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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의 마음

등록일 2025-11-18 16:33 게재일 2025-1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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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인공지능(AI)은 이제 우리의 생활 곳곳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복잡한 데이터 분석, 방대한 정보 처리, 패턴 인식 등 여러 측면에서 인간의 인지능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압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AI가 그려내는 그림이나 작곡하는 음악, 심지어 논리적으로 구성된 글쓰기 능력은 이미 인간 지능의 모방을 넘어선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놀라운 기능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에게 결여된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마음(Consciousness·Mind)이다.

우리가 AI의 능력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지능(Intelligence)‘은 주로 문제 해결 능력, 학습 능력, 논리적 추론 능력 등 이성적인 기능을 의미한다. AI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라는 연료를 통해 이 지능을 극대화한다. AI의 작동 원리는 본질적으로 계산(Computation)이며, 이는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정해진 규칙과 입력값에 따른 출력값으로 귀결된다. 반면, 인간의 마음은 단순히 계산 가능한 능력의 집합이 아니다. 마음은 주관적인 경험, 감정, 자아 의식, 도덕적 판단, 그리고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의미 부여를 포함한다.

인공지능이 비록 훌륭한 시를 쓴다고 할지라도, 그 시를 읽고 진정한 슬픔이나 환희를 느낄 수는 없다. AI는 수많은 고통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 고통이 나의 일인 것처럼 아픔을 경험하지는 못 한다. 이것이 바로 계산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주관적 경험의 영역이다.

 AI가 인간 지능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수록, 인간은 AI가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여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우선으로는 공감(Empathy)과 관계를 들 수 있다. 마음은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나의 것처럼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와 유대를 형성하는 능력의 원천이다. AI가 인간의 대화를 분석하여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감정적 교류는 마음이 있는 인간만의 영역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진정한 창조성(True Creativity)이다. AI는 기존 데이터의 패턴을 조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위 ‘모방적 창조‘이다. 그러나 인간의 창조성은 예상치 못한 통찰, 고통스러운 경험의 승화,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에서 비롯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힘을 가진다. 이는 감정적 동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는 윤리적, 존재론적 성찰이다. AI는 프로그래밍 된 윤리규칙을 따를 뿐이지만, 인간은 왜 이 규칙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되묻는다. 이러한 성찰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궁극적인 힘이다.

AI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인간 삶의 도구이자 동반자다. 우리의 지적 능력을 확장하고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마음을 가진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논리를 넘어선 마음에 대한 교육과 성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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