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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尹 전 대통령 면회 후폭풍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정치권 내 후폭풍이 거세다. 여당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거론했고, 국민의힘 내부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당의 대표가 내란 수괴를 비호하며 응원하다니, 국민에 대한 심각한 배반 행위”라며 “이는 제2의 내란 선동이고 헌정 파괴 시도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음을 명심하시기를 바란다”며 “국민의힘이 내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반헌법적 행위를 지속한다면 위헌 정당 해산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온 것은 심각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범야군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 행보냐. 보수를 한길 낭떠러지에 빠뜨린 윤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가 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간에는 설전이 벌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김재섭·정성국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리자 김민전 의원이 ‘내부 총질’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박정훈 의원 등이 이를 다시 비판하는 등 설전이 오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 후폭풍이 거세자 장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몇 분이 다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또한 당을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에는 다양한 의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살피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0-20

농해수위 국감서 여야 충돌···TK 의원들, 김현지 부속실장 ‘보은인사’ 집중 추궁

20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여부와 김인호 산림청장 임명 관련 인사 개입 의혹을 두고 여야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특히 국민의힘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이 김 청장의 임명을 김 실장의 ‘보은성 인사’로 의심하며 집중 추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쟁화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은 “김 청장에 대한 인사 문제와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가지 사항이 과연 적정하게 반영됐는지 질문하기 위해 (김현지 부속실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당연히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의무가 있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번 정부가 9월이 돼서야 인사비서관을 임명했는데, 그전까지 대통령실 인사 업무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총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면 산림청장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강명구(구미을) 의원도 “김 실장이 이재명 정권의 실세라는 게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월권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김 실장이 종합감사에 출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은 김 청장이 스스로 자신을 추천한 ‘셀프 추천’ 경위를 물으며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선임됐다고 생각하나”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김 청장은 “저는 저를 제가 잘 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추천했다”며 “자기 추천 하는 안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추천의 내용을 제 나름대로 PR을 했다”고 밝혔다. 김현지 실장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 등을 거론하며 “(김 청장은) 당시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에게 금거북이 건넨 적 있으신가. 고가의 그림을 건넨 적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김 청장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자, 임 의원은 김 청장의 ‘셀프 추천’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셀프 추천을 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전문성에 자신 있다고 해석해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20

대구·경북, AI 행정 핵심 ‘데이터직 공무원’ 전무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인공지능(AI) 기반 행정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인 데이터직 공무원이 대구·경북(TK)의 광역·기초 지자체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20일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광역 17곳·기초 226곳)의 전산직렬 공무원 총 4549명 중 AI·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업무 등을 수행하는 데이터 직류 공무원은 광역 4명, 기초 15명 등 총 19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전산직렬 공무원의 약 0.4% 수준이다. 특히, 대구시와 9개 구·군, 경북도와 22개 시·군에는 데이터직 공무원이 1명도 없었다. 서울·부산·인천 등 주요 대도시 광역·기초 지자체에도 데이터직 공무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역단체 중 데이터직 공무원이 있는 곳은 광주(4명)가 유일했고, 기초자치단체에선 광주(3명), 충남(8명), 강원(3명), 전남(1명) 등 4개 지역 15명뿐이었다. 데이터직 공무원 부족으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기존 전산직 공무원이 AI 관련 업무를 본연의 정보시스템 관리·보안 업무와 함께 겸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전산직렬 공무원 중 7.6%인 349명이 AI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의 경우 전산직 공무원 100명 중 2명이, 경북도는 전산직 공무원 43명 중 1명이 AI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데이터 직류는 빅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직류로 2020년 신설돼 2023년부터 채용이 시작됐으나, 5년간 인력 확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로 인해 지자체마다 업무량 급증, 전문인력 부족, 보안·윤리 관리 강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년 AI 기본법 시행 대응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병도 의원은 “데이터·AI 직무체계 개편 로드맵을 마련하고 광역 단위 공동정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0-20

경북문화관광공사 '백두대간 트레일6 챌린지' 참가자 모집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와 승우여행사가 경북 6개 시·군을 무대로 대한민국의 정기가 흐르는 백두대간을 잇는 ‘2025 경북 백두대간 트레일6 챌린지(Gyeongbuk Baekdudaegan Trail6 Challenge)’를 개최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 ‘2025 경북 백두대간 트레일6 챌린지(이하 경북 백챌6)는 김천, 영주, 상주, 문경, 예천, 봉화 등 경북 6개 시·군의 아름다운 산림의 자연을 온전히 체험하며 각 지역의 대표 하이라이트 코스를 걸을 수 있는 릴레이형 트레킹 페스티벌이다. 오는 25일~ 12월 6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단, 11월 8일은 제외) 각 코스는 약 10~15km 내외의 거리로, 매회 약 4시간 30분 이상 걷는 중상급 수준의 트레일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경북 백두대간은 바위산이 많아 오르막이 가파르고 좁은 길이 이어지는 구간이 존재하므로, 평소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며 기초 체력과 산행 경험이 있는 참가자에게 적합한 코스다. 참가시 등산화(트레킹화), 배낭, 기능성 복장 및 양말, 트레킹 스틱 등의 장비를 필수로 지참할 것을 권장한다. 이번 행사는 6회 릴레이형으로 진행되어 매회 참가자 전원에게는 해당 지역을 기념하는 와펜과 스티커, 물병, 짐색, 양말 등 대회 기념 키트가 제공된다. 특히 각 지역의 형태를 본뜬 퍼즐형 스티커가 제공되는데, 여섯 개 코스를 모두 완주하면 조각이 모여 하나의 경북 백두대간 지도가 완성된다. 전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에게는 스페셜 완주 메달을 준다. 운영 방식은 티켓형과 패키지형 두 가지로 나뉜다. 티켓형은 출발지로 개별 이동해 대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가비는 1인 2만 5000 원이다. 패키지형은 왕복 차량과 식사 상품권이 포함된 상품으로, 참가비는 1인 4만 5000원이다. 모든 코스에는 트레킹 전문 코스 매니저가 동행하여, 전 구간 안전하고 체계적인 진행을 지원한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는 “2025년에 진행되는 ‘경북 백챌6’은 6개의 코스를 이어 걸어 완주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챌린지”라며, “기록이나 속도를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자연을 만끽하며 걸어가길 바란다”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0-20

국화향기 물씬 ‘청남대의 가을’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 가을 느낌을 물씬 담은 축제가 열린다. 오는 25일~ 다음 달 19일까지 16일간 열리는 이번 축제는 청남대 곳곳에서 국화포토존을 비롯해 수목분재·국화분재·목석부작·바위솔 작품 500여점과 소국·백묘국·폐츄니아·메리골드 등 초화류 4만5000여그루를 감상할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어울림마당에서는 취타대 행진, 패션쇼, 마술, 밴드, 보컬, 국악, 색소폰 연주, 벨리댄스, 소방악대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매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관람 시간을 연장하고, 호수광장 앞 민주화의 길에 설치된 경관조명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선보인다. 호수영미술관과 청남대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오는 29일까지 대한민국기능전승자회 작품전이 열리고, 내달 1일부터 한 달간 호수영미술관에서 충북민예총의 제13회 충북미술페스티벌이 이어진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한식대가ㆍ한식명장 등이 참여하는 제13회 한국식문화세계화대축제가 오는 25∼26일 양일간 열려 관람객에게 전통음식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매표소 입구 돌담길 인근에서는 지역 농·특산물 홍보판매장, 헬기장에서는 친환경 및 한방 체험 부스, 테니스장에서는 목공예 체험과 와인 시음 등 푸드존이 운영된다. 충북도는 축제 기간 차량정체를 최소화하고자 주말에 한해 문의문화유산단지와 청남대를 오가는 무료 순환버스를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0-20

서울 도심서 즐긴 ‘오징어 게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지난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82명을 초청해 이색 관광 체험형 이벤트 ‘오징어 게임 핑크가드와 함께하는 K-게임 데이(A Special Trave Day with Squid Game)’를 개최했다. 이번 이벤트는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모티브로 제작한 한국관광 테마 광고 ‘이스케이프 투 코리아 베터 런 (Escape to Korea-BETTER RUN)’이 전세계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데 착안하여 기획됐다. 해당 광고의 주인공은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 초청장을 받고 영상 속 게임의 참가자 82번(한국 국가번호)이 된다. 이날 참가한 외국인 또한 82명으로, 전 세계 33개국 4,000여 명의 신청자 중 선발됐다. 이들은 ‘오징어 게임’ 플레이어 복장을 착용하고 핑크가드의 안내에 따라 하이커그라운드, 한강 등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미션을 수행한다. 더불어 단순한 게임 미션을 넘어 한정식, 한강 라면 만들기, K-팝 댄스 등을 즐기며 K-컬처와 한국인의 일상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체험을 만끽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 크리스티나(Christina)씨는 “유튜브 이매진 유어 코리아 (Imagine Your Korea) 채널을 통해 한국 관광에 큰 관심이 생겼고 이번 기회를 통해 상상만 하던 한국을 직접 경험하게 되어 정말 행복했다”며, “기대 이상의 매력을 가진 한국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여옥 한국관광공사 브랜드콘텐츠팀장은 “광고 메시지였던 ‘Escape to Korea’는 한국으로의 초대를 의미한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와 한국관광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잠재 관광객이 방한 실수요로 연결되는 선순환형 홍보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0-20

예약·결제·길찾기까지 한 번에 가능해야

APEC 정상회의는 단순히 외교무대가 아니다. 참가자와 기자단, 방문객은 도시 곳곳을 누비며 ‘경주의 디지털 역량’을 직접 체험한다. 안내 표지판과 길찾기 앱, 다국어 지원과 장애인 접근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관광객의 손 안에서 이뤄지는 시대다. 앱 지원, 영어·일어·중국어는 기본 베트남어 등 신흥언어도 포함해야 천년고도·문화유산·첨단 마이스 ‘브랜드 메시지’ 명확히 전달하는 시민 동참 캠페인 진행 시급 과제 ● 글 싣는 순서 1. 교통· 숙박 문제 마지막 남은 퍼즐 2. 세계유산 보존·관람 동선 관리, 경주 품격 가르는 분수령 3. 친환경과 안전없이 성공도 없다. 4.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경주를 세계에 알리자 △ 다국어 통합 앱, ‘원스톱 플랫폼’ 필요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다국어 통합 안내 앱을 꼽는다. 교통·숙박·유적지 정보가 분산돼 있는 현재 구조로는 외국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관광학자는 “영어·중국어·일본어는 기본, 베트남어와 스페인어 같은 신흥 언어도 지원해야 한다”며 “예약·결제·길찾기가 한 번에 되는 원스톱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주의 문화유산은 눈으로만 보는 시대를 넘어섰다. 불국사, 대릉원, 황룡사지 등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콘텐츠로 구현하면, 짧은 일정에도 깊이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IT 관계자는 “현장 가이드 부족 문제도 디지털 체험이 일부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의에는 장애인 참가자와 고령 방문객도 포함된다. 휠체어 이동 동선,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수어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APEC은 단순한 접근성 점검을 넘어 도시 포용성의 국제 무대”라고 강조한다. 행사 기간, 교통 혼잡과 군중 밀집은 불가피하다. 이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관건이다. GPS 기반 대중교통 위치 안내, 혼잡 구간 알림, 대체 동선 제시까지 앱에서 지원해야 한다. 안전 전문가들은 “실시간 정보는 단순 편의가 아니라 안전의 필수 장치”라고 지적한다. APEC 참가자들이 남길 후기는 ‘경주의 디지털 경험’이다. 다국어 앱의 완성도, 무장애 서비스의 정교함, 실시간 정보 제공의 신속함이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경주는 디지털 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브랜드 메시지·미디어 전략·스토리텔링이 관건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외교 무대인 동시에 ‘세계 언론의 축제’다. 수천 명의 기자단이 경주에 몰려들고, 수억 명의 시청자가 중계 화면을 통해 도시를 바라본다. 경주의 얼굴은 회의장뿐 아니라 거리, 문화유산, 시민의 표정까지 총체적으로 비춰진다. 이번 회의는 경주가 어떤 도시로 세계에 각인될지를 가르는 결정적 기회다. 전문가들은 경주의 브랜드 메시지를 ‘짧고 선명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광홍보 관계자는 “경주가 강조해야 할 키워드는 천년고도, 문화유산, 첨단 마이스(MICE) 도시라는 세 축”이라며 “이를 슬로건 하나에 응축해 세계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 언론은 사진과 영상으로 도시를 소비한다. 따라서 경주는 드론 항공 촬영, 야간 레이저 쇼, 인터뷰 공간 등 ‘그림이 되는 장면’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PR 전문가들은 “무엇을 보여줄지 정하지 않으면 언론은 우연한 장면을 담는다. 도시가 원하는 메시지를 영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국사·대릉원 같은 고대 유적은 경주의 상징이다. 그러나 단순한 유적 설명만으로는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기 어렵다. 청년 창업, 친환경 교통, 스마트 도시 같은 현재의 이야기와 결합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문화기획자는 “APEC을 계기로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래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이미지는 시민의 표정에서 완성된다. 거리 질서, 자원봉사자의 미소, 지역 상인의 환대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시민과 함께하는 캠페인이야말로 가장 진정성 있는 PR”이라고 말한다. APEC은 경주가 세계 무대에서 스스로를 소개할 ‘자기소개서’다. 메시지는 단순해야 하고, 장면은 강렬해야 하며, 시민의 참여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경주가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천년고도의 이미지는 과거의 도시에서 미래의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5-10-20

경주, 준비는 끝났다… 도시 전체가 APEC 정상회의장

지난 19일 오전 경주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찰 이름도, 관광지 표지판도 아니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도시의 공기를 지배했다. ‘APEC 2025 KOREA WELCOME TO GYEONGJU’ 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대형 꽃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버스와 택시, 매끈하게 재도색한 배전함까지 APEC 문구를 품었다. 건물 외벽과 신호등 옆에는 안내 표지판이 새롭게 부착됐고, 공사 현장의 소음으로 가득했다던 거리는 이제 정돈된 호흡 속에 팽팽한 긴장을 품고 있었다. 보문단지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여전히 공사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가로수 전정 작업이 이어졌고 조명 기둥이 새로 박히고 있었으며 조경 설치를 위한 장비가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 도심 곳곳에서는 도로포장, 꽃 심기, 야간 경관 정비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 상인은 “한 달 전엔 흙먼지가 눈에 들어갈 정도로 어수선했는데 지금은 도시가 행사용 옷을 다 입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보문관광단지 입구에는 ‘자율주행 셔틀 운행구간’ 안내판이 걸려 있었고, 자율주행 셔틀이 조용히 지나며 도시의 미래성을 암시했다.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앞에 들어서자 통제선이 멈춰 세웠다. 건물은 이미 외관 정비를 마쳤지만, 보안을 이유로 출입이 철저히 제한됐다. 새로 포장된 주차장에는 일부 공사 자재가 아직 남아 있었고,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은 마지막 점검을 이어가고 있었다. 외관을 촬영하던 김모씨(49)는 “우리 동네가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무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설레면서도 신기하다”고 했다. HICO 옆에 자리한 국제미디어센터(IMC) 외곽에서는 방송 차량용 전원 공급장치와 위성 송신 장비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국내 주요 통신사들이 이동기지국 설치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세계 각국 기자들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 내부 동선과 장비 조율을 마무리 중”이라고 전했다. 정상회의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경주엑스포대공원은 경제전시장 준비로 한창이었다. 국내 산업의 과거부터 미래 기술까지 총망라한 전시관 내부에서는 전시 부스 구조 확인 작업이 이어졌다. 공사는 대부분 완료됐고, 구체적인 전시 구성만 최종 조율 중인 상황이다. 경주예술의전당 1층 로비 벽면에는 층별 안내문이 영어로 부착돼 있었고 전시실에는 그림들이 정렬 상태 점검을 받고 있었다. 5층 전망대에서는 정돈된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리더 1700명이 집결하는 CEO 서밋이 열릴 이곳은 이미 국제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라한셀렉트 경주 대연회장 지하 1층 컨벤션홀은 회청색 카펫 위에 놓인 흰색 벽과 천장이 조용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약 1500㎡ 규모의 이 홀은 탁자 설치 여부에 따라 1000~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호텔 측은 밝혔다. 호텔 입구에는 기존에 없던 가림막과 철제 펜스가 설치돼 행사 동선을 보여줬다. APEC 협력 숙박업소로 지정된 소노캄 경주는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시설 중 하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700억 원을 투입해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기존 4성급에서 5성급 호텔로 승격됐다. 정상급 숙소 7개가 신설됐으며, 공개된 객실은 툇마루 형태의 거실 등 한국 전통미가 강조된 구조였다. 유럽인 관광객은 “도시 전체가 큰 행사를 앞둔 것처럼 활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신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많은 이들이 황금빛 왕관에 푹 빠졌고, 짧은 탄식을 내뱉는 이들도 있었다. 야외전시장의 성덕대왕신종 앞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애초 정상회의 만찬장 후보지였던 부속건물은 APEC 공식 만찬이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되면서 아직 용도가 확정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나 기업 포럼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속건물 앞에서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방문객들로 가득찼다. APEC 의전홍보과 관계자는 “이번 경주 APEC은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0

돌에 새긴 이상향 불국사·시와 풍류의 포석정…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경주가 천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라의 유산은 단수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형 문화 수도’의 얼굴로 되살아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것처럼 경주의 속살도 이제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불국사, 이상향을 돌에 새긴 신라인의 건축 정신 토함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불국사는 751년(경덕왕 10년) 김대성이 창건하고 774년 완공된 통일신라 사찰이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반원형 홍예 아치 아래에 놓인 석조 교량으로 총 34단(청운교 16단·백운교 18단)으로 구성된다. 세속과 불국토를 잇는 경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자하문을 지나면 다보탑(국보 제20호)과 석가탑(국보 제21호)이 서로 마주 선다. 화려함과 절제의 대비는 신라인이 추구한 조화의 미학을 보여준다. 유네스코는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불교 교리를 건축공간에 구현한 대표 사례”로 평가했다. ◇ 포석정, 흐르는 물 위에서 시와 풍류를 나누다 경주 남산 서쪽 골짜기에 자리한 포석정은 통일신라 귀족들이 ‘유상곡수연’을 즐기던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 진성여왕조에는 왕과 신하들이 이곳에서 시를 짓고 술을 나눴다는 기록이 전한다. 현재 남아 있는 수로는 길이 22m, 높낮이 차 5.9cm의 화강석 홈이 이어진 구조로 물길 위에 술잔을 띄우던 풍류 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신라 상류층의 예술적 교양과 사유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평가된다. ◇ 대릉원, 흙 봉분 사이로 드러나는 신라의 장례 미학 경주 도심의 대릉원은 왕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신라 왕릉군이다. 황남대총, 천마총, 미추왕릉 등 대형 고분이 포함돼 있다. 무덤 구조는 돌무지덧널 위에 흙을 덮는 적석목곽묘 형식으로 생과 사의 순환을 상징한다. 천마총 내부 벽화의 ‘천마도’는 현실과 내세를 잇는 신라인의 정신세계를 시각화한 대표적 유물이다. 잔디 언덕의 완만한 곡선과 봉분 사이의 공간미는 ‘죽음마저 품은 미학’이라는 신라적 감수성을 전한다. ◇ 황리단길, 신라 왕경 위에 피어난 현재형 감성 신라 왕경의 중심이었던 황남동 일대는 ‘황리단길’로 불린다. 전통 한옥과 현대적 상점이 어우러져 과거의 풍경과 새로운 감성이 공존한다. 한옥 지붕 너머로 고분 능선이 이어지고 돌길 사이로 전통과 현대가 만난다. 첨성대의 실루엣을 본뜬 간판과 골목의 불빛은 천년의 도시가 지금도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 동궁과 월지, 물 위에 반사된 궁궐의 밤 동궁과 월지는 674년(문무왕 14) 조성된 왕실 별궁과 연못 유적으로 신라의 조경예술이 응축됐다. 사적 제18호로 지정된 이곳은 밤이면 연못 위로 누각의 불빛이 반사돼 현실보다 선명한 환영을 만든다. 달빛과 조명이 겹친 수면 위의 궁궐은 신라 왕경의 미적 감수성과 자연관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월정교, 밤의 문화 경관 남천 위를 가로지르는 월정교는 신라 시대 교량 양식을 고증해 복원한 목교다. 2018년 복원사업 완료로 다리의 원형이 살아났고, 야간 조명이 더해져 대표적 야경 명소가 됐다. 붉은빛이 물결에 스며드는 교각 아래를 걸으면 과거의 건축 기술과 현대의 도시 조명이 한 장면 속에서 만난다. 월정교는 천년의 시간을 잇는 다리이자 유산과 문화가 공존하는 경주의 상징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0

APEC 오는 트럼프·시진핑… 논의될 주요 의제는?

전 세계의 이목이 경주로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3년 만에 동시 방한하기 때문이다. 세계 양강의 정상을 비롯해 21개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임으로써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사안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이고, 중점 과제는 ‘연결, 혁신, 번영’이다. APEC 의장국인 한국은 이 같은 주제에 걸맞게 AI(인공지능),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의 의제처럼 정치적 갈등이 덜하면서도 미래지향적 경제·사회적 이슈들을 선정했다. 이번 APEC 회의를 통해 회원국들이 공감할 새로운 모델을 ‘경주선언’에 담아낸다면 협력의 리더십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APEC CEO 서밋’에서는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경주를 방문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반도체와 AI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연설하고,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등도 AI 협력과 관련한 의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차원의 AI 동맹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우리가 중심이 된 AI 동맹을 만들어야 한다”며 APEC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 일본 등과 ‘AI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주 APEC에서는 ‘관세 협상’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포항 철강 산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고 한국 기업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경주 APEC 계기로 관세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방미 협의에서 대부분 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대미 투자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운용 방식이다. 미국은 전부 직접 투자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내 외환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직접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대출·보증 방식을 늘려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수준의 합의문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와함께 오는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이 외에 미중 정상회담도 오는 30일 예정된 대로 경주에서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6년 만에 공식 대면 회담을 가지게 된다. 양국은 최근 무역 분야에서 고율 관세 및 희토류 수출 규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나아가 트럼프 발 관세전쟁,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급변하는 국제무역질서 속에서 APEC의 근간인 ‘자유무역질서’ 문구가 경주 선언에 채택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0-20

경주, APEC 끝나면… 세계적 역사문화관광도시 만든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이달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포스트 APEC 전략’을 추진한다. 이 전략은 경주를 지속가능한 글로벌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중장기 비전이다. 경주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됐고, 이를 지역발전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 다각도로 구체화되고 있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세계경주포럼’은 경주를 국제 역사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플랫폼으로 정례화된다. 이 포럼은 세계 유산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역사문화 분야의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를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 역사문화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성장시켜 국제 문화관광과 MICE 산업의 핵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1975년 대한민국 최초의 관광단지로 지정돼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경주 보문관광단지는노후화한 관광시설을 리모델링하고, 특급호텔 유치, 모노레일·자율주행차·노면전차 등 첨단 교통 인프라 도입을 포함한 대규모 리노베이션 사업을 벌인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 처럼 경주와 APEC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조형물 건설도 검토 중이다. 조형물은 경주의 역사성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상징물로 관광객 유입과 도시 브랜드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를 통일과 평화의 상징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신라역사문화대공원’ 조성 계획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통일전, 화랑교육원, 경북천년숲정원을 연계해 역사·생태·교육·체험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생태 공간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공원 내에는 신라통일역사문화 AI 콘텐츠, 신라왕경 복원, 56왕전, 공예촌, 숙박촌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이 마련되고 경주의 고유한 역사성과 자연환경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경주를 ‘세계 10대 관광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이미지 구축과 글로벌 홍보 전략도 병행해 문화유산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도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립한다. 경북도는 또 APEC 개최지라는 상징성을 활용해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다양한 국제회의와 문화행사를 유치할 수 있도록 MICE 인프라를 확충한다. 관광·문화·행정 분야 지역인재 양성과 청년 창업 및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AI 콘텐츠 개발과 스마트 관광 시스템 구축은 젊은 인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경주시의회도 ‘경주 포스트 APEC 전략연구회’를 출범시키고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지역 균형발전,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수립 중이다. 이들은 자료 수집과 현장조사,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정책 실행 전략과 단계별 추진 과제를 도출하고 있으며, 결과는 보고서와 정책자료집으로 정리해 향후 도시 발전과 국제행사 대응 전략에 적극 활용한다. 경북도는 ‘포스트 APEC’ 전략의 실현을 위해 정부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사업은 이미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됐고, 대통령 국정과제 및 공약사업으로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민간투자 유치와 공공·민간 협력사업을 병행해 재정적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반으로 경주가 세계 10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데 포스트 APEC 사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북이 준비한 이 전략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이끄는 토대가 되고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주는 이제 기존의 유적지 중심 관광도시를 넘어 국제적 문화교류와 첨단 인프라가 결합한 미래형 도시로의 변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중심지로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20

첨성대에서 황리단길까지… 고도(古都)가 다시 깨어나다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경주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과 첨성대 같은 천년의 유산이 황리단길 같은 현대의 감성과 만나며 ‘역사 도시’에서 '외교도시'로 재탄생했다. 돌탑과 무덤, 절과 바다, 골목과 호수는 하나의 외교적 얼굴이 된다.정상들이 걷는 길, 보는 풍경, 머무는 밤은 그들의 대화보다 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주의 유적지를 다시 찾아본다면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슴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 불국사·석굴암·대릉원·첨성대 등 천년 유산 경주월드·황리단길 등 현대의 감성과 만나며 세계 정상들이 걷는 길, 보는 풍경, 머무는 밤 그들의 대화보다 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할 것 APEC을 준비하는 경주, 변화를 맞이하며 ‘역사 도시’서 ‘외교도시’로 다시 숨 쉬기 시작 △ 첨성대 – 하늘과 시간의 돌탑 경주의 밤이 깊어질수록 첨성대는 더욱 빛난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세워진 이 천문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관측소로, 1300년 넘게 같은 자리에 서 있다. 27단으로 쌓인 원통형 돌탑은 계절의 흐름과 별의 운행을 읽던 신라인의 지혜를 품었다. 낮에는 회색빛 돌이 따뜻하게 햇살을 반사하고, 밤에는 별빛이 돌의 틈을 타 스며든다. 첨성대 주변은 사계절 다른 표정을 보인다. 봄엔 유채꽃이, 가을엔 억새가 흔들린다. 새벽 안개가 머무는 시간, 첨성대의 실루엣은 신비로운 그림자처럼 솟아오른다. 남쪽 잔디길에서 바라보는 측면 구도는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다. 인근엔 월성, 대릉원, 동궁과 월지 등 신라 천년의 유산이 반경 1km 안에 모여 있다. 첨성대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하늘을 읽던 한 문명의 철학이 돌로 응결된 ‘시간의 조형물’이다. △ 대릉원과 계림 – 신라 왕의 잠든 정원 경주의 대릉원은 ‘시간의 언덕’이라 불러도 좋다. 부드럽게 솟은 봉분들이 공원의 능선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를 따라 난 산책길엔 고요가 흐른다. 이곳에는 신라 왕과 귀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천마총은 1973년 발굴을 통해 신라의 예술성과 금세공 기술을 세상에 드러냈다. 가죽에 그려진 ‘천마도’와 금관은 신라 왕실의 위엄을 증명한다. 봉분 하나마다 이름 없는 역사의 주인공들이 잠들어 있다. 대릉원 북쪽의 계림(桂林)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 탄생의 전설이 깃든 숲이다. 낮에는 버드나무 그림자가 물결치고, 해질녘엔 새들이 귀환하며 숲이 낮은 숨결로 떤다. 이곳을 걷다 보면 ‘역사는 박물관 안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릉원은 산책의 형식을 빌린, 가장 조용한 역사 교과서다. △ 불국사와 석굴암 – 돌로 빚은 이상향 불국사는 신라 불교 건축의 완성형이다. 청운교와 백운교를 오르는 순간부터 공간의 질서가 달라진다. 석가탑과 다보탑이 마주 선 중심 마당은 인간과 우주의 균형을 상징한다. 본당 뒤편의 나무 그늘 아래선 불경의 리듬이 들릴 듯하고, 오래된 기둥에 손을 대면 돌과 나무가 품은 시간의 결이 전해진다. 불국사에서 차량으로 20분쯤 오르면 석굴암이 나타난다. 인공 석굴 안에 모셔진 본존불은 동해를 향해 앉아 있다. 눈길은 바다 너머를 바라보지만, 그 표정은 고요한 내면으로 향한다. 두 유적은 1995년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불국사는 이상향을 땅 위에 구현한 절이고, 석굴암은 그 이상을 돌 속에 새긴 공간이다. 경주 여행은 이 두 곳에서 신라의 정신을 만나는 일이다. △ 문무대왕릉 – 바다에 잠든 왕의 신화 동해의 파도 끝, 감은사 맞은편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이 있다. 그곳이 문무대왕릉이다.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는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바다에 묻혔다. 능은 육지에서 200m가량 떨어진 바다속(海中)에 자리한다. 물결이 잔잔한 날엔 파도 사이로 봉분이 드러나고, 거센 날엔 물거품 속에 사라진다. 왕의 무덤이자 파도와 하나 된 수호의 상징이다. 해안 도로에 서면 수평선 위로 능이 선명히 보인다. 새벽에는 바다 안개가 덮여 신비롭고, 해질녘엔 붉은 노을이 왕의 영혼을 감싸는 듯하다. 문무대왕릉은 경주의 수많은 유적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풍경을 가진 곳이다. 바다와 왕, 나라가 한 몸이 된 이야기. 신라의 바다는 여전히 그를 품고 있다. △ 동궁과 월지 – 신라의 밤은 물 위에서 깨어난다 ‘동궁과 월지’는 경주의 밤을 대표하는 장면이다. 안압지로도 불리던 이곳은 신라 왕궁의 별궁이자 연회의 무대였다. 발굴조사로 드러난 연못과 기단은 당시의 화려함을 짐작케 한다. 복원된 전각의 조명이 어둠 속에 켜지면, 물 위로 그림자가 일렁인다. 현실과 반영이 뒤섞이는 순간, 신라의 궁전이 다시 살아난다. 낮에는 연못의 수면이 거울처럼 맑고, 밤에는 금빛 불빛이 반사되어 환상적이다. 야경 촬영 명소로 손꼽히며, 조명은 해질녘부터 자정 무렵까지 운영된다. 이곳을 천천히 걷다 보면, 천년 전 왕의 잔치 소리 대신 연인들의 웃음이 들린다. 동궁과 월지는 시간의 강을 건너, 여전히 경주의 가장 아름다운 밤을 만들어내고 있다. △ 보문호수 – 경주의 휴식이 머무는 곳 경주의 유적이 역사의 숨이라면, 보문호수는 그 숨 사이의 쉼표다. 보문관광단지의 중심인 이 인공호수는 산책로, 자전거길, 카페, 리조트가 둘러싸여 있다. 봄에는 벚꽃길이 흐드러지고, 여름엔 수상레저와 유람선이 활기를 더한다. 호숫가를 따라 8km 코스를 걷는 동안 물결과 바람이 반복되는 리듬을 만든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전망대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보문호수는 숙박과 여가, 식사까지 모두 해결되는 경주의 ‘휴식형 관광지’다. 밤에는 호수에 리조트 불빛이 비쳐 또 하나의 도시가 물 위에 떠오른다. 천년고도의 유적 사이, 현대적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보문호수의 한 바퀴를 추천한다. △ 경주월드 – 천년고도에 피어난 스릴 경주가 고도의 도시라면, 경주월드는 그 속의 ‘젊은 심장’이다. 롤러코스터의 굉음과 사람들의 환호가 신라의 고요를 흔든다. 스릴 어트랙션 ‘파에톤’, 여름철 워터파크 ‘캘리포니아비치’ 등 시즌별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아이를 위한 퍼레이드부터 가족형 라이드, 실내 체험관까지 세대 구분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다. 경주월드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다. 유적 탐방 중심의 여행 동선에 ‘하루의 활력’을 불어넣는 리듬이다. 역사 도시 경주가 지닌 또 하나의 얼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황리단길 – 천년의 골목에 감성이 피다 황남동 골목, 이른바 황리단길은 경주의 과거 위에 세워진 현재다. 오래된 한옥이 카페와 갤러리, 베이커리로 바뀌며 도시의 새 얼굴이 되었다. 길을 걷다 보면 커피 향과 빵 굽는 냄새, 목재의 향취가 섞인다. 오래된 담장 옆으로 감각적인 간판이 줄지어 서 있다. 젊은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숍들이 골목을 채운다. ‘10원빵’ 같은 길거리 음식은 관광객의 손을 멈추게 한다. 황리단길은 대릉원과 첨성대에서 도보 10분 거리. 역사와 트렌드가 한 걸음 차이로 이어진다. 밤이 되면 조명이 낮게 켜지고, 한옥 처마 아래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흐른다. 경주의 천년은 이제 이 골목에서, 새로운 언어로 살아 숨 쉰다. “경주는 역사의 끝이 아니라, 오늘의 시작이었다.” 첨성대의 돌 한 장, 불국사의 그림자 한 줄기, 황리단길의 불빛 한 점까지 모든 것이 이어져 있었다. 천 년의 도시가 다시 숨 쉬기 시작한 지금, 경주는 ‘기억의 여행지’이자 ‘미래의 도시’로 서 있다 /글_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사진_한국관광공사 제공

2025-10-20

영양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대상지에 선정···자체 부담분 추가해 1인당 매월 20만원 지급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영양군이 선정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선정되면 주민들은 매월 15만원씩을 2년 동안 받을 수 있게 된다. 영양군은 자체부담분 5만원을 추가로 확보해 1만5185명 군민 모두에게 각각 2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는 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 주민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경북도내에서는 영양군을 비롯 청송·의성·고령·봉화·울릉 등 6개 군이 신청했었다. 전국적으로는 전국 69개 인구감소지역의 군이 공모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발표 평가 등을 거쳐 20일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지로 영양군을 포함 전북 순창군,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충남 청양군, 전남 신안군, 경남 남해군 등 7개 지자체를 선정해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소멸 위험이 큰 농어촌 지역에서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해온 지역 주민의 공익적 기여 행위에 대한 보상이자 소비 지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을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15만원 기본소득은 선불카드 형태의 지역화폐로 내년 1월부터 지급된다. 당초 총 사업비의 40%를 국가가, 나머지는 해당 기초자치단체와 광역단체가 각각 30%씩 부담하는 비율이었으나 영양군이 5만원을 추가로 지급키로 해 국비 30%, 도비 13.5%, 군비 56.5%로 조정됐다. 영양군에 따르면 2년 동안 시행될 기본소득 총 예산은 754억3000만원이다. 영양군 박경해 농림관광국장은 국비 226억 9000만원, 도비 101억8300만원, 군비 426억1800만원으로 편성된다고 밝혔다. 그는 “영양군 연간 예산은 추경 포함 5400여억원 규모지만 올해 3분기부터 영양군이 원자력비상계획구역 내에 포함되면서 지역자원시설세를 받게 돼 재원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의 자원과 시설을 유지 관리하거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영양군은 지난 8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비면 수하3리를 울진의 신한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시키면서 지방세를 올해 11억원, 내년 50억원 등 최고 92억원까지 추가 확보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감소추세이던 영양군 인구도 9월 현재 전월 보다 20명 증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양군은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공동체 복원을 위한 혁신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은 값진 성과로 영양군 생존을 위한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닌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농촌 모델로 발전시켜 군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소득을 통해 지역 상권을 살리고 농산물 소비를 촉진해 순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지속가능한 영양군,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양군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5-10-20

도시가스 자율안전점검 이용률, 대구 1.87%·경북 1.34%

도시가스 자율안전점검 이용률이 대구가 1.87%, 경북 1.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더불어민주당 허성무(경남 창원시성산구) 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도시가스 자율점검 이용현황’ 에 따르면 전체 2128만 세대 중 자율안전점검을 실시한 가구는 17만 가구로, 이용률은 0.83%였다. 시도별로 보면 가장 높은 대구가 1.87%고, 경북 1.34%, 부산 1.18%였다. 반면 대전, 충남, 제주는 자율점검 이용률이 0%였다. 허 의원은 작년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2020년 도입된 자율안전점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5월 ‘일반도시가스사업자 표준안전관리규정’을 개정해 기존 ‘제한적’ 자율점검을 ‘모든 세대’가 최대 3회까지 자율 점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변경된 제도는 내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34개 일반도시가스 사업자 중 8곳은 사용자가 자율점검 후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해 해당 지역에서 자율점검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OOOOOO에너지, OO파워그린, OB, OOO서해에너지, OO도시가스, OO도시가스, OOOO에너지, OOO도시가스 등이며, 대전·충남·강원·전북·전남·경북·대구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허 의원은 “내년 5월 제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 도시가스 사업자들이 변경된 제도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안내해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편의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가스안전공사와 산업부의 세심한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20

대구·경북 새마을금고 ‘자산건전성 비상’⋯연체율 8.8%, 고정이하여신 10.7%

대구·경북 새마을금고의 자산건전성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민의힘 최은석(대구동·군위갑)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대구·경북 지역 새마을금고의 평균 연체율은 8.8%로, 2022년 말(3.4%) 대비 5.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9%에서 10.7%로 7.8%포인트 급등해 불과 2년 반 만에 두 지표 모두 두 배 이상 악화됐다. 이는 지역 은행권의 여신 연체율(대구 0.72%, 경북 0.37%)은 물론, 상호금융(7.0%)이나 신협(9.1%) 등 다른 비은행권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역 새마을금고의 여신 잔액이 22조 9000억 원에 달해 지역 저축은행(1조 9000억 원)의 10배를 넘어서면서, 건전성 악화 시 지역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이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역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실태평가 결과도 심각하다. 새마을금고는 1등급(우수)부터 5등급(위험)까지 평가되는데, 4등급(취약) 이하는 부실 우려 금고로 분류된다. 2025년 6월 기준 대구·경북 지역의 4등급 이상 금고 비율은 17.4%로 전국 평균(13.0%)을 웃돌았다. 전국 5등급 금고 7곳 중 5곳이 대구·경북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대구·경북 금고의 연체율과 부실 비율은 이미 경고등을 넘어 적신호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부동산 부실이 지역 금융 전체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뒤늦은 사후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험 금고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구조개선 대책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며 “새마을금고를 지키는 일은 곧 지역경제를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20

저질 정치의 민낯 길거리 현수막

태극기의 물결이 아닌 현수막의 물결이 넘쳐난다. 펄럭이는 현수막은 정치라는 바닥에 발들인 자들의 ‘일방적 자기선전’의 메아리이다. 길가의 아름다운 가로수를 감상할 틈을 주질 않는다. 특히 명절을 전후해서는 더 난리다. 운전에 집중이 안된다. 우리들의 고요하고도 맑은 시선은 온갖 종류의 정치인들이 도배한 현수막에 의하여 잠식당하고 더럽혀진다. 도심을 나서는 순간 이내 기분이 잡친다. 어질어질하다. 내용은 또 어떤가. 정치 초보들은 뭐 그렇다 치자. 기성정치인의 경우는 더 가관이다. 좌. 우가 다를 것도 없다. 누가 이런 저질 정치판을 보고 싶어 하기나 하나. 나름 양질의 정치를 위하여 노력해 봤자 헛수고다. 수준 이하의 현수막이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고, 결국은 정치에 관심을 끊게 만든다. 정치가(사실은 정치가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다)가 거리의 벽을 점유할 때, 시민은 마음의 벽을 쌓는다. 저질 현수막은 시민의 맑은 눈을 흐리는 민주주의의 독이다. 거리의 현수막은 정치의 미숙함을 넘어 시민의식의 피로함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저질 정치의 현수막 난장은, 시민들이 평온하게 거리를 걷고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침해한다. 정치의 품격 따위는 개밥그릇에 던져 버린 지 오래다. 애당초 품위 있는 정치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제발 나의 평온이나 침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이 천부인권임을 선언하고 있다. 행복할 권리 중, “보기 싫은 것을 안 볼 권리”가 있다. 누군가에게, 듣기 싫은 말을 지껄이고, 먹기 싫은 음식을 권하고, 보기 싫은 걸 보게 한다면 그것은 폭력이자 범죄가 아니겠는가. 여기에 왜 면죄부를 주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듣기 싫은 말과 보기 싫은 언어를 현수막에 똥처럼 싸지르는 저질 정치 현수막을 거부한다. 누가 보고 싶다 그랬나.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만나는 것이 예의다. 보기도 싫은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무례이자, 명백한 행복추구권 침해다. 하버마스는, ’공론장 구조변동(위르겐 하버마스 저. 1961.)‘에서, ’공론장이 사적이익의 홍보장으로 퇴락할 때 민주주의는 병든다‘고 진단했다. 현수막 정치는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허상‘이다. 그것은 참여를 가장한 일방적 선전이며, 시민의 눈을 빌려 정치인의 자아를 비추는 교묘한 법의 우회다. 도심의 미관을 훼손하고, 시민의 시각과 공간을 강제 점유하며, 공공의 장소를 개인의 선전장으로 변질시키는 행위는 시민의 정신적 환경을 침해한다. 이건 ’시각적 소음‘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진정한 힘은 조용하지만, 허약한 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든다‘고 했다. 정치인의 현수막이 늘어간다는 것은 그 정치인이 위기에 빠졌다고 스스로 외치는 꼴이다.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이미지정치, 홍보 정치의 현수막은 사라져야 한다. 현수막에 가려진 도심의 풍경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고, 시민의 눈을 더 이상 더럽히지 말기를 바란다. 진정한 정치는, 끊임없는 소통과 실천에 걸려있지, 현수막에 걸려있지 않다. /공봉학 변호사

2025-10-20

기묘한 하마 사태

손가락에 묻은 액체의 산도(酸度)를 측정지로 쟀다. 중성이다. 한데, 왜 조금 끈끈할까. 아무리 머리 굴리고, 기억창고를 뒤져도 액체가 생긴 연유를 알 수 없다. 귀신 곡할 노릇이다. 무색무취인 걸 보면 기묘하기까지 하다. 방바닥의 보일러 배관은 탈이 없고, 천장이나 벽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또 4반세기나 사용한 전기 매트에서 액체가 나올 리 없고, 누가 쉬를 하지도 않았다. 끈적하니까 습한 날씨로 찬 방바닥에 응축된 물도 아니다. 가슴 답답하다. 마침 손자를 데리고 집에 온 둘째 아들은, 매트 코팅 성분이 오래되어 변질이나 화학 반응한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암튼, 이해 불가다. 냉가슴 앓으며 일단 오염된 매트를 들어내 뒤집어 깔았다. 바닥에 닿았던 면(面)을 대여섯 번도 더 물걸레로 훔치고 닦아냈다. 질긴 섬유 원단에 은(銀) 코팅한 면이어서, 아무리 꼼꼼히 닦아내도 안에 스며든 액체는 다 제거되지 않았다. 조심스레 매트 전원을 켜고 저온으로 수 시간을 두어도 마르지 않았다. 젖은 방바닥은 같은 방법으로 다 닦아냈다. “어!”하는 한탄이 났다. 이불장 문을 연 순간 터진 시각 무조건 반응이다. “이럴 수가?”, “맞아! 바로 그거였어.” 하는 속말도 이어졌다. 이불 갈피에 ‘물먹는 하마’가 흰 종이 입을 벌리고 수직으로 서서 노려보는 게 아닌가. 들킨 ‘하마의 난리 현장’이다. 매트에 깔아 눅눅해진 보(褓)를 바꾸려고 이불장을 연 참이었다. 하마 입이 이불장 문 안쪽 면과 맞붙어 있다. 두 주 전쯤, 가을 날씨에 쓸 이불을 보겠다고 아내가 문을 열었던 기억도 났다. 그새 하마 배는 텅 비었다. 지난봄, 작은 방 이불장의 이불 갈피에 ‘물먹는 하마’ 두 개를 습기 보호막을 뗀 뒤 왼쪽과 오른쪽에 하나씩 수평으로 넣어 두었었다. 그러고는 까마득하게 잊었다. 이불장 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닦았는데도 방바닥은 마르면 매트 원단 결 흔적이 남았다. 할 수 없이, 바닥에 헌 신문지를 두세 겹 깔아 그 위에 매트를 놓고 우선 지내보기로 했다. 사태의 원인은 차차 찾기로 마음먹었었다. 기묘하다. 물먹은 하마에서 샌 200cc가 넘을 염화칼슘액이 이불을 하나도 오염시키지 않고, 문 안쪽 면만을 타고 내려와 방바닥과 매트 사이에만 스며들게 한 누출 경로와 각도, 작용 된 물리적 힘 같은 사실들이···. 화학분석실험도 오래 했던 내가 이 이해 불가 사태 앞에서, 결정적 단서 물먹는 하마를 기억해내지 못한 무심함도. 이불장 안의 이불들과 아래 서랍장의 옷들이 죄다 오염되었더라면, 사태는 감당이 불감당이었을 터다. 십 여일 후, 매트를 들어내 욕실에 수직으로 세워 오염된 면을 수돗물로 충분히 씻었다. 하루를 말린 후 다시 깔았다. 사태 수습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아까운 시간 이틀을 들였지만, 원인을 찾아 기쁘고, 매트를 계속 쓰니 다행이다. 우리 사회도 6년째 계속되는 부정선거 주장이 말하듯, 국가기관들이 ‘기묘한 하마 사태’처럼 국민을 기만하는 비민주적 일들을 벌인 의혹들이 여전하다. 그러니 온 국민이 늘 깨어 곳곳을 살펴서 정치권과 지도층, 언론들을 향해 바른 목소리를 내고 국민주권 행동에도 나서야 마땅하다. /강길수 수필가

2025-10-20

'항사댐' 건설 지연···포항시민은 불안하다

기후위기로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포항시 오천읍 일대 하천의 범람을 근본적으로 막을 ‘항사댐’ 건설사업이 계속 지연돼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포항에서는 오천읍내 냉천 범람으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7명이 숨졌고, 하류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 철강공단이 수해를 당하면서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보았다. 당시 냉천상류에 항사댐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태풍피해 이후 경북도와 포항시는 항사댐 공사를 서두르기 위해 여러 차례 사업을 발주했지만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응찰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댐 건설 예정지가 지진 우려도 큰 곳이라 안정성 설계가 까다롭다”면서 “현 사업비로는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항사댐 하류 주민들도 댐 건설 과정에서의 환경 훼손과 주민 보상 문제, 지질 안전성 확보,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주민설명회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입찰이 유찰되면서 항사담 사업비는 당초 900억 원대에서 1066억 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경북도는 지난해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올해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공사입찰 과정이 순탄치 못하자 사업비 증액과 공법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천범람으로 물난리를 경험한 오천읍 주민들은 항사댐 건설이 지연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 언제 ‘힌남노’ 같은 태풍이 닥쳐 하천이 범람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천읍의 경우, 지방하천인 냉천과 신광천이 통과해 집중호우와 만조가 겹치면 언제든 범람할 수 있는 취약한 지형이다. 항사댐이 건설되면 하류 하천의 홍수 대비와 가뭄 대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 치수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건설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업비를 확보해서, 앞으로 어떤 강력한 태풍이 오더라도 재해를 방지할 수 있는 항사댐을 하루빨리 건설해야 한다.

2025-10-20

우재준 의원, 환노위 국감서 물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원 설립 촉구

국민의힘 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옥주 물관리정책실장을 상대로 질의하며 “물산업 진흥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과제”라며 “산업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지원체계와 한국물산업진흥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기후위기 속에서 물 관리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EU, 미국, 일본은 이미 스마트워터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 물기업의 90% 이상이 영세해 해외 진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 143곳의 총매출액은 2022년 1조 3125억 원에서 2023년 1조 4385억 원으로 9.6% 늘었고, 총수출액은 연평균 28% 성장했다”면서 “그러나 환경공단의 순환근무제로 장기 프로젝트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지원 기능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원스톱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산업처럼 물산업도 전주기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한국물산업진흥원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고 물산업을 기후·수자원 대응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김진식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상대로 “우리나라 하수도는 빗물과 오수를 함께 처리하는 합류식과 별도로 처리하는 분류식으로 나뉘는데, 대구의 분류식화율은 40.2%로 광역시 중 꼴찌”라며 “집중호우 시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거나 역류하는 등 환경오염과 악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을 향해서도 “지자체들이 눈에 띄지 않는 사업에는 투자를 꺼려하고, 일부 지역은 신청한 예산조차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 안전만큼은 지자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20

청년 실업난 속에 깊어지는 청년층의 고뇌

캄보디아 사기·감금사태 뒤에는 국내 청년들의 심각한 실업난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돈을 벌겠다며 해외로 향한 청년들이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면서 폭행과 사기·감금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사건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일어나 국민적 충격을 주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한국인 사기 피해자만 100여 명이 넘는다. 캄보디아 내 스캠(사기)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숫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청년들이 사기·감금 사건에 연류된 것으로 추측도 된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은 취업포털 등에 나오는 해외 IT업무로 고수익이 보장되고, 숙식이 제공된다는 달콤한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지방의 20~30대 청년들이 더 많은 유혹에 빠져 피해를 본다. 학자금 마련이나 전세금 대출 등의 경제적 압박과 국내서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위해 정확한 정보도 없는 해외로 무작정 찾아 나서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국 취업자 수가 30만명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의 고용율은 45.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7년째 하락세다. 청년층 고용 감소는 경기침체와 고용축소, 기업투자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확산되면서 사회진출 초년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잠재성장률 부진과 채용기준 변화 등 국내의 구조적인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견해를 내보인다. 최근 경북저출생정책평가센터에 의하면 경북도내 미혼 남녀(25~29세) 60% 이상이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혼인 건수는 10년전보다 40%가 감소했다. 응답자의 30%가 결혼을 주저하는 원인에 대해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을 꼽았다고 한다. 인생의 출발점에 선 청년들이 가지는 가장 큰 고민은 직장과 결혼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캄보디아 사태와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2025-10-20

이 예감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일까?

사람이 언제나 옳기만 할 수는 없다. 그의 생각, 결정, 행위에는 늘 제대로 되지 못한 것들이 뒤섞여 있게 마련이다. 진리였던 것이 환상임이 밝혀지고 환영 속에 가려진 진실이 폭력의 장막을 찢고 밝은 제 모습을 나타낸다. 벌써, 시월도 넷째 주씩이나 되었다니. 그토록 고통스럽고, 억울하고, 답답한 시간이,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벌써 12월도 한 달 몇 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니. 그는 그 세월을 다 어떻게 견뎠을까. 세상이, 진실이 거꾸로 뒤집힌, 피가 거꾸로 솟아도 시원찮을 세월을 어떻게 다 참아낼 수 있었을까. 바깥을 버젓이 돌아다니는 사람도 이렇게 고통이 폐부를 찌르는데, 그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의 거짓과 적반하장을 어떻게 다 참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가을이 깊어가자, 바야흐로 세상은 다시 바뀌고 있다. 시작인가 싶던 게 끝이 보이고, 영원히 감추어져 있을 것만 같았던 게 어느새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화려한 화장이 벗겨지고, 사람들은 거짓된, 추악한 ‘맨 얼굴’을 드디어 알아차리고들 있다. 그 사이에, 가담과 추종과 배신과 비겁과 움추림의 몸짓들, 표정들이, 거짓 ‘언어술사’들의 분식조차 무력화된 자리에서, 벌거벗은 제 알몸을 부끄러워들 한다. 고독은 참 좋은 친구이지만 벌써 내 곁에서 떠나갈 채비를 한다. 어느 것 하나 진짜인 게 없는 이 가짜 체제, 세상 속에서 벌써 그게 가짜임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반갑지 않다. 진정으로 좋은 것은, 진실에 가까운 것은, 하늘을 숭상하는 사람들이 아주 적은 것처럼, 진실을 깨닫고 믿는 사람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좋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마치 아름다운 시를 한 편 써놓고 혼자서만 입안에서 공 굴리며 기뻐하다 단물이 다 빠져서야 남들 보라고 내놓는 외로운 시인처럼, 나는 더 오래, 황홀한 고독에 머물러 있고 싶다. 그 겨울에서 이 가을에까지 나는 지독한 세월을 보냈지만, 그것은 증오와 반목의 힘으로는 세상을 옳게 세울 수 없음을, 불의로는 정의를 이룰 수 없음을 말해온 것뿐이었다. 세상은 언제까지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싸움을, 폭력을, 거짓을 동원할 텐가? 어찌하여 이상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가 짓밟혀야 하고, 구원이라는 목표 아래 복종이 강요되어야 하고, 진실이라는 선전 속에 거짓이 설파되어야 하는가? 그 비속한 위선이 어찌하여 수단을 얻고 조력을 받아 풍랑 속에 든 배를 가라앉히려 하는가? 어느새 미친 폭풍우 불어닥치던 바다에 많고 밝은 기운이 감돌고 있으니, 이는, 비의(秘意)의 알레고리처럼 느끼 수 있는 자만 느끼는 것인가? 나만 이 기운을 느끼는 것인가? 사람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반대로 기대에 찬 눈빛을 주고받는 것, 태평양 넓은 바다 너머에서, 남지나 해상의 소문 너머에서 이곳을 향해 불어오는 새 바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새벽까지 올해 작고한 김영현을 읽었다. 그의 ‘열세 번째 사도’(푸른역사, 2023)를 다시 넘겨보며 그도 무척이나 외로웠으리, 생각한다. 자신이 믿고 추구한 것들이 보물의 사상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그는 ‘예정된 악인’ 유다의 운명을 안타깝게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잠깐 눈 붙이고 새로 뜨니, 계절이 정녕 새로워지려는가. 어둡고 우울하던 하늘이, 반짝, 개어 있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2025-10-20

공원 화장실서 중증 장애인 금팔찌 빼앗은 30대 남성, 징역 6년 선고

대구지법 형사11부(이영철 부장판사)는 공원 화장실에서 중증 장애인이 차고 있던 금팔찌를 빼앗은 혐의(강도)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3일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 화장실에서 B씨(40대·뇌 병변 및 언어장애 중증 장애인)가 바지춤을 추스를 때 팔을 몸통 바깥쪽으로 세게 잡아당기고 손등을 여러 차례 할퀸 뒤 금팔찌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가 빼앗은 금팔찌는 약 4돈짜리로 기소 당시 시가 147만 8000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금팔찌를 분리해 사건 당일과 이틀 후인 5월 15일에 두차례에 걸쳐 같은 귀금속 매장에 팔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A씨는 강도, 강도상해, 절도, 공갈 등 동종 범죄로 징역형 3회, 징역형의 집행유예 1회, 벌금형 14회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직전 범죄(강도상해)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원주교도소에서 출소해 범행 당일은 누범 기간이었다. 재판부는 “일반인보다 저항 능력이 낮은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 후 강탈한 금팔찌가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행사하기 위해 2회에 걸쳐 나누어 처분하는 계획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20

‘곧음의 도’를 지키다···옥천 조덕린의 삶

조선 후기 남인의 대표 학자이자 지조와 절의의 상징인 옥천 조덕린(玉川 趙德隣·1658~1737)의 삶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영양군이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주관하는 ‘옥천 조덕린의 학문과 사상’ 학술대회가 21일 오후 2시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조덕린은 하회의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의 학문적 전통을 이어받고, 갈암 이현일의 학문을 계승한 영남 남인의 거목이었다. 문과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에 제수됐으나 대부분 사양하고 학문과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1725년 영조에게 올린 ‘을사십조소(乙巳十條疏)’에서 당쟁 폐해 극복, 인재 등용, 민생 구제를 촉구했으며, 군신 간 도리 회복과 도덕·예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68세의 나이에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됐고, 이후 두 차례의 귀양과 재유배를 겪었으나 학자적 지조를 끝까지 지켰다. 1736년 서원 난립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탄핵돼 제주 유배 길에 강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일생은 진리와 공공 책임을 추구한 조선 지식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조덕린 사후에도 가족들은 그의 뜻을 이어갔다. 아들 조희당은 초당을 세워 학문을 계승했고, 손자 조진도와 형제들은 조부의 신원(伸冤)에 평생을 바쳤다. 남인 학통을 이은 채제공, 이가환, 정약용 등과 교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262년 만인 1899년 복관이 이뤄졌다. 영양 주실에 터를 잡은 한양조씨 옥천문중은 조덕린의 지조와 학문을 가문의 근본으로 삼아 ‘곧음’의 도를 지켜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우인수 경북대 명예교수(옥천 문중의 신원 노력과 가학 전통), 윤재환 단국대 교수(조덕린의 삶과 시세계), 이근호 충남대 교수(현실인식과 ‘을사십조소’의 경세론), 송혁기 고려대 교수(사직 상소문의 입의와 수사), 서근식 성균관대 초빙교수(‘역경의의’ 연구) 등이 발표자로 나서 다각도로 조덕린을 분석한다. 권진호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조덕린 선생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 학자의 본분을 지킨 인물”이라며 “학술대회를 통해 그의 사상을 성찰하고, 개인의 양심과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문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0

앙망(仰望)

사진작가 김주영의 개인전 ‘앙망(仰望)’이 21일부터 29일까지 포항시 북구 죽도로 19에 위치한 갤러리포항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꽃’이라는 이름 이전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잎꽃’ 시리즈를 중심으로, 일상 속 사물의 숨겨진 생명력과 존재의 의미를 흑백 사진으로 풀어낸다. ‘앙망’은 ‘우러러 바라본다’는 뜻으로, 김주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사물과 풍경을 경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잎꽃’시리즈는 배추, 파, 마늘 등 식재료를 화병에 꽂아 꽃처럼 재탄생시킨 작품들로, “꽃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컬러 대신 낮은 콘트라스트의 흑백을 선택해 사물의 본질에 집중하며, 유리와 물, 빛의 상호작용을 통해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만든다. 김주영은 “저녁을 준비하다 문득 배추의 잎맥에서 꽃의 형상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식재료를 화병에 꽂는 행위는 단순한 장식적 목적이 아닌, 생명의 순환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식이다. 빗방울이 흙을 적시고, 빛이 잎사귀를 스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은 “유한한 삶 속에서 모든 것에 감사하며 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는 작가의 성찰을 담았다. 특히 흑백의 질감은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며, 사물의 표면 아래 숨겨진 내면의 소리를 시각화한다. 평론가 박이찬은 ‘앙망(仰望)’을 “삶과 자연의 미묘한 호흡을 느끼게 하는 시각적 명상”이라 평한다. ‘나무의 안부’ 시리즈는 버려진 나무와 화분의 식물을 통해 ‘존재의 자리’를 재확인시키며, ‘잎꽃’ 시리즈는 화병 속 식물과 창밖 풍경이 겹쳐지는 구조로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문다. 낮은 콘트라스트의 흑백 화면은 강렬한 자극 대신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사물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또 다른 평론가 여국현은 “사진은 죽은 순간의 부활”이라는 바르트의 개념을 빌려, 김주영의 작업이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을 포착하는 예술”이라 설명한다. 화병에 꽂힌 파와 배추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잎꽃’으로 재탄생하며, 유리창에 비친 빛과 그림자는 생과 사의 교차를 상징한다. 특히 “고사리 뒤에 자리한 유리창과 화병 수면 아래 잠긴 뿌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생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손진국 갤러리포항 관장은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사물이 지닌 숭고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회다. 김주영의 렌즈를 통해 평범한 채소와 나무가 ‘꽃’으로 호명되는 순간, 관객은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0

“시신 훼손 정황 없어”···예천 출신 대학생, 캄보디아서 부검 마쳐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감금됐다 숨진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씨(22)의 부검에서 시신 훼손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캄보디아 수사당국은 20일 오전 10시쯤(현지 시간)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공동 입회 아래 부검을 진행하고, 정확한 사인 규명에 착수했다. 부검은 약 3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오후 1시 40분쯤 화장 절차가 시작됐다. 부검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를 비롯해 법무부, 경찰청 본청, 경북경찰청 등 한국 측 관계자 7명과 캄보디아 경찰청 담당자, 현지 의사 등이 함께 했다. 박씨의 시신은 지난 8월 사망 이후 2개월 넘게 이 사원 내 안치실에 보관돼 있었다. 경찰은 박씨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내에서 조직 검사와 약독물 검사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 부검 이후 캄보디아 측과 협의를 거쳐 유해를 신속히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인천에서 박씨를 현지로 보낸 대포통장 모집책 A씨(20대)를 검거해 구속했다. A씨는 먼저 구속된 알선책 홍모씨(20대)로부터 박씨를 소개받아, 박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이를 캄보디아의 중국인 범죄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0-20

포항시, ‘2030 도시 공업지역기본계획’ 주민 공청회 개최···노후지역 정비 및 미래산업 전환 본격화

포항시가 도시 공업지역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성화를 위한 ‘2030 포항시 도시 공업지역기본계획(안)’이 20일 포항시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민공청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계획의 대상은 산업단지 외 공업지역 9.39㎢이다. 계획의 비전은 ‘신산업 미래기술 기반을 지원하는 도시공업지역, 기업이 행복한 포항, 활력 넘치는 미래’이다. 이를 위해 ▲신산업 중심 전환 ▲지속 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 ▲자발적 정비 유도 등을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목적은 도시 공업지역의 체계적 관리, 노후 공업지역의 환경 개선 및 고도화, 그리고 지역별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개발 구상 수립이다. 공업지역은 산업기반(성장·유지·쇠퇴)과 지역여건(양호·불량) 분석을 통해 유형화되며, 각각 다른 관리 방향이 적용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산업정비’ 대상이 되며, 쇠퇴하거나 여건이 불량한 지역은 ‘산업관리’ 대상이 된다. 정비사업 목적에 따라 해당 지역은 ▲산업혁신구역 ▲산업주거복합구역 ▲산업재생구역 ▲지역산업육성구역 등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정비 시 기반시설 설치는 필수사항으로 규정된다. 도로와 완충녹지 조성은 물론, 근로자 지원을 위한 공공 임대 산업시설과 공공임대주택 설치도 포함됐다. 산업시설 비율이 10% 미만인 용도 혼재 지역에 대한 관리 방안이 명확히 제시됐다. 주거부문 허용용적률은 240% 이하, 상한은 250% 이하이며 공업부문은 주거용적률의 1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주거와 공업 용적률 합산으로 최대개발가능용적률을 정하며, 건폐율은 60% 이하로 제한된다. 계획은 주민 의견 수렴 이후 연말 확정 공고된다. 이는 포항시 공업지역을 도시계획 및 산업정책과 연계해 관리하는 법정 계획으로, 향후 도시 공간구조와 산업지형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동대학교 김주일 교수를 포함한 패널 4명이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나, 방청객 40여 명 중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다. 진행은 대부분 용역업체의 계획 설명으로 채워졌으며, 실질적 논의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역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참여와 토론이 부진해 향후 정책 실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견 반영이 가능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