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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을사년, 봉화군이 더 새롭게 도약하는 해로

박현국 봉화군수 희망과 설렘이 가득한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지금까지 군정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4년 갑진년은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우리 군은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해냈다. K-베트남밸리는 우리 정부와 베트남 현지의 큰 관심 속에 사업의 추진동력을 배로 확보했고, 지난 11월 스마트팜 착공식을 개최해 스마트 영농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최대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 건설사업도 행정절차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개최한 봉화2040 비전 선포식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봉와의 미래 청사진을 군민과 공유하고 큰 호응을 얻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또 봉화형 치유산업 국제세미나를 개최해 내륙형 치유산업 선도도시로서의 입지 선점의 계기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산림치유, 음식치유 등 복합 치유벨트 개발을 위한 치유특구 조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문을 연 문화재 복원 핵심 기관인 국가유산 수리재료센터를 우리군 목재 산업화의 마중 시설로 적극 활용해 나가고, 치매전담형 노인 요양시설 확충사업이 총괄 완공되어 취약계층에게 한층 강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29만명의 관광객 방문으로 185억원의 파급 효과를 창출한 은어·송이 양대축제를 통해 상경기 제고에 큰 도움을 줬으며, 지난 12월 21일 시작된 분천 산타마을 겨울축제는 더욱 확충된 관광 인프라를 기반으로 겨울철 최고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각종 공모와 대외 기관평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지난 한 해만 총 26회의 수상과 공모사업 선정으로 약 470억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획득하며 군민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었다. 2025년은 민선 8기의 실질적인 마무리를 준비하는 해로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해온 많은 노력들이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다.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한다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로 군민이 행복한 봉화 건설에 앞장서겠다. 올해 중점 추진해 나갈 역점시책은 미래형 영농기반 구축, 인구감소 위기 극복, 글로벌 관광도시 기반 마련, 산림을 통한 미래먹거리 발굴, 행복도시 봉화 실현, 균형있는 지역개발 등 6가지다. 먼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미래형 영농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의 안정적인 정착을 통해 미래 농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지역농산물의 지역소비 정책인 푸드플랜을 본격 추진해 농가소득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또한 봉화, 춘양 일대 5개 지구에 추진 중인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조기 완공해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테마형 주택단지 조성사업과 K-U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다각적인 추진 방안을 모색해 사업추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지방소멸에 대응한 맞춤형 정책추진으로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을 봉화관광을 선도하는 핵심사업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여기에 산림 치유와 음식 치유 등 다양한 치유산업을 접목해 자타공인 전국 관광명소로 성장시켜 나가겠다. 숲을 활용한 이색 숙박시설을 군 전역에 설치해 지역특화형 관광 인프라로 개발해 나가고 유아 숲 체험원, 동서트레일, 각종 레포츠 시설 등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산림휴양 시설을 확충해 산림을 지역발전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어 가는 데도 힘을 쏟겠다. 어르신들의 여가생활 증진을 위해 스마트 경로당을 새로이 구축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강화해 군민 모두가 함께 누리는 행복도시 봉화를 실현할 방침이다. 남북9축 고속도로와 국지도88호선, 지방도915·918호선 등 광역 교통망 확충에도 총력을 다해 균형있는 지역개발을 통한 모두가 함께 잘사는 봉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새해에도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군민들과 소통하고 군민 행복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역동적인 군정 수행을 펼칠 것을 약속드린다.

2025-01-12

대중과 지식인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대학 19세기 후반 유럽에는 이른바 ‘프티부르주아’가 대대적으로 늘어난다. 그들은 지적(知的)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신문과 잡지를 읽을 줄 알고, 일부는 부유층으로 편입된다. 그들은 문화-예술적으로 고도한 수준의 귀족이 향유(享有)한 것들을 싸구려로 변용한 키치(Kitsch) 문화가 20세기 초에 널리 유행하는데 앞장선 계층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호텔, 미술관, 박물관, 카페, 극장 등지를 점령한 일군의 프티부르주아를 가리켜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대중(mass)이라 명명한다.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그는 1929년 출간한 ‘대중의 반역’에서 대중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철부지이자 의무는 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하는 응석받이로 대중을 규정한다. 대중과 대척적인 위치에 자리하는 지식인을 그는 상층권위나 세습 귀족이라 부른다. 20세기 이전에 그들은 사회와 국가를 주도했지만, 20세기 20년대 이후 대중은 그들의 지도와 편달을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진단한다. 그리하여 대중은 지식인에게 반기를 들면서 반역을 시도하고 있으며, 상층권위를 소유한 지식인들은 대중에게서 탈주(脫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중의 폭주로 인해 사회와 국가 혹은 대륙 전체가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는 항상적(恒常的)인 국민투표’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지적처럼 다수를 차지하는 대중의 반역이 역사와 문화의 광범위한 후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지적이다. 그는 이런 논의를 유럽 연합 출범의 당위성과 필연성으로 귀결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고통스러운 내란 상황을 보면서 지식인과 대중 사이의 되먹임 구조가 아프게 다가온다. 일부 극우 유튜버와 그들을 지지하고 옹위하는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대중 사이의 관계가 상호 의존적인 공생과 먹이 사슬 구조를 구현한다. 제한적이지만 지식과 정보를 소유한 유튜버들은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고, 무비판적인 대중은 그것을 유통하고 소비한다. 그리고 유튜버들은 그 대가로 소위 유명세와 경제적 반대급부를 보장받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 멈추지 않는다. 그들과 결탁하거나 의지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앞장서서 극우의 정치-경제적 터전을 마련해주고 그 대가로 정치적 입지를 보장받으려 한다. 그리하여 정보와 지식 면에서 취약한 70대 이상 노인 계층과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부 청년세대가 그들의 적극적인 포섭대상으로 노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엊그제 국회에 등장한 ‘백골단’은 이런 양태가 가장 조악하고 사악하며 야만적으로 구현된 형식이다. 1980년 5월 광주 학살로 등장한 전두환 학살 군부의 극악한 조력자로 노동자와 대학생, 시민을 폭력적으로 제압하고 고문한 자들이 백골단 소속 사복(私服)이었다. 민주주의를 압살함으로써 우리의 정치와 역사를 왜곡하고 타락시킨 백골단이 2025년에 다시 나타나다니?! 돈과 권력이 보장된다면, 조국과 민족과 역사는 언제든 팔아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중에게 빌붙는 지식인들은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이 전혀 없음을 꼭 명심했으면 한다.

2025-01-12

보수결집… 與지지율 상승 추세로 자리잡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끝없이 추락할 것 같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응답자도 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에서는 ‘중도층 응답률이 낮은 ARS 조사의 착시효과’와 ‘거짓응답’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지지율 회복세가 최근 여론조사의 공통적인 추세인 점에 비추어 보수층 결집에 따른 현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야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3주 전과 비교해 국민의힘은 10%p나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12%p 떨어졌다. 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오랜만에 과반이상(52%)의 지지율을 보이며 민주당(19%)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선 찬성 64%, 반대 32%로 나타났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갤럽 조사와 비교하면 11%p가 찬성에서 반대로 선회했는데, 주로 중도층(83%→70%)과 보수층(46%→33%)이었다. 갤럽은 “계엄사태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국회의 탄핵소추안 내용 변경 공방, 수사권 혼선 등이 이어지면서 제1야당으로 쏠렸던 중도보수층이 다시 여당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6~7일 미디어리서치가 정당지지율 조사결과(민주당 40.4%, 국민의힘 40%)를 발표하자 여론조작이 의심된다고 했다. 질문내용이 보수층의 응답을 유도하고, 진보층은 응답을 거부하게 설계됐다는 것이다.(위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최근 보수유튜버들의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민주파출소’라는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계엄사태 이후 국정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여권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추세(趨勢)가 된 것 같다. 입법부와 공권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과격한 발언 등이 민심이탈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2025-01-12

울릉공항 활주로 추가 연장, 검토할 가치 있다

국내 항공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무안공항 사태를 계기로 국내 지방공항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히 제기되는 가운데 울릉공항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공항 활주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문제를 제기한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인 김윤배 박사는 현재 1200m 길이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의 필요성을 대략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울릉도는 국내서 연간 강수량이 가장 많은 항공 취약지란 점, 둘째는 최대 순간 풍속 25노트 이상 강풍 일수가 연간 138일에 달해 풍속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또 세 번째는 연간 맑은 날이 국내서 가장 적고 안개일수가 많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종합적으로 보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의 기상 조건을 충분히 검토한 후 활주로 길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밖에도 경북도가 현재 협의 중인 울릉도 취항 예정 항공기 경우 항공사 매뉴얼에 따르면 최대 이착륙 중량기준에 길이가 미달한다고도 했다. 울릉공항 활주로는 2015년 국토부 울릉공항 기본계획에 의해 결정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활주로 1200m가 계획된 것은 도서공항 특화모델 기준과 국내 소형항공사 기준이 최대 50석 규모 항공기로 제한 된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2020년 규제혁신 심의회에서 소형항공사의 기준을 운용 항공기의 최대 좌석수를 50석에서 89석으로 확대함으로써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문제도 자연 제기됐다. 당시 경북도도 80석 비행기로 확대에 대비한 연구용역도 벌였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은 여러 곳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문제다. 소형 비행기일지라도 이착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공항 활성화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다. 특히 관광수요가 제한을 받아 공항 관리비가 나오지 않는 경제성 부분도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울릉공항은 울릉주민의 정주여건 개선뿐 아니라 국토안보와 관광수요 진작 등 다목적 사업이다. 무안공항 사태로 지방공항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크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도 안전성을 전제로 재검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

2025-01-12

카터 장례식에 모인 대통령들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장례식은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 만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전·현직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이 참석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비롯 조시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까지 정파를 초월해 모여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AP 통산은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 모습”이라 보도했다. 특히 현장에서 목격된 전·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화제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 대신 민주당 상징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트 당선인이 상당시간 미소를 지으면 대화하는 모습도 언론사의 취재거리였다. AFP통신은 이를 두고 “전·현직 대통령이 국장에 모이면서 분열된 미국에 국민적 통합의 순간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했다. 또 일부 언론은 “세상을 뜬 카터가 살아 있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특별하다. 장례식날이 곧 국가 애도의 날이다. 미국 증시도 이날은 하루 휴장을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이 정파나 이념을 떠나 한마음으로 고인을 존경하니 장례식장은 울음보다 웃음이 더 많은 축제장처럼 변했다고 한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품격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1-12

겨울철 불청객 블랙아이스

우정구 논설위원 불청객(不請客)이란 오라고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을 이르는 말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의 대명사다. 계절마다 불청객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들이 꽤 있다. 봄철에는 황사나 졸음운전, 여름철에는 식중독과 태풍 등이 이것에 해당한다. 가을철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생기는 안개가 불청객이 된다. 특히 안개는 산간지방 교통사고의 큰 원인이 되면서 운전자들이 만나기 싫어하는 불청객이다. 겨울철에는 동상이나 블랙아이스 등이 불청객 대접을 받는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예상밖에 음주운전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피해를 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지난 5년동안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무려 1만 건을 넘는다. 사망자도 300여 명에 이르러 음주교통 사고의 2배 수준이라 한다.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닥쳤다. 도로 곳곳이 결방 위험에 노출되면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블랙아이스란 도로 표면에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이다. 도로 위에 생긴 살얼음을 이르는 말이다. 얼음 자체는 검지 않으나 블랙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스팔트 색이 얇은 얼음에 투과돼 보이기 때문이다. 블랙아이스는 다리 위, 터널 출입구, 그늘진 도로, 산모퉁이 음지 등에 잘 생기며 운전자들에게는 쉽게 분간이 안돼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 작년 11월 강원도 원주 국도에서 차량 53대가 연쇄 충돌해 11명이 다친 사고도 블랙아이스가 원인이었다. 겨울철 불청객인 불랙아이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시기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9

각계서 들리는 경제 악화 목소리, 경청하라

중소기업중앙회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생활밀접업종과 제조업 등 소상공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 과제 조사결과, 소상공인의 95%가 올해도 경영환경이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55.6%는 작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고, 39.4%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 대답했다. 올해보다 좋아질 거란 긍정 대답은 5%에 불과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월호에 의하면 KDI는 “우리나라 경제가 경기하방 위험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한국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가 한국경제의 하방위험 경고를 언급한 것은 2023년 1월 이후 2년만이다. 작년 12월호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정도의 표현을 썼지만 이달에는 하방경기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2% 포인트 낮춘 1.9%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시장은 오래전부터 꽁꽁 얼어붙었다. 헤일 수 없이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폐업이 잇따랐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나타났지만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취업의 어려움과 노후에 대비해 생계형 창업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신세나 다름없다. 중기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은 올해 사업의 가장 큰 부담은 원자재비와 재료비 상승 등 고물가로 꼽았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도 부담이 된다는 대답도 많았다. 대행체제의 정부지만 정부가 나서 한국 경제의 위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탄핵정국과 정치적 혼란을 빨리 수습할 여야 정치권의 비상한 결심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경제문제 해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여야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협의체가 중심이 돼 경제계 각계에서 터져 나오는 경제악화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경제가 무너지면 나라도 없다.

2025-01-09

무력충돌 뻔한데 ‘식물대통령’ 꼭 체포까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재발부 받은 공수처와 경찰의 영장 재집행이 임박하면서 공권력끼리의 무력충돌이 우려된다.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해 경찰은 최정예 대터러부대인 경찰특공대 투입을 고려하고 있고, 대통령 경호처는 소속 요원만으로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차 영장집행 때와는 달리 경호처에 배속된 군병력은 국방부 반대로 투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야간에도 집행이 가능한 대통령 체포과정에서 양측 공권력이 정면충돌하면 그 후폭풍은 예상하기 어렵다. 대통령 관저 일대에서 시위중인 수만명 시민의 안전이 우선 걱정된다. 시위참가자 중에는 “총격전이 벌어지면 총알받이가 돼도 좋다”는 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9일 ‘제삼자 추천 내란특검법’을 발의해 다음주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법 반대 당론을 결의한 국민의힘도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야당이 아니라 ‘제삼자 추천’을 통해 임명하는 방식으로 법안이 수정되면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여 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특검수사가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윤 대통령 측도 그저께 공권력끼리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했지만, 공수처가 이를 일축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면 재판절차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적법 절차에 의해 발부된 체포영장에 따라 집행하는 시도를 계속하겠다”며 거절했다. 국회에서 특검법이 곧 발의될 예정이고 윤 대통령 측이 수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면 응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는데, 공수처가 공권력끼리의 충돌을 무릅쓰고 꼭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을 체포해야겠다고 나서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한 야당의원이 “체포못하면 관을 들고 나오겠다는 심경으로 하라”고 하자, 오동운 공수처장이 “꼭 유념하겠다”고 했다. 섬뜩한 대화내용이다.

2025-01-09

포항이여, 5차 산업혁명 진원지가 되어라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대구와 경북이 위대한 이유는,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 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과 1969년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을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수용해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산업혁명으로,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이 핵심 키워드다. 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주도하는 산업혁명으로, 2016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의장이었던 클라우스 슈밥은 “이전의 1, 2, 3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 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꾼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 질서를 새롭게 만드는 동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원조는 독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독일의 ‘인더스티리 4.0’을 가져다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세계 경제포럼의 대대적인 행사와 저서를 통해 원조 행세를 해왔다. 모든 산업혁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산업주도권을 미국에 뺏긴 EU는 “보다 따뜻하고 지속가능하며 인간과 자연을 위한 산업혁명 철학과 관점”에서 2020년부터 ‘5차 산업혁명’을 본격 제기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4차 산업혁명 빛에 가려진 우울한 회색빛 그림자를 ‘그린(Green)’의 생명력으로 치유하여, 우리 모두와 지구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5차 산업혁명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다.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지속가능성이 고려돼야 하고, 생산프로세스에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보다는 인간행복 관심에 중점을 둬야 하며, 산업생산에서 높은 수준의 견고한 사랑과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프라를 제공해야 함을 강조한다. 지속가능성·인간 중심·탄력성을 3대 핵심요소로 한다. 유럽위원회가 밝힌 인더스트리 5.0의 6대 기술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별화된 인간·기계의 상호작용 △생물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 및 스마트 재료 △디지털 트윈 및 시뮬레이션 △데이터 전송, 저장 및 분석기술 △인공지능 △에너지 효율성, 재생에너지 및 저장을 위한 기술이다. 여기에서 한국에서 발전가능성이 높고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야는 ‘생물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청색기술)’이다. 우리 앞에 4차 산업혁명이 달려가고 있고, ESG혁명이 압박하고 있고, 5차 산업혁명이 추격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경제포럼이나 다른 나라가 5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때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EU에서 5차 산업혁명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고, 국가는 자국이해관계 따지며 저울질하고 있지만 세계 지성들은 인류문명의 올곧은 전환을 위한 지름길로 인정하고 있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매가 지상의 먹이를 발견하면 전속력으로 수직낙하 하듯 돌진해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포항이 적격·적소다. 포스코와 포항공대 때문이다. 국내에는 얼마 전 ‘인더스트리 5.0’책자를 발간한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등 10여 명의 전문가가 있다. 포항을 ‘5차 산업혁명 특구’로 선포하자. ‘청색기술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돌파구와 활력을 찾아주자.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산업 기준을 따라가는 국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준을 창조하는 국가로 변신해야 할 때가 왔다.

2025-01-09

을사년에 바라는 것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새해는 돋았으나 예년과 같이 밝고 희망찬 아침이 아니다. 지난 연말 일어났던 제주항공 참사가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 밀려와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는 연말연시에 정치계의 계엄 잡음 또한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탓이다. 대통령 체포 명령이 5시간 대치 속에서도 성사되지 못하고 재차 시도를 계속하는 체포-사수의 공방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갉아내고 있으니 ‘새해답지 않은 새해’를 맞고 있는 심정이다. 이렇듯 나라가 두 쪽으로 나누어진 듯하니, 날씨도 두 쪽인 듯…. 소한(小寒) 집에 대한(大寒)이 놀러 왔는지 서해안엔 강풍과 함께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며 눈발이 날리고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이곳 동해안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산불을 조심하라니 작은 나라가 이렇게 날씨마저도 갈라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안쓰럽다. 올해는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다. 천간(天干) 을(乙)과 지지(地支) 사(巳)는 각각 나무와 불의 기운을 상징하며 생동감과 도전을 의미한다. 또 뱀은 통찰력과 직관력을 가진 겨울잠 자는 동물이라 을사년은 ‘지혜로운 변혁 새로운 시작’으로 해석되니 그 잠에서 깨어나 나라를 바로 일으켜주었으면 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앰블럼에는 지팡이를 감고 있는 뱀이 그려져 있는데 고대 그리스인은 ‘치유의 신’, 불교계에서는 비와 땅을 관장하는 ‘풍요의 신’으로 여기고 있으니 올해에는 푸른 뱀의 기운을 받아 사회적 육체적 모든 병이 없어졌으면 한다. 마침 올겨울부터 호흡기 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어 가뜩이나 의료대란으로 인해 패닉 상태가 되어있는 전국 병원들이 포화상태를 염려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을사년의 기운으로 사라지길 바란다. 지난 6일 포항상공회의소는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국내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의 내리막과 트럼프 차기 정부가 벼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부의 양극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따른 저성장 진입을 우려하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회의는 태평양 연안 21개국에서 6천여 명의 경제인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이니만큼 잘 계획하고 추진하여 세계로의 날개를 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는 꿈을 키우자. 또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국회의 예산 삭감으로 어려워진 듯하지만 우리 경북의 힘으로도 큰 고래가 물을 뿜어 올리듯 동해안 해저에서 석유가 솟아오르게 할 수 없을까? 어디 그뿐이랴. 1월1일부터 개통한 포항∼속초간 166.3㎞ 동해중부선 운행으로 동해안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다. 한반도 호랑이의 척추 위를 달리는 iTX 철마가 대구, 부산에서 업고 온 기운으로 울진 삼척까지 달려 새로운 동해안 시대를 열 것이며, 아울러 연말에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포항은 동해의 중심으로 일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새해를 맞이하여 포항시는 사자성어 ‘총화전진(總和前進)’을, 시의회는 ‘운외창천(雲外蒼天)’을 내걸었으니, 근래 철강산업의 부진으로 조금 위축되었을 산업역량도 회복시켜 보자.

2025-01-09

노인과 음식

노병철 수필가 장염과 식중독은 비슷하다. 설사와 복통, 구토와 발열이다. 노로바이러스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건 식중독이 아니라 장염을 말한다고 알면 된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에 의해 발생하기에 살모넬라, 대장균 같은 독한 녀석들 이름이 나온다. 장염이나 식중독 구분은 병원에 맡겨놓으면 되고 우선 중요한 것은 상한 음식이나 비위생적인 음식을 아깝다고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에겐 절대적인 말이다. 젊을 땐 어느 정도의 균을 퇴치할 능력이 몸에 존재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줄어 조금만 이상해도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식중독균은 끓여도 죽지 않는다. 끓였다고 안심하고 먹다간 큰일 난다. 옛날엔 다 먹었는데 괜찮다고 우기지 말고 제발 젊은 사람이 시키는 대로 그냥 하면 된다. “한겨울엔 괜찮다. 옛날엔 다 먹었다.” 이런 말씀을 하던 어머니가 식중독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만큼 오래된 음식은 먹지 말라고 했건만 노친네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 버리기엔 아깝다고 먹은 음식 때문에 병원비만 수천 배 더 들어갔다. 돈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온 식구들이 병간호하랴 병문안하랴 난리였다. 자식들이 서울서 내려오고 부산서 올라오고. “엄마가 자식들이 보고 싶어 상한 음식을 억지로 먹었나 보다.”라고 동생들이 위안을 주지만 모시고 있는 우리 부부는 좌불안석이다. 어떻게 모셨으면 상한 음식을 엄마에게 드렸냐고 야단을 치는 것 같다. 특히 엄마를 모시고 있는 장남인 나는 집사람에게 더 죄인이 되고 만다. 집에서 엄마와의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제일 큰 문제가 위생 문제이다. 걸레 빨다가 음식 만지고 하는 통에 손녀들이 기겁한다. 청소도 하지 말고 음식도 하지 말라고 애원해도 들은 체 만 체이다. 냄비 태워 먹은 것이 열댓 개가 넘고 집안이 메케한 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을 정도다. 어머니 손맛은 자식들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주면 주는 대로 먹었던 시절. 즉 아주 익숙한 맛이란 뜻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나 역시 집사람 음식 솜씨를 잘 모른다. 신혼 때는 정말 이상한 음식을 먹으라고 들이민다고 생각할 정도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엄마 손맛에 익숙한 나로선 엄마한테 가서 좀 배워오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 우리 애들은 지네 엄마 음식 솜씨를 환상적이라 극찬을 하지만, 거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나로선 어쩌다 먹는 집밥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진짜 그정도로 맛있다면 흑백요리사에 나갔을 것이다. 결론은 우리가 엄마의 손맛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맛이란 이야기이지 결코 맛이 진짜 있거나, 위생과 결부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상위에 놓인 된장찌개에 온 식구들이 입에 빤 숟가락을 넣던 시절은 지났다. 이젠 앞접시가 일반화된 시대이다. ‘꼰대’. 권위적인 나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은 항상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노인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꼰대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하면서 풀이한 내용이다. 노인들도 이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시대정신에 맞게 사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2025-01-09

관저에 갇힌 대통령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관저(官邸)는 고위직 관리가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리해주는 집을 의미한다. 이전까진 청와대가 최고 권력자의 관저 역할을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청와대를 나와 서울시 용산구에 따로 관저를 마련해 살았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무산, 연이은 영장 재발부 등으로 용산 대통령 관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관저 지척에선 탄핵 찬성, 탄핵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도 뜨겁다.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두 번 실패는 없을 것’이란 태도로 재발부 된 영장 집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대비해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엔 가시 돋친 철조망이 둘러쳐지고, 입구엔 대형 버스를 이용한 ‘차벽’이 들어섰다. 누군가가 들어가지 못하는 건물이라면, 안에 있는 사람 역시 갇힌 격이 된다. 외신은 앞 다퉈 이 소식을 자기들 나라로 타전 중이다. 국회에서 탄핵된 정부의 수장이 관저에 갇힌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 국민들은 답답하고 남우세스럽다. ‘어진 정치’의 중요성을 말했던 공자(孔子)는 “부끄러울 게 없다면 숨길 것도 없다”고 설파했다. 만약 공자가 살아있어 관저에 갇힌, 또는 숨어버린 한국 대통령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퇴근 후 보통의 주부들처럼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고르던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경호원을 따돌린 채 직접 오토바이를 몰아 연인의 집을 찾아간 전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의 ‘활짝 열린’ 태도와 당당한 행동이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1-08

TK공연계까지 확산된 정치권의 진영싸움

대구·경북지역에서 계획된 연예인 공연이 정치적인 이유로 취소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연말 구미 이승환 콘서트에 이어, 대구 서구문화회관도 오는 25일 예정된 가수 JK김동욱의 공연을 취소했다. 시민들의 항의와 민원 때문이다. 캐나다 국적을 가진 JK김동욱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을 지키는 게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공수처 WHO(누구)?”라는 글을 올리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비판했다. 이어서 지난 5일에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를 기록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이건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염원”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지지율 40%는 아시아투데이가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다. 대구 서구문화회관 측은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행사취소를 정중하게 요청했다”고 했고, 김동욱은 “공연 오는 분들의 민원이 아닌 외부 몇몇 선동꾼들의 시위협박으로 공연이 취소됐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연말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이승환 콘서트도 정치적인 이유로 취소됐다. 이승환은 비상계엄 사태 후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목소리를 낸 연예인이다. 구미시는 관객 안전과 관련한 문화예술회관 운영 조례에 따라 공연 대관을 취소했지만, 이승환 측은 구미시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한 상태다.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이데올로기(이념) 논쟁이 벌어진 지는 오래됐다.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과는 밥도 먹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진영논리 때문에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계엄선언 이후에는 온 나라가 좌우 진영의 전쟁터가 된 것처럼 이데올로기 논쟁이 치열하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가급적 지나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민들도 TV에서 연예나 오락 프로그램을 보듯이 인기가수들의 공연도 가수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보면 된다.

2025-01-08

새마을운동의 국가 브랜드화… 새로운 도약을

새마을운동은 1970년 박정희 정부 주도로 시작한 지역사회개발 운동이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 자조, 근면, 협동을 새마을운동의 정신으로 내세워 낙후된 농촌지역의 주거환경 개선과 소득증대를 목적으로 범국가적 사업을 펼쳐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정신을 실천한 운동으로 평가받으면서 농촌지방 개조에 크게 이바지 하게 된다. 잘살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해 지금은 바른정신을 강조하는 정신운동으로까지 활동 영역이 넓혀졌다. 경북도는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2005년부터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로 20년째다. 현재까지 도는 전세계 16개국 78개 지역에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했다. 필리핀, 인도,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 9개국과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7개국 등에 가난을 물리친 새마을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경북도의 세계화 사업 전파로 각국에서는 실제적 성과를 낸 곳도 많이 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는 물론 지방외교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북도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에 경북도의 뜻이 반영돼 올해부터는 행안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함께 새마을 세계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사업 모델은 경북도가 추진해온 사업 모델을 그대로 전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새마을운동 태동지인 경북으로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얻은 셈이다. 새마을운동은 지역의 영남대학교에서도 전국 최초로 새마을대학원 강좌를 개설했다. 지금까지 총 73개 개도국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새마을 교육을 실시했다. 새마을학은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학문이다. 잘살기 위한 운동으로 성공한 새마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학습과정이다. 경북의 새마을세계화 사업이 정부의 ODA 브랜드로 격상된 것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새마을운동이 K팝처럼 세계적 브랜드로 알려지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2025-01-08

어둠에서 희망을

장규열 고문 시국이 캄캄하다. 밤이 깊어 앞이 안 보인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나라가 길을 잃었다. 할 일은 태산인데 국가가 표류하는 중이다. 국민의 불안과 좌절이 커져가는 이때, 어디에서 길을 찾고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 터인지 혼돈스럽다. 새해를 맞이하며 여느 때 같았으면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야 할 시기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희망은 멀리만 느껴지고 불확실과 두려움이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의 순간은 새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는 일이 아닐까. 누구보다 정치와 언론이 태도와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념과 당략에 얽매여 갈등과 반목만 반복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회복시키고 안정된 일상을 찾도록 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를 존중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국민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실수에서 비롯하였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 지도자의 성향이 문제로 나타난 일이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없는 일은 아니다. 과거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냉철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나라의 경쟁력을 지키고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현상만 유지해서는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다. 경제, 교육, 환경, 외교,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을 새롭게 세워야 하고 모든 정책이 국민 일상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희망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희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이자 원동력이다. 새해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다.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사욕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작고한 지미카터(Jimmy Carter) 전 미국대통령이‘우리는 그냥 마구 섞인 잡탕밥(melting pot)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자이크(beautiful masaic)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 다른 생각, 다른 희망, 다른 꿈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사회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더 나은 미래는 서로 다른 성향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신뢰와 공감의 공동체를 세울 때 비로소 가능하다. 밤이 깊어도 새벽은 온다. 짙은 밤하늘에 별빛이 두드러지듯, 어둠 가운데 희망을 발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어지러운 혼란과 복잡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과 기대로 넘치는 내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역사 가운데 증명했듯이, 오늘의 어둠이 내일의 광채로 살아 나기를 기대한다. 역시 희망이 화두다. 어둠에서 기어이 희망을 들어올려야 한다.

2025-01-08

장갑 한 짝

윤명희 수필가 오늘은 버스타고 출근한다. 어젯밤, 퇴근 후 지인들과 늦게까지 술자리를 즐긴 탓이다. 이미 출근시간은 늦었고, 버스는 한산하다. 내 차로 십오 분이면 도착할 사무실이 삼십 분이 지나도 아직 한참 더 가야 할 것 같다. 버스가 중앙시장에 정차했다. 시장의 아침은 번잡한데 버스에 오르는 이가 없다. 바쁜 내 마음과는 달리 운전기사는 문을 열어둔 채 정류장을 내다보고 있다. 검정비닐봉지를 든 백발의 할머니가 힘겹게 버스에 오른다. 한 발 오르고 다시 또 다른 발을 올린다. 걷는 걸음마다 바라보는 내가 숨이 찬다. “잠시만 잠시만요, 기사양반 내가 앉거든 출발 하세이” 손잡이를 꽉 움켜잡은 할머니가 당부한다. 계단에 발을 올리면서부터 운전석 바로 뒤의 의자까지 한 발자국씩 내 딛는 걸음걸이가 빙판길을 걷는 것 같다. 서너 발자국이면 닿을 거리가 멀기만 하다. 겨우 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손에 든 검정비닐봉지를 발치에 놓는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할머니가 벌떡 일어섰다. 깜짝 놀란 운전기사가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쳤다. 할머니는 손가방이 없어졌다며 빈손을 들어 허둥거렸다. 운전기사가 황급히 핸드브레이크를 당겼다. 그는 할머니에게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으며 황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빼고, 정류장 의자 밑까지 가방을 찾아보는 그를 내다보았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어디서 잃어버렸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조금 전까지 있었다며 검정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며 헤쳐 보았다. 작은 손가방을 발견한 그녀가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했다. 나는 못 본 척 눈을 반쯤 감고 있는데, 내 뒷좌석에 앉은 남자가 쥐어박을 듯이 혀를 찼다. 할머니가 차에 오를 때부터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연신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혀를 찼던 남자다. 마지막 ‘에잉!’까지 따라붙는 남자의 말투에 속이 뒤틀렸지만, 어떤 사람인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저 할머니의 모습이 나의 내일인 것 같은데 혀까지 찰 일인가. 얼마 전, 친구와 시골길을 걸었다. 추수를 끝낸 들판은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햇볕이 모인 논둑 밑에 한 무더기의 들국화가 보였다. 소담스러운 모습을 지나칠 수 없었다. 쪼그리고 앉아 내려보다가, 서리라도 내리면 시들어버릴 들국화에 욕심이 생겼다. 치맛자락을 모아 움켜쥐고 조심스레 내려가려 하자, 친구가 나잇값을 하라고 했다. 괜히 엎어지는 불상사를 만들지 말라는 말에 나는 바지만 입었다면 폴짝 뛰어내릴 수도 있다고 장담했다. 큼지막한 돌을 밟고 내려가면 될 것 같아 살짝 왼발을 내렸다. 몸의 무게가 오른 다리에 실리자 무릎이 시큰거렸다. 삼십 몇 년 전에 다쳤던 무릎이 요즘 말썽이다. 불편한 발을 먼저 내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오른 발끝이 돌에 닿는 순간이었다. 나는 논바닥에 가오리 엎어놓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의 경로는 기억에 없다. 왜 넘어졌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천천히 가고 있었다. 논바닥에 뺨을 붙인 채 일어서지를 못했다. 친구의 부축에 겨우 일어난 나는 비틀어진 안경보다 얼얼한 오른쪽 광대뼈에 먼저 손이 갔다. 얼굴에 상처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긁힌 무릎에 붙은 흙을 쓸어내리며 논둑을 쳐다보았다. 저 높이에 내가? 허방을 짚은 것도 아닌데? 치맛자락에 도깨비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친구는 가시를 떼어내며 걱정스레 살폈다. 바위를 이리 저리 뛰어넘으며 산을 오르던 순발력은 이미 나를 떠나고 없었다. 몸은 세월의 눈금만큼 정확하게 가고 있는데, 내 마음은 그 몸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젠 우리 나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이 유리조각이 되어 가슴에 빗금을 그은 날이었다. 버스가 서자, 혀를 차던 남자가 일어섰다. 나는 눈을 지그시 뜨고 그 남자를 곁눈질로 훑어보았다. 정수리가 휑한 그도 한발 내리고 또 한 발 옮긴다. 창밖을 내다보니 굽은 등이 허정거리며 가고 있다. 내 눈길이 따라간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하자, 갑자기 그가 돌아서서 허우적거리며 뛰어왔다. 장갑 한 짝을 든 손을 휘휘 저으며 ‘장갑, 장갑’이라고 외쳤다. 뒤돌아보니 그가 앉았던 자리에 한 짝이 놓여있다. 던져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버스가 천천히 달렸다.

2025-01-08

몽주, 두루두루 넓은 꿈

나는 불후(不朽)를 생각하지 않았다 풀잎 끝 이슬이 곧 햇살에 추락해도 맑고 고운 뜻은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세상의 거친 바람과 빗속에서도 사람의 길을 지키고자 했다 약발 다한 왕조의 귀퉁이에서 버리면 산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징검다리가 되어 나 하나의 희생으로 명분이라도 생긴다면 참 즐거운 일, 운제산 기상이 훗날까지 이어지고 형산강 물길이 동해에 퍼지듯 사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구나 혹은 그럴 수도 있구나 반추하면서 나, 몽주, 꿈을 두루두루 펼쳐 세상이 아름답기를, 그 누구도 불후를 꿈꿀 수 없다 그래서 불후가 된다. 몽주 어른을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정치는 잡놈들이 하는 짓이다. 그런데 몽주를 영천에서도 팔고 용인에서도 판다. 세상살이가 그런 것이니 생각하면, 더욱 아득하다. 두루두루 넓은 꿈을 펼치기에는 세상은 협소한 비탈길이다. 버티고 살아야 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1-08

인체를 교정하는 상체 운동법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인 자세 변화는 특히 상체에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거운 머리가 척추 꼭대기 위에 위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로, 중력을 가장 적게 받으려면 척추 중앙에 머리가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앞으로 빼서 일을 하며, 이는 육체 노동자는 물론 사무직과 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목이 앞으로 빠진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앞으로 굽어지고 등도 굽어진다. 흔히 말하는 일자목과 둥근 어깨, 굽은 등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운동으로도 편향된 근육만 발달해 상체가 굽을 수 있다. 등이 굽으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앞으로 쏠리게 되는데, 이런 자세로 어깨를 많이 쓰면 어깨 쪽에서 충돌이 일어나 회전근개 근육이 파열되거나 석회가 생길 수 있다. 어깨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온 거북목과 일자목은 디스크의 압력을 증가시키고, 편향되게 경추에 힘을 가중시켜 신경 뿌리가 나오는 구멍이 좁아지고 염증이 생겨 팔이 저리게 된다. 이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뼈가 닳아 영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전에 자세를 바로잡고 치료를 해야 한다. 등에는 오장육부가 모두 붙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자율신경이 흉추에서 나와 각 오장육부로 연결되어 있어 등이 굽은 사람들은 이 오장육부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소화기 문제가 가장 흔하며, 심하면 불면이나 화병 같은 정신 질환까지도 연관이 있다고 보고된다. 따라서 등과 어깨를 펴고 목을 바로 세우는 운동을 하는 것은 정신과 오장육부까지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운동은 간단하다. 뒤통수에 깍지를 낀 후 양 팔꿈치를 쫙 펴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벌어지고 펼쳐진다. 이때 등도 바로 세우면서 가슴을 펼쳐주면 등과 어깨 모두 활짝 열리게 된다. 한 번 더 가슴을 살짝 위로 올려주는 동작을 취해주면 더욱더 가슴이 열리고 등과 어깨가 펴진다. 단, 깍지를 당겨 목을 앞으로 당기는 것은 일자목을 심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목은 턱을 살짝 당겨 앞으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간 날 때마다 10회에서 20회 정도 반복해 준다. 그리고 벽 짚고 팔굽혀펴기를 해야 한다. 남성들은 정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해도 되지만, 근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 근력이 충분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은 질환이 있을 때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으므로, 상체의 근력을 키워놓는 것이 중요하다. 벽에 양팔을 어깨너비만큼 벌려 손을 짚은 후 팔굽혀펴기를 하면 된다. 이때 턱은 살짝 당겨 목이 앞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힘이 없는 사람은 벽에 가깝게 붙어서 5회에서 10회 정도 한 후 잠시 쉬고 다시 반복하면 된다. 힘이 붙으면 벽에서 조금씩 떨어져서 하면 된다. 근력을 붙이면서 치료를 하면 치료 효과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 아프지 않더라도 상체의 자세를 바로잡고 약간의 근력을 키워주면 정신과 오장육부 건강이 좋아지므로,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운동과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2025-01-08

일상의 고마움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아침 7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인터넷 강의를 듣느라 새벽에야 눈을 붙였다. 몸이 찌뿌둥해 좀더 잘까 하다가 일단 일어난다. 두유라도 만들어놓고 눈을 더 붙여볼 수도 있다. 흰콩과 검은콩을 섞어 둔 통에서 계량컵 3개 분량을 담아 살짝 물에 씻어 두유기에 넣는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을 동안에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다. 전원을 켜 두유를 선택하여 누른다. 32분이 지나면 두유가 완성될 것이다. 그동안 다시 침대로 가 몸을 누일까. 생각해 보니 찐달걀이 없다. 냉장고에서 달걀 6개를 꺼내 물에 씻어 달걀찜기에 올려 전원을 켠다. 13분 뒤면 다 익을 것이다. 냉동실에서 통밀빵 한 조각을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넣는다. 며칠전 만들어 둔 양배추 당근라페와 그릭요거트도 꺼내 식탁 위에 올린다. 그 사이 몸은 그런 대로 괜찮아진다. 30분 뒤 남편을 부른다. 강아지도 남편의 무릎 위에 앞다리를 얹는다. 오후 2시 30분. 범어초등학교. 돌봄교실 인터폰을 누르고 잠시 기다린다.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오신 선생님께 손을 가지런히 배꼽 위에 얹고 고개를 90도로 숙여 공수인사를 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나도 선생님께 답례를 하고는 달려오는 아이들을 맞는다. 팔을 크게 벌리고 있으면 손자가 먼저 폭 안긴다. 땀냄새가 짙다. 농구했구나. 응 할머니 오늘은 우리 편이 이겼어. 나도 한 골 넣었어. 우와 잘했네. 그 사이 다가온 손녀의 손엔 과학시간에 만든 뭔가가 들려있다. 할머니 오늘은 냄새 없애는 거 만들었어. 발에 뿌리면 냄새가 없어져. 향기도 나. 아빠에게 주려고 해. 할머니도 뿌려 줄까? 손에도 닿아도 괜찮대. 글리세린을 넣었어. 근데 만들 때 좀 쏟았어. 나만 아니고 다른 애들도 다 조금씩 쏟아서 선생님이 닦아주셨어. 아이들 등의 가방을 빼 든다. 꽤나 무겁다. 이 깊은 겨울까지도 몇 개씩 달려있던 플라타너스나뭇잎이 떨어져 인도에 나뒹군다. 아이들은 제 발보다 더 큰 나뭇잎을 찾아 밟는다. 워석버석 소리를 내면서 바스러진다. 그것도 놀이다. 내가 밟은 나뭇잎이 더 커. 아니야, 내 나뭇잎이 더 크고 소리도 컸어.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을씨년스럽다. 내 생각을 읽었나 손자가 한 마디 한다. 할머니 밤에 나오면 참 아름다워. 우리집에 있는 것보다 크고 더 많이 반짝거리거든. 밤 10시. 또 울리는 알람. 붓글씨 쓰는 시간. 한 장을 다 쓰면 등줄기에 땀이 느껴진다. 몸쓰는 일보다 더 힘든가 보다. 이 루틴을 올해는 지키려 애쓴다. 토요일 아침 10시. 스포츠센터 수영장. 손녀와 매주 같이 다닌 지 석 달째다. 내가 수영 다녀 보니 부자나 모녀가 같이 오는 게 좋아 보여 며느리에게 권유했다. 바쁜 며느리 대신 내가 손녀를 데리고 다닌다. 대충 씻겨 수영복으로 갈아입히면 제 먼저 들어간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레인에서 수영하면서 힐끔힐끔 손녀를 찾아본다. 발차기도 하고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뺐다 하는 모습이 그렇게 즐거워 보일 수가 없다. 우리가 수영장에 있는 시간에 남편은 손자를 데리고 축구교실에 가 있다. 힘들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데 천만의 말씀. 이 즐거움과 고마움을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 한다. 애들이 더 크기 전에.

2025-01-08

비트코인과 민주주의

최진승 가상화폐 전문가 발디딜 틈 없는 인파 속에서도 시민들은 질서를 잃지 않았다. 마주 오는 이들을 향해 격려의 인사를 건넸고, 통행이 막히는 곳에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천천히”를 외쳤다. 유모차를 끌고 온 이 옆에서는 “유모차”를 외치며 함께 길을 터주기도 했다. 거대한 용광로 같은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질서있게 입장하고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한겨울 눈발 속에서도 행렬은 멈출 기미가 없다. 비상계엄 여파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염원을 멈춰 세우진 못했다. 지난 한 달 간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은 아득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비상계엄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 가는 시민들의 모습 역시 극적이여서 그렇다. 마치 우리 국민 모두가 한순간에 이세계로 소환되어 허무맹랑한 마법을 풀어가는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우린 동료를 얻기도 하고 때론 적들과 마주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이 또 한 번 레벨업을 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 우리의 정치 상황은 비트코인의 역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강렬한 내러티브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은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자산 순위 7위에 올랐다. 은의 시가총액(9위)을 넘어선 수준이다. 1위인 금의 시가총액에는 여전히 못미치지만 비트코인 탄생 15년 만에 이룬 성과 치고는 괄목할 만한 것이다. 짧은 역사 속에서 비트코인 역시 갈등과 경쟁을 반복해 왔다. 비트코인이 특별한 이유는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거래내역을 담은 블록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연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경쟁적으로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얻는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 운영 주체가 없기 때문에 분산원장이라 불린다. 분산원장이라고 해서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해진 규칙(Protocol)을 따라야 한다. 이 규칙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도 있어 왔다. 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참여자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그룹들이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경쟁과 분열의 과정을 거쳤다. 민의(民意)를 반영하기 위해 정당 간 경쟁하는 민주주의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에서 경쟁적으로 블록을 생성하고 연결할 때 작동하는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가장 긴 체인(Longest chain)을 유효한 것으로 채택하는 규칙이다. 이는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가장 긴 체인을 통해 표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장 긴 체인은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쟁적 에너지 소비야말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의 ‘선의’를 가리는 유일한 기준이다. 이를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라 부른다. 민주주의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다. 다만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는 토론과 경쟁을 통해 민의를 반영하는 민주주의 원리와 상통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비트코인은 프로그램 된 규칙을 통해 작동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에 없고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가장 긴 체인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일 것이다. -(현)두코미디어 전략기획 이사 -전 씨엘모빌리티 전략기획부 책임

2025-01-07

TK의원들 집단행동, 보수결집에 도움될까

계엄사태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영남권 여당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지난 6일 새벽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탄핵반대 시위에 합류했다. 대구에서는 최은석(동군위갑)·강대식(동군위을)·권영진(달서병)·이인선(수성을)·김승수(북을) 의원과 비례대표 김위상·이달희 의원이, 경북에서는 이상휘(포항남·울릉)·임이자(상주·문경)·이만희(영천·청도)·송언석(김천)·임종득(영주·영양·봉화)·조지연(경산)·김정재(포항북)·강명구(구미을)·구자근(구미갑)·김석기(경주) 의원이 참석했다.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대거 집회에 참석한 주된 이유는 지역구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TK지역에서는 “체포만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급락했던 여당 지지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고, 공수처를 둘러싼 수사 적법성 논란이 격화하고 있는 것도 영남권 의원 결집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남권 의원들의 결집을 보면서, 당내 비주류인 친한(한동훈)계와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이 “비상계엄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계엄의 바다’를 건너는 것이 급선무인데 윤 대통령 체포반대 집회에 의원들이 몰려다니는 것이 민심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내 갈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관저 앞 집결은 개인행동”이라고 못박은 것도 당내 갈등을 우려한 측면이 강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야당의 폭주를 막으며 탄핵정국을 돌파해야 하는데다, 조기대선에 대비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외연확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당 정체성’을 재정립해서 현재의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2025-01-07

국정 혼란… ‘경주APEC’ 준비는 잘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 불안으로 국가 신인도와 위상이 끝없이 추락해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주 SNS를 통해 APEC 회원국에 ‘여야정 공동사절단’과 최태원 회장(CEO서밋의장)을 파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치적 혼란에 대한 각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정부는 관례대로 오는 5~6월 중 APEC 각국 정상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초청장을 보낼 예정이다. 초청장은 한국 대통령 명의로 발송되지만, 현재로서는 누구 이름으로 보내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당시에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정부가 회의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연말 국무총리와 경제 6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한 대행은 “의장국 수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의장국 활동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내 다양한 협력 의제를 주도하는 역량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국격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한 대행의 직무가 정지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외교부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우리나라가 의장국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1인 3역(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을 해야 하는 최 대행이 경주 APEC회의에 얼마나 신경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주 APEC 회의는 이미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다. APEC 고위관리회의(SOM)를 준비하는 비공식회의가 지난달 서울에서 21개 회원국 관계자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미 열렸다. 정부는 앞으로 2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3회의 고위관리회의를 비롯해 분야별 장관회의 10여 회, 산하 4개 위원회 및 40여 개 실무작업반 회의를 가진다. APEC 고위관리회의는 21개국 정상들이 논의할 의제를 결정하는 기구다. 경북도는 다음달 24일부터 3월 9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제1차 고위관리회의를 앞두고 어제(7일) 입출국과 수송, 관광 지원을 맡을 자원봉사자 신청을 마감한 상태다. 경북도는 APEC 회원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도 일정 인원 선발해, 한국과 회원국 간 가교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경주 APEC 회의의 성공 여부는 주요국 정상들이 얼마나 참석하느냐에 달렸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가 최우선 관심사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대통령 재임당시 세 차례의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됐는데, 이 중 부통령을 참석시킨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차례 참석했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10년간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중국은 차년도 APEC 의장국이기도 해 참석 가능성이 크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지난 2022년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이철우 지사가 제안한 것처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하루빨리 국정혼란을 수습해서, 경주APEC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총력을 쏟아주길 바란다.

2025-01-07

경북 출생아 수 반등, 상승 추세로 이어가야

경북도내 지난해 출생아 수가 9년만에 처음으로 반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에 따르면 2024년말 경북도내 출생아 수는 모두 1만 467명으로 집계되면서 전년동기보다 35명의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출생아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서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의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증가 수가 비록 35명으로 미미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한 의미는 상당하다. 경북도 관계자도 “추락을 거듭하던 출생아 수가 멈춘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올해는 도민 피부에 와닫는 적극적인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생아 수 증가로 경북도의 합계 출산율도 0.8명대에서 0.9명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으로 걱정을 해왔던 경북으로선 출생아 증가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전국적으로 반전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출생아 수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작년 10월 한 달 출생아 수는 모두 2만1398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약 13%(2520명)가 증가했다. 특히 경북도를 포함 전국 시도에서 공통으로 츨생아 수 증가가 나타나 저출생 극복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먹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학계서도 “인구소멸 위기가 나올만큼 심각한 우리나라 저출생 기조가 바닥을 찍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출생 문제가 특정 정책만으로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통계청은 출생아 수 증가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반등을 저출생 극복의 동력으로 삼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출산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실효적 조치들이 추가로 나와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좋게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북도의 출생아 수 반등에 도민들도 반기고 있다. 정부 정책에 못지 않게 지방정부의 출산정책도 중요하다. 경북도의 획기적인 저출산 극복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5-01-07

CES 2025를 주목하는 이유

우정구 논설위원 전자업계 트렌드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전시회 CES가 어제(7일) 개막됐다. 전세계 160개국 4500여 개 기업들이 참가하는 인류 최대의 신기술 경연장이다. 올해 CES의 주제는 몰입(Dive In)이며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파나소닉, 지멘스, 마그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총망라한 가운데 국내서는 삼성전자, LG, SK하이닉스 등 대·중소기업 등이 대거 참여했다. 최고의 신기술이 경합을 벌이는 이곳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올해 CES가 선정한 주제 ‘몰입’은 인공지능을 통해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CES에서 선보인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그러한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AI 기술이 첨가된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헬스 등이 인류의 실생활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AI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은 이러한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업들이 참가했다. 또 CES 측이 주는 기술분야 혁신상에서도 가장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전체 수상기술 294개 중 44%인 129개를 수상한 나라다. 신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자랑스런 한국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매년 다른 기업과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만나 신기술을 놓고 인류의 미래를 고민한다. 이러한 점에서‘인류 최고의 기술경연장’이라는 별칭이 늘 따라 붙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1-07

파행의 소용돌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다사다난이 무색할 정도로 연말연시의 난국이 연일 소용돌이 치고 있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연말에 예기치 못한 비행기 사고까지 겹쳐서 온 나라가 침통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묵은 해를 정리하고 보내야 하는 차분함도,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와 설렘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극한대치와 긴장이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파행의 터널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정국과 민생이 여지없이 요동치고 있어서 안타깝고 암울하기만 하다. 갈수록 태산(去益泰山)이라더니, 정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고 점입가경이 따로 없을 정도다. 평지풍파도 유분수지,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파탄일로에 절체절명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가?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기후변화, 경기침체와 북한의 위협 등 모든 것이 녹록찮고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화와 타협으로 협치와 상생을 도모해도 모자랄 판국에 걷잡을 수 없는 내분과 내홍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참으로 개탄스럽고 알다가도 모를 불가해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은 무엇이며 법치와 평등은 어디로 갔는지, 헌정사상 유례가 없고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일 앞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외신에서조차 한국의 정세가 드라마보다 더한 이변과 초조감이고, 모종의 음모론(?) 같은 걸 연상시키는 기상천외한 현실이라고 꼬집었을까? 이런저런 복잡다단한 세상사 잠시 접어두고, 난마 같은 탄핵정국에 이골이 난 눈과 귀를 씻기 위해 산행에 나섰다. 산은 늘 그 자리에서 듬직한 모습으로 반기지만 자주 찾을 수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마침 그날은 포항의 모산악회 새해 첫 산행으로 시산제를 겸한 산행이고 안동의 숨은 보석 같은 산이라 선뜻 동행하게 됐다. 이육사의 고향인 원촌리와 이육사문학관이 손에 잡힐 듯하고 안동댐을 내려다보며 우뚝 솟아있는 왕모산(王母山)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피난왔을 때 왕의 어머니가 이 산에 머물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행 초입에 자리한 월란정사(月瀾精舍)는 퇴계선생이 제자들과 즐겨 찾아 강학하고 시문을 읊었던 곳으로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안동시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음에도 퇴락한 곳이 많아 관리가 잘 안돼 보였다. 인생 아리랑 열두 고개마냥 야트막한 봉우리 12개를 넘어야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왕모산은 삶의 축소판 같은 인내와 고난, 고비와 안도의 여유를 안겨주며 어머니의 품처럼 산객을 맞이하는 듯했다. 정상에서 펼쳐지는 일망무제 조망은, 마치 푸른 뱀같이 구불구불한 강줄기가 희끗희끗 얼어붙어 안동호로 이어지는 물굽이 그 위로는 올망졸망 능선들이 겹겹이 에워싸며 추운 겨울을 푸르게 지키는 듯하고, 맨 뒤로는 안동의 최고봉 학가산의 위용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어쩌면 산행내내 난세의 이 시국이 왕모산의 주변 형세와 낙동강의 물돌이와 비슷하게 여겨짐은 나만의 억측일까? 꽁꽁 얼어붙은 파행의 강바닥 민생이며 이육사의 ‘절정’ 시판이 설치된 칼선대의 일침, 너럭바위와 군데군데 고사목이 뼈저리게 무언의 항변을 하는 듯했다.

2025-01-07

작은 꿈과 새로움을 여는 자기경영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새해는 늘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된다. 많은 사람이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가 몇 주 지나지 않아 좌절을 경험하곤 한다.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라 목표가 지나치게 크고 모호해서 지속 가능한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경영의 핵심은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작심 3일이 안 되게 하는 것이다. 작은 변화는 부담이 적고 실천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매일 1시간 운동하기’라는 목표보다 ‘하루에 10분 스트레칭하기’로 시작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미니멀 액션(Minimal Action)’이라고 부른다. 작은 변화가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더 큰 변화를 위한 기반이 된다. 10분의 작은 변화가 하루하루 쌓이면 한 달, 1년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를 ‘복리 효과’라고도 표현 할 수 있다. 예컨대, 하루 1%씩 나아진다면 총 증가 배율[(1+0.01)*365]에 따라 1년 뒤에는 약 37배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고 꾸준한 행동은 결국 큰 성과로 이어진다. 자기경영을 잘 하기 위한 실질적인 실행 방안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자기경영의 실천 순서로서는 첫째, 꿈을 그리는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의 바라는 모습이나 하고 싶은 것을 꿈으로 그리는 것이다. 가령, ‘건강한 몸을 만들어 행복한 삶 영위하기’라고 그려보는 것이다. 둘째,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담배 끊기, 하루 30분 걷기’ 등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셋째, 계획과 습관 쌓기다. 하루 일과를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으로 계획하고 새로운 행동을 기존 생활 습관에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일정을 일하기, 퇴근 후 철길 30분 걷기, 악기 1시간 배우기, 하루 정리 등 하는 일과다. 필자는 새해가 되면 매년 정하는 목표가 있다. 기업 혁신 대학원 교재, 기업에 도움이 되는 혁신 바이블 등 책 두 권 발간하기인데, 수 년 째 실행을 못하고 있다. 이것은 주어진 하루 시간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한 바람과 의지만의 꿈 때문 아닐까. 2025년 을사년(乙巳年)의 꿈은 우선 칼럼 내용을 재정리하여 ‘기업과 문화’, ‘혁신경영’ 등 테마별 e-book을 발간하는 일이다. 기업 혁신 담당이나 경영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쉽게 활용하여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고 실행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후에 22여 년의 기업 혁신활동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혁신과 성장’이란 책을 발간하는 일이다. ‘꿈은 도전을 낳고 도전은 열매를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꿈은 생각이 만드는 그림이고 생각이 멈추면 꿈도 그려내지 못한다. 하루 하루의 작은 변화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삶의 질이 바뀌고 꿈을 실현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새해 꿈을 향한 작은 변화는 좋은 습관을 만들고 좋은 습관들은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원하는 삶의 꿈은 작은 변화와 자기경영으로 이루어진다.

2025-01-07

거제의 작은 섬, 씨릉섬과 그 주변 이야기

‘씨릉섬’이라니, 섬의 이름이 독특하다. 그런데 또 제목을 정해 글을 쓰려니 명칭 또한 애매하다. 씨릉섬은 거제도의 섬일까, 칠천도의 섬일까. 경남 남부 해상의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한국의 섬 도시 중에서 유일한 자치 시로, 73개의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다. 10개의 유인도와 63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는데, 그중에 가장 큰 부속섬이 바로 칠천도(七川島)다. 칠천도는 거제도의 북쪽 끝 장목면에서 서쪽에 보이는 섬이다. 일곱 개의 하천이 있다고 해서 칠천도지만, 예전에는 옻나무가 많아 이름에 옻 칠(漆) 자를 쓰기도 했다.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지난 뒤 칠천연륙교를 건너면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해안 일주도로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광과 칠천도 최고봉 옥녀봉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가 없는데, 옥녀봉 남쪽 1,2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이 바로 씨릉섬이다. 씨릉섬은 옥황상제의 딸 옥녀의 설화가 깃든 섬이다. ‘거제도 설화 전집’에 의하면 “옛날 옛적,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아주 아름답고 총명한 공주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큰 실수를 저질렀고, 공주를 너무 사랑한 옥황상제도 하늘나라의 규칙을 어길 수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딸을 거제 땅 칠천도로 쫓아내고 말았다. 그렇게 딸은 지상으로 내려와 외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고, 거제도 사람들은 그녀를 ‘옥녀’라고 불렀다. 오로지 하늘나라로 올라갈 날만을 기다리던 공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지쳐버렸고, 결국에는 산이 되고 말았다. 그 산이 바로 칠천도의 최고봉 옥녀봉이라고 한다. 칠천도에 머무르던 옥녀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매일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아름다운 음악 소리는 바다 건너까지 울려 퍼졌고, 그 매혹적인 선율에 용왕신이 바다에서 올라와 그녀의 거문고 반주에 맞춰 북을 쳤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 광경이었던지, 옥녀의 거문고 소리에 맞춰 섬도 즐거워서 ‘씨릉씨릉’ 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그 섬이 바로 ‘씨릉섬’이고, 용왕신이 북으로 이용한 섬이 씨릉섬 옆에 있는데, 섬의 모양이 북처럼 생겼다고 해서 ‘북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도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이 칠 때면 씨릉섬과 북섬은 ‘둥둥’ 북소리를 낸다고 한다.” 송포 아랫마을에서 조망하는 수야방도 인도 교와 수야방도 전경. 행정상으로 씨릉섬은 경남 거제시 하청면 연구리 산 79번지다. 전체 면적은 7만 8985㎡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서’다. ‘무인도서’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만조 시에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땅으로서 사람이 거주하지 아니하는 곳을 말한다. 그 씨릉섬이 지난 7월부터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섬에 출렁다리가 놓인 것이다. 한갓지던 해변에는 떠들썩함이 하루 이틀 밀려들더니 이제는 일상이 되고 말았다. 필자도 진작에 한번 찾아들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꽃 피는 봄보다, 녹음이 드리워지는 여름보다, 색동옷으로 갈아입는 가을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처럼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겨울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씨릉섬 출렁다리는 길이 200m, 폭 2m 규모로 조성되었다. 칠천도 칠천량해전공원 해안로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씨릉섬과 연결되었다. 다리의 입구는 두 개로, 데크계단과 무장애 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길은, 교통약자를 위해 별도의 경사로를 조성해 휠체어 이용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출렁다리 넘은 씨릉섬에는, 길이 1,488m의 해안산책로와 5개의 쉼터가 있다. 섬의 입구인 정자목 쉼터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면 봉우리, 물빛, 초록바람 쉼터를 차례로 만나고, 다시 돌아 나오면서는 너울 쉼터를 만날 수 있다. 초록바람 쉼터는 씨릉섬의 정상부를 겸했는데 푸르른 소나무 숲과 더불어 애기동백꽃을 만날 수 있다. 왕복 거리는 3.6km, 산책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로 대부분이 나무 그늘로 조성되어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다. 씨릉섬을 한바퀴 다 돌아 나오는 길, 푸르른 소나무 숲이 돋보이는 너울 쉼터 부근에서 북섬이 보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애절하게 울어대던 새들의 목소리가 잊히질 않는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옥녀의 그리움과 칠천량해전에서 참패한 조선 수군의 아우성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일렁이는 대나무 숲과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먼 길을 달려 거제도까지 갔다면 씨릉섬 하나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지척에 임진왜란 7년의 해전사 중 유일하게 우리 수군이 패배한 전투인 칠천량해전을 기억하기 위한 칠천량해전공원과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수야방도(垂也防島)라는 섬이 있다. 지홍석 수필가 칠천량해전은 1597년 7월 원균의 지휘 아래 조선 수군이 왜군과 전투를 벌였다가 전함 180척 중 150척이 침몰하면서 1만여 명의 병사가 숨진 조선 수군 최대의 패전을 기록한 공원이고, 수야방도는 대곡리 송포마을 아래 바닷가에 뾰족한 땅끝이 반도를 형성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 10,036㎡의 무인도로 트레킹 길이 개설되어 있는데 도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2017년 칠천도 본섬 송포 아랫마을과 연결하는 수야방도 인도교가 가설되어, 언제나 부담 없이 다녀올 수가 있다.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정상에 설치된 정자에 오르면 일망무제의 조망이 가능하다. 고성의 구절산과 마산 진동면의 해안 모습, 진해의 장복산과 불모산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푸른 숲을 간직한 씨릉섬이다. 오랫동안 거제의 숨은 보석 중 하나로 손꼽힌 섬이기도 하다. 가족과 연인, 어떠한 모임도 만족할 만한 부담 없는 탐방지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울창한 나무들 사이의 산책로는 힐링에 제격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칠천량해전공원과 수야방도 트레킹은 여행의 아쉬운 부분들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지홍석 수필가

2025-01-07

다시 일어설 기회

허민 문학연구자 실패와 실수, 후회와 불안, 후퇴와 망설임은 모두가 기피할 순 있어도 살다 보면 마주해야만 하는 단어들이다. 아니 마주한다기보단 끌어안고 지낸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저마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그런 기쁨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더 일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공부하게 된 이유도 비슷했다. 내게 소설은 뒤로 물러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앞만 보며 달리다가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때론 거대한 벽에 막혀 뒷걸음질 치곤 하는 가장 보통의 실패를 담은 양식이 소설 아닌가 싶었던 거다. 인생의 승자보다는 패자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했고, 승리를 자임할 수 있는 상황보다는 패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설과 문학은 슬픔과 불행을 끌어안는 장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소설의 반의어가 있다면 자기계발서 아닐까? 자기계발이란 타인과의 경쟁을 세계의 이치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다툼 속에서 출세를 노리는 병법에 다름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나도 한때는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읽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자기계발서는 각자의 삶이 잘되길 바라는 당연한 마음에서 읽는다기보다는 잘 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애써 지연하기 위해 찾게 되는 글이라는 거였다. 성공을 위한 지침대로 산다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산다 해도 승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초조함이 모두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일종의 원리로서 작동하는 시대의 비참은 그렇게 반복 형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나간 선택에 대한 후회와 그러한 감회에서 비롯되는 자기에 대한 의혹에서야말로 지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지성이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인간이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는 만큼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도를 사상의 언어로 포착해야 한다며 “정정 가능성의 철학”을 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는 문제가 있다. 자기의 잘못을 정정할 수 있는 기회조차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은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의 차별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한다. 나는 모두에게 ‘플랜B’를 수행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플랜B’란 모두가 범할 수 있는 과오로부터 다만 좌절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 다음을 모색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의 이름이다. 물론 그 가능성에는 개인적인 다짐과 용기를 넘어서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음에도 자기 삶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여지에는 왜 사회적인 격차가 작동할까? 더구나 팬데믹 이후 장기 불황 속에서 극단적인 경제적 양극화가 야기되고 있기도 하다. 즉 누군가는 평범하게 살아가기조차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차선과 대안, 보완과 처방은 사회적 동물로서 존재하는 인간의 조건을 구성하게 됐다. 한국 사회의 가장 긴급한 과제로서 ‘플랜B’의 사회적 보장이 필요하다.

2025-01-06

새해엔 희망 하나는 품고 살아야

김규인 수필가 새해 첫날의 전국 날씨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하의 날씨다. 차가운 바람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다. 정치는 어수선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은 우리의 마음을 졸인다. 기업체 경영자는 트럼프의 등장에 줄어드는 수익과 높아질 관세장벽에 근심이 늘어난다. 살아내야만 하는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도 몇 번이나 계산기를 두드린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도움의 손길 때문이다. 하루에 1만원씩, 1년간 모아 365만원을 기탁한 붕어빵을 파는 김남수 씨의 나눔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나눔을 실천한다고 다짐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이웃을 돕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이겨낸다.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 이은선 팀장은 경조사를 보며 답례품으로 받은 150만원의 상품권을 아동 학대 예방 및 보호 지원을 위해 내놓았다. 학대 피해 아동에 기쁨과 희망의 선물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고맙다. 이 팀장은 존셈봉사회 소속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는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고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이 한다. 구두를 수선해 하루 1만원씩 모아 365만원을 기부한 구둣방 부부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김주술 씨와 아내 최영심 씨는 힘든 시절을 겪고 나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나눔을 시작했다. 나눔을 통해 더 행복하며 얻는 것도 많다고 한다. 힘든 삶을 이겨낸 그들이 내미는 손길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긴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뭉치 8000만원을 포함하여 8003만8850원이 있었다. 그의 누적 성금은 10억4483만6520원에 이른다. 25년째 이웃을 돕는 그의 선행을 보며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를 배운다. 많은 돈을 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봉사의 참뜻을 배운다. 작은 도움에도 자신을 드러내기 바쁜 것이 요즈음 형태인데 말이다. 이들 외에도 각종 단체의 선행은 줄을 잇는다. 자선 경기를 열거나 자선 바자회 수익으로 이웃을 돕는 단체와 성금을 모은 산업체, 지속적인 선행을 하는 연예인들과 그들의 팬클럽 회원들이 불경기에도 이웃을 돕는다. 남을 돕는 것은 어려울 때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이 헛되지 않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잘 이겨내기를 빈다. 어쩌면 남을 돕는다는 것은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하기 힘들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가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른다. 돈이 없어 끼니를 굶어보았거나, 기업체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거나, 연예인들은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아픔을 안다. 그러하기에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선다. 약한 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길고 혹독하다. 힘든 시간에 옆에서 손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기운에 힘을 내고 언젠가는 밝게 웃을 것이다. 새해엔 어려워도 누구나 희망 하나 품고, 웃음 가득한 한 해가 되면 좋겠다.

2025-01-06

폐지

먼지를 뒤집어쓴 덮개를 걷는다. 헌책이 와르르 무너진다. 읽고는 쟁여놓은 책들이다. 해묵은 것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라면 상자에 책을 담았다. 네 상자 째 들고 나갔을 때, 마침 파지를 줍는 할아버지가 오고 있었다. 키가 자그마한 할아버지는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다. 하루는 밀짚모자를 쓰고 또 하루는 꽃이 달린 여자 모자를 썼다. 모자가 자주 바뀌어서 동네 사람들은 모자할아버지라고 불렀다. 할아버지는 책 더미를 보며 잇몸을 가득 드러냈다. 오늘은 횡재수가 들었다며 수레에 실린 짐들을 밀어내고 빈자리를 만들었다. 내가 거들려 하자 할아버지는 지저분해진다며 만류했다. 마지막 상자를 들고 나가자 할아버지가 상자 밑에 깔린 신문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새댁, 참기름 짰어? 신문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네” 참기름? 그럴 리가 없었다. 고소한 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엄마는 비싼 참기름은 아들에게, 싼 들기름은 딸인 나에게 주었다. 마음이 바뀌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의 편애는 눈에 훤히 보였다. 어쩌다 내가 상을 받아 와도 ‘우리 아들이 받아야 하는데’하며 속을 드러냈다. 내 아이가 전교 1등을 해도 ‘친손주가 잘해야 하는데’ 하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쏟아냈다. 엄마의 지갑 속에는 오빠네 가족들의 사진만 환하게 웃고 있다. 오빠에겐 늘 새 밥에 금방 한 반찬을 차려주지만 내가 가면 ‘어제 먹던 돈가스 있는데 데워 먹을래’ 하며 식어빠진 말을 던진다. 부리나케 들어와 싱크대 문을 열었다. 가지런히 놓인 두 개의 병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병뚜껑을 여니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웃음이 실실 났다. 엄마의 실수가 고소해서다. 전화기를 들었다가 놓았다. 실수일까, 진심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갑자기 참기름이 먹고 싶었다. 양푼에 밥통에 있는 밥을 모두 퍼 담았다. 열무를 꺼내어 넣고 김치도 잘게 썰고 계란 프라이도 부치고 김 가루를 뿌렸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었다. 꼬신내가 숲의 향기처럼 기분 좋게 내 몸에 먼저 닿았다. 그릇을 덮고 수저를 두 개 챙겨 재활용품 수집장으로 내려갔다. 김경아 작가 할아버지는 만선이 된 리어카를 끈으로 묶고 있었다. 할아버지 좀 쉬었다 일하라고 엄마가 준 참기름으로 밥을 비벼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이내 묶었던 끈을 풀고는 신문지를 꺼냈다. 겹겹이 포개어 자리를 두 개 만들고 손바닥으로 탁탁 치니 어느새 평평해졌다. 함께 밥을 먹긴 처음이었다. 나는 양 볼이 미어터지도록 밥을 밀어 넣으며 아들만 챙기는 엄마에게 켜켜이 쌓인 감정들을 꺼내 놓았다. 구석구석 묵은 감정들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냈다. 당신도 어머니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할아버지는 여자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했다. 모(母)는 어미고 자(子)는 아들이므로 모자를 쓰면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참기름이면 어떻고 들기름이면 또 어떤가. 손수 짜서 보내주는 엄마가 있는 새댁이 부럽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나는 숟가락질만 했다. 설움도 서운함도 함께 담아 비벼 먹는데 갑자기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솟아올랐다. 나는 몸을 돌렸다. 눈물이 났다. 엄마가 원하는 ‘착한 딸’로 살아온 지난 감정들이 빛바랜 스냅 사진 속에 들어 있는 끝없는 이야기처럼 불쑥 올라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반복될 감정의 멍에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 비워내고 지친 마음이 들어가 쉴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늘 참기름 실컷 먹었으니 이제 앙금은 리어카에 하나도 남김없이 다 내려놓아요. 고물상에 가서 폐지도 팔고 새댁 묵은 감정까지 팔고 오지요.” 할아버지는 몸을 일으켰다. 내게 환한 웃음을 보이고는 다시 리어카를 끌었다. 내 마음은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지만 내 묵은 감정까지 실은 할아버지의 리어카는 무거워보였다. 할아버지의 리어카가 보이지 않고서야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김경아 작가

20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