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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포항음악제 ‘관객의 시작’

등록일 2021-11-16 20:18 게재일 2021-11-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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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만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단장

과거 클래식 공연을 기획해 본 사람으로서 첫 번째 부딪치는 문제가 “아직은!”이라는 부정적 견해이다. 그들에게 우리 도시는 대중음악에만 친화적이고 클래식 공연에는 시민들의 예술적 소양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위험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2021 포항음악제에서 보여 준 관객의 모습은 무대에 선 최정상 아티스트들에게 역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빛나는 페스티벌이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로비에 들어서는 관객들은 어린 학생들이 포함된 가족에서부터 2030 청년들, 삼삼오오 모임을 이룬 4050, 더욱이 멋진 코트에 머플러까지 목에 두르고서 마치 영화 스크린에서 막 튀어나온 배우 같은 차림의 6070 세대들까지 관객들의 연령층 구성부터 완벽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남아 있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 과연 관객들은 아티스트들의 연주와 교감하고 행복감을 누릴 수 있을까? 아마도 “아직은!”이라는 사람들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을 거다.

마침내 폐막공연의 첫 무대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 Shostakovich)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이 연주가 준비되었고, 객석 등이 꺼짐과 동시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연주자들을 무대로 등장하게 했다.

“끝났다!”. 인터미션(Intermission)이 될 때까지 관객들은 ‘포항의 기억’에 녹아 있었고. 연주자들은 그 어떤 연주회보다 행복한 듯 두 번, 세 번 연달아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순간 “포항의 관객, 시민들은 위대하다!”라고 속으로 수십 번 되뇌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서 한껏 어깨가 하늘로 향했다.

한때 공연연출가로 기획자로 오랜 시간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공연의 마지막 정점은 관객이 만들어 준다!”는 확신을 늘 가지고 살아왔다. 배우, 무용수, 클래식 연주자, 성악가 등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관객의 질에 따라서 공연이나 연주가 달라진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2021 포항음악제는 “아직은!”이 아니라, 왜 포항이 전국지자체 중 1차로 법정문화도시에 지정되었는지를 증명해주는 시민 승리의 현장이며,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설레임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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