이 비유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빨래와 청소는 인간의 본질이 아니지만, ‘생각하는 힘’은 다르다. 사고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핵심 능력이 아닌가. 최근 한국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시험과 과제에서 AI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대학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까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질문이 설득력을 갖는다. AI가 논문을 요약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토론문까지 만들어 준다면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닐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를 거꾸로 본 진단이다. 대학의 위기는 AI의 등장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무엇을 평가하고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처음부터 정답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았다. 질문을 만드는 지혜, 생각을 전개하는 방식, 타인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수단을 훈련하는 공간이었다. 오늘의 대학강의실에서 사고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물만이 평가된다면, 학생들은 생각하기보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는 부정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본질의 문제다. 대학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첫째, 평가방식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결과중심의 과제평가 대신에 사고의 경로와 질문의 질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AI사용 여부를 단속하기보다, AI에 어떤 질문을 던졌으며 그 답에 어떤 분석과 판단을 거쳤는지를 서술하게 해야한다. 생각의 궤적을 평가하지 않는 교육은 AI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둘째, 커리큘럼은 ‘도구사용법’이 아니라 ‘판단과 분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리터러시는 버튼 설명이 아니라, 한계인식과 오류탐지 능력을 포함해야 한다. AI가 쏟아낸 답을 검증하고 반박하는 수업이 정규과정으로 편입되어야 한다. 셋째, 대학은 다시 ‘느린 공간’이 될 용기를 가져야 한다. 효율과 속도를 숭배하는 사회에서,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되새기는 훈련은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을 감내하지 않는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이 아니다. 침묵과 명상, 토론과 성찰, 그리고 도전과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강의실에서 사고는 성장할 길이 없다. 대학이 아직도 필요한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은 필요 없다. 생각하고 성찰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학만 살아남을 터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다. 대학은 정답 공장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질문 광장으로 거듭날 것인가. 대학이 오늘의 모습만으로는 쇠락의 길에 설 수 밖에 없다. 선택여부에 따라 대학은 오히려 부흥할 지도 모른다.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6-01-14

구룡포 응암산 박바위

구룡포 바다를 장악하려면 구룡포에서 멀어져야 한다 박바위가 제격이다 거기는 공허의 공간이나 단단하게 마음을 다지는 힘줄이 있다 전각 하나 없어도 마음에 그것을 세울 평평함을 제공한다 그렇게 세상을 지배하는 기운이 있다 바위 끝에 서서 구룡포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차가움이 인간의 체질임을 박바위는 지적한다 그것은 냉혈(冷血)이 아니라 침착과 질서이다 따스해지려면 더욱 차가워야 한다 우리는 언제든 꽁초처럼 버려질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한때의 뜨거움으로 영원을 추구할 수는 없다 박바위는 걸어온 먼 길을 스스로 지우며 안으로 다른 길을 만들고 있다. …….. 박바위로 가는 길은 참 아늑하다. 반드시 걸어서 도착해야 한다. 수신(修身)에서 멈추어야 한다. 제가(齊家)와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는 나중의 일이다. 그러한 책무를 감당하고자 하는 잡놈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치세에 지치면 박바위에 가서 자신을 뒤집어놓고 잘 관찰하면 길이 보인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은 늘 첩첩산중이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겹겹의 수묵화와 같은 산들이 상징적이다. 박바위에서 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잠시의 위안으로, 돌아봄으로, 진통제와 같지만, 혹은 박하사탕 같지만, 하나의 길이 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1-14

포맷해 주세요

“포맷해 주세요” 요즘 차만 타면 듣는 소리다. 주차해 놓은 내 차를 누군가 차를 후진하면서 박아서 범퍼가 손상되었다. 한 달간 영상이 남는 관리사무실의 CCTV를 보았으나 1주일 치의 영상만 남았다. 사고가 있은 지 10일이 지난 뒤였다. 마지막으로 내 차의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았으나 영상이 없었다.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실망이 크다. “뭘 했느냐?” 한마디만 했는데 성깔이 있는지 차만 타면 포맷해 달라고 성화다. 별생각 없이 한마디 한 것을 가지고 만날 때마다 못 살겠다고 포맷해 달라고 하니 나도 슬슬 화가 난다. 이제는 하지 않겠지 하며 기다린 지 얼마인가. 하지만 여전히 같은 톤으로 한결같이 말한다. 내가 무슨 빚이라도 진 것처럼 보채니 말이다. 난감한 것은 둘만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있을 때도 계속 그러니 체면이 서지 않는다. 옆에 탄 사람이 얼마나 무심하길래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나도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둘이 있을 때 포맷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최후통첩한다. 그녀도 단단히 성질이 났는지 수그러들 기세가 전혀 아니다. 같이 있는 내내 화난 목소리를 듣다가 헤어졌다. 얼굴을 붉히며 마주한 시간을 생각하면 괜히 만났다고 생각한다. 내 말은 듣지도 않으면서 자기 말만 한다고 생각하니 더 화가 난다. 나와 만난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뭘 했느냐?’는 한마디도 못 한다는 말인가. 그게 몇 날 며칠을 두고 화를 낼 일인가. 그동안 나와 함께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이제까지 모든 기억을 지워버릴 일인가 하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함께 출장 가면 말없이 나를 지켜주던 그 다정함은 어디로 갔는지. 하여튼 여자들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어쩔 수 없어 다시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지겹지도 않은지 같은 말이라도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이래서 마음이 상했다는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늘 같은 말만 한다. 처음 만났을 때나 화가 났을 때도 한결같으니, 처음부터 나에겐 어떤 감정도 없는 것 같아 서운하기까지 하다. 이제까지 나와 같이 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까짓 일로 파업하듯이 없던 일로 하고 자신을 처음 상태로 되돌려 달라니. 말로 풀어도 될만한 일인데 말이다. 나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 혼자만 잘 먹고 살자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시간이 나면 닦아준 시간이 말할 수 없이 많은데 말이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흐른다. 생각해 보면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후방 카메라를 점검해 주세요.” 이 말을 듣고도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했다. 먼 길을 다녀왔을 때도 무덤덤하게 헤어졌다. 그래도 덕분에 낮이나 밤이나 그녀 덕분에 잘 다녔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한 것 같다. 이제는 앞도 뒤도 가릴 것 없이 전신이 아픈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말없이 무심한 경상도 사나이라고 해도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괜히 머리만 긁적인다. 이럴 때는 무슨 말로 풀어야 할지 딱히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난감하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노래를 들려준다. 소통이 중요하다. 말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 생각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으니 말이다. 내일은 휴가를 내어서라도 그녀를 데리고 병원엘 가야겠다. 건강은 미루지 말고, 제때 치료해야 하는 데 말이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룬 것을 후회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상 포맷하려니 나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는 것 같다. 무뚝뚝해도 마음만은 따뜻한 남자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는다. 완전한 포맷 대신 나에 대한 기억만은 남기고 부분 포맷을 할 수는 없을까. 남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모든 건 때가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김규인 수필가

2026-01-14

스트레스는 몸에 먼저 온다

스트레스는 대부분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거나 성격이 예민해서 멘탈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스트레스는 거의 예외 없이 마음보다 몸에 먼저 나타난다. 환자들은 마음이 힘들다고 오기보다는 몸이 이상하다고 찾아온다. 턱 밑에 멍울이 만져진다거나 이유 없이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고 잠이 깨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검사 결과는 대체로 정상이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몸은 스트레스를 감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신경과 혈관 근육과 면역 반응으로 처리한다. 긴장이 지속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관은 수축하고 근육은 경직된다. 목과 어깨가 뻣뻣해지고 턱 주변 림프절이 부어 오르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과정은 의식적인 생각과 거의 무관하게 일어난다.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해도 몸은 이미 비상 상태에 들어간다. 수면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소화력도 전보다 떨어진다. 한 번씩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해진다. 특히 림프절이 잘 붓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반응이 빠른 편이다. 림프는 면역과 노폐물 처리의 통로인데 긴장이 지속되면 흐름이 느려지고 정체가 생긴다. 턱 밑이나 목 옆에 멍울이 잡히는 경우는 단순한 염증이 아니라 자율신경 긴장과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 본인은 감기 한 번 안 걸렸다고 말하지만 몸은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로 억지로 이를 견디고 있는 중이다. 어지럼이나 가슴 두근거림도 마찬가지다.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신경계가 균형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숨이 얕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몸은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회복 속도는 더 느려진다. 결국 작은 자극에도 몸이 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래서 스트레스 치료는 마음을 달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몸이 이미 긴장 모드에 들어가 있다면 먼저 그 상태를 풀어줘야 한다.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경직된 근육과 신경을 이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몸이 안정되면 마음은 그 다음에 따라온다. 반대로 몸이 계속 경계 상태에 있는데 마음만 괜찮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별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는데 몸이 이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사건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몸이 얼마나 오래 긴장해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참아온 시간 버텨온 기간이 길수록 몸은 먼저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지내다 보면 증상은 점점 다양해지고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본인 스스로는 스트레스에 무던하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고 신호를 보낸다. 스트레스는 마음의 약함이 아니라 몸의 경고다. 몸이 먼저 흔들리고 그 다음에 마음이 따라 흔들린다. 그래서 치료의 출발점도 몸이다. 몸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 비로소 마음도 숨을 돌릴 수 있다. 이 순서를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완전히 달라진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6-01-14

대구 아파트 40년 분석⋯집값 좌우한 건 ‘인구’ 아닌 ‘세대수’

대구 아파트 시장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집값을 움직인 핵심 변수는 인구가 아니라 세대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구 감소에도 집값이 유지된 배경에는 가구 구조 변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재성 ‘부동산 전환점을 읽는 기술’ 저자는 14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약 40년간의 대구 아파트 시장을 분석한 결과 대구시 등록 인구와 아파트 매매가지수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집값이 오르내린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에는 인구 변수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대구 인구가 가격 흐름을 바꿀 만큼 급격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구 변화가 집값에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가격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등록 세대수는 아파트 가격과 매우 밀접한 ‘동행 관계’를 보였다. 세대수와 매매가지수의 흐름은 장기간 뚜렷하게 맞물렸으며, 세대수 증가가 실질적인 주택 수요를 견인하며 가격 상승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점이 확인됐다. 서 저자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도 가구가 잘게 쪼개지면서 실제로 집이 필요한 단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주택 수요는 인구 총량 보다 세대 구조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1가구당 평균 인원은 1990년대 약 3.5명 수준에서 2020년대 들어 2명 초반대로 빠르게 감소했다. 이때문에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1~2인 가구가 늘어나며 세대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이는 주택 수요의 구조적 확대를 이끌어 왔다. 사람 수는 줄어도 ‘집을 필요로 하는 단위’는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 토지가격, 금융비용 등 공급 측 비용 상승도 집값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축소 효과가 비용 인플레이션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되거나, 오히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대구와 같은 광역시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됐다. 서 저자는 “단순히 인구 증감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인구 숫자 보다 주택 수요가 어떤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부동산 시장의 전환점은 인구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4

‘올해는 대형 산불 제로’···경북도 ‘2026 산불방지 종합대책’ 마련

경북도는 14일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2026년도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홍보·계도 중심에서 벗어나 실행과 책임 중심의 정책 전환을 하는 것이 목표이며, 핵심 방향은 ‘대형산불 제로(ZERO), 도민과 산림의 안전 확보’다. 최근 기후변화로 건조한 기간이 길어지고 강풍을 동반한 산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산림과 맞닿은 주거지 확대, 고령화된 농촌지역 증가 등으로 인위적 산불 발생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특히 경북은 산악지형과 침엽수림 비중이 높아 산불 발생 시 대형화 위험이 크다는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산불예방 강화, 첨단 감시체계 구축, 책임성 강화를 세 가지 축으로 산불취약지역과 산림 인접지를 중심으로 영농 부산물 및 논·밭두렁 소각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현장 계도와 관리 활동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산불 취약 시기에는 입산 통제와 단속을 병행하고, 마을 단위 자율 산불 감시체계를 운영해 지역 중심의 예방 기능을 강화한다. 울진·영덕 지역에 인공지능(AI)·드론 스테이션을 활용한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상주·문경 지역으로 확대한다. 또 ICT 기반 첨단 감시망을 통해 산불 발생을 조기에 탐지·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산불 대응 단계는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해 초동 진화 골든타임을 확보하며, 초동 진화 실패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 현장 대응력을 높인다. 산불 예방·대응 성과에 따라 재정 인센티브와 패널티도 병행한다. 예방관리가 미흡하거나 반복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시·군에는 특별조정교부금 지원 제한, 도비보조 신규사업 보조율 하향, 전환사업 편성 규모 축소, 공모사업 평가 후순위 조정 등 강력한 재정조정을 적용한다. 반면 우수 관리 시·군에는 특별조정교부금 추가 지원, 산불임차헬기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적극적인 산불 예방 활동을 독려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산불은 단순한 산림피해를 넘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중대한 재난”이라며 “합리적 재정 인센티브 등 책임 있는 산불관리 체계를 통해 대형 산불을 반드시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1-14

경북도 특허 기술 민간 기업체 이전으로 사업화 추진

경북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직무발명 특허의 산업화를 위해 14일 기술이전 대상 업체 관계자들과 총 5건의 직무발명 특허 통상 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이전된 기술은 △효모 균주를 이용한 영여자 발효액과 이의 용도 △사과 껍질 부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원료 △해방풍 잎 추출물 화장품 소재 △섬쑥부쟁이 데침 과정 품질 유지 기술 등으로, 화장품 소재 개발과 식품 가공 분야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먼저 화장품 소재 분야에서는 마 2건, 사과 1건, 해방풍 1건 관련 특허가 이전됐다. 먼저 마 씨앗(영여자) 발효액 기술은 효모 균주와 고초균을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으며, 사과 껍질 부산물 업사이클링 기술은 버려지던 껍질에서 우르솔릭산을 추출해 친환경적이고 고부가가치 원료로 재탄생시켰다. 해방풍 잎 추출물 기술은 기존에 약재로 활용되지 않던 지상부를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개발한 점이 특징이다. 식품 가공 분야에서는 섬쑥부쟁이 데침 기술이 이전됐다. 이 기술은 데침 과정에서 색상과 조직감을 유지해 가공품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 기호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이전에는 전국의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해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 소득 증대 및 사업화 가능성을 높였다. 비보라랩스(포항)는 마 발효 기술을 활용해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코씨드바이오팜(청주)은 사과껍질 유래 우르솔릭산 기반 화장품 소재 사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에스와이플랜택(김포)은 해방풍 잎 추출물을 활용해 주름 개선과 미백 기능을 갖춘 화장품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고, 밀스펙(의성)은 섬쑥부쟁이 데침 기술을 적용해 지역 농산물 가공품의 상품성을 높일 계획이다. 조영숙 기술원장은 “이번 특허 기술이전은 농업 연구성과를 화장품과 식품 산업으로 확장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역 농산물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고 농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