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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변혁의 리더와 그림자 리더

양만재포항지진 11·15지열발전 공동연구단부단장새해 지인이 나에게 책 선물을 했다. 주역을 해석한 책이다. 그 주인공은 포항시에서 2년여간 근무한 송경창 부시장이다. 신년부터 경북도 환동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내가 기억하는 송 본부장은 2년여 포항시에 근무하면서 포항시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흔히 ‘부’자 달린 지위는 있으나 마나한 자리로 평가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송 본부장은 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때로는 능동적인 자리매김을 하였고, 때로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지원하는 ‘그림자 리더’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보기 드문 가변성을 지닌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포항지진특별법안 통과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회의원들 앞에서 포항시민의 지진피해와 재건 방향을 심의할 때, 그는 흔들림 없이 간결한 담론으로 포항시민 고통과 법안의 긴급한 필요성을 대변했다. 깊은 내공 없이 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욱 인상적인 역량은 또 있다. 지진특별법안에 대해 정부가 70% 수준으로 결정할 즈음에 80% 수준으로 끌어 올렸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20%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포착해 국무총리 관계자들과 지진구재 심의위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축적된 역량을 발휘했다.포항시가 철강산업도시에서 전기 배터리 산업에로 변혁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유치하는데도 송 본부장은 이강덕 시장이 배터리 기업 CEO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하는 촉진자로서의 리더십을 무대 뒤에서 수행했다. 바로 ‘그림자 리더’로서 인정받을 부분인 것이다. 간부 직원들과 함께 포항시가 직면한 주요한 현안을 두고 대처 방안을 숙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흔적을 남겼다.나와 처음 만남은 2019년 포항지진에 관한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대처 방안을 두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시장 그리고 송 본부장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시작됐다. 그 이후 송 본부장과 오랜 지인처럼 서로 편안한 대화를 했다.그가 특별히 나에게 새겨준 인상이 더 있다. 내가 만난 공무원 중에서 보기 드물게 개방적인 마인드와 태도이다. 현안에 대한 학술논문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의 책상위에 책과 보고서가 가득했고 외국학술 자료도 거부감 없이 요구하고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또 하나. 그는 4차 산업에 남다를 관심과 지식을 보유하여 그 분야에 독특한 감수성을 보였다. 공직자라면 갖춰주길 바라는 덕목을 실제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포항시의 직원들을 상대로 특강하고 관련 포럼에 참석하고 책을 통해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 습득에 익숙한 공직자의 행동을 SNS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남겼다. 포항시가 전기배터리 산업의 전진 도시로 발전하는데 적지 않은 공로는 그가 오랫동안 축적한 학습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송 본부장이 안동이 아닌 포항시에 위치한 환동해본부의 근무지로 임명받은 것이 나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나만이 행복한 일이 아닐 것이다.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경북도민에게 행복을 주는 공직자이기에 그렇다. 그가 환동해본부장으로서 우리 포항시민과 경북도민을 위해 또 다른 창조적 흔적을 남기리라 확신하고 기대한다.

2021-01-11

‘윤석열 현상’의 정치적 함의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권력투쟁의 한복판에 ‘검찰총장 윤석열’이 있다. 그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역설한다. 정권안보의 선봉장, 추미애는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 조치들이 모두 부당하다고 효력을 정지시켰다. 징계권자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은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윤석열에 환호한다. 그는 대선후보 지지율 1·2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현상’이다.윤석열은 정치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다. 그것도 대통령이 임명한 현 정권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법치·공정·정의를 역설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예외 없이 수사하고 있다. 정권과 협력하면 보장되어 있는 ‘꽃길’을 거부하고 권력의 야만과 싸우면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국민의 뜨거운 박수는 ‘국민의 검찰’로서 정도(正道)를 걷는데 대한 지지와 감사의 표현이다.‘윤석열 현상’이 주는 정치적 함의(implication)는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정부여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그를 유력한 대권후보로 키워준(?) 것은 바로 폭압적인 현 정권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속적인 협박은 부패한 권력의 반증이었고, 그에 대한 압력이 강해질수록 국민의 지지율은 빠르게 상승했다. 또한 법원은 ‘문재인의 정의’가 아니라 ‘윤석열의 정의’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는 법적·정치적으로 완패했다. 정권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선출된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일 뿐이다. 위임한 권력을 남용할 경우 국민은 선거를 통해서 응징한다. 최근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정권교체 51.8%, 정권유지 38.8%로 나타나고 있다. 개혁을 외치던 정권이 이미 개혁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한편 야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크다. 대선 여론조사의 선두권에 오른 야당 후보는 없다. 정치의 뜻을 밝히지도 않은 윤석열이 가장 유력한 야권주자로 부상했다. 게다가 거대 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건 것은 야당이 아니라 윤석열이었다. 야당은 여전히 고언(苦言)의 수용에 인색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못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큰 비전과 전략은 없고 작은 권력에 탐닉하는 소인배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윤석열과 제1야당 중에 누가 ‘국민의 힘’이 되고 누가 ‘국민의 짐’이 되고 있는가? 윤석열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것은 ‘야당의 무능’도 한 몫 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윤석열 현상은 ‘한국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정치인들의 위선과 궤변에 지친 민심은 여야 정치권을 떠나고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국민들이 정의를 찾아 나선 길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가 바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나이 윤석열’이었다. “그냥 편하게 살지 왜 이렇게까지 살아왔는지….”라는 그의 탄식은 ‘정의를 위한 고통’으로서 국민에게는 희망이었다. 정치권은 ‘윤석열 현상’을 ‘윤석열 대망론’과 연계하여 권력의 논리로 폄훼하지 말고 그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21-01-11

챗봇 이루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기업인 스캐터랩이 지난 달 선보인 20살 인공지능(AI) 챗봇 캐릭터로, 출시 한 달도 안 돼 이용자 40만 명을 모았다.이루다는 스케터랩이 지난 2016년 내놓은 ‘연애의 과학’앱에 이용자들이 집어넣은 카톡 대화를 데이터 삼아 개발됐다. 연애의 과학은 연인 또는 호감 가는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집어넣고 2천∼5천원 정도를 결제하면 답장 시간 등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애정도 수치를 보여주는 앱이다.실제 인공지능으로 카톡 대화를 분석해 줘 유료인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만명이 넘게 다운로드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루다가 어느 챗봇보다도 자연스러운 말투였던 것도 실제 연인의 대화를 기반으로 했기에 가능했다.이루다가 논란이 된 건 인종,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표출하면서부터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사용자가 이루다와의 대화에서 레즈비언과 게이에 대해 질문하자 “진심으로 혐오한다. 진짜 화날라 그래”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사용자가 “흑인이 왜 싫은데”라고 묻자 이루다는 “모기같다. 징그럽게 생겼다”고 했고,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오 절대 싫어 미치지 않고서야”라고 답했다. ‘여성전용헬스장’에 대해선 “시러 거기 여자들 다 줘패고 싶을 듯”이라고 대답했다.논란이 커지자 업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차별과 혐오는 걸러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스캐터랩측에서는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으로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인공지능이 아직 사람처럼 자연스런 대화를 잇기 어렵다는 사실에 왠지 안도하게 되는 게 필자만의 감상일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11

김정은의 ‘핵 협박’ 메시지가 위험한 이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면서 핵잠수함 개발을 비롯한 무력발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문재인 정권 임기 마지막 해 국정 지지도 하락추세를 막아내기 위해 북한의 요구에 무리하게 응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 심각한 위험요소다. 이런 흐름이 미국 바이든 정권의 기조와 부딪칠 경우, 국가안보에 중대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실질적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첨단 군사 장비 반입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김정은의 이런 언행에 대해서 통일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최대의 관심 사항은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 하는 대목이다.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자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대화 재개 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월 필리버스터 토론에서 미국을 향해 “자기들은 5천 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어떻게 북한과 이란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올해는 김정은 답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솔직·대담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답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머지않아 집권당 내에서 김정은 답방을 위해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망이 짙어졌다. 송영길 의원의 핵무기 발언 후폭풍에서 보듯이 미국은 우리 정부·여당의 언행에 대해서 한껏 예민해져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한미 관계가 더 이상 삐걱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알맹이라곤 하나도 없는, 오직 민심을 홀리기 위한 화려한 남북대화 이벤트는 중단하는 게 옳다.

2021-01-11

상주 열방센터 관련 미검자, 방역에 협조해야

개신교 수련시설인 상주 BTJ열방센터발 집단 감염세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를 유발한 신천지 교회 때와 유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가까이 우리 국민은 불안과 고통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불행한 일들을 겪어왔다.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타격을 받아 지금도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사업장 존폐 위기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모든 국민이 정상의 일상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상주 열방센터는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지난 10월 실내 50인 이상 집회금지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당시 방역당국이 이를 고발하고 집합금지 안내문까지 게재했으나 이후에도 아랑곳 않고 행사를 강행했다고 한다.이 시설에서 현재까지 진단검사를 받은 872명 가운데 154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그들 중 45명이 전국의 종교시설이나 모임에 참석해 351명에게 감염증을 전파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열방센터를 방문한 사람이 145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 중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포항에서도 관련자 122명 중 7명이 확진자로 확인되는 등 대구경북에서 열방센터 n차 감염의 우려가 상당하다.문제는 2천837명의 열방센터 관련자 가운데 아직까지 70%가 검사를 받지 않고 있어 추후 열방센터 관련 n차 감염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위중한 상황을 인식,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열방센터 관련 대상자에게 검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는 방문 사실을 부인하거나 아예 전화를 꺼놓은 사례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방역당국의 강력한 조치로 최근 코로나19 증가세가 다소 누그러들고 있다. 11일에는 확진자 수가 41일 만에 400명대로 떨어져 코로나 기세가 한풀 꺾인듯한 분위기다.코로나 확산세를 잘 관리해야 할 이때 상주 열방센터가 새로운 감염원으로 등장할까 두렵다.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2천명 가까운 열방센터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방역협조가 절박하다. 당국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1-01-11

선동정치의 ‘먹이사슬’

안재휘 논설위원오랜 세월 지구촌 모범이었던 미국 민주주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도 훨씬 더 지독한 트럼피즘(Trumpism) 바이러스에 걸려 역사에 남을 오욕을 당하고 있다. 트럼피즘은 지난 2016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극단적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지지자들의 광신주의를 뜻한다. 트럼피즘은 백인 보수층의 권익을 우선하는 국수적 정책을 선동하면서 세계를 선도해온 미국의 보편적 가치를 무참히 파괴해온 선동정치다.트럼프 시대에 지구촌은 이 트럼피즘에 입각한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허 언행에 몸살을 앓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널뛰기식 돌발외교에 따른 북미 관계의 냉탕 온탕 변덕으로 한반도는 ‘북한 비핵화’라는 시대적 숙원을 둘러싼 널뛰기식 진동을 겪었다. 한때 한반도 평화에 획기적 진전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단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 내지는 악화일로다.지난해 11월 치러진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표를 도둑맞았다’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트럼피즘 바이러스에 중독된 지지자들은 급기야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쑥대밭을 만들었다. 트럼프는 늦어도 한참 늦은 ‘정권 이양’ 다짐을 내놓았다. 의사당 난입에 대해서 “그들이 책임질 일”이라는 트럼프의 비열한 모습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극치를 본다.트럼피즘이 미국 민주주의를 무참히 망가뜨리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한걱정을 늘어놓는다. 팬덤정치의 폐해가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리 정치의 현실과 정확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광신정치가 나라를 망가뜨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중국의 홍위병 사태와 독일의 나치즘이 남긴 상처는 깊고도 넓다.우리나라 팬덤정치의 병증(病症) 역시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다. ‘태극기 부대(극단적 친박근혜계)’와 ‘대깨문(극단적 친문재인계)’이 문제다. 광신정치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정신장애 군중들을 양산한다.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친조국 집회에서 우리는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중우정치의 막장을 보았다. 미국 민주주의의 망신이 우리에게 주는 자각의 신호는 명징하다.이제 더 이상 팬덤에 기대는 정치와 정치인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극단적 편견과 확증편향을 유도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선동질 유튜버들의 범람은 위험수위를 넘긴지 오래다. 결국은 우리 유권자들의 책임이다. 현실적 이해관계까지 얽힌 저질 정치꾼들의 농간질에 놀아나는 국민이 문제인 것이다. 정치가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그들 앞에서 딱한 먹이사슬이 되고 있는 유권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국민이 현명해지지 않으면 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제발 더 이상 놀아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편향된 이념 장사꾼들의 흉계의 꼭두각시 놀음으로 나라를 망치는 열등 국민으로 치욕스럽게 살아갈 것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

2021-01-10

또 꼬이는 한일관계… 실용외교력 빈곤의 제물

법원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떠름한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떠올랐다. 한일관계의 악화는 역사 문제를 악용하는 양국 정치권의 불순한 선동 책략과 실용적 외교능력의 부재가 빚어낸 제물이다. 새해를 맞아 부디 이 지루한 소탐대실 게임을 종식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며칠 전 재판에서 “일본 정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재판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반인도적 범죄 행위로서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수다.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 판결과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추가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 등 조치를 하게 되면 지난번보다 훨씬 큰 파장이 예상된다.우리 정부는 지난번 강제징용배상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해결된 사안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며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항소조차 하지 않겠다고 한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일본 정부가 과거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역사적·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옳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법원의 판결이라는 핑계로 능동적으로 한일갈등의 해법을 찾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강제징용배상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 만회를 노리고 선동의 불쏘시개로 써먹기 위해 또다시 ‘죽창가’를 불러대는 일이다. 걱정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1-01-10

동파·화재 잇단 동절기 사고 예방에 만전을

북극발 한파가 이어지면서 수도관 동파와 농작물 냉해, 화재 등 크고 작은 각종 재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전국에서 신고된 동파 피해가 4천800여건에 달했다고 한다. 또 수도권에서는 정전사고까지 발생, 4천여 가구가 추위에 떨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랭질환자도 발생하고 있으며 농작물의 냉해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 고창에서는 숭어 8만여 마리가 폐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대구와 경북도내 포항, 영천, 안동 등지에서도 동파사고 신고가 연일 접수되고 있다, 경주, 상주, 문경, 청도에서는 상수도관 동파에 따른 급수 지원도 했다. 영천 금호읍에서는 빙판길 교통사고가 발생해 60대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됐다.포항에서는 주말인 9일 저녁 수천 톤의 쓰레기가 쌓여 있는 남구 호동 쓰레기 매립장에서 불이나 수십대의 소방차가 동원돼 화재 진화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북극에 있던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시작한 북극발 한파로 대구와 경북지역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낙동강이 3년만에 결빙 현상을 보이며, 대구경북 곳곳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넘나들어 하루종일 영하의 기온을 나타냈다. 지난주 경북 의성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1도까지 떨어졌다.기상청은 북극발 한파로 인한 강추위가 이번주 12일까지 지속되고, 13∼14일 사이에 평년 기온보다 조금 높아지겠으나 당분간 추위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한파까지 겹쳐 각종 재난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행정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요망되나 코로나19 사태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당국의 한파 피해관리가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때다. 지금의 추위가 지속된다면 수도관 동파사고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양식장 냉해 피해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당국이 서둘러 사전 지도와 홍보로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농가나 개인도 사전 준비로 막을 수 있는 사고는 막아야 한다.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에 보온재를 채우고 수도관과 수도계량기도 보온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실내온도 유지와 외출시 방한복 착용도 실천하고 동절기 빙판사고 예방을 위해 감속 운전도 해야 한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위기에서 잘 벗어나야 한다.

2021-01-10

주객 전도된 경찰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 주화 중 구리 함량이 많은 2006년 이전 발행 동전의 경우 액면가는 10원인데 발행 비용은 무려 40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한동안 일었다.밥값 아끼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이나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더는 경우 등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비슷한 말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도둑이 도둑이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다.경찰 조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권력 기관이다. 나라마다 국민의 재산과 안녕질서를 위해 경찰 형태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다. 국가의 기강 유지를 위해서 경찰제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이다.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을 만들어 도둑을 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았다. 포도청의 포도대장 직급은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으로 했다. 민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는 것은 서민생활 보호와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털었다는 뉴스는 충격이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 뇌리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간다. 적반하장이고 주객전도다.경찰 한 사람의 범죄라기보다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한 나쁜 소식이다.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의 불신이 커진 데 덮친 소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날 경찰의 뼈 깎는 각오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0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최근에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로 2천500여년을 소환되어 온 소크라테스, ‘테스형’ 가사에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나온다.그렇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 힘듦의 연속이다. 간신히 버텨 큰 힘듦 없이 살아간다 싶을 때,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또 다른 힘듦으로 찾아온다.‘테스 형’이라는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왜냐하면, 인생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 즉, 기본 값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예외인 인생은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숙명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당신은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행복은 고통 없는 삶일까? 아니다. 행복을 인생의 기본 값으로 생각하는 데에서 불행이 온다. 항상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행복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잠깐이라도 고통이 완화되면 행복한 것이다.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많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세상을 살고 있는 한, 고통은 항상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과 관련해 “삶이 있는 곳에 고통은 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살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등과 같은 경구들이 인용된다.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인간도 고통 없이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인생은 고해(苦海)이다. 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으면 좋든 싫든 건널 수밖에 없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과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고통을 만나면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회피하여 어떻게든 도망치려 발버둥친다. 우리의 태어남은 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통은 인생의 기본 값이기에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해야 한다.우리가 불행한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고통 또한 우리가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한다. 인생의 기본 값이 고통이라는 것을 회피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을 수용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마주하면서, 그 참된 의미를 아는 순간부터 새로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그렇다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면, 이는 고통이고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는 다면 이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오랫동안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제안받고 그 일을 본인이 선택하였다”면, 이 영하 20도의 날씨는 그리 고통이 되지 않을 것이고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희망이고 행복일 수 있다.그렇다. 수동적으로 받은 고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고통을 받을지 선택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그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인생의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고통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통을 두려워 하지마라. 고통을 회피 하지마라. 고통을 수용하고 인내하고 지혜롭게 마주하는 것이 인생이다. 고통 그 자체는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고통을 다루면 행복이고, 고통에 짓눌리면 불행이다. 고통은 자기실현의 주제이다. 고통은 더 큰 자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람은 고통을 마주하면서 그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행복이 온다.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당신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행복이 다가올 기회가 주어졌음이니 이는 축복이다. 잊지 말자. 당신의 고통은 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다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2021-01-10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성공조건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최근 코로나 사태로 항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아시아지역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 매우 큰 항공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아시아국가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5~8%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두 번째는 아시아지역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아시아지역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 있으나, 많은 아시아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속속 출현하거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과 항공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항공요금 인하 효과는 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러한 항공수요 증가추세에 발맞춰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노선의 비중 축소와 직항(point to point) 노선의 비중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개별 국가들도 소수의 허브공항 육성 대신에 개별 지역마다 공항을 건설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공항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따라서 아시아지역의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대구·경북지역에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항공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것인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편리하고 빠른 교통접근성만 확보된다면 항공수요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인 바운드(in bound) 해외여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의 건설과 함께 대구·경북의 관광자원 및 산업 인프라와 연계해서 많은 외국 여행객들과 화물(물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국제공항은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gateway)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최근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경제권이 많은 국가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항공수요(여객수요와 화물수요)의 증가로 인해 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공항 주변에 물류산업, 바이오산업, 문화관광산업, 첨단제조업은 물론이고, 국제업무단지, 공항도시가 꽃을 피우는 현상을 볼 수 있다.특히 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은 향후 항공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친숙공항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공항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건은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30~4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한 공항철도의 건설과 접근도로망의 확충이다.인천공항이 공항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서울로부터 1시간 이상 걸리는 문제로 인해 2000년대 이전 서울의 관문공항이었던 김포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도쿄의 관문공항인 나리타공항이 도쿄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져 1980년대 이전 도쿄의 관문공항이었던 하네다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우리나라의 다른 지방공항들도 새롭게 건설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항공수요 확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공항철도, 도로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충청권의 관문공항인 청주공항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접근교통망의 확충이다. 청주공항의 경우 대전과 세종시로부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항철도 및 BRT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서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이니 만큼, 특히 공항철도는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구·경북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반듯한’ 민간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통합신공항이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긴 하지만, 군사공항 운영에 따른 제약 없이 민간공항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1본이 민항전용 활주로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돼야 연간 1천만∼1천500만 명 정도의 항공여객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아울러 새로운 공항의 건설과 관련 인프라의 확충은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단계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하여 대구·경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지역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21-01-10

진덕여왕릉에 오르다

새해 첫 나들이를 갔다. 코로나19가 더 번지는 바람에 사람 없는 곳을 찾다보니 인적드문 곳에 위치한 진덕여왕릉이 좋았다. 경주의 수 많은 유적지를 방문했던 우리도 이곳을 잘 몰랐고, 대중들조차 관심이 적은 곳이라 조용할 것이라 짐작했다. 역시 진입로부터 경주 시내가 아닌 한적한 동네로 접어들었다.반대 편에 차가 오면 길 한 쪽으로 피해서 기다려야 하는 시골길을 몇 번 구불거리니 길 끝에 주차장이 나타났다. 맞은 편 소나무 숲으로 오솔길이 나 있었다. 조용하고 가벼운 운동을 할 만한 곳으로 잘 고른 선택이었다.산책길에 우리뿐인가 했더니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큰 개를 데리고, 또 마라톤 복장으로, 손을 꼭 잡은 커플은 옷까지 맞춰입고 길을 오른다. 산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나치는게 일상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이내 사라졌다.우리가 진덕여왕릉에 오른 시간은 해거름 때였다. 능 주변에 소나무가 둘러서 있을거란 짐작에 나무사이로 드리운 햇살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역시나 한낮에 반짝였던 햇살이 오후에는 소나무 사이로 레이스커튼처럼 스며있었다. 어른어른거리는 햇살 사이로 봉긋한 능이 보였다. 발길을 멈추고 숨소리도 죽여가며 장관을 감상했다. 고요한 장면이 주는 행복이었다. 눈에 한껏 담은 다음에 그제서야 연신 카메라로 순간을 저장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오후 내내 능에 햇볕이 내려앉았다. 둘레를 천천히 거닐며 호석을 감상한다. 판에 새겨놓은 십이지신상이 세월에 깎여서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올해가 소띠 해이니 소를 찾아볼까 하고 들여다보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28대 진덕여왕은 그 유명한 27대 선덕여왕의 대를 이은 두 번째 여왕이며 성골로는 마지막 왕이다. 자녀가 없어서 사촌동생이 물려받았던 것이다. 선덕여왕릉은 여러번 둘러보았었다. 능을 오르는 숲길에 소나무들이 늘어서있는 모습이나 산 중턱에 위치한 분위기가 거의 진덕여왕릉과 비슷했다. 선덕여왕릉의 둘레에는 모양이 다른 자연석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만든 호석의 초기 형식이었다. 진덕여왕은 재위 8년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기록에 나와있는데 호석의 모습이 너무 발전된 형식이었다.선덕여왕, 진덕여왕, 그 다음 왕인 김춘추의 능인 무열왕릉에는 호석이 없다. 그 다음 왕이 누군가, 문무대왕릉은 경주 양북면 앞 바다에 있으니 호석이 있을리 없다. 호석을 보려고 더 찾은 31대왕은 신문왕이다. 신문왕의 호석은 자연석을 다듬어 반듯하게 만든 돌을 3단으로 쌓아 올렸을 뿐 아직 넓은 판에 십이지신을 새긴 것은 보이지 않았다. 33대 성덕왕의 능에 드디어 십이지신상이 나타났다. 그러니 28대 진덕여왕의 능을 만들 즈음에 유행할 형식이 아닌 호석이었다.김순희 수필가또 십이지신상의 조각 수법도 경주에 남아 있는 8기의 능묘 가운데서 가장 빈약하여, 진덕여왕의 능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둘레돌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석을 깔고 그 밖에 난간을 세웠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부재가 상당히 많다. 무덤 앞에는 이외에 별다른 석조물이 없고, 후대에 만든 통로와 축대가 있다.과연 이 능이 진덕여왕이 맞을까? 아니면 후대에 누군가 능을 보수하며 바꿨나? 기록에는 “진덕여왕이 왕위에 있은 지 8년에 죽으니, 시호를 진덕이라 하고 사량부(沙梁部)에 장사지냈다”고 하였는데, 이 사량부는 경주시의 남쪽 흥륜사(興輪寺) 터가 있는 일대로 추정되어 현재의 현곡리와는 정반대의 위치가 된다. 이 곳에 누운 분은 과연 누구일까, 잠시 다니러 온 우리가 그 비밀을 알기엔 너무 큰 그림이었다.가벼운 산책을 나왔다가 역사의 깊은 곳까지 나들이를 가버렸다. 따스한 눈길을 보내던 햇살도 저물어 길을 잃기 전에 현실세계로 돌아오려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길 끝까지 안내를 해주느라 소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봄에 또 오겠다며 눈인사를 나눴다.

2021-01-10

울릉공항 등 미래 발전 위해 최선

김병수 울릉군수새로운 꿈과 희망의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꿈과 소망 모두 다 이루시고,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린다.지난해는 울릉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울릉경제의 근간이 되는 관광객이 급감했다.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울릉군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하지만, 이러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울릉군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합심단결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군민의 불굴 저력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하는 한해였다.정말로 힘겨운 재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열심히 달려온 울릉군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올해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군민들께 약속드린 공약사항 이행과 각종 정책을 빈틈없이 실천하고, 군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한, 꿈이 있는 친환경 섬 건설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울릉공항 개항, 대형카페리선 운항 등으로 관광수요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에 대비해서 중장기 마스터플랜 계획을 수립, 추진전략과 중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해안 산책로 등 관광시설을 항구적으로 복구하고 우산국박물관, 남서일몰전망대 관광모노레일 등 새로운 관광 시설도 선보이겠다. 죽도 관광지 재개발과 울릉도 명산 성인봉(해발 987m) 원시림 탐방로 정비 등으로 기존 관광지를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급변하는 관광패턴에 적합한 관광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해서 많은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소비 심리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물 판매도 관광산업과 연계해서 판매를 확대하여 지역 경기도 활성화되도록 하겠다.살기 좋은 농·어촌으로 탈바꿈하고자, 울릉 화산섬 비즈니스 플랫폼구축과 어촌뉴딜 300사업 등 중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각종 농·어촌 정주기반 조성과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군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9월 연이은 태풍으로 피해복구비 813억 원이라는 크나큰 피해를 보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앞으로 울릉군은 태풍 피해복구를 신속히 추진해서 주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울릉소방서 신축예정 부지에 하루빨리 소방서를 유치, 응급헬기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서 군민들이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하겠다.군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군민의 삶의 현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소통과 섬김으로 군민과 함께하고 군민이 풍요롭고 행복한 군정을 이끌어 나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울릉공항이 개항되면, 울릉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관광 섬으로 우뚝 설 것이다. 해상날씨와 관계없이 주민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관광객 또한 100만 명대로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울릉공항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하루빨리 완공될 수 있도록,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시행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전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공항공사를 하는 도중에도 가두봉 구간에 터널을 개설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항 건설과 함께 침체한 지역 경기도 부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울릉공항이 하루빨리 개항돼서 민족의 섬 독도와 함께 아름다운 울릉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울릉군민도 바다만 바라보면서 더 이상 애태우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고자 적극적인 행정을 하겠다. 우리 공직자 모두는 그 약속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2021년 울릉군의 미래발전을 향한 희망의 길에 군민 여러분께서 늘 함께해주시고 큰 관심과 성원 당부드린다.

2021-01-10

소한(小寒) 집에 대한(大寒) 들다

윤영대 수필가새해 벽두부터 북극발 차가운 기운이 남으로 밀고 내려와서 한반도 전역이 얼어붙었다. 서해안은 폭설까지 덮쳤다. 한파 특보가 전국 대부분 지방에 발효되고 포항도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전국이 영하권이다. 형산강이 얼고 울릉도엔 30cm 폭설이 내려 설국의 장관을 연출하고 제주는 57년 만에 한파경보가 내렸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온 탓인가?‘소한 추위는 꾸어와서라도 한다’는 속담처럼 어디서 강추위를 한 보따리 꾸어왔는지 어제오늘의 추위가 매섭다. 우리나라의 겨울 추위는 대륙성 고기압인 저 북쪽 시베리아 기단의 활동에 기인하는데, 벌판에 하얗게 쌓인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대기의 하층 공기가 냉각되고 뭉쳐져 있는 그 힘을 대한 몰래 빌려온 것이리라. 찬 바람이 내려오면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어촌의 양식장 냉해 관리도 힘들게 되어 걱정이고, 얼어붙은 도로의 블랙아이스로 인해 교통사고가 많아지고 눈 위를 걸을 때는 미끌어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하며, 수도관 동파나 옥외 전기시설의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겨울이 펼치는 한파로 어차피 소한 땜을 한번 겪어야 할 것 같으니 외출 시 두껍게 차려입고 마스크를 꼭하고 모두가 각별한 주의로 이 겨울을 잘 지내야 하리라.추워지면 따뜻하게 하려다 보니 전열기들의 부하가 급증하여 전력수요가 늘어나게 되어 전력란도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전력 소비는 약 9천만KW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예비전력은 약 880만KW로 예비율 10% 정도로 다행이지만 한전에서도 석탄발전 감축과 LNG 306만톤 확보 등 안정적 전력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이러한 추위에 사회적 배려계층의 에너지 바우처도 확대 지원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한겨울 추위가 몰려오면 일상이 움추려드는 마음에 주위의 온도를 높이려고 애쓰지만 ‘적정 실내온도(20℃) 지키기’를 하며 에너지 사용을 적절히 잘 하여야 한다.삼한사온은 온대기후인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이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고 겨울엔 춥고 따스함이 사나흘씩 반복되는 날씨의 추임새도 좋다. 겨울은 한 번쯤 추워야 한다. 그래야 흙 속의 해충도 죽고 나무들도 껍질을 두텁게 한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장작 등 땔감을 마련하고 문풍지를 바르고 했던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폭설에 교통이 막히고 나들이에는 불편하지만 겨울엔 눈도 와야 된다. 겨울 가뭄이 들면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의 목이 마르다.어제 아파트 정원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니 털복숭이 망울들이 올망졸망 달려있기에 몇 가지 꺾어서 가져왔다. 고깔 모양의 투명한 유리 화병에 꽂고 물을 주었더니 고맙다고 속삭이듯 생기가 도는 듯하다. 베란다에 잊혀진듯 놓여있는 화분에도 따뜻한 물 한 모금 주어 양지쪽에 두었다.‘대한이 소한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이 소한의 추위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모두 얼어 죽어서 대한이 지날 때쯤부터는 좀 더 따뜻한 이웃들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추위에 좋다는 생강차 한 잔 달이고 비타민C가 풍부하여 겨울철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황금색 귤을 까먹으며 이 겨울의 한파를 희망찬 마음으로 녹여보자.

2021-01-10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1인 가구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2019년 기준)라고 하며, 그래서 그런지 거주공간들도 소형아파트나 소형주택이란 이름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전해 들은 고독사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뉴스에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고독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고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이런 고독의 문제는 대가족체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되고, 경쟁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잠재되어 있었다.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이후 어떤 사람들은 더욱더 고독해지고 그러다가 우울해지게 된다.최근에 필자는 60대의 1인 가구 여성을 심리상담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표면적인 호소는 잠을 못 잔다고 것이고 병원에서의 진단은 우울증이었다. 그녀를 세심하게 상담해보니 그녀의 문제의 본질은 고독이었다. 일찍이 사별하여 홀로 산 세월이 30년, 우연히 만난 이성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그러다가 결별. 그리고 찾아온 집착 및 우울. 그녀의 고독이 우울증이란 질환으로 발전한 것이다.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인 우울, 불안, 분노는 심한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적응을 초래하며 심지어는 생명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감정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감정만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상담현장에서 느낄 때가 많다. 즉, 외로움도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중요한 감정 중의 하나인 것이다.지금까지 외로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정보와 광고가 넘쳐나고 SNS상의 구독과 좋아요가 넘쳐나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 오면 우리는 외롭다.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게 된다.외로움 때문에 술을, 외로움 때문에 친구를, 외로움 때문에 게임을, 외로움 때문에 도박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외로움이란 감정도 인간의 적응을 위해서 진화론적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외로우므로 친구를 찾고 연인을 찾고 결혼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외로움이 역시 오래가고 심하면 마음의 병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자가치유 내지는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바야흐로 필요한 시대가 온 것으로 여겨진다.나의 ‘힐링을 노래하라’라는 책에는 100여 편 이상의 잠언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시들은 외로운 그 어느 날 하나씩 쓴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잘 보낸 긍정적 결과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쓰고 그 시는 책으로 출판되고, 출판되면 뿌듯할 것이고, 더욱더 외로움을 잘 즐기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로 가는 것이다.외로운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그것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라.

2021-01-10

소를 생각한다

나는 소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은 나의 풍요로운 기억의 원천이다. ‘차부’에서 내려 고개를 하나 건너가면 나오는 첫 번째 집 외갓집엔 없는 짐승이 없었다. 소를 키우고 돼지를 키웠다. 뒤란에는 닭장도 있고 토끼장도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 댁에 사는 소는 누런 황소였다. 아침이면 부엌에서 소 여물을 쑤는데, 쇠가마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던 광경이 떠오른다.공주 살 때는 아직도 달구지가 다녔다. 행길에 말도 있고 소도 있었는데, 소달구지가 태연히 버스 옆으로 지나다녔고 길에는 소똥이 푸짐한 모양으로 떨어져 있기도 했다. 대전 살 때 소는 이제 흔한 짐승이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 건너편에 피혁공장도 있고 뭣보다 도살장이 있어 거기서 소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소 잡는 게 무슨 구경거리일 것도 없는데 한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 죄 없는 짐승 죽는 거 보러 차마 가지는 못했다.나중에 문단에서 사람들을 여럿 사귀었는데 그중에는 고흥이 고향인 작가 전성태도 있었다. 그가 ‘소를 줍다’라는 소설을 썼는데, 소를 못 가진 집에서 자란 아이가 홍수에 떠내려온 소를 기르다 아버지가 주인 찾아 주는 바람에 애닯아 하는 얘기였다. 지금 이 소설은 중학생들 보는 교과서에도 나온다.좀 지내다 보니, 시 평론도 하게 됐는데, 이시영 시인이 뭐라 하는 제목의 시를 쓰셨다. 정육점 주인이 육괴를 이리저리 다 처리하고 쉬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한 사람이 살기 위해 고기를 늘 다루어야 하는 생활의 정경이 자못 안쓰럽고도 역설적으로 평화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백무산 시인이 소를 잡는 광경을 본 이야기를 시로 담아 읽었는데, 그 처참한 광경을 담담히 서술해 놓은 것이, 시가 보일 수 있는 한 진경을 그려놓은 것 같아 여러번 되풀이 음미해 보기도 했다.‘옛날’ 성실하고도 고독해 보이는 작가 황순원의 장편소설 가운데 ‘일월’이라는 것이 있다. 백정 집안의 피를 받고 태어난 한 인텔리 청년이 자신의 가문의 ‘비밀’에 정신적인 압박을 느끼는 이야기였다. 6·25 전쟁은 한국 사회에서 백정 계급을 최종적으로 해체시킨 역사적 사변이었을 텐데, 바로 그 뒷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 작가 시마자키 도손이 쓴 ‘파계’의 ‘비밀’과 소 잡는 풍경을 이어받은 것이었다.소는 말없이, 최후까지, 남김없이 주는 희생일 것이다. 소를 생각하다 보니, 올 한 해는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살아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1-07

코로나시대, 도서관에서 책을 테이크아웃 하라

조정희 대구 수성도서관장톨스토이의 지혜를 얻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생각을 깊이 해보는 숙고(熟考)이며, 두 번째가 경험에서 오는 것이며, 세 번째가 모방이 하나의 방법이라 했다. 우리는 지혜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때로는 다양한 학문을 토대로 한 문화강좌와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하여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알고 그 플랫폼으로 도서관을 활용했으며, 도서관 가까이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곤 한다.이처럼 지혜의 보고였던 도서관 이용마저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위축되고 말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코로나가 소멸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모두들 숨죽여 있었으나 그 끝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전국의 도서관들은 북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도서 택배서비스, 전자책 서비스, 부분개관 등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민에게 지혜의 책을 선물하고자 노력했다.대구 수성구 만촌1동에 위치한 수성도서관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RFID 기반의 스마트도서관 구현으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도서관 입구에 365일 무인자가반납기 1대, 자가대출반납기 3대 등을 설치해 이용자들의 자료이용(대출반납)에 편의성 및 효율적인 자료 관리로 시민들의 만족도 재고에 힘썼다.더불어, 바로 옆에는 올해 말을 개관목표로 대구시에서 지하 1층 지상3층의 대구생활문화센터 조성공사를 하고 있어 지역주민에게는 최고의 교육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완벽하리만큼 잘 가꾸어진 도서관을 전면 개방하지 못하고 부분개방만 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어떻게 해소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가 제한되는 도서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온라인의 역할이 확대된다고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정보격차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수성도서관 이용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도서관의 안전 수칙에만 따라주면 이용자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2021-01-07

‘MB·朴 사면론’ 역풍에 입지 좁아진 청와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던진 ‘MB·朴 사면론’이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무슨 꼼수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뜻밖으로 일부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친문 골수 지지층이 앞장서서 이 대표의 제안에 몰매를 가하고 이 대표가 한 발 두 발 물러서면서 흐지부지돼가고 있다. 사면권이라는 고유권한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여지는 한없이 줄어들었다.사면 이슈에 관해 찬반이 팽팽한 국민 여론이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면 찬성 응답은 47.7%로, 반대 응답은 48.0%로 집계됐다. 무당층에서 찬성이 50.0%, 반대가 41.1%로 나타난 결과에 눈길이 간다.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사면론에 대해 “사과와 반성 없는 사면 복권은 국민들께서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민주당이 사면에 ‘당사자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자 옛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격앙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시중 잡범들에게나 하는 얘기”라며 발끈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을 노리개 취급한 것”이라고 격분했다. ‘원조 친박’ 이정현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극한 처지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짓”이라며 흥분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면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거리를 두고 있다.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다수의 횡포’ 늪에 빠진 한국 정치의 기류를 바꿀 극적인 전환점이 되려면, 대통령이 큰 눈으로 판단해 단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이 중차대한 문제까지 ‘갈등 정치’의 먹잇감으로 악용하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 중도층의 찬성 여론을 깊이 읽는 게 옳지 않나 싶다.

2021-01-07

코로나 확산세 주춤, 방역 고삐 늦추면 안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완만한 감소세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1주일 국내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대에 머물러 이같은 정부의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지난주 월-목요일까지 확진자 수는 808명→1천46명→1천50명→967명으로 이어졌으나 이번 주에는 1천20명→751명→840명→870명 등으로 나타났다. 사흘 연속 1천명 아래에서 확진자가 유지되고 있어 확산세가 잦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국민의 협조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요양병원과 교회 등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한 집단 발생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신규 확진자는 언제든 1천명대로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감염원이 불분명한 전파가 늘고 가족간 전파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1주일간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 260여건 중 가족간 전파가 1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라 하겠다.정부의 강화된 방역조치가 2주간 더 연장되면서 영업장을 폐쇄한 업주들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사업종이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식의 정부지침에 대한 불만이다. 해당 업소로서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정부 당국의 보완 여부에 따라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중대본은 이 문제와 관련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반발시위를 의식,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길까 걱정이다. 방역지침이 쉽게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역기준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 실제적이고 정밀한 지침을 새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코로나 백신 접종이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국민이 궁금해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하루빨리 밝혀 코로나 극복을 희망하는 국민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 국민의 불편과 자영업주들의 막심한 피해를 감수하고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착오로 우왕좌왕해선 안 된다. 실효적 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 당국의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일수록 방역의 고삐를 더 조아가며 슬기롭게 헤쳐가야 한다.

2021-01-07

대통령, 어디 있나요?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대통령,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탓에 필자에게도 ‘타박성’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달리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청와대서 근무중”이라 답할 수 밖에….돌이켜 보건대 문재인 정부들어 여러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던 공약과는 달리 수도권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세입자 편들려고 만든 임대차3법도 역효과를 내는 바람에 서민들이 전세대란의 고초를 겪고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시지가 현실화가 추진돼 종부세와 재산세가 크게 올랐다. 세금폭탄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영세소상공인들의 목줄을 죄고있다.‘멀쩡히 근무 잘 하고 있는’ 대통령을 찾는 목소리가 처음 크게 들린 것은 지난 해 9월 서해상 실종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 총격 사망 사건때였다.국민의힘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 첫 주자인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조국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임명해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총수를 찍어내려다 법원의 제동에 막혀 허둥지둥하는 행태 역시 꼴불견이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에 앞장세웠을 때 그토록 신임하고 예뻐했던 윤석열 총장이 아니었던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등 권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사를 멈추지 않자 법무장관을 앞세워 찍어내려다 실패한 모양새다. 대통령이 세운 총장,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을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했다. 정치적 부담을 덜려다 더 흉한 꼴이 됐다.동부구치소 생지옥사태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주무장관인 추미애 법무장관은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고도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다가 확진자가 1천명에 이르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그제서야 슬며시 사과문을 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구치소 특별 점검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백신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잇따랐을 때도 청와대는“대통령은 해외백신 구입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변명했다. K방역이 세계를 선도한다며 자랑하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대통령이 수 차례 지시했는데 아랫사람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면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레임덕이다. 또 만일 대통령이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둘러댄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레임덕보다 더한 거짓말이다.최근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애드벌룬으로 띄우자 강성‘친문’이 펄쩍 뛰었다. 대통령은 모른척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의 리더쉽이 아쉽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래서 홀로 묻는다. “대통령, 어디 있나요?”

2021-01-07

출산 장려금

로마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그 가운데 인구감소도 한가지 요인으로 손꼽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미혼여성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공직 등용시에는 능력이 비슷하면 다자녀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등 적극적 출산장려책을 썼다고 한다.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가 외국의 의존없이 자국내 경제활동만으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1억명 정도의 경제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구 15억의 중국은 내수 경제로만 200년 이상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인구 5천만명에 불과해 국제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인구수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불황이 닥치면 국내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인구수를 늘리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다급한 문제다.한국은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187개국 중 187위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명이다. 가임여성 1명이 1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연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질러 인구의 자연감소도 본격화됐다.인구감소 충격이 밀어닥친 지방도시들이 새해 들면서 출산장려금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경남 창원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내걸었다. 결혼한 부부가 1자녀를 낳으면 1억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 주고 2자녀면 원금의 30% 탕감, 3자녀는 전액 감면해주는 정책이다. 이밖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새해 들어 출산장려금을 대폭 올리는 출산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도시의 위기감이 표출된 정책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07

2021년은 어둠의 끝으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21년은 어수선하게 시작되었다.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를 난입하여 상·하원 합동 회의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또 한 어린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했다는 뉴스로 분노에 찬 소리가 들린다.21년 전 새천년의 역사를 시작했고 이제 3번째 10년(Decade)을 맞이하는데 어둠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2020년은 사용하지 않아서 나이를 한 살 안 먹어도 된다는 조크도 들릴 정도로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고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학생들이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 하고 많은 회의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 되었다. 친구나 친척을 만나는 일도 취소되고 여행도 거의 하지 않아 해외로 나가는 공항의 주차장은 텅 비었다고 한다.민주주의의 최고봉이라는 미국에서조차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의회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사태가 마무리 된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상징 미국의 명예는 많이 추락했다.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에서 전문가들은 입양부모의 적격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민간 입양기관의 책임을 지적했다. 세 차례의 신고에도 신속 대응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입양 프로세스 매뉴얼을 고치고 사후관리를 강화한다고 북새통을 떨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될 지는 불투명하다.전 대통령 둘을 교도소에 보낸 한국의 보복정치는 끝을 모르고 있다. 전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내는 전통은 한국이 정치 후진국임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가 된다.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자문역을 하는 아름다운 선진국의 전통을 왜 우리는 배우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대학들 특히 사립대들은 더욱 어렵다. 필자가 있는 대학이나 자문을 하는 대학들 모두 사립대이다. 재정난은 한국의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더욱 힘들다.미국처럼 정원 자율화, 등록금 자율화까지는 못가더라도 대학에 자율성을 주어 운영토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자율형 사립고’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니 대학의 자율화가 언제 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율형 사립대’ 제도를 도입해 일부에 대해서라도 규제를 풀면 어떨까라는 주장에 필자는 동의해 본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은 어둠의 끝이 보여야 하고 그 어둠을 탈출하는 것이 2021년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전세계의 확진자 숫자는 줄지 않고 사망자의 숫자는 늘어만 가지만 백신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2021년은 코로나가 사라지고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어둠의 끝이 오길 기대해 본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 “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do ”(어려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견딘 사람들은 오래 간다) 라는 유명한 로버트 쉴러 박사의 말로 희망을 가져 본다.

2021-01-07

파사현정(破邪顯正)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신년 벽두에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떠올린 말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올해는 부디 온갖 사악한 것들을 타파하고 올바른 것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사현정이란 말은 본래 불교용어였다. ‘우리가 일상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를 속제(俗諦)라 하고, 붓다가 발견한 진리에 근거한 삶의 이치에 관한 담론을 진제(眞諦)라 부른다. 이 두 세계를 걸림 없이 넘나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실천적 도리인 중도(中道)인데, 그 중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인 다르마(眞理)에 어긋나는 것에 맞서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이 파사현정’이라고 한다.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해인 2017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파사현정이었다. 그 말을 추천한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한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 엘리트 집단, 기득권층의 갑질, 그런 독점의 민낯이 드러났는가 하면 정치·경제·교육·법·역사·제도·문화·도덕, 그런 기획과 실천까지 장악해버렸고, 끼리끼리 몰아주고, 또 그런 배분의 방법과 룰과 도덕성, 심지어는 아름다운 이미지, 또 그런 세습까지 독점해버렸다. 그런 광신적 패거리들로 바깥에서는 세월 호처럼 엉망진창으로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절대정신을 다르게 표현해본 것이 파사현정이다.’라고 했다. 그와 똑 같은 말을 일 년여 남은 이 정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인가.21세기에 들어 요즘처럼 혼란과 비정상과 천박함이 판을 치는 정치가 없었다. 위의 최 교수가 규탄해 마지않은 지난 정권 말기에는 그래도 지금처럼 막가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는 아니었다. 적어도 잘못이 드러나면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고 사과할 줄도 아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다. 법치도 상식도 양심도 깡그리 깔아뭉개고, 비리와 부정이 드러날수록 오히려 기세 등등 큰소리치고 역공을 가하는 뻔뻔스러움은 사이비 광신자들의 집단을 무색케 한다.어느 정권이든 그 당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지난 정권도 그렇고 현 정권 역시 국민들의 지지와 선택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정권을 바꾸려면 국민이 바뀌어야 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보다 높아졌을 때 보다 나은 정부도 가능해진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안정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극성 지지자들이 많을수록 더 심하게 부패한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끊임없이 우민화정책을 쓴다.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어리석고 피폐하게 만들어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나치에 휩쓸렸던 독일 국민들이 패망이란 대가를 치르고 정신을 차린 것을 거울삼아, 좌파운동권들의 사회주의적 망상에 휩쓸린 대한민국도 이제는 각성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바른 소리를 내어야 한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댓글이라도 달아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그것이 패역한 무리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요, 파사현정이다. 방관하는 것은 방조하는 것이다.

2021-01-07

코스믹 댄스(the cosmic dance)

강영식포항 하울교회 목사아이들이 어릴 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아빠, 하나님이 왜 모기와 같은 해충을 만드셨어요?” 정말 모기는 해만 끼치는 해충일까? 수많은 모기의 유충들은 곤충들의 양식으로 모기가 없으면 먹이사슬의 체계가 무너지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더러운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들이 있는데 걸음을 방해하고 옷을 더럽히는 무용한 웅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수많은 이 작은 웅덩이들은 물을 담수하고, 주변의 생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기온과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나에게는 해로운 것일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생명을 살리는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자연은 그 어느 것 하나도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요 생명체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만물을 연계하여 상생케 하는 우주 생명의 기운이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생겨난 작은 바람이 태풍에 영향을 끼친다는 ‘나비효과’도 모든 만물의 작은 움직임이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서로 영향을 끼치는 합연적 존재임을 의미한다. 내가 내 쉬고 흡입하는 숨 하나하나가 우주생명과 연합하는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우주의 모든 생명은 성령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했고 그 성령을 ‘숨(호흡)’이라고 했다. 내 가 내 쉬는 한 숨 한 숨이 생명의 기운으로 성령이라는 것이다. 온 우주는 그 생명의 숨으로 가득 찼고 그 상태를 신학적 용어로 ‘성령충만’이라 한다.J.E.러브룩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각기 독립된 개별체가 아니라 서로의 생명을 연계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하나의 몸을 이루면서 그 움직임 하나하나는 생명의 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토머스 머튼은 ‘우주적인 춤(the cosmic dance)’이라고 했는데 곧 성령의 춤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와 풀들의 움직임, 파도의 출렁임, 별들의 반짝임, 나비의 나풀거림 등등 이 모든 것이 생명의 힘으로 가득 찬 환희는 ‘코스믹 댄스’이다.팬데믹은 공생하며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태파괴로 인하여 거주지 잃어버리고 인간을 숙주로 택한 것에서 생긴 것이다. 이런 생태파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려는 우주적 춤을 거부하고 인간만이 홀로 추는 춤, 독무(a solo dance)에서 비롯되었다. 팬데믹의 근본적 해결책은 더 이상 독무하지 않고 우주적인 춤을 함께 추는데 있다. 예수께서 하신 말 “너희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았다”는 말의 더 큰 뜻은 우주만물의 생명을 살리는 우주적 춤을 추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코스믹 댄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21-01-06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해를 넘기며 가슴 아픈 뉴스가 들려왔다. 입양한 어린아이를 때려죽인 양부모. 세상이 무너진대도 그럴 수는 없다. 그럴 만한 까닭은 도무지 안 보인다. 대학까지 나온 부부는 둘 다 목사님 자녀라고 했다. 교육과 종교는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가.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와 교회는 어찌 입을 다물었는가. 개인의 잘못이라 비난하며 성찰없이 혀만 차고 말 터인가. 안타깝고 불쌍한 건 정인이의 어린 생명뿐일 것인가. 언론이 다루는 수다한 이슈들처럼 짧은 동안만 후루룩거리고 말지는 않을까. 피어나 보지도 못하고 한 아이의 온 세상이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아동학대.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사례들이 2001년에 2천105건이었다가 2018년에는 2만4천604건에 이른다고 한다. 열 배도 넘게 증가한 셈이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과 유기 등으로 구분되지만 정인이의 경우는 매우 복합적인 학대를 겪은 일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대하고 어른이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는 없을까. 아동학대 경우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는 우리 안의 인식이 나아지기 보다 부정적인 방향을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그러는 것일까.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일일까. 폭력의 모습에 경악함을 넘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하여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르(Francisco Ferrer)는 ‘권위에 의한 어떠한 억압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모든 폭력에 반대하였다. 그 어떤 선한 명분을 가진다 해도 아이에 대한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것이다. 모든 권위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교육을 주창하였으며, ‘폭력의 배제’가 교육의 방법이자 목표여야 한다고 했다. 우등생과 열등생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학을 잘 하거나 미술을 잘 할 뿐이라고 했다. 경쟁으로 휘몰아가는 교육에서 협력으로 함께 일어나는 교육을 선언하였다. 교육의 장에 서 보기도 전에 폭력으로 스러져간 생명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언론이 ‘아동학대’ 이슈를 붙들고 있는 데서 한 자락 희망을 본다.해결책언론(Solutions Journalism). 뉴스는 선정적, 충격적, 부정적이어야 한다고 인식하여, 보여주고 드러내는 데만 집중하는 언론행위는 독자를 피곤하게 한다. 2008년 미국 AP(Associated Press)의 발표에 따르면, 젊은 독자들이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휘발성이 높은 언론보도를 회피한다고 하였다. 오늘 독자들은 여러 이슈들에 대하여 시민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 사회가 제시할 접근방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이며 실증적인 솔루션을 향한 지향점을 제안하는 언론행위를 기다린다.어린 생명의 희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아동폭력만큼 비열한 행위도 드물다. 교육과 종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법과 제도는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사회와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1-01-06

대구권 광역철도, 대구경북 통합 마중물 되길

경북 구미-칠곡-대구-경북 경산을 잇는 대구광역권 철도사업이 2023년 완공될 예정이라 한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대구광역권은 40분대 거리로 단축되면서 사실상 단일 생활권으로 묶어진다. 대구권 광역철도는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대도시 광역철도망 고효율 사업이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여유가 생긴 기존 철도 선로를 개량해 전동차를 투입하는 방식이어서 사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 별로 없다. 철도공단은 광역권 철로를 건설하고 철도공사는 열차운행을 맡으며 자치단체는 차량 소유와 운영손실금을 부담하면 된다.대구권 광역철도가 통과할 구미 사곡역이 이미 착공됐으며 서대구역사는 올해 중 완공된다. 특히 서대구 역사는 광역철도 말고도 KTX 고속철도와 대구산업선을 함께 사용하는 허브역사로 건립될 예정이어서 서대구지역의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대구권 광역철도는 총연장 61.8km로 정거장 7군데에 하루 편도 61회 운영될 예정이다.2008년부터 추진된 대구권 광역철도가 다소 늦어진 측면은 있으나 개통 자체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으로 대구와 대구 인근도시는 획기적 변화를 기대해도 된다. 도심간 교류가 촉진되면서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또 경제영역이 넓어지면서 대구권의 경제지도를 바꾸게 된다. 각 도시 공단근로자의 출퇴근이 용이해지고 인력교류가 쉬워지면서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혼잡한 대구도심 공장의 지방도시 이전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도시간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와 관광 진작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교육과 문화시설에 대한 교류도 활발해질 수 있다. 2010년 개통한 서울-춘천간 경춘선 전철 효과를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무엇보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지면서 동일생활권으로서 동질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경제통합이나 행정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광역철도 건설을 계기로 대구시와 경북도는 광역권 경제를 위한 더 큰 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대구권 광역철도가 대구경북 통합의 신호탄이라는 생각으로 통합에 대한 각오를 다져가야 할 것이다.

2021-01-06

앱테크

앱테크는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재테크 풍조를 일컫는 용어다.앱을 통해 광고 시청, 특정 상품 관련 퀴즈 맞추기, 사이트 회원 가입, 앱 다운로드, 잠금화면에 팝업 광고가 뜨는 만보기를 설치하기 등의 행동을 통해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실제 자신의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재테크 방식이다.예컨대 앱 ‘캐시워크’ 팝업 광고를 보며 매일 1만 보를 걸으면 최대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앱을 활용하면 2달 후엔 약 6천캐시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구매하는 식이다. 스마트폰만 휴대하면 어디에서든 간편한 방법으로 재테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단체에 필요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모바일로 해주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미션형 앱도 존재한다.또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그리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전자나 종이 영수증과 바코드를 등록해 포인트를 적립 받는 ‘캐시카우’앱도 인기다. 상품별로 각각 지급 포인트 금액과 한도가 달라 하루에 몇 건, 몇 포인트, 상품 몇 개를 포인트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구매일 포함 6일 이내의 영수증이면 앱에 등록할 수 있고, 5천포인트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바꿀수 있다. 앱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에는 각종 리워드앱의 특징과 포인트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카페동호회도 속속 생겼다.최근에는 주요 리워드앱의 특징 등을 소개하면서 이를 이용해 벌 수 있는 금액까지 알려준다. 앱테크는 기업입장에서 마케팅 수단이나 비지니스 모델로 유용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팁으로 사용하면 제격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6

동부구치소 코로나 감염, 그냥 넘길 수 없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 66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6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교정시설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천191명으로 집계됐다. 동부구치소에서 일어난 끔찍한 반인륜적 행태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K-방역에 대한 자랑에 정신 팔린 정부의 속살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결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소재를 가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마땅하다.동부구치소에서의 집단감염 사태는 뒤늦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듭 사과를 하고, 이용구 차관이 매일 방문하다시피하고 있으나 ‘보여주기’ 식 대응이란 지적과 함께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법무부의 모든 행정이 ‘면피’를 위한 것으로 비칠 만큼 민심은 악화일로다.동부구치소에서 일어난 집단감염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소극적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27일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12월 18일에야 처음으로 전수 검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말에도 일반 수용자와 확진자를 같은 방에 배치했다는 증언마저 나오고 있다. 코로나에 희생된 재소자 가족에게 코로나 확진이나 사망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고, 유족도 모르게 화장까지 했다고 전해진다.국민의힘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부는 세월호 선장과 뭐가 다르냐”고 질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책임자 추 장관에게 살인에 준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코로나 방역이 그 어떤 국가사업보다도 중대하고 시급한 사명이라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터럭만큼도 없다. 이 중차대한 사명을 망각한 정부와 법무부, 그리고 방역 당국의 잘잘못은 반드시 따져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국가의 기강은 엄정한 ‘책임 규명’에서 비로소 바로잡혀진다.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2021-01-06

교사가 답이다!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그렇게 하고 어떻게 삽니까!”지난주에 교사 초빙 공고를 냈다. 공고 끝부분에 급여와 근무조건이 다르니 지원하기 전에 꼭 학교로 먼저 문의하라는 내용을 적었다. 공고가 나가자마자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비록 인가 중학교이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여가 다른 학교 선생님에 비해 적고, 급여 체계도 다릅니다.”여기까지 말하면 백이면 백 전화기 너머에서는 한숨 소리가 크게 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혹여나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물어보면, 자본주의가 점령한 이 나라 교육 판에도 오로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필자는 더 힘을 내어 설명한다.“기숙사 학교여서 출퇴근 시간이 빠르고 늦습니다. 저녁에는 저녁 교육 프로그램 지도해야 하고, 아침에는 식사 지도까지 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한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교육에 투신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어렵습니다.”굳이 끝부분의 말은 안 해도 되지만, 필자는 그들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꼭 한다. 인내를 가지고 필자의 설명을 끝까지 듣는 사람도 드물지만, 투신이라는 말이 끝나면 공통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헛웃음이다. 간혹 헛웃음 소리와 함께 비속어가 들릴 때도 있다. 7년 동안 경험한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달랐다.2020년 12월 31일, 늦은 오후에 역시 문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아주 젊은 사람이었다. 학교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어 보였다. 듣는 태도가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자세히 학교의 근무 여건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통화가 끝나고 필자에게 따지듯 물었다.“교사도 사람인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삽니까! 대단하십니다.”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으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이 전화 한 통으로 확실히 이해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교육에 투신하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교사도 사람이다. 교사도 월급쟁이가 된 이상 다른 직장인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교사가 많다.또 이를 위해 단체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요즘은 워라밸 대신 워라블(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의 조화)을 외치기도 한다.물론 둘 다 필요하다. 교사가 힘이 있어야 교육도 힘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교사의 힘은 예전에 비하면 넘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다. 교육 재건의 몫은 바로 교사다. 교사 개인의 삶도 삶이지만, 그것보다 먼저 이번 방학에는 사표(師表)가 무엇인지, 또 진정한 희생과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선다.

2021-01-06

새해의 소망, 한국인의 자긍심 회복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해가 바뀌어도 이 나라 정치는 시끄럽기 그지없다. 여야 갈등은 더욱 첨예하고 진영 간의 편 가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정쟁을 멈추었다는 소식은 언제 들을지 의문이다. 이러다가 나라가 거들난다고 불안해 하면서 서로 그 책임은 상대방에 미루고 있다. 모두 교수신문이 말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요 ‘내로남불’이다. 서로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나를 뺀 한국인은 모두 안 된다는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를 인정하는 대 정작 우리는 자긍심을 잃은 사람이 주변에는 너무 많다.30여 년 전 외국 여행길에 코리아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어딜 가나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괄목할 만큼 성장하고 한류가 코리아의 이미지를 살린 결과이다.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하에서도 지난달 우리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반도체 수출은 일본을 제친지 오래다. 선박 수주량도 다시 세계 일등국이 됐다. 이러한데도 이를 인정치 않으려는 한국인이 많으니 안타까울 뿐이다.근년 한국은 스포츠, 예술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 차범근, 박지성 뒤를 잇는 축구 스타 손흥민은 우리시간 2일 대망의 100골을 달성했다. 박찬호에 이은 야구 투수 류현진의 활약이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다. 박인비 등 한국 출신 골프 여제들도 LPGA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는 예상을 뒤엎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차트 1위를 점령한 지 오래다. 한류의 불을 지핀 이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쯤 되면 우리도 문화적인 자부심이라도 가져야 한다. 세계 선진국민의 추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20여 년 전 일본의 어느 해수욕장 화장실 문화를 보고 와서 우리도 벤치마킹하자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무런 감시 없는 화장실 선반의 화장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의 고속도로 화장실 문화는 세계적 수준이 됐다. 우리의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는 일본, 미국, 독일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서구인들의 무질서, 사재기까지 하는 추악한 미국인들, 선거 패배를 승복치 못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아직도 반한의식에 젖은 일본인들 모두가 후진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정황에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어쩌다 우리가 자긍심을 잃은 국민들이 되었을까. 국민들의 자만심과 우월의식도 문제지만 자기비하나 자긍심 상실은 더욱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는 일제 시부터 ‘조센징’은 안된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다. 일제의 식민지배 정당화라는 그들의 조작된 논리를 우리가 수용한 결과이다.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학자까지 있다. 강대국을 향한 사대의 논리는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긍심 가진 당당한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한다.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