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지난 18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포항의 주력산업인 철강이 최근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 내수 부진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는 상황이어서 긴급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 제도 시행이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정부가 심각한 포항지역 고용 상황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제도는 기존 고용정책의 한계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지난 7월 신설됐다. 지정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이 제도 시행으로 실업자의 경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국민취업지원 제도에 참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포항시는 지난 3일 국내 3대 철강도시인 광양시, 당진시와 함께 긴급 단체장 영상회의를 가진 직후 정부에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신속한 지정을 건의했었다.
현재 철강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혹독한 외부환경은 기업이나 지자체 힘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포항시에 의하면, 지난해 포스코 2공장 2곳이 문을 닫고 현대제철 2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철강공단 근로자 수가 1000명 정도 줄었다. 대기업이 문을 닫으니 하도급 업체는 더 버티기가 힘들다. 자연적 포항 시내 골목상권도 붕괴하면서 빈 점포가 날마다 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발표된 한미 관세협상 공동설명 자료(팩트시트)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철강은 논의에서 아예 배제되며, 고율 관세를 그대로 맞게 됐다. 철강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법률)도 지난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반도체특별법과 함께 제외됐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철강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모든 산업의 뼈대이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지면 복구도 어렵다. 철강업계도 자발적 구조조정에 힘써야 하겠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K-스틸법을 비롯해 철강업계 지원을 위한 긴급처방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