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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1-05 17:30 게재일 2026-0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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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초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사람의 삶이란, 다층적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지구생태계의 한 종인 생물학적인 삶에서부터 사회적인 삶, 철학적인 삶, 종교(영성)적인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

사람의 삶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생물학적인 삶이다. 동물의 일종으로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고 번식하려는 본능에 따른 삶이다. 가장 저 층위의 삶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모든 층위의 바탕이 되는 만큼 가장 기본이 되는 삶인 것이다. 물론, 생존만을 삶의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숭고한 이상과 가치도 살아 있는 것을 전제로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인간은 또한 사회적 존재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고 정체성을 형성한다. 가족, 친구, 공동체는 삶의 의미를 확장시키며 책임과 연대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 사회 속에서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동시에 사회는 경쟁과 비교를 통해 개인을 억압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적 성공이 삶의 기준이 될 때, 인간은 자아를 상실하기 쉽다. 따라서 사회 속의 삶은 소속과 자율 사이의 균형을 필요로 한다.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별 짓는 특징의 하나는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지금의 삶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질문한다. 철학은 이 질문에 대해,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해 왔다. 삶은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책임을 통해 형성된다. 의미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의미를 외면한 삶이 있을 뿐.

오랜 세월 인류는 삶을 종교적·초월적 관점에서 이해해 왔다. 종교는 인간의 삶을 우연이 아니라 목적을 가진 존재로 해석하며,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한다. 오늘날 종교적 신앙이 약해졌다고 해도, 인간은 여전히 자신을 넘어서는 가치를 필요로 한다. 정의와 사랑, 희생과 진리 같은 가치는 개인의 이익을 초월하며, 삶에 깊이를 더한다. 인간은 자신만을 위해 살 때보다, 더 큰 가치를 지향할 때 삶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삶의 이 네 가지 측면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이 모든 차원이 긴장과 균형 속에서 통합되는 과정이 삶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삶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분명한 방향은 없지 않다. 성장하는 방향, 책임지는 방향, 타인에게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삶은 깊어진다. 목적이 있는 삶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실패와 고통을 견딜 이유를 제공한다.

삶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태도가 곧 그 사람의 삶이 된다. 생존을 넘어 의미를 묻고, 관계 속에서 책임을 지며, 자신을 넘어서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 속에서 인간의 삶은 비로소 완성이 된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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