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불안은 인간 존재의 그림자와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돈을 모으고, 건강을 관리하며, 미래를 대비한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 삶의 질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대비해도 불안과 근심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불의의 사고는 한순간에 삶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결국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불안 그 자체보다 불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대다수 사람들은 불안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한편으로 불안은 인간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불안이 없다면 미래를 대비할 이유도, 현재를 소중히 여길 동기도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불안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건강한 삶의 출발점이다.
불안을 극복하려면 우선 삶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낳는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성숙한 이해다. 다음으로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다. 불안과 근심의 상당 부분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된다. 내일의 병과 사고, 노후의 불안까지 미리 끌어안고 오늘을 소진한다면 삶은 끝없는 걱정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내가 누릴 수 있는 감동과 기쁨, 일상의 노동과 휴식에 집중할 때 불안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는다.
세 번째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모든 불안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취약함을 인정할 때 불안은 견딜 수 있는 무게로 바뀐다. 건강한 공동체는 개인의 불안을 흡수하고 분산시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죽음을 외면할수록 삶은 불안에 잠식된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스스로 묻게 된다. 거기에서 내면의 힘과 회복탄력성을 길러진다.
건강한 삶이란 불안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불안함 속에서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히 걸어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돈을 모으고 건강을 관리하는 노력은 계속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담대해져야 한다. 불안과 근심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계기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 겸손해지고, 더 단단해지며, 더 인간다운 삶에 다가간다. 완벽하게 안전한 삶은 없지만, 삶의 불확실성을 껴안고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삶은 가능하다. 근심의 안개 너머에도 여전히 태양은 떠오르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내일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딛는 정직한 한 걸음이다. 그것이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고 진정으로 건강한 생을 영위하는 길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