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가게 마련이다. 지구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온갖 생명체들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생명을 가진 개체들의 죽음은 없어서는 안 될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떤 생명체도 생태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을진대, 삶과 죽음은 존재의 양면으로 동일한 비중과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는 특별한 측면이 있다.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 살고 죽는 생물학적인 조건은 여느 생물과 다를 바 없지만, 자신의 삶과 죽음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별난 존재다. 그런 인식능력 때문에 사람은 위기상황에 직면하지 않아도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게 된다. 불치병에 걸리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아니라도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불안을 안고 사는 것이다. 인류의 인지발달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일면이기도 하다.
인간이 안고 있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으로는, 먼저 생물학적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꼽을 수가 있다. 이는 동물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다음으로는 자아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괴로움, 평생 쌓아온 모든 것들과 함께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절망감 등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따른 고통과 죽음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도 인간만이 느끼는 죽음의 공포일 터이다.
인류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는 일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다음으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삶의 과제였다.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사상과 종교, 문학, 예술 등 모든 문화적 축적은 바로 그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그래서 완전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은 아닐지라도, 80억이 넘는 인구로 번성하고 찬란한 문명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것은 상당한 성과라 할 것이다. 불안과 공포가 오히려 삶을 추동하는 힘이 되기도 한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은 아무래도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상이나 철학도 종교만큼 확실하게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물론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동서고금에 수없이 많다. 우선은 삶과 죽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가르침이다. 인간은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무궁무진한 우주의 일부, 즉 우주적인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소멸에 대한 공포심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덜기 위해서 경제적 기반이나 건강관리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죽음을 탐구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죽음을 절망과 공포로만 인식하는 폐쇄된 자아를 벗어나서 마음을 열면 불안과 공포가 한결 희석될 뿐 아니라, 내가 처한 오늘의 삶에 의미와 보람, 감사와 기쁨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