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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황교안’으로 지방선거 치를 수 있나

등록일 2025-11-16 19:46 게재일 2025-11-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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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여야 정치권이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 매달렸다. 이재명 정부의 전반기를 평가하게 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선거를 독재로 가는 것을 막는 ‘마지막 저지선’이라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보수 세력을 끌어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잇달아 터져나오는 극우 성향의 몸짓들이 선거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좌우 균형을 맞춰가며 원을 넓히는 전략적 행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이다’라는 말은 ○○○에게 완전히 공감하고,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말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다. 장 대표가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한 것은 그 음모론에 100% 공감한다는 뜻으로 비친다. 장 대표가 말한 ‘우리’는 누구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의 씨앗이 됐다. 따지고 보면 멀쩡한 정권을 조기에 끝내고, 민주당에 헌납한 원인이다. 비상계엄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개는 이미 끝났을 수도 있다.

 

황교안 전 총리는 비상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부정선거 세력도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라면서 “강력히 대처하시라. 강력히 수사하시라. 모든 비상조치를 취하시라”라고 촉구했다. 더구나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라고 부추겼다.

 

황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한 것은 아니다. 내란죄로 수사하려는 특검을 이해할 수 없다. 내란죄에 대한 특검 수사를 이렇게까지 확대해야 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황 전 총리의 말은 분명히 반헌법적이다. 전직 국무총리가 한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히틀러의 수권법을 응원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황 전 총리는 “아무리 봐도 내란 자체가 없었다”면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하는 것이 내란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합헌인가. 그렇다면 굳이 탄핵 절차를 왜 만들어놓았나.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헌법의 틀에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서라면, 계엄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헌법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계엄령 발동에 대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국회마저 무력화하려 했다. 계엄령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정족수’까지 챙겼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은 견제받는 권력이지, 독재자가 아니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면서 견제 기관을 무력화하고, 헌법이 부여한 이상의 모든 권한을 한 손
에 장악하려 했다. 명백히 친위쿠데타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도 면회했다. 이어지는 언행이 극우편향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자살을 가져온 것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현재 상황의 출발이다.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을 무리하게 사면·복권해 재공천한 것부터 민심을 거슬렀다. 여론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독단이다.

 

총선 직전 전공의 파업에 대한 윤 전 대통령 담화는 민심을 뒤집었다. 참모들이 말렸지만, 그는 사전 상의도 하지 않은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선거를 앞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도피시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사건에 사과는커녕 내부 갈등만 일으켰다. 대통령 참모의 회칼 발언은 민심에서 유리된 오만한 대통령실 분위기를 반영했다.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물가고로 서민들이 고통받을 때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국회 다수당 독재를 만들어 준 건 윤 전 대통령이다. 더 큰 문제는 선거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비위를 맞춘 측근들도 문제다.

 

장 대표의 일련의 행보가 선거 필패의 윤 대통령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극우세력을 끌어안는 게 지지층 확장이 아니다. 극우를 안으면 더 많은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떠나는 걸 각오해야 한다. 정권을 다시 찾을 의지는 있는건가.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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